2장 변화 그리고 안정
1. 친구 철진
승훈이 난희의 집을 나선 것은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녀는 무너진 둑에서 물이 흘러 넘치듯 오랜만에 남자에게 열린 그녀의 육체는 승훈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승훈도 숨막히도록 요염하고 고혹적인 자태로 자신을 유혹하며 매달리는 그녀에게 빠져 첫 경험의 밤을 진하게 보냈다.
승훈은 그녀의 안에 3번이나 진한 정액을 토하고 그녀를 절정으로 이끌어 그녀가 잠이 들자 그녀의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승훈은 일단 독서실로 갔다.
철진에게서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었다.
물론 받을 상황이 아니었던 승훈은 나중에 전화를 확인하고 독서실로 갔다.
"어디 갔다 오냐?"
"어... 좀 갑갑해서 바람 좀 쐰다는 게..."
"아무튼 들어가자 늦었다."
"잠깐만 책 좀 챙길게 있어서..."
철진은 열람실로 들어가는 승훈의 뒷 모습을 보면서 녀석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번개를 맞고 나서 시력이 좋아졌다며 안경을 벗어서인지 인상도 전보다 강해 보였고 눈빛이나 행동도 조금 변했다.
그리고 뭔지 모를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전에는 그저 맘이 잘 맞고 편했는데 요 근래에 와서 때때로 심각한 표정이 되어 묘한 분위기를 풍길 때면 말을 걸기도 어려웠다.
"야 너 요즘 무슨 일 있냐?"
"응... 왜?"
"너 좀 변한 것 같아서 말야..."
"변하기는 뭐가 변해..."
"그냥 가끔 생각에 빠진 건지 뭘 보는지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좀 틀려진 거 같아서..."
"그래... 아마 안경 때문이겠지... 안경이 사람 인상을 얼마나 좌지우지 하는데..."
"하긴 너 안경 벗으니 못 봐주겠다야... 하하하"
"뭐야.... 이게 죽을려구...."
승훈과 철진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철진은 승훈이 아파트 맞은 편 동에 살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아파트 근처에 거의 다 왔을 때 철진은 승훈에게 맥주나 한 캔 하자며 근처 놀이터로 이끌었다.
철진은 고 3이 되면서부터 가끔 승훈에게 맥주를 권했다.
주로 귀가하는 길에 아파트단지 근처의 놀이터에서 한 캔씩 마시고는 했다.
철진의 말로는 고 2때 부모님에게 배웠다고 했다.
그네에 앉아 한 모금을 들이킨 철진은 승훈에게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늘 장난스레 지내는 둘이었지만 어느 한쪽이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면 서로의 깊은 속내까지도 나누는 사이였다.
"승훈아. 너 요즘 무슨 일 있냐?"
"어... 왜?"
"너 통닭 되고 나서 좀 변한거 같아서..."
"왜? 걱정 되냐?"
"음... 솔직히 걱정도 되고. 너 분위기가 많이 틀려진거 같아서... 솔직히 요즘 공부도 잘 안하고 지내는 것 같고... 너 여자 생겼냐?"
철진은 승훈의 가장 가까이 지내는 친구이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답게 승훈의 변화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철진 조차도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것이었기에 단순히 여자 문제로 연결한 것 같았다.
뭐 따지고 보면 그리 틀린 것도 아니었다.
승훈이 변화한 계기는 그에게 생긴 특별한 능력 때문이기는 했지만 정확히 따지고 들어가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되면서 승훈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변화하기 시작해서였기 때문이다.
승훈은 묵묵히 철진을 바라보았다.
녀석이라면 자신의 변화를 알아채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승훈도 자신의 문제에 대해 누군가와 의논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투시력과 염력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기는 아무리 가까운 친구인 철진에게도 조심스러웠다.
승훈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맥주캔을 입으로 가져가는 철진을 보며 능력이 생긴 부분을 빼고 의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철진아."
"응."
"너 내 친구지..."
"그럼 아니냐?"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알잖아."
"그래 임마 넌 내 친구다...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는 내 친구다. 네가 박승훈이기 때문에 내 친구다."
"... 짜식. 고맙다. 사실은...."
승훈은 철진에게 자신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그였기에 별 다른 오해 없이 문제의 핵심을 전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전에는 그다지 의식되지 않았던 여자들이 의식이 된다. 이거냐?"
"응... 간단히 말하면 그렇지..."
"너 자위 많이 했었냐?"
"어...?"
"포르노나 아니면 여자 생각하면서 자위 많이 했었냐고?"
"별로..."
"그런데 요즘 들어 주변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고 알몸 떠올리고 하고싶어진다는 거냐?"
"....."
"흐흐흐..."
"왜 웃냐?"
"자식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뭔 소리냐..."
"얌마 우리 나이 때는 원래 그래... 아니 네가 늦은 거다 임마. 고 3이나 된 놈이 그런 문제로 끙끙거리고 사람이 변하냐? 나도 그래 임마... 나도 여자 생각나고 섹스하고 싶어지고... 사실 나도 너한테 첨 말하는데 나 총각 아니다..."
"뭐... 그럼..."
"그래 예전에 총각 딱지 떼었다. 자식 어리기는... 너 아직 총각이지?"
"... 어 그게..."
"뭐야 그럼 총각도 아닌 놈이.... 혹시... 너 여자하고 책임질 일 벌인 거는 아니지."
"책임 질 일이라니...."
"하긴 너 같은 숙맥이... 누구냐 이 형님한테 털어놔 봐라.."
"누구기는... 뭔 말이냐?"
"네가 좋아하는 여자 말야... 이 형님이 도와 줄테니 말해봐라... 흐흐흐"
"그런거 아냐 임마..."
어느새 철진은 자신의 캔을 다 비웠는지 한 손으로 찌그러뜨리고는 버렸다.
승훈은 친구인 철진을 믿고 영어 선생과의 일을 이야기했다.
"뭐야!!! 이난희 선생이랑 했다고.... 그것도 조금 전에..."
"... 응"
"크흑... 졸업하고 나서 한번 해볼려고 했는데.... "
철진은 진심인지 정말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식 부럽다... 좋았냐? 어땠어 이난희 선생 죽이지...?"
"그게... 좋기는 좋더라."
"윽... 이 자식...."
승훈과 철진의 대화는 그로부터도 한참을 이어졌다.
철진은 성에 있어 상당히 개방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문제만 안 생길 수 있다면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주의에 가까운 것 같았다.
철진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돌아선 승훈은 조금 복잡한 심정이 되어있었다.
사실 투시력이 생긴 이후 욕구가 늘어나 고민이었는데 그것이 이난희 선생과 섹스를 하고 나서는 '내가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식의 고민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철진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성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절 할 수만 있다면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성욕은 인간의 3대 욕구(식욕, 수면욕, 성욕)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욕구의 대상에 어머니와 승미가 포함되어 떠오른다는 것에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조금 전 철진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남긴 말을 떠올리며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야 어쨌든 간에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고 3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 벌써 중간이상 왔고. 마지막에 와서 삐긋 하지 말고 공부에도 신경 써라. 물론 너 정도 성적이면 충분하겠지만 나하고 약속한 것 있잖아. 서울대 같이 들어가기로 한 거 있지 마라..."
그 날 이후 승훈의 일상은 많이 안정이 되었다.
집에서 제멋대로 발휘되어서 어머니와 승미의 나신을 보게 했던 투시력도 거의 승훈의 뜻대로 할 수 있게 되었고 가끔 그녀들의 나체를 보게 되어도 '누구라도 이런 멋진 나체를 보게 되면 발기하는 것은 당연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 때문에 다른 곳에 정신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한편 이난희 선생도 그녀의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승훈과 섹스를 하고 난후 그녀는 승훈을 어떻게 보나 하는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나 다음날 학교에서 만난 승훈은 그녀를 평소처럼 대했고 이후에도 그날의 일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그런 반응에 안심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내부에는 변화가 일고 있었다.
승훈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와의 섹스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모습을 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업에 들어가서도 그의 작은 행동까지도 놓지지 않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를 잊기 위해 자제 해왔던 자위를 하게 되었고 그때마다 승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