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번개 맞은 날
박승훈 19살의 평범한 고3 수험생이었다. 그날이 있기 전까지는...
"승훈야 오늘 뭐 할거냐?"
"공부"
"그러지 말고 바람 좀 쐬다 가자 덥고 갑갑한데..."
독서실에서 같이 고3의 긴 여름을 지나고 있던 승훈을 친구인 철민이 꼬시고 있었다.
"어 시원하다. 역시 사람은 가끔 바깥공기도 쐬고 그래야 되"
"그래 좋기는 좋다"
그들은 건물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철진아 날씨가 좀 안 좋지 않냐 바람은 시원해서 좋다만은"
승훈의 말처럼 구름이 껴서 달도 별도 없는 날이었다. 아니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철진은 옥상의 반대편으로 걸아가며 승훈에게 말했다.
"뭐 좋잖아 비오면 좀 맞지뭐 하하하"
"그래..."
박승훈과 김철진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며 고교 1학년때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만 그 둘은 전혀 딴 판이었다.
승훈은 키 176에 체중 65의 스탠다드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고 얼굴은 선이 가늘어서 갸날퍼 보이는 인상이었고 반대로 철진은 키183에 78의 당당한 체형에 남성적인 얼굴에 리더쉽이 뛰어난 스타일이었다.
그야말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에 끌려 친구가 된 케이스였다.
철진이 승훈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사려 깊은 생각과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매력에 끌렸다면 승훈은 철진의 리더쉽과 당당한 모습에 끌려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3년이 지나는 동안 교내에서 최고의 인기남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승훈야 이쪽으로 와봐라 야경 죽인다"
"그래"
철진의 부름에 옥상을 가로지를 때 갑자기 눈앞이 번쩍 하더니 바닥이 일어서며 내 얼굴을 향해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승훈아!!!!!!"
승훈이 다시 눈을 뜬 것은 병원 응급실에서였다.
"으음..."
"승훈야... 어머니 승훈이 눈을 떴어요"
철진의 목소리가 응급실을 울렸다.
승훈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신고있던 운동화와 옥상에 방수처리로 발라놓은 고무재질의 도료가 번개가 승훈의 몸을 관통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어 약간의 화상과 쇼크만을 남겨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지 저도 잘 몰라요 어디까지나 설정이니 그냥 봐 넘겨주세요^^)
"승훈아 괜찮니?"
고개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울며 내 손을 꼭 잡고 계셨다.
"네... 근데 제가 왜..."
"야 기억 안나 너 번개 맞았잖아..."
"학생은 운이 정말 좋아 번개에 직격 당하고도 살았으니.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저녁쯤에는 퇴원 할 수 있을거다"
어느새 다가온 의사의 말에 승훈의 어머니와 철진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고 승훈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 나는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약간 입었던 화상도 흉터 하나없이 깨끗이 나았다. 오히려 번개로 인한 쇼크나 열이 영향을 주었는지 안 좋았던 시력이 좋아져서 쓰고 있던 안경을 안 쓰게 되는 행운이 생겼다.
승훈이 교실로 들어서자 교실 안은 한순간 떠들썩해졌다.
"어이 미러클 보이. 왔냐?"
"아니 썬더보이지 몸은 괜찮냐??"
곳곳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왔고 환영하는 분위기에 난 기분 좋게 2학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왁자지껄한 환영식(?)이 지난 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앞에서는 우리학교 최고의 글래머인 영어 선생의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그녀는 미국 유학파여서인지 꽤나 정확한 발음과 명확한 수업 그리고 잘 빠진 몸매로 모든 학생에게 인기가 좋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학생들은 그녀의 실력을 남학생들은 그녀의 멋진 몸매를 좋아하는 것이지만...
승훈도 그녀의 수업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뛰어난 실력에 멋진 몸매는 그녀의 수업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었다.
"야. 선생 몸매한번 보고 싶지 않냐?"
옆자리에 앉은 철진이 승훈에게 낮게 물었다.
"별 소리를... 물론 보고 싶지"
그때 승훈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영어선생의 옷이 투명하게 비추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나신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어..."
승훈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리고는 두 눈을 부비며 교단에 서있는 선생님을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나신은 또렷이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역삼각형으로 다듬은 그녀의 숲까지도 한올 한올 들여다보였다.
"박승훈 왜 무슨 문제 있어"
"야 승훈아"
승훈이 눈을 부비며 선생님을 바라보는 동안 그녀는 교단에서 내려와 승훈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박승훈 어디 안 좋니?... 눈이 이상한거니?"
승훈은 그녀가 다가오면 올수록 그녀의 나신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승훈은 자리에 도로 앉으며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녀의 옷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이다.
승훈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신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승훈은 자신이 갖게된 능력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우선 투시력이 생긴 것이다.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집중하면 옷이 투명해지며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20여미터 안에 있는 것은 그 것이 무엇이던 간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조건 투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여자의 속옷을 보고 싶으면 겉옷만 투명해지고 나신을 보고 싶으면 속옷마저도 투명해지며 들여다보이는 것이었다.
아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옷이 말 그대로 투명해지며 안이 들여다보였다.
거기에 투시가 익숙해지면서 마치 망원 렌즈가 달린 카메라처럼 원하는 영상을 당겨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상당한 피로를 느끼게 되었다.
아무래도 더 많은 힘이 드는 것 같았다.
또한 부가적으로 투시가 되는 지역 안에서는 원하는 장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투시는 무생물만이 가능했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투과가 되지 않았다.
나무도 건물의 문이나 책상 등은 투시가 되었지만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살아있는 것은 투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염력이 생긴 것도 알게 되었다.
무거운 것은 안되었지만 음료수가 들어있는 캔 정도까지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능력도 50미터 정도의 범위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투시력과 염력이 조절이 되지를 않았으나 일주일 정도 연습을 하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해졌다.
승훈은 이 능력이 번개를 맞은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만약 이러한 능력이 알려지면 자신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