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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고은이와 몇일전 커피숖에서 지민이에 대한 얘기를 듣고 몇일이 지난 후 였다.
여전히 계속되는 숨막힐 것 같은 서로에 대한 긴장감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속시원하게 서로 말을 못한 채 그저 암묵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런 결심을 하게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며칠 전 밤에 우연히 엿들었던 어떤 소리 때문이었다.
밤중에 이런저런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정민이가 거실로 나왔을 때였다.
그때 지민이의 방에서 문틈사이로 가늘게 새어나오던 어떤 소리가 정민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정민이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살며시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문틈으로 나는 소리는 역시나 뜨겁게 토해지는 가쁜 신음소리였다.
"하아... 아으으음.. 으으응... 흐응.. 아으으응..."
"......!"
지민이가 자위를 하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 애처롭고 가녀린 숨결이 토해지는 지민의 신음소리 순간 정민이는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오르며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지민이의 신음소리는 촉촉하게 정민이의 이성을 휘감아오며 가두어진 본능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그는 당장 방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문고리를 잡은 정민이의 손바닥에는 땀이 축축하게 배어 나왔고 정민이는 몇 번이고 망설임을 거듭했다.
결국... 그는 애써 자제를 하며 자신의 방으로 힘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왜.... 망설이는 거냐.... 뭐땜에 망설이는 거냐...한정민.... 젠장....]
정민이는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아직 귓전에 울리는 아까 그 지민이의 신음소리는 밤새 정민이의 머리 속을 맴돌며 괴롭혔다.
정민이는 지민이의 여체 깊숙이 손을 넣었던 경험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민이가 두려웠던 것은 바로 지난날 자신이 좋아했고 동경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떠나간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수지,효주,유경 그리고 연락이 되질 않는 민정이....
사랑하다고 말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떠나갈까봐.... 상대방이 진심으로 다가와도 마음을 담아 진심을 다해 말할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 마음이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지민이에게 전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그리고 너무 빠르게 지민이를 한 여자로 받아 들이기에도 정민이에게도 힘들었던 것이다.
미묘한 종이한장 차이 감정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별거 없지만 그 종이한장 차이를 극복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종이 한장 차이에 미묘한 감정은 불이 붙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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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사랑을 하면 매력적으로 변한다고 해야할까...
지민이는 정민이가 경험하게 해준 최고의 절정을 맛을 본뒤로 알수 없는 매력과 신비스러움의 아우라가 뻗어 나왔다.
자신은 알수 없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매력적인 지민이의 자태에 힐끔 힐끔 쳐다 보기도 하고 항상 버스 정류장에서 지민이만을 오기만을 기다리는 4명의 남학생들 또한 그 매력에 멍하니 지민이를 쳐다 보다가 살며시 웃어주며 살짝 인사를 하는 지민이의 모습에 망부석이 되기도 했다( 너무 미화 시켰음...;;; )
학교에서도 지민이의 인기는 날로 갈수록 높아만 가기 시작했고 지민이에게 고백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어찌된건지 지민이는 단호하게 칼같이 거절해버렸지만 지민이를 싫어하거나 증오하지는 않았다.
그저 고백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각인시켰다는게 중요 했던 것이다.
"여어~~한지민.. 좀.. 할 말이 있어..."
발레 연습을 하고 늦게까지 남았던 지민이는 웬 남학생이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약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예요? 그리고 누구..?"
"어!! 명길 선배님 아니예요.?"
같이 집에 가려고 기다려 준 친구 수연이가 그 남학생을 알아봤다.
"으응.. 그래.."
그 명길이는 수연이의 말에 대답을 했다.
"그런데..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세요..?"
"저.. 그건..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고..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 좀 할래..?"
지민이는 잠시 그 명길이라는 남학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또래에 비해서는 좀 큰 편인 키에 조각같은 얼굴이지만 호감이 가는 인상을 가진 선배였다.
하지만 지민이는 딱 잘라 거절했다
"싫어요"
".....;;;;;"
그리고는 약간 멍한 표정의 명길이를 나두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지민아 같이 가.."
옆에서 바라보던 수연이도 지민이를 따라 사라지자 명길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호오... 왠지 재미 있어질것 같은데.."
먼저 앞서가던 지민이를 쫓아온 수연이가 지민이의 어깨를 감싸며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응..? 뭐가..?"
지민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명길 선배 말이야.. 보니까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
"에엑..! 설마.."
"기집애.. 설마는 뭐가 설마야.. 너도 대충 눈치를 챘으니 그렇게 딱 잘라 자리를 피한 거잖아..."
수연이가 지민이의 귓가에 짓궂게 속삭였다.
"............."
지민이가 뜨끔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걷기만 하자 수연이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어떡할 거야..?"
"뭐가..?"
"명길선배가 너한테 프로포즈라도 하면..."
"난.. 별로 생각 없어.."
"우와.. 뜸도 안 들이고 바로 잘라 말하네... 우리학교 최고 킹카인데... 4대 천왕중 첫번째란 말이야"
"그래..? 그 선배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니...?"
"뭐.. 잘생겼지.. 키크지.. 그리고 성격이 좋으니까 여자들이 많아... 하긴 뭐.. 이상한 매력에 호감은 가는 편이잖아..."
"흐응.. 그렇구나.. 난.... 별로인데..."
지민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너 혹시..? 남자라도 있냐..?"
"뭐..? 그게 무슨.."
수연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지민이가 깜짝 놀랐다.
"그런 게 아니면 너무 단호한 게 이상하잖아.. 이전에도 너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좀 있었잖아.. 그런데 다 거절하고서는.."
"아 아냐.. 그런 거.. 그저 난 관심이 없었어 그래"
"수상해.... 사랑에 빠지면 이뻐 진다고 하던데... 뭔가 전혀 다른 느낌이야.."
지민이는 남자친구라는 말을 듣자 왠지 뜨끔하여 당황하였고 순간 오빠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그냥.. 아직 고등학생이고 여러 친구들이 헤어져서 마음 아파하는 모습도 보구 해서..."
지민이는 마치 오빠와의 관계를 수연이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양 황급하게 둘러대었다.
"그래도.... 아픈만큼 성숙해 지는거잖아.. 나도 지금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을 하잖아.. 헤어질 생각으로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 바보야"
"이히히히"
수연이는 지나치게 당황해하는 지민이가 좀 이상하다 생각했다.
집에 가는 도중 고은이를 만난 지민이와 수연이는 근처 M도날드에 들려 맛나는것을 먹고 수연이랑 헤어지고 집 근처에 사는 고은이랑 같이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지민이는 쇼파앞에 탁자위에 정민이 폰이 있는 것을 보았다.
[오빠가 왔나?]
지민이는 쇼파에 가방을 두고 2층으로 올라 가려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것을 느꼈다.
탁자위에 오려진 정민이 핸드폰에서 액정에 이쁜이 라는 카톡 아이디가 보였고 그리고...
{오늘 100일 이예요}
지민이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고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이 부르르 떨려 왔다.
그리고 이쁜이라는 사람의 발신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민이는 두근 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그 전화를 받았다.
{정민이 오빠 전화 아닌가요?}
"맞는데...누구신데요?"
{아... 그게... 일때문에 아는 사람인데...핸드폰도 안 받으시고.. 집에 안 계시나요?}
"집에 폰을 두고 어디 갔나봐요...."
{근데 전화 받는 분은 누구세요?}
"저....저....전...."
{정민이 오빠 오시면 이쁜이 한테 전화 왔다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상대방은 지민이가 대답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지민은 그 전화가 왠지 신경이 쓰였고 그리고 무례하기 그지 없는 그 여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니 암호가 걸려 있었다.
일 관계의 전화라고는 하지만 지민이 알기로는 아니 여자의 느낌으로 일적인 관계는 아닌듯 했다.
목소리도 어려 보이는 것이 20대 초반 정도가 되었을 것 같은데 오빠와 일 관계로 직접 전화를 할 만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말투에서 흐르는 묘한 뉘앙스가 신경이 쓰였다.
지민이가 아무래도 찜찜한 생각에 고민중일 때 2층에서 샤워를 마친 정민이가 내려 왔다.
"어..! 오늘은 좀 늦었네..
"친구 만나구 왔어"
"그래... 근데 밥은 먹었어?"
"친구랑.... 오빠 나 방에 들어 가볼게"
"..........."
정민이는 왠지 지민이에게 뿜어져 나오는 냉랭한 기운에 말을 걸지 못했다.
지민이는 쇼파에 있는 가방을 들고 정민이를 한번 째려 보고 2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 갔다.
"뭐...뭐야??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정민이는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올라간 지민이 방으로 향했고 손잡이를 돌리자 문이 잠겨져 있었다.
"저기...지민이....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어?"
"................."
"저기....오빠가 무슨 잘못한거라도 있어?"
"................"
"저기...지민아......"
"오빠... 오늘은 기분이 좀 그러니깐...."
"알겠어.... 기분 풀리면 내려와"
정민이는 힘없이 1층으로 내려와 쇼파에 앉아 기대었다.
그리고 탁자앞에 놓인 핸드폰에 노란 불빛이 반짝이는게 보였다.
정민이는 암호를 풀고 카톡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늘 100일 이예요}
"뭐지? 스팸인가??"
정민이는 카톡 대화방에서 나왔고 차단을 시켰고 통화버튼에 부재중이 있어 들어가보니 이쁜이라는 발신자가 있었다.
"이쁜이???"
번호는 없고 이쁜이라는 닉네임만 있을 뿐이였다.
"뭐냐?? 이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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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와 정민이의 사이에 이상할 만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아니 일방적으로 지민이가 정민이를 피하는듯 보였다.
정민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이 있기에 지민이가 저렇게 자신을 피하는거다 생각한것이였다.
시간이 지나면 풀릴것이다 라고 생각했던것이 일주일 넘도록 자신과 얘기를 하지않고 피하는 것이여다.
아마도.... 그 일이 알려 진것인가 생각을 했지만 도저히 그건 아닌것 같았다.
설마 큰누나랑 작은 누나의 사건을 안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알아본 결과 그것도 아니였다.
알아 보다가 둘째 누나에게 욕을 심하게 들어 먹긴 했지만....
잠시 생각에 잠긴 정민이는 순간 스쳐지나간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당연히 말을 하지 않을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민이는 당췌 뭐 때문에 지민이가 자신을 피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고 자신을 피하는 것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
정민이는 몇일전 고은이가 한말을 떠올려 보았다.
[표현이라.... 아직 내 마음속에는 지민이가 동생이라는 단어만 있는 것일까...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일까...]
정민이는 쇼파에 몸을 기대어 지금까지 일어난일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분명 지민이에게 잘못한 일은 전혀 없었다.
마음만큼이나 용모도 아름다운 지민이는 부쩍 많은 남학생의 고백들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민이는 그런 남자아이들의 관심을 또래 아이들다운 감정으로 그냥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지민이는 자신의 현재 상황 때문에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고 때문에 그 남학생들을 딱 잘라 거절했었다.
그리고 그 남학생들도 너무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다.
일요일 오후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날씨가 조금 쌀쌀했지만 지민이의 옷차림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는데 나시티에 핫팬츠를 입고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뭇 남성들은 지민이의 몸매를 힐끔 힐끔 쳐다 보고 있었고 여성들은 부러워 하는 눈빛으로 지민이를 지나치고 있었다.
어디선가 낮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지민이 아냐.. 이런데서 만나네.."
"응..? 아... 서..선배님.."
놀란 지민이가 돌아다보니 명길 선배였다.
"안녕...지민아"
"네... 안녕 하세요"
"그래.. 참.. 지민이 너 이 근처 사나보지..?"
"네... 그럼 선배님도..?"
"아 아냐.. 친구네 집에 놀러왔다가..."
명길이가 옆에 있는 남학생 둘을 가리켰다.
"아.. 안녕.. 만나서 반갑다.."
그 남학생들은 좀 멋 적은 듯 지민이에게 인사를 하고 슬쩍 자리를 피해주었다.
"어.. 야 임마..아...지민아.. 저 녀석들 신경 쓰지마.. 우리... "
"아니 괜찮아요.. 그럼.."
계산을 마친 지민이가 명길이의 말을 끊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마트를 나서려 했다.
"아.. 잠깐..지민아.."
"왜그러시죠..?"
"근처에서 이야기 좀 할래..?"
"난 할 말이 없어요...."
지민이가 무시하고는 마트를 나갔다.
"잠깐만.."
명길이가 따라 나와서 지민이의 팔을 붙잡았다.
"왜..왜그래요..?"
지민이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쳐다보자 명길이가 내친 김에 말을 꺼냈다.
"널 좋아하니까.."
"네..?"
"제대로 못 들었어..? 널 좋아한다고.... 처음 지민이 너가 학교에 입학한 순간 부터...."
명길은 지민이의 눈을 쳐다보면서 단호하게 고백을 하였다.
"............"
지민이는 갑작스런 명길이의 고백에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어설프게 고백을 한 다른 녀석들과는 틀릴 거야.. 그리고 쉽게 포기 하지는 않는다."
"이..이야기 끝났어요..? 그럼.. 나 이만 갈게요..."
지민이는 얼굴이 붉어진 채 더듬거리다가 휙 돌아서서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지민이 등뒤에서는 명길이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좀 끈질긴 녀석이라고... 승낙을 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집으로 돌아오며 지민이는 왠지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는 느낌이 다른 남학생이었다.
그 명길이라는 선배는 이전의 좀 어설퍼서 귀찮다고까지 여겨졌던 남학생들과는 어딘지 다른 느낌이 있었다
이전처럼 그 자리에서 딱 잘라 싫다라고 말해주지 못하고 그 자리를 빠져 나오고 말았다.
그 후에도 명길이는 계속 지민이에게 프로포즈를 하였다.
그렇다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지민이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것은 그 때 한 번뿐이었고 명길이는 이런저런 일로 지민이와 마주칠 때마다 호감을 얻으려 진심으로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지민이가 있는 곳에서 명길이 눈에 띄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
체육시간때.... 클럽활동 시간.... 하교할때나 항상 지민이 눈에 명길이가 보였고 명길이는 살짝 인사를 하고 친구들과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 때문인지 어느새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명길이가 지민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소문은 점차 학교 선생님 귀에 들어갔고 심지어는 선생님마저 둘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명길이의 평소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호감을 주는 학생이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남자친구라..?]
지민이는 명길이로 인하여 새삼 이 단어를 떠올려 보았다.
왠지 지민이에는 해당되지 않아 보이던 그런 단어였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그런 단어일 것이겠지만 지민이에게는 왠지 거리가 느껴지는 단어였다.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부터 지금까지 지민이에게 남자는 오직 한사람 오빠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생활에서 오빠를 의식해서 행동했고 모든 생활이 오빠를 중심으로 생활해왔고 그런 것이 어느덧 당연하게 생활로 자리잡았었다.
그런데 오빠를 중심으로 돌던 그 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변화의 틈새로 명길이라는 남자아이가 여기에 침입자처럼 파고 들어왔고 그것은 지민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틈은 몇일전 정민이에게 걸려온 전화와 카톡 그리고 왠지 모르게 오빠가 자신을 멀리 하고 있다는 그 작은 틈으로 들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민이는 오빠가 꿈속에 나타나서 성의 감각을 알기 시작한 지민이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지민이는 점점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져주시던 오빠의 손길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조심조심 소리를 죽여가면서도 그 날의 오빠 손길을 기억하려 애를 쓰며 안타깝게 자신의 몸을 더듬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다시 한 두 차례의 폭풍이 지민이의 몸을 흥건히 적신 채 지나가면 지민이는 그 여운 속에 남은 욕망에 갈등을 하고는 했다.
지민이는 이러는 자신이 혼란스러웠고 오빠에 대한 감정은 가족사랑이 아니라 어느 사이 이상적인 이성을 오빠를 찾게 되면서 사춘기 지민이의 두근거림과 순수한 사랑이 스며들었던 것이었다.
밤마다 지민이를 괴롭히는 오빠를 향한 성적인 갈등.... 이전까지처럼 아직 모르는 것이 많던 소녀가 성장하고 있었다.
지민이는 조금씩 내면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자신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그리고 명길이의 집요한 구애가 지민이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지민이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오빠를 향해 느끼는 성적인 갈증과 함께 이제는 사춘기 소녀로서 평범한 이성교제에 대한 열망 또한 느끼고 있었다.
지민이도 이제 그저 평범한 소녀처럼 그러고 싶었고 이전까지 같은 또래 남자아이들에 대해 이런 감정이 없었으므로 당혹스럽기도 했다.
자신에게 오빠말고는 처음으로 이성으로서 호감이 가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처음부터 명길에게 이성으로서 끌렸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되고 익숙해지면서 그의 친근하고도 호감 가는 웃음을 자주 보게 되면서 왠지 오빠말고 처음으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지민이의 곁에 오빠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멀리 하는듯한 느낌... 그리고 아무도 들어 올수 없다고 느꼈던 자신의 마음속에 틈에 들어온 익숙함..하지만 그래도 아직 지민이는 아무런 확신이 서지 않고 있었다.
자신에게 불현듯 찾아온 이런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전혀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
지민이이가 편안하게 쉬며 책을 보고 있을 때였다.
오후쯤에 밖에서 돌아온 오빠가 지민이를 불렀다.
"마침 집에 있었구나..."
"왜..? 오빠..."
"오늘 별로 할 일 없지... 나랑 데이트 할래?"
"어디.... 어디 갈건데...?"
"응... 오늘 불꽃 축제가 있는 날이잖아."
"불꽃놀이...."
"응.. "
왠지 어색한 둘의 모습이였다.
정민이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아..! 응... 조...조금만 기다려줘.."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잠시후
"오빠...나 이뻐?"
"헉!"
[불끈 불끈 합니다....진짜 이쁘다....]
그렇게 모처럼 오빠와 함께 외출을 한 지민이와 정민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무언가를 사려는 오빠를 따라 백화점에 갔을 때였다.
문득 심심해서 오빠가 남자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고 있을때 오빠 곁을 벗어나 분수대 근처 의자에 앉아 두리번거리며 북적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흐음.. 오늘이 휴일이라서 그런가..? 사람이 꽤나 많네..."
그런데 그때 저쪽 멀리에서 낮 익은 얼굴이 하나 지민이의 눈에 들어왔다.
명길이었다.
[윽.. 하필이면 여기서도..정말.. 아! 맞다! 오빠가 있는데....]
지민이는 혹시나 자기를 알아 볼까봐 슬쩍 몸을 숨기려 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명길이는 지민이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친구들한테 뭐라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빠져 나와서 지민이 쪽으로 뛰어오는 것이었다.
"안녕.."
"아..네.... 안녕하세요...."
"헤.. 이거 정말 우리 인연 아니냐.? 이런 곳에서도 만나게..우와! 진짜 이쁘다...완전 선녀네"
"아....네...."
마침 옷가게에서 나오던 정민이가 명길이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
".. 누구..?"
"아.. 오빠.... 그냥 학교에서..."
"안녕하세요.. 지민이 친구 명길이라고 합니다.."
명길이가 선수를 치며 인사를 하자 지민이가 그만 당황하였다.
"친구...? 남자친구가 있었니..? 몰랐네..."
정민이가 얼굴 빛이 어두워 지기 시작 했다.
"어.. 아 아니야.. 오빠....."
"괜찮아.. 우리 지민이도 이제 남자친구 사귈 때도 되었지 뭐... 이렇게 이쁜데..."
정민이가 웃으면서 지민이 어깨를 톡톡 쳐주었다.
"아.. 저 그게..."
지민이가 오빠에게 무어라 변명을 하려는데 명길이가 갑자기 말을 했다.
"저.. 지민아.. 딴 데서 우리 이야기 좀 할래..."
"네..? 안돼.. 오빠랑 같이...짐도 있고..."
"아냐 괜찮아.. 나 혼자 들 수 있으니... 친구와 좀 놀다가 와.."
뭔가 오해를 한듯한 정민이가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려고 했다.
"어..?! 아..아니야...오...오빠..."
"감사합니다... 정민이 선배님..."
90도로 인사하는 명길이 눈빛이 어디선가 많이 본 눈빛에 긴장을 했다.
분명 어디선가 본듯한 눈빛이였다.
"성당에서 기다릴게...."
그리고 정민이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정민이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전처럼 자신의 누나들을 사랑하였고 여인의 감정까지 생겼던 그 마음이 어느순간 다시 가족이라는 사랑으로 바꿔 버린 사랑.
친 여동생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가족으로 생각했던 지민이를 한 여자로 사랑을 해야 하는 갈등이 너무나 컸다
한손에는 아름다운 반지를 꼭 쥐고 고백할거라고 생각했던 정민이는 어느 순간 명길이라는 학생이 나타난것이 어찌보면 또 불안했던 것이다.
또 수지와 효주의 일이 생각이 난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