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 공기가 한바탕 지나간 폭풍 덕에 한층 더 끓어 올랐다. 격렬한 행동에 비해 청년의
사정은 허무하게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인혜는 아예 처음부터 동요가 없었으므로 잠시
여유를 둔 뒤 깔린 몸을 일으켰다. 수건을 다시 물에 적셨다. 뜨거웠던 물은 미지근하게
바뀌어 있었다. 그 수건으로 청년의 얼굴과 가슴, 등 판에 방울 진 땀을 닦아 주었다.
청년이 인혜를 다시 부둥켜 안으려고 했다. 몸을 빼며 인혜는 불을 켰다. 확 불이 들어
오자 청년이 외려 쑥스러운 듯 이불로 자신의 몸을 가렸다. 티브이를 켜 주고 비디오를
틀어 주었다. 서양 여자와 남자가 서로 엉켜서 끙끙거리는 화면이 티브이에 펼쳐지자
청년의 눈길이 그 쪽으로 잠시 쏠렸다. 그 틈에 인혜는 옷을 걸쳐 입었다. 팬티는 그냥
침대 위에 청년의 손길이 닿는 곳에 놓아 두었다.
"자기야 잠깐만 비디오 보구 있어."
청년이 눈에 의혹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짧은 손님 받으러 간다는 것을 모를정도로
청년이 순둥이 일리는 없었다.
"아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저녁부터 나 아무 것도 안 먹었단 말야.
지금 배 고파서 죽겠어. 한 시간만 기다려 줘. 갔다 와서 또 끝내주게 해 줄께."
여전한 의심의 눈초리지만 진짜 빠꼼이들처럼 굳이 막으려고 하진 않았다. 약간 불만의
빛을 보였을 뿐 청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허락해 주었다.
"빨리 돌아 와야 돼."
인혜는 대답 대신 청년의 이미에 뽀뽀를 쪽 해주고 대야를 들고 방을 나왔다. 싸늘한
공기가 얼굴에 확 느껴졌다. 이제 새벽에나 다시 이 방으로 들어 가 한번 더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청년을 대해보니 긴 밤 받고 뿌리 뽑는다고 짧은 밤 뛰는 것에 시비를 걸 타입은
전혀 아닌 것 같았다. 또 비록 한번 했지만 그것이 주변의 다른 여자들에 비해 인상저인
서비스를 해 주었다는 것을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청년이 본전 생각으로 아쉬워
하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청년은 그냥 하염없이 인혜를 기다리다 잠 들 것이다. 아니면 방의 이곳 저곳을 뒤지다
선전용으로 적어 놓은 거짓말을 잔뜩 적어 놓은 그녀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들쳐 보면서
전문대 다니다 가정 형편으로 중퇴하고 몸을 팔아 집 안을 부양하는 불쌍한 방울이란
창녀의 허상을 진짜로 알고 완전히 속을 지도 모른다.
화장실에 가서 몸 안에 들어 온 청년의 잔재를 깨끗이 씻어 낸 뒤, 인혜는 새 팬티를
꺼내 입었다. 세면대 위의 거울에 비쳐 본 자신의 모습은 실제 20 살의 나이보다 적어도
서너 살은 더 들어 보이는 성숙한 여자의 모습 이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그래도 아직은
나이를 제대로 나타내며 지금은 아주 오래 되어 닳아버린 흑백사진 같은 아련한 그녀의
기억과 일치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낯 선 여자의 모습으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었다.
(사실은 이런 여자를 난 몰라..........)
몇 번 마음 속에 뇌까려 본 뒤, 인혜는 바깥 공기가 아까보다 훨씬 추울 것으로 예상
되므로 아예 쉐타를 하나 더 걸쳐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친 뒤 밖으로 나갔다. 찬 바람이
짧은 스커트 안으로 사정없이 밀려 들어 와 하체가 설렁했다. 바지를 입을 걸 그랬나
잠깐 후회 되었지만 그냥 황씨 아저씨의 가게 쪽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걸었다.
큰 길 쪽에는 아직도 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다.
밤이 없는 이 곳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위치한 사창가 청량리 588 번지 였다.
너울거리는 붉은 조명발을 받은 여체는 실제보다 훨씬 더 요염스럽다. 밖의 시린 겨울
날씨와 전혀 상관 없는 뜨거움이 유리 문 안 쪽에 물결처럼 넘친다. 밝은 색의 엷은 나시
티에 짧은 핫 팬츠, 또는 허벅지를 훤하게 드러내며 팬티 끝마저 살짝 내비치는 조그만
천 쪼가리, 초 미니 스커트 차림의 여자들이 비스듬히 벽에 기대고 서 있거나, 긴 의자에
앉아 끊임없이 재잘대다 가끔 보는 이에 대해 서비스라도 하려는 듯 다리를 슬쩍 벌렸다
오무려 은밀한 부위를 찰나에 드러낼 때 동요없이 냉정한 마음으로 그 앞을 지나칠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큰 길 따라 마주보고 늘어선 20 여채의 이 여자 전시실은
여자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쏠쏠한 눈 요기감 이었다.
영업용 택시나 일반 승용차도 여기를 지날 땐 속도를 줄이곤 하였다. 봉림 극장을 지나
청량리로 빠지는 큰 교차로에 신호 대기가 있어 차들이 늘어 선다곤 하지만 그건 한 낮의
경우이고 이 깊은 한 밤에 굼벵이처럼 줄줄이 서행하는 차들이 신호 대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서행하면서, 또는 아예 차를 잠시 멈춘 채 옆 눈길로 여자들의 몸 전체를
슬쩍 훑고 지나가는 시간이 밤에 이 길이 정체 되는 주 원인이었다. 가끔 눈 길을 빨리
제 자리에 원 위치 못 시킨 기사가 있어, 그 와중에도 급한 길을 가고 있는 뒷 차의 경적
소리가 밤 하늘을 시끄럽게 하기도 한다.
대로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꿈에 취해
있는 한 밤에 어디서 나타나는지 남자들은 혼자, 또는 두 어명이 무리를 지어 꾸준하게
붉은 조명으로 함빡 물든 이 길을 지나갔다. 대부분 술 한잔의 위력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모양새였고, 바싹 그들의 뒤를 쫓으며 유혹하는 여자들과의 분주한 실갱이를 보노라면
과연 지금이 깊은 밤 2 시인지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평소 긴 밤 하나에 짧은 밤 두엇은 무난해 다른 티상들에게 질시의 눈초리를 받는 인혜
지만 오늘은 정말 이상할 정도로 손님들이 꼬여 들고 있었다. 가끔씩 대박이 터지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 인 듯 했다. 긴 밤 청년을 방에 숨겨 놓고, 뿌리 뽑으러 나오자
마자 바로 청량리 시장에서 야채 파는 육씨 아저씨의 터덜 걸음과 정통으로 마주친 것
이었다. 육씨 아저씨야 이미 반 년도 넘게 인혜를 찾아 온 단골 중의 단골 이었다. 마흔
도 안된 나이에 주변 머리만 조금 남은 대머리가 우스운 용모이지만 벗겨진 머리만큼
성격이 시원해서 구질구질하게 인혜를 괴롭힌 적이 없었다. 알아서 후하게 꽃 값을 계산
하고, 가끔은 팔던 무우나 배추를 선물이라고 주고 가는 유모 감각도 있어 만나면 즐거운
손님 이었다.
거친 청량리 시장판에서 잔뼈를 굵혀 온 인물인지라 30 중반의 나이에 걸 맞는 탄탄한
체구를 가졌고, 스스로의 남성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호걸 형의
사내가 육씨 였다. 또 한가지 그의 자랑은 군대에서 돌파리 의무병을 협박하여 잔뜩 박아
넣은 귀두의 다마 였다. 그런데 울퉁 불퉁한 괴물 모양의 그의 남성을 접하고 까무러치지
않은 여자 없다고 떠벌이며 자랑하지만 실은 그 다마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고 성가시게
한다고 따돌리는 푼도 몇 있었다. 귀두의 다마는 아무래도 여자에겐 상당한 자극을 주는
지라 하루에 여러 명 남자를 상대하다 보면 프로일지라도 가끔은 몸이 동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육씨 같은 남자와 접하면 어쨋든 부담이 안 생길 수 없었다.
인혜 역시 상당한 프로이지만 초 저녁부터 벌써 6 번 째 남자를 받게되니 육씨 아저씨에
이르러서는 특유의 다마 박힌 귀두 때문에 약간의 간지럼같은 희열이 하복부에서 스멀
거리며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오랜만에 맛 보는 짧은 희열이고 오늘은 기분이
꽤 좋은지라 인혜는 궂이 그 느낌을 억 누르지 않았다.
남자 중에는 여자 다루기에 상당히 능숙한 손님이 있어 인혜도 절정에 오를 때가 가끔
있다. 물론 지금에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주 드물게 손님과 같이 홍콩 여행을 하지만
어리숙했던 초기에는 하루에 대 여섯 손님이 들면, 마지막 손님이 들게 되면 인혜 자신이
먼저 진 빠져 축축 늘어졌던 부끄러웠던 기억이 꽤 많이 쌓여있다. 손님에게 일일이 쾌감
을 느끼면 몸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일년 반 동안 몸으로 배우고 나서야 비로서 인혜는
몸의 반응을 자유자재로 조절 할 수 있게 되었다. 겉으로는 교성을 지르고 몸을 뒤튼다
하여도 속은 항상 유리처럼 냉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많은 경험을 쌓다보니 자신의 성감대를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으므로 짜릿한 쾌감을
받고 싶으면 직접 자위를 하여 그 희열을 느낄 수 있으므로 굳이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
그런 쾌감을 구걸 할 필요가 없었다. 즉 그녀의 몸에 분포된 성감대는 꼭꼭 숨게 되어
버렸다. 그것은 단골 중에서도 정말 좋은 사람과 긴 밤을 맘 놓고 편안히 보낼 때, 혹은
그녀 자신이 쾌감에 쩔어 보고 싶을 때나 개방 되는 그런 성감대였다.
잠깐이지만 나른한 짧은 쾌감이 인혜의 몸을 훑고 지나간 것을 육씨 아저씨도 눈치 챈
듯, 우쭐해져서 더욱 굳센 힘으로 인혜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었다. 프로인 인혜를 절정
으로 끌어 올린 것이 사내로서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갖는 것으로 생각한 듯 그는 가뜩
이나 더운 방의 공기를 펄펄 끓어 올리며 땀투성이가 되도록 분투했다.
잠시 짜릿한 쾌감에 몸을 맏겼지만 곧 평정을 회복한 인혜는 육씨 아저씨의 자랑스럽게
달아오른 오만을 식혀 줄 이유는 없으므로 드물게 젖어 버린 자신의 하체를 마주 흔들고
코맹맹이의 요란한 신음 소리로 그의 즐거움에 보조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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