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모 유명 브랜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슬쩍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설마 내 생각이 틀린 걸까 할 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 얼굴을 보고 난 손을 들며 말했다.
“여기입니다, 장혜주 씨.”
그 여자, 장혜주는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차갑고 도도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다가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반갑습니다. 홍성기라고 합니다.”
“....굳이 제 소개는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장혜주에요.”
“예. 식사는 하셨습니까? 여기 조각 케이크가 맛있는 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먹을 건 됐어요. 그런 것보다, 저를 부른 용건이 뭐죠?”
그녀의 말엔 날이 서있었다. 하긴 그럴 것도 그런 게 나는 그녀를 알지만 그녀는 나를 모른다. 그런 사람의 초대에 자연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거기다 나는 그녀와의 통화를 일방적으로 끝냈다.
그녀와의 통화는 이랬다.
‘여보세요. 장혜주 씨죠?’
‘그런데요? 누구시죠?’
‘강형철, 증오하십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장난을 치는 거라면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 끊지 말고 잠깐만 들어보시죠. 저는 강형철 그놈을 파멸시킬 놈입니다. 만약 당신이 강형철 또는 그 일가에 원한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의 회사 앞에 있는 oo 카페에서 6시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누구인지는 그때 알려주도록 하죠.’
‘잠깐 당신 누구...’
그걸로 끝. 아마 그녀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전화를 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일지, 이것이 강형철이 파놓은 함정은 아닐지.... 그리고 결국 이곳에 왔다는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에게 협력을 해주세요.”
“무슨 협력을 말이죠?”
“강형철과 그 일가에게 타격이 될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그럼 제가 실행에 옮기도록 계획을 짤 테니까요.”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망설임이 남은 것이겠지. 이럴 땐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된다. 장사를 하며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상대방에겐 침착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 아까 주문해둔 조각 케이크가 나왔기에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작은 포크를 들고 조각 케이크를 조금씩 먹어갔다. 과연 주위에서 케이크가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카페답게 생크림의 달콤함이 입안에 부드럽게 녹았다.
케이크를 다 먹고, 커피로 입가심을 할 때쯤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정한 것이다.
“생각은 많이 하셨습니까?”
“네. 그래도 모르는 부분이 있군요.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복수에 연연하는 거죠?”
“.....”
글쎄... 그녀의 말에 난 눈살을 찌푸렸다. 나에게 있어서 복수는 당연한 것이어서 ‘왜’라는 이유가 나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녀를 설득하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의 구질구질한 일을 직접 입으로 말하기도 싫었다.
작은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정리한 나는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말입니다. 저 하늘이 공평한 놈인 줄 알았습니다. 고생한 놈에게 복이 온다고, 전 한달 전까지만 해도 그 말을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하늘은 사실 뒤통수나 치는 더러운 놈이었습니다. 그동안 고생고생하며 겨우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강형철 그놈이 그걸 뺏어갔거든요. 아 물론 그놈은 별 생각 없이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그놈이 생각 없이 던진 돌덩이가 일으킨 파문이 생각보다 컸거든요. 그 파문이 해일이 되어서 제가 지금까지 고생하며 이룬 탑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렸습니다.
폭삭 무너진 모래성을 보며 제가 무엇을 생각했을 거 갔습니까? 당연하죠. 복수! 적어도 저에겐 놈을 파멸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
장혜주의 표정이 변해있었다. 맹수를 눈앞에 둔 사람의 얼굴이라고 해야 될까.... 왜 그러나 했더니, 손에 쥐고 있던 포크가 기이하게 휘어져 있었다.
휘어진 포크를 놓으며 어색하게 웃은 나는 어깨의 힘을 풀며 그녀를 보았다. 내가 할 것은 다 했으니 이제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갈등하던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한 것이다, 나의 제안을.
그녀는 자신의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좋습니다. 협력하죠.”
****
그 날을 뒤로 나는 장혜주와 두 번을 더 만났다.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와 자료를 나에게 넘겨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나에겐 꽤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강형철의 뒷배를 봐주는 조폭이 있다는 것이다. 보아하니 그쪽 놈들과 호형호제 한다는데, 놈이 마음 놓고 망나니짓을 하는 것엔 뒷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두준이 형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던 정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알려준 정보엔 다른 것이 있었다.
‘강형철의 아버지.. 강백철은 사업적으로 불필요한 일들을 그 조직을 통해 해결해 왔어요.. 서로 거래를 해오며 힘을 불린 거죠. 강형철의 뒷배를 봐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요.’
‘좋은 정보인데..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까?’
나의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던 장혜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강백철에겐 애인이 있어요. 부인과 사별하고 육체적인 관계를 맺는 사이인데, 이 여자가 좀 이상했던 거 같아요.’
‘이상하다니.. 어떻게 말입니까?’
‘음... 우연히 본 건데, 전에 강형철이 예의를 갖추며 인사하던.. 조직의 우두머리와 같은 차에 타는 걸 봤어요. 아무래도 보통 사이는 아닌 거 같았는데 강백철은 그 사실을 모르는 거 같더군요.’
거기서 나의 머릿속에서 번쩍하며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겁니다!’
‘예, 예?’
‘그 애인이라던 여자,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지 아십니까?’
그리고 난... 차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도 추운데 히터도 키지 않고 차 안에 있는 다는 게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으슬으슬 떨리는 몸을 문지르며 나는 나오지 않는 누군가를 욕하고 있었다.
“에이 씨발... 존나 춥네... 언제 나오는 거야..”
그렇게 한 동안 더 기다린 뒤에야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여자를 보고 나는 눈을 빛냈다. 드디어 나온 것이다, 물고기가.
가슴이 넓게 파인 짧은 원피스에 작아 보이는 가디건을 입은 여자는, 높은 구두를 신고 자신의 차에 탔다. 겉보기엔 매춘부 같은 모습이지만 탑승한 차를 보면 억소리가 나는 고급 승용차였다.
여자의 이름은 김수진, 강백철의 애인이었다.
“씨바.. 놓칠 수야 없지.”
나도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김수진의 뒤를 쫓아갔다. 최대한 은밀하게... 들키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시내의 미용실이었다.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있는 유명한 미용실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내린 김수진은 미용실에 들어가 예약이라도 한 건지 곧바로 머리를 손보기 시작했다.
2층이었지만 투명한 유리였기에 김수진의 모습을 놓치지는 않았다. 차에서 대기하며 가만히 김수진이 머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짧은 치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꼰 그년은 도도한 표정으로 머리를 하고 있었다. 몸이나 파는 년이라기엔 지나치게 교만스럽다... 강백철이 주는 돈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확실한 것은 김수진의 자태는 지나치게 요염하다는 것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년의 모습을 보고 멈춰서 멍하게 그 다리를 훔쳐보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머리를 끝낸 김수진은 다시 차에 올랐다. 바뀐 점이라면 싸구려 매춘부에서 고급 매춘부로 변한 것 같다고 할까.... 사람을 홀리는 여우같은 년이었다.
그 다음 도착한 곳은 유흥가였다. 차에서 내리는 김수진을 보며 이번엔 또 무슨 짓거리를 하나 봤더니.. 왠 걸 한 남자를 보더니 그놈에게 안기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조수석에 올려둔 디지털 카메라를 들었다.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얼굴을 잡아준다는 최신형 카메라였다.
-찰칵.
사진 한 장으로는 부족한가 싶어 연속 촬영으로 그 모습들을 찍었다. 양아치 같이 생긴 놈의 품에 안기던 김수진은 이내 길거리에서 대놓고 입맞춤을 했다. 순간 당황해서 카메라를 놓칠 뻔 했지만 실수하지 않고 찍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두 연놈은 팔짱을 끼고 모텔에 들어갔다. 잊지 않고 그 모습을 확실히 찍어 뒀다. 아마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남자의 얼굴은 두준이 형님이 보내준 강형철의 뒷배를 봐주는 조직의 우두머리와 같은 놈이었다.
“후후..”
저장된 사진들을 보며 난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제값을 하듯 선명하고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잘 나왔다. 이제 미끼는 준비되었다. 남은 것은 물고기를 낚는 일이었다....
****
두 시간이 지나서야 연놈들은 모텔에서 나왔다. 다시 한 번 입맞춤을 나눈 김수진은 그대로 남자와 헤어졌다. 자신의 차에 타려는 그년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수진의 휴대폰 번호 역시 두준이 형님이 준비해 준 것이었다.
몇 차례 신호음이 가더니 전화가 온 걸 눈치 챈 김수진이 자신의 백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전화는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김수진씨.”
-....누구시죠?
“아, 제가 누구인지는 아직 조금 있으면 아시게 될 겁니다. 사장님과 함께 볼 거니까요.”
-예, 예?
당황해 하는 김수진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숨죽여 웃으며 통화를 계속했다.
“지금까지 당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요? 어디서 말이죠?
“oo거리 oo모텔 앞에서 말입니다.”
-.....!
김수진이 숨을 죽이는 게 들렸다. 그리고는 주위를 살펴보는데, 그런 김수진을 보며 통화를 끊고 차에서 나왔다.
“안녕하신지?”
차에서 나오는 나를 보며 놀란 김수진을 보고, 난 히죽 웃으며 말했다.
*****
나와 김수진은 모텔에 들어섰다. 아까 그 남자와 들어갔던 모텔에 말이다. 김수진은 나를 보며 긴장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텔 방을 잡고, 안에 들어가 침대에 털썩 앉았다. 김수진은 굳은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누구시죠?”
“이름은 사정상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것만 밝혀두죠.”
“사장님..?”
“아시면서 뭘 물으시나.. 강백철 사장님 말입니다. 설마 여기서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죠?”
“.....!”
김수진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나의 거짓말에 덜컥 겁을 먹은 것이다.
“오, 오빠가요?”
“예. 사장님께서 당신의 뒤를 캐라는 명령을 하셔서... 하여튼 일이 이렇게 됐으니, 애석하게 됐군요.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게 생겼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번호를 눌러, 통화를 하는 척을 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눈치 챈 김수진이 달려와 휴대폰을 뺏어 휴대폰과 배터리를 분리해 버렸다. 휴대폰을 뺏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것은 미끼였기에 나는 웃으며 김수진을 보았다.
“무슨 짓이죠?”
“오, 오빠.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다시는 그 남자 안 만날 테니까... 네? 그러니 제발 한번만 넘어가주시면 안될까요?”
그녀는 무릎을 꿇고 내게 애원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폭이라지만 강백철은 국내에서 순위에 드는 거대 기업의 사장이었다. 강백철이 손짓만 하면 이런 지방 조직 따위 사라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창백하게 질린 김수진을 보며 나는 표정을 굳혔다. 여기서 일이 잘못됐다간 복수는 말 그대로 물 건너가는 것이다.
“그건 곤란한데요..”
“제, 제발! 무슨 짓이라도 할 테니까..!”
거의 다 넘어왔다. 더 이상 튕기기는 무의미했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보다,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거래를 하는 겁니다.”
“거래..요?”
“네. 안 그래도 요즘 그놈들이 주제를 모르고 너무 설쳐서요. 사장님도 골머리를 아파하십니다. 정리를 해야 되는데... 그렇다고 해도 놈들이 지금까지 저희와 해먹은 게 많아서 말이죠. 증거를 없애려면 그 계약서들을 다 지워야 하는데..”
여기까지 말하면 머저리가 아닌 이상 무슨 뜻인지 알아챘을 것이다. 과연 머저리는 아닌 듯 김수진은 눈을 빛냈다. 자신의 목숨과 그들을 저울질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죽을 의리는 없는 모양이었다.
“예,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 그... 사무실에 있는 책상의 서랍에 무언가를 넣는 걸 봤어요! 아마 계약서가 확실할 거에요!”
필사적으로 말하는 김수진을 보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예. 이걸로 거래는 이루어졌습니다. 만약 당신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럴 일은 없으니까 제발...”
“믿습니다. 그러니 울지 마시죠. 이 정보를 얻은 사장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그래도 믿음이 안 간다면..”
눈물을 흘리는 김수진에게 말하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두 눈을 껌뻑거리며 나를 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은 나는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
“공범이 되도록 하죠. 그럼 되겠죠?”
멍한 눈으로 있던 그녀가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눈을 빛냈다. 확실히 나에게 족쇄를 채우는 쪽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물론이죠.”
김수진의 얼굴이 변했다. 방금까지 울던 여자는 어디가고, 고급 매춘부 같은 요염한 얼굴로 변한 것이다. 그녀가 두 손으로 나의 팬티를 잡고 천천히 내렸다. 축 늘어진 나의 양물이 드러났다.
“붉네요..”
김수진이 내 양물을 보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내 양물은 평범한 것보다 훨씬 붉었다. 어렸을 적 홍좆이라고 놀림 받았을 때도 이런 이유가 한몫했다. 그녀는 내 좆을 잡고 천천히 쓰다듬더니 이내 혀끝으로 귀두 끝을 살짝 핥았다.
“으..”
무심코 탄성을 질렀다. 내 양물은 어느새 크게 발기하고 있었다. 두 달 동안 원치 않은 금욕 생활을 했더니 작은 자극에도 민감해졌다. 그런 내 반응을 즐기는 것인지 김수진은 천천히 내 좆을 입으로 머금었다. 그리고는 사탕을 먹는 것처럼 쪽쪽 거리며 핥기 시작했다.
쪽.. 쪽.. 쩝.. 후륵..
“좋아요..?”
내 양물에서 입을 땐 김수진이 한 손으로 기둥을 흔들어주며 물었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그녀의 입으로 하는 애무는 기분이 좋았다. 결혼 생활 때 가끔씩 해주던 이예선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분이 좋은지 김수진은 웃으며 내 몸을 침대 위로 무너뜨렸다. 그리고 위로 올라타 나를 내려다보며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제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여자는 요물이었다. 천성적으로 사람을 홀리는 여자였다.
내 위로 올라탄 그녀는 몸을 밀착시키며 젖가슴을 비볐다. 풍만한 유방이 가슴에 비벼지자 생각 외로 기분 좋은 느낌에 한 손으로 그녀의 유방을 만졌다. 부드럽고 탄력적인 가슴이었다.
“흥..”
내 손길에 그녀가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귓가에 퍼지는 뜨거운 숨결이 기분을 묘하게 한다. 머릴 들어 나와 눈을 마주친 김수진이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과 뜨거운 혀가 들어와 내 입 안을 유린했다.
“음..”
“으음...”
쩝...쩝... 후륵.. 후르륵...
입을 떼자 타액으로 섞인 긴 다리가 혀와 혀를 이었다. 혀로 입술을 핥는 그 모습이 그렇게 색정적일 수가 없다.
“어때.. 기분 좋아요?”
그녀가 상체를 일으켜 내 양물을 그녀의 보지 균열에 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허리를 흔들어 댔다. 미칠 것 같았다. 균열 틈새로 느껴지는 뜨겁고 끈적거리는 느낌이 기둥을 훑고 지나가 귀두 끝에 걸렸다. 콩알 같은 클리토리스는 귀두 끝에 비벼져 지금껏 맛보지 못한 쾌락을 선사했다.
“어머... 이렇게나 커졌네..”
김수진이 내 커진 양물을 보며 감탄했다. 붉은 좆에 굵은 혈관까지 보이자 그것은 무서워 보일 정도로 기괴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 그런 좆을 보며 침을 삼키더니 허리를 들어 균열에 귀두를 맞추더니,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아흥... 아...”
“으..”
순간 엄청난 쾌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발가락부터 무언가가 전류처럼 척추를 타고 골수까지 퍼졌다. 지금껏 섹스를 적게 해온 것도 아니지만, 이런 쾌락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째서 사람들이 사창가 같은 곳에 가서 기교가 높은 여자와 노는 건지 이해할 것도 같았다.
“굵어... 좋아요.. 이런 거 처음이야.. 아..”
김수진은 내 양물이 상당히 마음에 든 듯 했다. 그녀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지 속은 뜨거운 물에 담가둔 수건으로 좆을 감싼 것처럼 뜨거웠다.
탁.. 탁.. 타악.. 철썩..
“아흐.. 앙.. 좋아.. 좀 더.. 허리를 흔들어 주세요.. 아.. 미칠 거 같아.. 정말..”
“으..”
그녀의 엉덩이와 내 허벅지가 부딪치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보지에서 나오는 음란한 물은 용두질을 하며 쉬지 않고 튀었다. 나는 신음이 나오는 걸 참으며 그녀의 말대로 허리를 흔들었다.
“아.. 앙... 아아!! 벌써 갈 거 같아.. 뭐야 이 자지.. 정말.. 흐으.. 최고잖아!”
김수진의 엉덩이가 리드미컬하게 흔들렸다.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열정적이었다. 이예선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뜨거움을 생각지도 못하게 느끼고 있었다.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나도 슬슬 사정감이 폭발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도 간다..!”
“아.. 아으.. 아아아아!!”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며 애무하던 김수진이 절정을 느끼며 허리를 뻗뻗하게 세웠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보지에서 나온 뜨거운 애액이 분수처럼 내 배를 적셨다.
“으..!”
결국 나도 김수진의 질 깊숙한 곳에 사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오랜만에 하는 사정이라 그런지 정말 쉬지 않고 정액이 나왔다.
“아.. 아.... 좋아.. 너무 좋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자궁에 들어오는 정액을 느끼며 김수진의 눈이 하얗게 뒤집혔다. 그리고 나의 위로 쓰러졌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는 김수진의 젖가슴을 만지며 사정감을 즐겼다. 정말 최고의 쾌락이었다. 좆을 빼자 보지의 균열에서 백탁의 젤리처럼 진한 정액이 새어나왔다. 설마 임신해 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그대로 몸을 누웠다.
생각지도 못하게 최고의 밤을 보내게 되었다.
나는 담배를 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어둑어둑해진 저녁이었다. 문뜩 어젯밤에 느낀 쾌락을 떠올렸다. 김수진, 그 여자와의 하룻밤은 정말 계획에 없던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지 않았다면 후회를 할 정도였다. 일을 치른 뒤 김수진에겐 강백철에게 연락하지 말고 일주일간 조용히 지내라고 말해뒀다.
필터까지 다 타버린 담배를 튕기고 다시 담배를 물려고 할 때, 뒤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회색 아반떼가 오고 있었다. 담배를 다시 갑에 넣고 주머니에 챙겨뒀다. 내 앞에서 멈춘 아반떼는 시동이 꺼지며 두 남자가 왔는데, 며칠 전에 본 홍천이 녀석과 정두였다.
두 녀석은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다가왔다. 특히 홍천이 녀석은 테이프로 입구를 봉한 종이백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나에게 넘기며 말했다.
“말씀하신 거 다 가져왔습니다.”
“...수고했다. 구하기도 힘든 건데 내가 무리한 걸 부탁했구나. 네들이 고생이 많다.”
“고생이라니, 아닙니다. 더 시키실 건 없습니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홍천이 녀석은 날 너무 부담스럽게 대한다. 상전을 모시는 듯한 태도는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고치질 않아 지금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품에서 꺼낸 두툼한 갈색 봉투를 내밀었다.
“됐다. 이제 필요한 건 모두 준비된 거 같으니 니들도 들어가서 푹 쉬어라. 두준이 형님에게 안부 전해주고. 자, 이건 대금이다.”
“형님, 대금이라뇨.. 필요 없습니다.”
녀석이 거부했지만 난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손에 쥐어주었다. 평소엔 그렇게나 무표정이던 녀석이 당황해하는 게 웃겨서 보기가 좋았다. 나는 홍천이 녀석이 건네준 종이백을 들고 차 문을 열었다.
“그럼 가보마. 일이 급하거든..”
“...형님.”
“응?”
차에 타려던 나는 홍천이 녀석의 말에 멈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녀석은 왠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으신 겁니까?”
“...뭐가?”
“...아닙니다. 살펴 가십시오.”
녀석이 고개를 숙이자 정두 녀석도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싱겁다는 듯이 피식 웃고 차에 탔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는데 백미러로 홍천이 녀석이 보였다. 그 모습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차 시계를 확인했다.
7시 30분.
강형철의 여동생, 강예진을 낚을 시간이었다.
****
홍천은 차를 몰면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평소보다 더 무거운 그의 분위기에 옆에 있던 정두가 조심스레 물었다.
“형님, 뭐 걱정되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걱정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다 임마.”
“홍성기 형님..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정두의 말에 홍천은 말없이 차를 몰았다. 그 모습에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한 정두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홍성기 형님은 예전엔 어떤 분이셨습니까?”
“뭐?”
“아니.. 그분이야 소문만 무성하니까요. 혼자 조직 하나를 부셨다거나.. 사람 고기를 즐겨 먹는다거나..”
홍천은 대답하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대답을 듣는 걸 포기한 정두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그때, 홍천의 말소리가 들렸다.
“사람 고기 먹는다는 건 뻥이고.. 조직 하나 부신 건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다.”
“예?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그 둘 중 하나였거든.”
“....예?”
정두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그런 정두를 무시하며 홍천은 계속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조직이 어디라고 생각하나?”
“그야 서울에 있는 대산파 아닙니까?”
정두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산파라는 이름을 꺼냈다. 대산파. 전성기가 오래가는 곳이 흔하지 않는 조직계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20년 동안 그 자리를 놓아주지 않는 거대 조직이었다.
정치, 부동산 쪽에도 손을 뻗어 그야말로 최고의 권력과 부를 손에 쥐고 있는 대산파였다.
“그래 대산파지.. 성기 형님이 그 대산파 출신이셨다. 그것도 우두머리 다음으로 자리가 높은 분이셨지.”
“....!”
정두가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본 성기란 인물은 평범한 아저씨일 뿐이었다. 그저 주먹에 있는 굳은살을 보고 소문만큼은 아니더라도 평범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산파의 넘버 투라면, 보통 인물을 떠나 정두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것이었다.
“사실입니까..?”
“물론. 그러던 중 두준이 형님이 맡은 일 중에 하나가 성기 형님의 뒤를 캐는 거였지. 그러다 어쩌다 보니 두 분이 친분을 쌓고 지금까지 온 거다.”
“그렇군요..”
정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차는 붉은색이 된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춰선 상태였다. 핸들을 잡고 앞을 주시하던 홍천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한 16년 전쯤에 그 일이 일어났다.”
“그 일이라면..?”
“성기 형님과 아주 친해 동생으로 삼은 녀석이 당시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대문파에게 습격을 당했다. 병원에 실려 갔지만 결국 숨을 거뒀지.”
“동대문파라면..”
정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산파가 나타나기 전까지 서울에서 모든 권력을 잡고 있던 조직이 동대문파였다. 그리고 홍성기에게 홀로 무너졌다는.... 그 조직이었다.
“그래 그 동대문파를 말하는 거다. 당시 성기 형님은 누구도 말리지 못했지. 두준이 형님이 미친 짓 하지 않게 잘 보라고 해서 봤더니 장도리 하나 들고 동대문파에 쳐들어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 당황해서 같이 따라간 나도 미친놈이었지.”
“....”
“그런데... 성기 형님은 괴물이었다. 장도리 한 방에 잘하면 병원행... 잘못하면 그대로 죽었지. 피를 온몸에 흠뻑 묻히고 웃는 그 모습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뒤늦게 들어온 두준이 형님도 그 모습을 보고 말을 하지 못했지.”
말을 하다 말고 창문을 내린 홍천은 찬바람으로 머리를 식혔다. 그때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다. 그야말로 피에 굶주린 야수가 따로 없었다. 몸에 상처를 입어도 달려들어 장도리로 내리치는 그 모습은....
“그런데... 아까 성기 형님을 볼 때 말이다. 마치 동대문파의 홀로 들어가기 전... 16년 전의 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
“....!”
정두의 표정이 굳었다. 그럼 아까 홍천이 물어본 말이 그런 뜻이란 말인가.... 어느새 신호등의 불은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홍천은 액셀을 밟으며 한숨을 쉬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잠자는 야수를 깨웠으니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이성을 잃은 맹수는... 아무도 막을 수 없거든.”
*****
나는 붉은색 페라리를 쫓아가고 있었다. 되도록 멀리서.. 미행한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이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곳이 나오자 긴장하며 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붉은 신호등 때문에 붉은 페라리가 멈추자, 지금이 두 번 없을 기회인 걸 깨달은 나는 액셀을 밟아 차를 박았다.
쿵!
안전벨트를 했기에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벨트를 풀고 차에서 나오자 붉은 페라리에서도 사람이 나왔다. 젊은 여자였다....
“아 정말... 운전을 어떻게 하시는 거에요.”
얼굴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다. 강예진, 강형철의 동생이었다. 강예진은 뒷목을 잡으며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나는 미안하단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이구, 죄송합니다. 잠시 정신을 팔아서 그만...”
“아 됐어요. 이 차 비싼 건데... 아저씨 번호 주세요. 보험할 테니까.”
“하하, 그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휴대폰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
당황한 강예진이 몸을 돌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거리를 벌리기엔 늦은 상태였다. 그것, 전기충격기는 띠디디딕 거리는 소리를 내며 강예진의 몸을 눌렀다.
“꺄.... 읍...”
손으로 입을 막아 비명을 지르는 것을 막았다. 눈을 크게 뜬 강예진은 이내 고개를 내렸다. 기절한 것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기에 강예진을 어깨에 메고 차 뒷좌석에 눕혔다. 그리고는 강예진의 페라리에 타서 차를 숲속에 주차했다. 차도 사람도 잘 오지 않는 길이라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서둘러 내 차에 달려갔다. 다행히 강예진이 깨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준비해둔 밧줄로 몸을 결박하고 청테이프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차를 몰았다...
*****
나는 전날에 미리 봐둔 창고에 차를 세웠다. 원래는 공장을 하던 곳이었지만 부도가 나서 이렇게 자리를 비운 곳이었다. 그런 곳을 내가 사들여 지금은 다른 사람은 모르는 비밀 공간이 되었다.
나는 강예진을 업고 창고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혔다. 힘없이 의자에 늘어진 장예진의 결박을 풀고 이번엔 손과 다리를 수갑을 이용해 의자에 묶었다. 그리고는 압박 벨트로 의자 중앙과 허리를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 의자는 병원에서 쓰이는 의자였다. 다른 의자보다 굽히거나 벌리기가 쉬워 이 의자를 가져왔다.
“흠.. 다 된 거 같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트에서 사온 생수를 물통에 부었다. 입구가 작아 나오는 양이 많지 않자 칼로 중앙을 째서 콸콸 나오게 했다. 세 통을 비우자 물통엔 어느 정도 물이 찼다.
그리고는 물통을 들어, 강예진에게 그대로 부었다.
철썩!
물이 그대로 강예진의 얼굴을 강타했다. 덕분에 옷도 축축히 젖어버렸지만 효과는 있는지 강예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읍...?”
“일어났소?”
눈꺼풀을 바들바들 떨며 눈을 뜬 강예진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이내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읍! 으읍!”
“아차, 테이프를 뗀다는 걸 깜빡했군.”
나는 강예진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때주었다. 입이 벌겋게 됐지만 강예진은 당황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다, 당신은 누구세요?!”
“내가 누구인지는 차차 알게 될 거고, 그냥 당신에겐 원한이 없다는 것만 알아두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칼을 꺼냈다. 사시미 같은 나이프였는데, 그것을 본 강예진이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느끼는 거겠지.
“사, 살려주세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테니까..!”
“응? 아니, 죽이지 않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돈도 필요 없소. 내가 원하는 건 강형철의 파멸이니까.”
“강형철.... 그 인간이 또 무슨 짓을..”
강예진은 강형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래도 사이가 좋지 못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강형철은 소문난 망나니지만 강예진은 아니었다. 뛰어난 재능으로 이미 회사의 다음 사장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애비인 강백철도 아들 보다는 딸을 신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내가 알바 아니었다. 천천히 칼을 접근시키자 강예진이 몸을 비틀었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구속되어 있었기에 쓸데없는 몸부림이었다.
“히, 히익!”
“움직이면 다칠지도 모르니 가만있는 게 좋을 겁니다.”
천천히 강예진의 옷을 찢었다. 물을 먹어서 그런지 찢는 게 쉽지 않았다. 상체는 반을 찢어 젖가슴과 배가 그대로 보이게 되었고, 바지는 가랑이 부분만 찢어 팬티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아까 홍천이 녀석이 준 종이백을 꺼냈다. 속을 뒤적거리자 작은 병 두 개가 만져져 그것들을 꺼냈다. 하나는 찰랑거리는 물 같은 액체가 들어있었고, 하나는 가루가 들은 병이었다.
그 중 액체가 든 병의 뚜껑을 땄다.
“무, 무슨 짓을..?”
겁먹는 그녀의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턱을 잡아 입을 벌리게 해, 그 액체를 쏟아 넣었다. 병을 흔들어 남김없이 마시게 하고 입을 닫게 해 손바닥으로 뱉지 못하게 막았다. 꿀꺽 거리며 그녀의 목이 액체를 넘기는 것을 본 나는 그제야 손을 뗐다.
켁켁 거리며 기침을 한 강예진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았다. 그런 그녀를 무시하며 이번엔 가루가 든 병의 뚜껑을 열고 손으로 가루를 찍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가루가 묻은 그 손을 그녀의 보지 속으로 넣었다.
“꺄, 꺄아아악!”
“다행히 처녀는 아니군요. 큰 고통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번엔 손에 병 안에 든 가루를 모두 털어내고 그녀의 음부에 모두 발라내었다. 처음엔 계속 비명을 지르던 강예진은 이내 얼굴을 붉히더니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설마 이거..?”
“네. 최음제입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짜가 아니고, 진품이지요.”
“대체 무슨 짓을..?”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이번엔 종이백에서 다른 것을 꺼냈다. 그것을 본 강예진이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분홍색의 바이브레이터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보지에 바이브레이터를 꽂았다. 강예진의 보지는 막힘없이 그것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히익...!”
기구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우우웅 거리면서 그녀의 보지에 박힌 바이브레이터가 이리저리 휘적 거리는 게 보였다.
“아!”
강예진은 몸을 비틀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밑에서 애액을 줄줄 흘리는 것을 보니 가볍게 가버린 거 같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저랑 내기를 하죠.”
“....?”
“쾌락에 굴복할지 안할지 내기를 합시다. 만약 쾌락에 굴복한다면 당신이 지는 것이고 굴복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이기는 겁니다. 이긴다면 무사히 나갈 수 있겠지만, 진다면... 벌을 받을 겁니다.”
“어째서... 이런 짓을...”
“이유야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쾌락에 넘어간 그녀를 보니 그놈의 가족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 그럼 잠시 뒤에 보죠.”
그렇게 말하고 나는 구멍이 송송 뚫린 재갈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창고를 나왔다. 문을 닫을 때 무언가를 깜빡 잊었던 나는 이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참. 이 주위엔 사는 사람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으니 헛된 희망을 품고 있다면 일찍 깨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가져가죠.”
내가 그녀에게 보여 준 것은 그녀의 휴대폰이었다. 문을 닫으며 언뜻 본 그녀의 모습은, 절망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강예진의 애비인 강백철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고 온다는 내용으로 보내고, 배터리를 분리해 산속으로 던졌다. 그리고 차에 탄 나는 곧바로 시동을 걸어 창고를 벗어났다....
****
나는 유흥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 차를 주차했다. 차에서 나와 눈앞에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찬식 상회. 강백철과 거래를 한다던 그 조직이었다. 불이 켜진 것을 보니 아직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썼다.
문에 손을 대서 쉽게 밀리는 걸 보니 잠그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문 앞에는 덩치 큰 놈이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천천히 다가가 재빠르게 놈의 입을 막고 전기충격기를 썼다. 생각보다 요긴하게 쓰이는 전기충격기였다.
놈을 조심스레 바닥에 뉘이고 문을 살짝 열었다. 담배냄새가 문틈 사이로 풍겼다. 살짝 엿보니 보이는 건 세 명... 놈들은 모여서 포커를 하고 있었다.
문을 활짝 열자 당황한 놈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서려 했다. 달려간 나는 탁자를 강하게 밀어내 중앙에 있던 놈을 뒤로 자빠지게 했다. 그리고는 품에 있던 장도리를 쥐고 오른쪽에 있던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피가 튀며 놈의 머리가 움푹 들어갔다.
“씨, 씨발 이 새끼 뭐야!”
왼쪽에 있던 놈이 허겁지겁 주머니에 있는 나이프를 꺼냈다. 장도리로 나이프를 쥔 손을 찍자 놈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움켜잡았다. 그걸로 끝. 나는 놈의 뒷통수에 장도리를 박아 넣었다.
“으, 으아..”
탁자에 맞고 뒤로 넘어진 놈이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나를 보았다. 내가 가까이 가자 일어나지도 못하고 뒤로 도망쳤는데, 달려가 가슴을 걷어차 발랑 넘어진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이빨 몇 개가 나갔지만 신경 쓰지 않고 놈의 턱을 잡았다.
“으, 으으...!”
공포에 떤 놈이 발버둥 쳤지만 내 악력을 이기지 못했다. 그대로 장도리를 높이 들었다. 놈의 눈이 커지는 걸 보며, 그대로 미간을 후려쳤다.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며 잡았던 턱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사장이란 명패가 있는 자리에 다가갔다. 서랍을 열었지만 텅 비어있었다. 설마 속은 건가? 하고 생각할 때 맨 아래 서랍이 잠겨있다는 걸 알았다.
시간이 없다. 장도리를 들어 열쇠구멍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한 번으로 되지 않았기에 계속 내리치자 형편없이 찌그러진 서랍에 손을 댔다. 열렸다...!
서랍을 열자 그 안에는 수많은 파일철이 보였다. 일일이 확인할 시간도 없기에 그것을 모두 들고 그곳에서 벗어났다.
파일철들을 차의 뒷좌석에 던지고 서둘러 차에 탑승했다. 시동을 걸고 그 거리를 벗어나서야 나는 겨우 한숨을 쉬며 마스크를 내렸다.
성공했다.
*****
다시 창고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축 늘어진 강예진이 있었다. 그녀의 보지에는 아직까지 움직이고 있는 바이브레이터가 물고기처럼 꿈틀 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죽은 물고기 같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천천히 다가간 나는 그녀의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어냈다.
“우와... 이거 보니 사정없이 가버린 모양입니다. 의자 밑에 홍수가 났군요.”
그 말대로 의자 밑에는 엄청난 애액이 고여 있었다. 몇 번이나 가버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강예진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줘..”
“예?”
“박..아........줘..”
강예진의 말에 난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바지의 벨트를 풀며 말했다
“물론이죠. 벌을 받을 시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