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4)

바람난 아내에게 복수하기.

1.

내 이름은 홍성기다. 거시기한 이름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홍좆이라고 놀림을 받아서 이름 가지고 장난치는 놈을 가장 싫어한다. 이름 덕분에 학생 시절엔 괴롭힘을 당했는데 결국 꽤 쉽게 발끈하는 성격이 되었다.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놀리는 놈들이 싫었고, 그래서 중학교 시절부터 좆터지도록 싸움을 했다. 그 뒤로 지역에서 알아주는 싸움꾼이 되고 어쩌다보니 주먹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사랑하는 여인은 있었다. 이예선이라는 이름의 여자였는데 나에겐 아주 과분할 정도로 착하고 매력적인 여자였다.

사랑을 알아버린 나는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기 위해 손부터 씻었다. 한참 전성기일 때 조직을 나간다니 위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어떻게 무사히 조직을 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작은 과일 가게를 열었다. 배운 게 없어서 장사를 하는 건 아주 힘들었다. 옛날엔 주먹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됐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는 결혼했다. 그녀가 나의 프러포즈를 받아주었을 땐 이 세상이 온통 나의 것이 된 것처럼 기뻤다. 내가 그녀를 데리고 부모님을 찾아갔을 때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셨다.

결혼을 하고 작은 가게를 꾸리며 그녀와 나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개차반 같던 성격도 고치며 웃음을 배워갔다. 비록 이상하게도 자식이 태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기쁜 날들을 보냈다.

하늘은 내 편이고 이 행복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어왔다.

어제까지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예선아?”

-미안 여보…… 나 말고 더 좋은 사람 찾아……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네…… 미안.

“아니 미안하단 말만 하지 말고 우리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응? 지금 거기 어디야?”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모든 게 너무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일어난 파국도,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도, 이 씨발 개같은 상황도 말이다.

-미안 성기씨…….

“아니 그러니까 좀! 지금 어디야? 제발 무슨 말 좀 해봐!”

-아이 씨벌 그놈 새끼 참 말 많네. 바꿔봐.

그때 휴대폰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순간 이성이 나갈 뻔했지만 겨우겨우 참으며 말을 이었다.

“자기야? 옆에 누구야,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여보 이만 끊을…….

-아 줘봐. 여보세요. 야 이 새끼야 네 마누라가 잊으라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남자가 집착이 심하면 추해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젊은 게 듣기 좋은 미성이었지만 분명한 건 절대 좋은 목소리는 아니란 거였다. 나는 분을 삭이며 놈에게 물었다.

“너…… 누구냐.”

-알아서 뭐하시게요. 킥킥. 어이 아저씨, 이제 당신 마누라 내 거니까 애꿎게 마누라 찾을 필요 없소. 거 당신 집으로 택배 왔지? 그거 보면 알거야. 그럼 이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봅시다. 하하하!

“여보세요. 야 이 씨발, 죽여버린다 개새끼야!”

고함을 질렀지만 이미 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전화가 끊긴 것이다.

“으아아아아!!”

휴대폰을 벽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예전엔 화가 나면 그녀를 생각하고 참았다. 하지만 이젠? 대체 무엇을 믿고, 참으라는 건가!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미칠 것만 같았다. 거친 숨을 내쉬며 눈앞에 있는 박스를 보았다. 놈이 말한 박스였다. 택배로 이 박스를 받고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가 왔다.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거칠게 뜯었다. 안을 열어보자 하얀 공씨디 통과 노트 한 권이 보였다. 나는 우선 노트를 폈다.

그리고 나의 눈은 찢어질 듯이 커졌다.

노트는 아내의 일기였다.

****

x월 x일.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이 일기를 쓴다. 오늘로 그를 만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술김에 저지른 하룻밤의 실수가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그와의 밤은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남편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 좋음이 그에게는 있었다. 남편이 나를 아끼고 보살펴주는 거라면 그는 야수처럼 뜨거웠다.

-중략-

……남편이 들어왔다. 오늘의 일기는 이걸로 그만하겠다.

***

첫 번째 장은 그걸로 끝이었다.

성기는 눈앞이 핑 도는 느낌을 받았다. 날짜를 보니 작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때 아내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 일기라니,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었다.

성기는 서둘러 다음 장을 폈다.

***

x월 x일

남편에겐 외박을 한다 하고 그와 호텔에 갔다. 그는 짐승같이 날 범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남편에 대한 죄책감도 점점 옅어지면서 그에 대한 갈증이 커져만 갔다.

이 날 난생 처음으로 후장 섹스란 걸 경험했다. 남편에겐 거부했던 나였는데 그에게 다른 처녀를 주고 말았다. 젤을 발랐지만 처음엔 무척이나 아팠다. 그러나 곧 색다른 쾌감이 온몸을 지배하며 나를 미치게만 했다.

새벽까지 나와 그는 짐승같이 서로의 몸을 탐했다.

지금 이 일기는 호텔에서 다녀온 다음 날에 쓰는 것이다. 다행히 남편은 눈치를 채지 못한 듯하다.

****

문득 구토감이 몰려왔다.

그랬다. 분명 이날 아내는 출장이 있다며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날 유독 피곤한 모습을 보이 길래 출장 때문에 그런가 생각했다.

배신감과 절망감이 온몸을 마비시켰다.

다른 페이지도 비슷한 내용이었다. 아내는 어떤 새끼에게 몸을 내주고 쾌락을 탐한다. 그 수위와 쾌락의 강도는 점점 심해지며 나중엔 죄책감 비슷한 글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나의 대한 이야기는 후반부에선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의 손은 멈췄다.

거기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이젠 그가 없인 살아갈 수 없다.

-그에게 함께 떠나자고 했다.

-그가 웃으며 승낙했다.

-그가 이 일기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좋은 생각이 났다며 일기를 달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할 건지는 눈치 챘지만 말리지 않았다.

-이미 나는……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

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머릿속이 멍해진 나는 무의식적으로 공씨디를 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컴퓨터를 부팅시켜 공씨디를 넣었다.

공씨디 안에는 동영상 파일이 있었다. 한 두 개가 아닌 수십 개의 동영상 파일이었다.

그 중 제일 첫 번째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나의 눈은 찢어질듯이 커졌다.

동영상에선 나의 아내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내는 동영상에서 알몸인 상태였다. 그리곤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가리며 이쪽,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이런 거 부끄러워요…… 찍지 마요…….’

‘가만있어봐. 나만 볼 거니까 문제없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통화에서 들은 그 목소리였다. 순간 모니터를 부실 뻔 했지만 주먹을 꾹 쥐며 동영상을 계속 보았다. 놈은 아내의 손을 잡고 치웠다.

아름답고 깨끗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부끄럽다니까…….’

‘됐어. 우와, 진짜 부드럽잖아. 꼭 찰떡을 만지는 거 같아. 예선이 남편은 좋겠네, 맨 날 이런 가슴 만지고.’

놈은 아내의 가슴을 말 그대로 떡 주무르듯이 만지기 시작했다. 놈의 행동에 아내가 야릇한 소리를 냈다. 꼭지를 살살 만지자 점점 발기하는 것처럼 솟는 게 보였다. 그래, 아내는 가슴이 약했다.

‘흐응…… 그런 말하지 마요. 요즘 남편하고는 잘 안하니까.’

‘아니 어째서?’

‘그거야 당신이 내 몸은 자기 거라고 했으니까…….’

‘후, 흐흐흣. 그래 네 몸은 내 거야! 이 젖부터, 모든 게 다!’

까드득.

화를 참자 악문 이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걸 느낄 새도 없이 난 모니터를 응시했다.

잠시 화면이 돌아가더니 이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췄다. 놈의 얼굴이 아내에게 접근하더니, 이내 두 사람은 격렬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입과 입 사이로 얽히는 혀가 보였다.

아내는 입 옆으로 흐르는 침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키스에 열중했다.

쩝…쩝…… 후륵……

그리고 놈의 애무가 시작되었다. 놈은 집요하게 혀를 놀려 아내를 농락했다. 젖가슴부터 시작해 겨드랑이, 배꼽, 허벅지를 지나 이윽고 아내의 깊은 수풀에 도착했다.

놈이 음순 주위를 할짝거리자 아내의 신음은 더 커졌다.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만지거나 구멍을 쑤시자 아내의 숨넘어갈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어서 박아줘.’

‘뭘?’

‘아이참, 자기의 자지를 내 이 보지에…… 박아줘.’

아내가 두 손으로 보지를 벌리며 놈을 유혹했다. 놈은 그걸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좆을 꺼냈다.

‘이거?’

‘응…… 어서.’

‘박기 전에 우선 예선이가 빨아봐.’

‘알았어.’

그리고 무릎을 꿇은 아내는 놈의 자지를 정성스럽게 빨기 시작했다. 두 손을 이용해 한 손은 놈의 불알을 만지고 다른 손으로는 놈의 자지를 잡고 흔들었다.

‘후르륵…… 쩝…… 쩝……’

기분 나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내 고막을 때렸다. 꽉 쥔 주먹은 손톱이 손아귀를 파고들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마 지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졌을 것이다. 흥분하면 내 얼굴은 남들보다 배는 붉어지기에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놈들의 행위는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놈의 자지가 아내의 보지를 박을 때마다 아내는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흔들었다.

나는 멍한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아내인가?

설마 다른 사람을 나는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아는 아내는, 정순했으며 조용했다. 저렇게 색욕에 빠져 자지를 원하며 둔부를 흔드는 음탕한 년이 아니었다.

‘헉헉, 어때 내 자지맛이.’

‘좋아, 너무 좋아! 미칠 거 같아 더 강하게 박아줘-! 아아아!’

‘네 남편 보다 좋아?’

‘응! 당신이 최고야…… 이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

‘후, 후후! 그럼 저 카메라를 봐.’

놈이 아내의 몸을 돌려 카메라를 향하게 했다. 덕분에 모니터에는 아내의 음탕한 알몸이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마약이라도 한 사람마냥 동공이 풀려 있었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인사해야지, 네 남편한테.’

‘아, 아아…… 여보 미안해요…… 하지만 참을 수가 없는걸! 자지가 너무 좋아! 아아! 더 박아줘요!’

‘으, 쌀 거 같아.’

‘저도 가요, 가…… 아아아!! 사랑해요!’

괴성과도 같은 비명을 지르며 아내의 보지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분수처럼 세차가 뿜어지는 액은 카메라까지 닿았는지 영상이 액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영상은 그걸로 끝이었다.

아니 끝인 줄 알았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카메라가 들리며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는 한 남자의 윗 얼굴을 비췄다.

‘잘 봤냐? 네 마누라 보지 끝내주더라. 지금까지 먹어본 여자 중에 제일 맛있는 거 같아. 킥킥.’

그리고는 영상은 아내를 비췄다. 이미 실신한 듯 아내는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놈은 그런 아내를 보더니 키득 거리며 웃고 있었다.

‘네 마누라 내가 잘 먹어줄게. 나중에 서로 재수 없이 만나지는 맙시다. 그럼 이만.’

그걸로 끝.

영상은 끝이었다.

나는 한동안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재킷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내의 취향대로 해변 근처에 지어진 집은 바닷가가 보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치익.

“후우-.”

폐에 스며드는 니코틴이 마음을 가라앉히게 해주었다. 담배를 계속 피며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아까 세게 던졌는데 용케 부서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시는 걸 일이 없을 줄 알았던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익숙한 컬러링이 들리며 신호음은 계속 지났다. 그대로다. 이 악취미적인 컬러링은 바뀌지 않았다.

-여보세요.

그리고 굵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형님.”

-……아니 이게 누구야, 성기구나! 아 새끼 연락 좀 자주하지. 그래 무슨 일이냐.

통화를 한 사람은 내가 전에 일했을 때 연이 닿은 흥신소의 소장이었다. 여러 계기로 친해진 사람이었는데 손을 씻으면서 연락이 뜸해진 사람 중 하나였다.

이 사람의 실력은 전국에서 으뜸이라 할 정도로 최고였다. 그것은 직접 겪어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일엔 이 사람의 도움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다.

“염치불구하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두 연놈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를?

“계집의 이름은 이예선. 사내새끼의 이름은 모르겠습니다만 사진을 보내겠습니다.”

-……너 이 새끼야, 뭔 일 있었나? 갑자기 왜…….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지금 만나실 수 있습니까?”

-그래. 이따 만나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걸로 통화는 끝이었다. 폴더폰을 닫은 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담배 한 개를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바닷가의 경치는 끝내줬다. 아내는 이 경치를 좋아했었다. 지금은 없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 덕분에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 인생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감사해야 할까. 당신 덕분에 더러운 물에서 나올 수 있었고,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은 씨발 개 좆같이 되어버렸다고.

"아 씨발 진짜! 존나 웃기네!"

나는 미친놈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머릿속은 가라앉아 어떻게 해야 복수를 해야 할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결혼 생활을 하며 배운 참을성이란 걸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것을 아내는 알까? 아내, 아니 그년은 내가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를 몰랐다. 그것은 곧 나에게 기회였다.

두 연놈들을 족쳐버릴 기회.

어느새 필터까지 다 타버린 담배를 끄며 나는 중얼거렸다.

"……니네 잡히면 뒤진다.”

가장 처절하게 복수를 할 것이다. 놈에게 마누라가 있으면 나와 똑같이 복수를 할 것이고, 누이가 있다면 그 누이를, 애미가 있다면 애미를 뺏어주겠다. 만약 마누라가 있다면 더 좋다. 그래…… 지금은 웃기겠지. 충분히 웃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좋아할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연놈들이 가장 즐거워 할 때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파국을 맞게 해주겠다.

그때서야 울며 애원해도 이미 늦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

나의 복수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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