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4)

김우영의 시선이 닿은 곳은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 곳도 아닌 공원이라면 응당 있는 공중화장실이다. 그가 앉아있는 벤치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도 보이는 그 공중화장실에 평일 오전부터 할 일이 없어 운동 나온듯한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청년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눈으로 확인한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가 어째서 공중화장실에 신경을 쓰는 걸까?

“잠시 기다려 볼까나?”

김우영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수다 떠는데 정신이 팔린 젊은 유부녀들의 몸매를 끈적끈적한 눈으로 감상하며 조금 전 일을 회상해본다.

아무리 관리가 잘된 공중화장실이여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레 악취가 나고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어지간히 볼일이 급하지 않는 한 공중화장실은 잘 이용하지 않는데, 굳게 닫힌 한 화장실 문 안에는 무언가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남자 화장실 안을 울린다.

“……자! 이걸로 끝!”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한참동안 들려온 그 화장실 안은 놀랍게도 두 사람이나 들어가 있었다. 바로 김우영과 정나은이었다.

그리고 한 건 해냈다는 보람찬 얼굴로 고개를 든 김우영은 장난기 어린 미소로 눈앞에 있는 정나은을 내려다보고 있다. 놀랍게도 눈앞에 있는 정나은은 더러운 공중화장실의 변기에 묶여있다.

“하우응! 아아!”

정나은의 항의하는 목소리는 말이 되지 못하고 원초적인 동물의 목소리 같다. 그 이유는 그녀의 입에 독특한 재갈이 물려있기 때문이다.

“거참 내기에 위배되는 건 하나도 없는데도 그렇게 항의하는 건 왜지? 그냥 묶어둔 것뿐인데. 우리 암고양이도 암묵적으로 동의했잖아? 그렇기에 결국 이렇게 묶인 거고.”

내기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사항들을 몇 개 꼽자면 제 3자의 개입은 금물과 바로 폭력 같은 강제적인 행위다. 정나은은 김우영이 가능한 원하는 데로 가랑이를 벌릴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걸 가급적 들어줘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것도 규칙에서 아슬아슬하지만 그녀가 암묵적이지만 동의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제 3자의 개입은 이뤄졌다는 건 끝까지 비밀로 붙여야 할 텐데 가능하려나?’

얼마 전에 최 사장의 도움을 받아 안정수를 끌어들인 일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결국 그녀만 모르면 되는 것이다. 

‘뭐……솔직히 이 꼴을 보면 항의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무리인가?’

김우영은 내려다보이는 그녀의 꼴을 눈으로 새긴다. 얼마 전 김수진과 안정수를 엮을 때 쓴 장난감 수갑에 양손을 구속된 그녀는 머리 위쪽으로 모아 변기에 묶여있으며, 눈에는 커다란 눈가리개가 덮여 있어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항의하려는 그녀의 입에는 김수진이 썼던 공 모양의 재갈과는 다른 링 모양의 재갈이 물려있다.

‘저걸 물고 있으면 입을 다물 수가 없지.’

재갈이라는 것은 입을 틀어막기 위한 도구임에도 링 모양의 재갈은 입 안에 물린 작은 링 때문에 오히려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참는 것도 힘들며, 무엇보다 지금 정나은이 내는 원초적인 목소리처럼 사람의 말을 앗아간다. 입을 다물 수 없기에 조금씩 흘러나오는 침은 이미 그녀의 턱을 타고 조금씩 흘러내려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그녀의 정장 상의의 단추는 풀어헤쳤으며 하얀 와이셔츠 단추도 위에서 몇 개 풀러 가슴골까지 노출되어 있다. 변기 위에 들어 눕다시피 된 그녀는 다리를 완전히 접어 무릎 아래를 단단히 묶어 다리를 피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한 치의 빈틈없이 맞닿아 고정되다보니 자연스레 가랑이 사이는 M자로 벌어져 여자로써 너무나도 치욕스런 모습이다.

‘하필 오늘따라 하얀 정장을 입고 와서 그런지 더 눈에 띄는군.’

햇빛조차 잘 스며들지 않는 남자 화장실 안에 하얀 정장차림의 커리어 우먼이 터무니없는 몰골로 묶여있다. 김우영은 마지막으로 준비해온 성인의 장난감인 딜도를 꺼내든다. 치욕적으로 벌어진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검은 스타킹을 손으로 찢는다.

“하으우! 햐응!”

정나은이 항의어린 목소리를 내며 발버둥 쳐보지만 그 움직임은 미약하다. 검은 스타킹과는 대비되는 하얀 팬티를 옆으로 재낀 뒤 손에 쥔 딜도에 평범한 젤을 골고루 바르곤 남은 젤을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꼼꼼히 바른다.

“햐응?!”

차가운 젤의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랐는지 귀여운 목소리를 낸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귀여운 반응을 느끼며 마치 느껴보라는 듯이 서서히 딜도를 밀어 넣는다. 그러자 정나은의 하이힐이 신겨진 발이 버둥거리며 자신의 몸을 꿰뚫는 감각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완전히 밀어 넣은 김우영은 빠지지 않게 잘 고정시킨 후 품에서 하나의 딜도를 더 꺼내든다.

‘개통도 했는데, 개발도 해줘야 도리지.’

앞전의 것과는 달리 길고 중간에 구슬 같은 둥근 것이 드문드문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딜도에도 젤을 골고루 바른 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정나은의 엉덩이 사이로 밀어 넣는다.

“……햐, 아으응?!”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심정이 절절이 묻어나는 목소리를 냈지만 김우영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서서히 밀어 넣자 아까와는 그녀의 몸에 다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는 걸 느끼며 아주 천천히 끝까지 밀어 넣곤 고정시켰다.

“절경인데? 끌끌끌.”

김우영은 정나은에게 들으란 듯이 목소리 높여 비웃는다. 커다란 눈가리개 너머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을 물기어린 정나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김우영은 스마트폰을 꺼내 일부러 셔터음을 내며 사진을 찍자 그 셔터음이 울릴 때마다 정나은의 몸이 움찔거린다. 그녀의 치욕스런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스마트폰을 품에 잘 갈무리하고 몸을 굽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아무쪼록 소리 내지 않게 노력해보라고? 난 한 바퀴 돌고 올 테니깐.”

“……헤?”

김우영의 말이 이해를 못 한 것인지, 하기 싫은 건인지 모를 얼빠진 소리가 정나은의 링 모양의 재갈이 물린 입에서 튀어나온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얼빠진 목소리를 외면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고정된 딜도 2개를 가장 약한 진동으로 맞춰둔 뒤 문을 나섰다.

“……에, 에! 에에!!!”

다급함이 묻어나는 정나은의 목소리가 화장실을 울렸지만 그녀를 반겨준 건 멀어져가는 발소리였다.

정나은이 들어가 있는 화장실 문을 나설 때 고리를 만들어 밖에서 문을 잘 잠갔다. 심지어 문 밖에 수리중이라는 작은 안내문도 걸고 나왔으니 누군가가 안에 들어갈 일은 없다. 딜도의 진동 역시 가장 약한 걸로 해놨으니 집중해서 듣지 않는 한은 들릴 리 없다. 그녀가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오가겠지.’

눈을 가렸기에 더욱 집중해야 하고, 예민한 감각에 기댈 수밖에 없다. 긴장 속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의 몸은 더욱 긴장함과 동시에 예민해질 것이고, 예민해질수록 가장 약하다고 해도 계속되는 딜도의 자극은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해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르게 할 것이다. 그 때마다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틀어막고 싶어도 손발은 묶여있고, 입조차 링 모양의 재갈 때문에 다물 수도 없다.

사면초가.

‘뭐……수갑이나 다리를 묶은 끈은 여자라도 쉽게 끊을 수 있는 장난감이지만.’

묶여있는 정나은 당사자는 모르지만 김우영은 그녀를 구속하는 물건을 고름에 있어 일부러 장난감을 골랐다. 자신이 이렇게 감시를 하고 있긴 해도 혹시 모를 불상사에 그녀가 얼마든지 구속을 뜯고 나올 수 있도록.

“내가 들인 공이 얼마인데 이제 와서 누군지도 모를 놈한테 줄 순 없지.”

장난정도는 치게 할 생각은 있지만…….

또 한 가지는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정말로 그녀가 싫다면 자신이 나갔을 때 발버둥을 쳤을 것이고, 그렇다면 살짝 자국은 남아도 분명 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자국도 하루면 충분히 사라질 정도의 미약한 구속.

그렇기에 그녀의 반응을 알 수 있다. 진정 싫다면 끊고 나올 것이고, 아니라면 그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점점 수렁에 발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 사실을 그녀가 알았을 때 그녀가 보일 반응을 생각하면 아래쪽에 피가 쏠린다.

“그리고 반쯤 성공했군.”

김우영이 시계를 들여다보자 벌써 점심때가 다되어 간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 몇 시간이나 지난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에는 지금까지 몇 명이나 들락날락했다. 그 때마다 그녀는 긴장했을 것이고, 예민해져가는 몸을 주체 못하고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을지 궁금하지만 아직 확인할 때는 아니다.

“저번 주는 욕구불만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야한 여자인지 깨닫게 하는 것과 개통 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주는 철저하게 성감대 개발과 절정 지옥이다.”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을 긴장과 쾌락을 일주일 내내 줄 것이다. 동시에 미약한 자극이 흐르는 딜도 덕에 무리하지 않고 이제 막 뚫린 그녀의 엉덩이도 덩달아 개발도 가능하다.

“흐음~들어가 봐야하나?”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던 김우영은 입에 문 담배를 끄곤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까 화장실에 들어간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청년이 화장실에 들어간 후 충분히 볼일을 끝마치고 나왔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오질 않는다.

“가 볼까나?”

눈치 채도 그만. 눈치 못 챘어도 그만. 김우영은 어떤 상황이 기다릴지 상상하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화장실 앞에 당도한 김우영은 가장 먼저 안에 기척을 살폈다. 한 눈에 보이는 화장실 내부에는 뚱뚱한 청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우영이 발소리를 죽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고요하지만 어쩐지 긴장감이 느껴지는 공기를 느꼈다.

‘암고양이도 참 대단하군. 헐떡이는 숨소리조차 억누르고 있다니.’

딜도의 미약한 진동소리조차 잔뜩 몸에 힘이라도 주고 있는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헐떡이는 숨소리 정도는 들릴 줄 알았건만 지독하다 할 정도로 고요하다. 수리중이란 팻말이 붙은 화장실 문 안에 느껴지는 인기척은 분명 하나다. 문도 잘 잠겨있는 걸 보면 안에 있는 건 분명 정나은 뿐이다.

‘어디 갔지?’

김우영은 정나은이 있는 화장실의 바로 옆 칸을 살펴본다. 예상대로 잠겨있다.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발소리를 죽여 잠겨 있는 그 옆 칸에 들어가 기척과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변기통 위에 올라서서 칸막이 위로 고개를 내민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동영상 녹화중인 스마트 폰이었다. 작은 스마트 폰 화면에는 정나은으로 보이는 여성이 묶여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 중이었고, 추리닝 차림의 뚱뚱한 청년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변기통 위에 올라서서 숨죽인 채 칸막이 너머를 훔쳐보고 있었다.

‘나름 기척을 죽인다고 죽인 것 같은데…….’

김우영의 눈앞의 청년이 나름 숨소리도 죽인다고 꾹 참고 있는 게 뒷모습으로도 느껴지지만,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며 흥분을 참을 수 없었는지 추리닝 바지를 반쯤 벗어 자위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하반신 쪽에서 격렬히 움직이는 한 손 때문에 옷깃 스치는 소리라든지,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출렁거리는 기척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어쩐지……저렇게 대놓고 훔쳐보고 있다고 기척을 내니 그녀가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김우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소리 안 나게끔 뚱뚱한 청년이 자위하고 있는 영상을 찍는다. 어느 정도 찍은 김우영은 청년이 자신을 스스로 알아차리게끔 기척을 낸다. 한참을 자위하던 청년은 이상한 시선이나 느낌을 받은 것인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자신과 눈이 마주친다. 튀어나올 것 같은 눈과 당황한 얼굴이 고스란히 김우영의 폰에 담기지만 김우영은 그런 것보다 서둘러 청년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당황한 청년이 굳은 채 얼어붙어 있자 손짓으로 화장실 밖에서 보자는 신호를 보내곤 조용히 화장실 밖으로 나선다. 화장실 밖에서 잠시 청년을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을상을 하고 화장실을 나온다.

‘헤에? 꽤나 키 크잖아? 아까 슬쩍 봤던 물건도 실하니 괜찮던데…….’

자신보다 큰 키를 가지고 있어, 비만이라 툭 튀어나온 배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뚱뚱하다는 인상을 한눈에 봐도 받을 정도로 살이 붙어있으며, 아까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슬쩍 봤던 물건도 꽤나 실했다. 

‘다만 운동 직후라 그런지 땀 냄새가 좀 나는군.’

살집이 많아 신진대사 또한 활발한지 운동한 직후인 그는 한 걸음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땀 냄새가 좀 난다. 김우영이 뚱뚱한 청년을 이리저리 살펴보자 청년의 얼굴은 더 죽을상이 된다. 김우영은 그제야 끌끌 웃으며 긴장 풀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거참 사내놈이 뭘 그렇게 죽을상이야. 어때? 볼만했어?”

“……예?”

청년은 김우영의 태도가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자 김우영은 아랑곳 않고 그의 스마트 폰을 가리키며 제안한다.

“거기에 찍힌 동영상 지운다면 네가 찍힌 동영상도 지워주고 즐거운 경험 하나 시켜주지 어때?”

얼굴을 가리고 있어 알아볼 리 없지만, 그래도 유비무환이다. 협박 겸 교환조건으로 찍어둔 청년의 자위 영상과 그녀의 치태 영상을 서로 지우게 할 것이다. 더불어 청년에게도 좋은 경험을 하나 시켜줄 생각이다.

‘나에게도 즐거움이지만.’

김우영은 이름 모를 뚱뚱한 청년을 능글맞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세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다.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정나은은 꾹 참았던 숨을 단번에 토해낸다.

“하악! 하악! 하악!”

스스로 놀랄 정도로 미친 듯이 헐떡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단번에 터져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헐떡거림을 억누를 여유조차 없다. 긴장 때문에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경직되어있던 자신의 몸은 옆 칸에서 느껴지던 기척이 멀어져가는 걸 느낌과 동시에 화살을 쏘아낸 후 탁 풀린 활시위처럼 축 처진다.

그제야 자신의 귓가에 지이잉 하는 미약한 진동소리와 함께 울컥하고 자신의 하반신에서 끈적하고 따뜻한 액체가 토해져 나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필요이상으로 잔뜩 힘을 줘 딜도의 진동조차 억누른 그녀의 몸은 더 이상 짜낼 힘이 남아있지 않다.

‘하아! 하아! 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정나은은 벌써 몇 번이나 절정을 맞아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몸을 주체할 자신이 없다. 처음에 김우영이 자신을 이렇게 방치하고 나갔을 때만 하더라도 장난인 줄 알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다른 감각에 의지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몸을 꿰뚫은 어른의 장난감의 미약한 진동을 가장 먼저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미약한 진동을 느끼기 시작하자 쿵쿵 거칠게 뛰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몸 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시, 심장소리란 게 이렇게 큰 거였나?’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지이잉 하는 미약한 진동소리와 그 진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자 정나은의 몸은 확하고 달아올랐다. 미약하지만 너무나도 크게 다가오는 진동소리와 그 진동은 그녀 스스로에겐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왜, 왜 이렇게 소리가 크지?! 설마 밖……밖에도 들리는 건 아니지?!’

실제로는 거의 들릴 리 없는 미약한 소리와 진동이지만 점점 예민해져 가는 그녀의 감각 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그녀는 자연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고, 드디어 누군가의 발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통해 전해졌을 땐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얼어붙었다.

입을 다물고 싶었지만 입에 물린 링 모양의 재갈이 그걸 막았고, 미약한 소리와 진동을 억누르고 싶었지만 손발이 묶여있는 그녀는 그저 기척을 죽이고, 몸에 힘을 잔뜩 준 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소리와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척과 발소리에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

그렇게 첫 번째 방문자가 화장실을 나서는 걸 느끼고 정나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그녀의 몸에는 첫 번째 절정이 들이닥쳤다.

“하으……윽?!”

그녀 스스로 믿지 못 할 정도로 예민해진 그녀의 몸은 긴장의 끈을 푼 그 순간 사정없이 억눌렸던 쾌락이 그녀를 덮쳤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절정에 오른 그녀는 묶은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동치는 자신의 몸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혓바닥을 이리저리 입 밖으로 내빼면서 겨우 참았다.

울컥하는 소리와 함께 하반신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걸 느끼며 그녀는 하얗게 변한 머릿속에서 오로지 왜? 라는 의문만을 되새겼다.

미약하기 그지없는 자극.

하지만 그 작은 자극과 문밖의 상황을 알기 위해 스스로 예민하게 발달시킨 감각의 하모니를 이루었으며, 달아오른 몸을 억누른 채 긴장의 끈을 붙잡고 있던 그녀는 그 미약한 자극이 힘을 줌으로써 더욱 그녀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정나은에겐 선택의 방법이 없었다.

‘또 누군가가 온 건가?’

문밖에서 사람의 기척과 발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는 몸에 힘을 잔뜩 준 채 긴장 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렇게 몇 번이나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붙잡고 놓기를 반복하며, 달아오르고 예민해진 몸을 주체 못하고 몇 번이나 절정을 헤맬 무렵 더욱 육중한 기척이 문밖에 들려왔다. 기진맥진한 그녀였지만, 최대한 그 기척에 집중했고 그 기척이 자신이 있는 화장실 옆 칸에 들어왔을 땐 정말이지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기척에 정나은은 기진맥진 했던 자신의 몸이라곤 믿어지질 않을 정도로 긴장하며 모든 감각을 총동원했다. 곧이어 그 기척이 크게 움직인다 싶더니 이상하리만큼 조용해졌다.

‘나, 나간 건 아닌데?’

정나은은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는 눈가리개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다. 동시에 고맙기도 하다. 만약, 만약이지만 자신의 이 묶여있는 꼴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면?

정나은은 오싹한 감각이 자신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걸 느끼며 동시에 자신의 하반신에서 울컥하는 따뜻한 감각과 요동치려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한참을 그렇게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코로 스며드는 공중화장실의 역한 냄새와 그 속에 섞여 있는 미묘한 땀 냄새를 맡았다.

‘땀 냄새? 내 몸에서 나는 건가?’

정나은은 실제로 지금 스스로 기분 나쁘다고 생각될 정도로 온 몸이 땀으로 푹 젖었다. 피부에 달라붙은 스타킹의 질감이나, 달라붙은 와이셔츠의 감각이 온 피부에서 느껴지니 틀림없다. 후각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자각할 무렵 정나은의 귀는 다른 소리를 들었다.

‘……이, 있어!’

옷 스치는 소리와 무언가 육중한 기척.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옆 칸에서 전해지는 그 감각에 정나은은 제대로 된 사고조차 못하고 그저 움츠려들 뿐이었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사람의 기척에 정나은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그 기척이 멀어져가는 걸 느낀 그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어도 토해내지 않았던 헐떡거림과 요동치는 자신의 몸을 한동안 놔뒀다. 도저히 억누를 기운이 없었기에…….

‘…….’

사지가 풀린 채 고개를 떨군 그녀는 자신의 벌어진 입에서 흘러내린 침이 옷을 더럽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숨을 몰아쉬며 달아오른 몸을 주체 못하고 있자니, 또다시 사람의 발소리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처럼 큰소리를 내며 화장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에?’

그리고 그 기척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 있는 문 앞에 멈췄다. 정나은이 그 사실에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철컥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

정나은은 너무 놀라 아무런 반응을 못하고, 다시금 미친 듯이 뛰는 심장소리가 온 몸을 휘젓고 다니는 사이 문을 연 그 기척은 안으로 쏙 들어오더니 문을 닫곤 걸어 잠근다. 얼어붙어 있는 정나은의 곁에 당연하다는 듯이 자리 잡는 너무나 당당한 기척에 정나은은 김우영일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그렇게 큰 소릴 내며 들어 온 건가? 게다가 정말 공원을 계속 돌고 왔나?’

미묘하게 맡아지는 땀 냄새와 너무나 당당한 기척. 옆의 기척이 김우영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반가움까지 느끼며 긴장을 풀었다. 동시에 긴장이 풀리자 자신을 이렇게 방치하고 간 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항의어린 목소리를 냈다.

“에! 아으! 헤에엑!”

정나은의 항의 어린 목소리는 전혀 말이 되지 못해 그 의미조차 추측이 되질 않지만 그녀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게 전해진다. 그러자 김우영의 끌끌거리는 특유의 비웃음 소리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린다.

“몰골이 볼만하네. 생각보다 좋았나봐? 몇 번이나 갔어?”

“아에엣!”

김우영의 조롱에 정나은이 빽 하고 소리 지른다.

“어이쿠! 그러다 밖까지 들린다고?”

“……으으.”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자신이 너무 큰 목소리를 냈다는 걸 자각한다. 정나은은 어서 풀라는 의미로 몸을 발버둥 치자 김우영은 아직 풀어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움직이는 기척이 들린다. 스륵하는 옷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옆에 서 있는 그의 기척이 자신에게 더욱 다가온 걸 느낀다. 다가옴에 따라 더욱 확실히 느껴지는 남자 특유의 땀 냄새가 확하고 그녀를 휘감자 그녀는 예감했다. 지금 그가 바지를 벗었다는 걸.

“입으로 만족 시켜주면 풀어주지.”

“…….”

정나은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한다. 정나은은 한 시라도 빨리 이 꼴을 면하기 위해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의사를 전한다.

“……응? 아아, 재갈 풀어달라고? 모처럼의 재미를 내가 포기 할리 없단 걸 알잖아? 혀 놔두고 뭐해?”

김우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정나은은 어이가 없다. 혀만으로 남자를 만족시키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정나은이 또다시 항의어린 발버둥과 목소리를 내지만 김우영은 그저 묵묵히 더욱 그녀의 얼굴 쪽으로 다가서며 무언의 명령을 내린다.

정나은은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척에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시간동안 화장실에 방치된 채 긴장어린 시간이 너무 길게 느꼈던 그녀의 몸과 정신은 한계에 달해 휴식을 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아~”

정나은이 고개를 들어 그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내밀며 어서 입 안에 집어넣으라는 목소리를 낸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입안을 밀고 들어올 줄 알았건만 아무리 기다려도 정나은의 입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자 의아함을 느낄 무렵 김우영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에이~모처럼의 재미라고 했잖아. 눈도 가렸으면 해야 할 일은 하나 아냐? 찾아서 물어봐.”

정나은 그의 말에 더할 나위 없는 굴욕을 느끼며, 자신의 입에 재갈이 물려있지 않았으면 살벌한 이가는 소리가 화장실을 울려 퍼졌을 것이 확실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정나은은 마음을 굳게 먹고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길게 내뺐다. 조심스레 자신의 뺨을 그의 몸에 가져다대자 뭉클하는 살이 느껴진다. 더욱 강렬해진 땀 냄새를 외면하며 자신의 뺨이 닿은 곳이 그의 배인지, 허벅지 쪽인지 가늠한다.

‘배? 허벅지? 의외로 통통한데?’

정나은은 통통한 살집에 어느 부위인지 가늠이 안가 어쩔 수 없이 더욱 뺨을 위, 아래로 부비며 촉감을 총동원한다. 땀이 채 마르지 않은 통통한 피부를 느끼던 정나은은 돌연 자신의 코에 닿는 딱딱한 걸 느꼈다.

‘…….’

정나은은 코에 닿은 이 딱딱한 것의 정체를 단번에 깨달았고, 그것을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눈을 가려서일까? 평소보다 예민해진 입안 촉각과 강렬한 남자의 냄새에 순간 아찔해졌지만 입안으로 들어온 것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김우영은 내려다보이는 장면을 고스란히 스마트 폰으로 찍고 있다. 잔뜩 땀을 머금은 흑단 같은 머리카락이나 뽀얀 피부에 달라붙어 그 속살을 어렴풋이 비추는 와이셔츠. 그 와이셔츠가 드러낸 정나은의 매끄러운 상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말려 올라간 흰색의 정장 치마와 그 아래 대비되는 검은 스타킹은 그녀가 흘린 땀과 애액으로 푹 젖어 어스름한 화장실에 스며드는 햇빛을 받아 이따금 빛이 난다. 지이잉 하는 작은 진동 소리와 무언가를 머금은 채 우물거리는 끈적한 소리는 조금씩 그녀의 차오르는 헐떡임과 함께 작은 화장실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모든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끌끌끌 경치 멋지군 그래.’

김우영은 정나은이 있는 화장실 옆 칸에서 정나은과 이름 모를 뚱뚱한 청년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스마트 폰에 찍고 있는 것이다. 자신 바로 아래 청년이 황홀감에 몸서리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자신도 꽤나 만족스럽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는 정나은 몰래 청년에게 신호를 줘 그에게 작은 카드를 건네곤 그녀 머리맡을 가리킨다. 청년은 건네받은 카드를 그녀의 머리맡 변기 위에 떨어지지 않게 잘 내려놓는다.

그 카드는 바로 정나은의 신분증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귀중품을 보관하고 있던 김우영은 이 모습을 찍기 위해 따로 챙겨둔 것이다.

‘나중에 이 영상을 보여줄 때가 기대되는군.’

누군지도 모를 뚱뚱한 청년의 욕망을 더러운 남자화장실 칸에서 받아내는 유부녀. 도망칠 수도 없게 묶여진 채 마치 물건처럼 그녀의 정보를 변기 위에 내려놓은 모습은 도도했던 커리어 우먼의 모습은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다.

누군지도 모를 남자의 욕망을 받아내기 위해 열심히 우물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퇴폐적이어서 김우영도 참기가 힘들다. 뚱뚱한 청년도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아내느라 고역인지, 아니면 쾌락 때문인지 그 육중한 몸이 덜덜덜 떨리는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럽다.

‘그냥 만지는 것도 허락할 걸. 그랬나?’

툭 튀어나온 청년의 배에 가려 앞뒤로 흔들리는 정나은의 고개를 위에서 찍고 있자니 모습을 고스란히 담는 것도 고역이지만 상당히 심심한 모습이다.

‘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하지만.’

침이 줄줄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붉은 입술과 선명히 대비되는 육봉이 그녀의 입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것도 모자라 때때로 그녀의 입속의 핑크빛 혓바닥이 붉은 입술 밖으로 튀어나와 끈적하게 휘감는 모습이 짜릿하기까지 하다. 이따금 괴로운지 새어나오는 그녀의 미약한 신음소리와 유일하게 발버둥 칠 수 있는 검은 하이힐이 신긴 발이 까딱, 까딱 움직이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보여 우스꽝스럽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의 몸은 잔뜩 달아올라 그 열기가 김우영에게 전해질 무렵 화장실 안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김우영은 화들짝 놀라 칸막이 위로 내밀고 있던 몸을 내렸다.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들렀는지, 그 기척은 소변기 쪽에서 멈추자 김우영은 옆 칸의 상황이 궁금해 조심스레 아래쪽으로 옆 칸을 들여다봤다.

‘……엥?!’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뚱뚱한 청년의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우영이 놀란 건 그의 뒷모습 때문이 아닌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 만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감시의 눈이 잠시 벗어난 지금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의 손은 그녀의 하반신에 고정되어 진동하고 있는 딜도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약하게 세팅 되어 있던 그 어른의 장난감의 진동을 단번에 최대로 올린 것이었다. 예기치 못한 강렬한 자극에 정나은은 유일하게 발버둥 칠 수 있는 발을 미친 듯이 까딱거리며 버둥거려보지만 청년은 최대로 올린 진동을 낮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

파르르 떨리는 정나은의 하반신.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가 물결치며 버둥댄다. 아래에서 보이는 좁은 시야와 뚱뚱한 청년의 체격 때문에 그녀의 상체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곧이어 청년의 손이 그녀의 상체로 이동하더니 무언가를 움켜쥔 것처럼 꾸물거린다. 그리곤 쾌락을 억누르기 위해 파르르 떨기만 하던 그의 육중한 몸이 거세게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끄!……웁!”

최대한 억누른 정나은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뚱뚱한 청년의 몸에 가로막힌 채 김우영의 귀를 파고든다. 밖에 사람이 있어 제지하기 위해 소리 내기에도 애매한 상황. 하지만 이미 그 육중한 거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덜컥덜컥하는 소음이 밖까지 고스란히 들린다.

‘제지해? 아니면…….’

김우영은 청년의 대담한 행동에 순간 고민했지만, 이대로 놔두기로 했다. 위에서 찍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 눈에 띄면서까지 찍을 순 없기에 좁디좁은 틈 사이로 최대한 스마트 폰을 집어넣어 그 모습을 찍는다.

덜컥덜컥하는 소리와 한층 강해진 진동소리. 때때로 들리는 정나은의 억눌린 목소리와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깊은 청년의 숨결. 시야가 좁아 단편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경련하듯 파르르 떨리던 그녀의 허벅지는 이젠 허리와 함께 들썩거리고, 하이힐에 감싸인 그녀의 발은 까닥이며 발버둥 치더니 결국엔 한쪽 발에서 하이힐이 벗겨지며 화장실 바닥에 툭하고 떨어진다. 하이힐이 벗겨지고 나타난 그녀의 앙증맞은 발은 스타킹에 감싸인 채 힘이 잔뜩 들어가 오므려져 있다.

“…….”

밖에서 들리던 사람의 기척은 화장실에서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기척과 소음에 당황했는지, 화장실 문 밖까지 다가왔지만 두들겨볼 용기는 없나보다.

뚱뚱한 청년은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며 더욱 격렬하게 그 육중한 몸을 앞뒤로 흔든다. 확하고 피어오르는 청년의 땀 냄새와 그 속에 섞인 야릇한 여인의 향취.

“……크, 우우웁?!”

“끄윽?!”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청년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가 싶더니 앞으로 무너질 듯 그의 거체가 앞으로 쏠린다. 마지막엔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는지, 정나은의 억눌린 비음과 청년이 욕망을 터트리는 신음소리가 고스란히 울려 퍼지자 문 밖에 있던 기척이 멀어져가며 한마디 한다.

“쯧쯧.”

세상이 흉흉하니 얽히는 게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리를 피해주는 것일까? 세 사람의 신경은 멀어져가는 기척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온통 한곳에 쏠려있을 뿐이다.

발버둥 치던 정나은의 발은 얼어붙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있고, 들썩이던 허리는 청년의 무게 때문인지, 그저 파르르 애처롭게 경련할 뿐이다. 정나은의 하반신에 고정되어있던 딜도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세차게 진동하며 정나은의 몸에 쾌락을 차곡차곡 전해준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이라도 했는지, 그녀의 하반신에서 갑작스레 울컥하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쏟아진다.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통통한 엉덩이를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그 액체는 야릇한 향기를 풍기며 김우영의 눈앞을 지나 화장실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김우영이 찍고 있는 스마트 폰 앵글에는 뚱뚱한 청년의 뒷모습이 숨 막히게 찍히고 있는데, 힘이 잔뜩 들어간 허벅지가 이따금 움찔거릴 때마다 그의 탁한 욕망이 정나은의 몸속으로 토해지고 있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자리를…….’

김우영은 재빨리 옆 칸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정나은이 있는 화장실 칸을 연다. 두 사람만으로도 숨 막히게 꽉 차 있는 화장실 칸. 그 안에 핀 욕정의 공기는 너무나 퇴폐적이다. 짓누르듯 엉켜있던 두 사람. 곧이어 뚱뚱한 청년이 그녀의 몸에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바지도 추켜올리지 않고 후다닥 도망가 버린다.

‘……? 뭐라고 할 줄 알았나?’

김우영은 이미 사라져버린 청년 대신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다.

“하아! 끄읍……꿀꺽!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정나은은 방금 전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사내가 누구였는지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그저 부족한 공기를 급하게 탐한다. 그녀의 입가에 주르륵 흘러내리는 탁하고 하얀 액체. 입안에 남아있던 건 숨 쉬는데 방해된다고 여겼는지, 자신도 모르게 급하게 삼켜버린 것 같다.

번들거리는 붉은 입술과 그 아래 흘러내리는 밤꽃 액체. 다물지도 못하게 고정되어 있는 그녀의 입안을 세세하게 찍는다. 핑크빛 혓바닥이나 입안에 살짝 남아있는 선명한 하얀 액체가 뜨거운 숨결이 토해져 나오는 것과는 반대로 서서히 그녀의 목구멍 너머로 사라진다. 또다시 울컥하고 토해져 나오는 질척한 소리에 김우영은 아차하며 서둘러 딜도를 꺼버린다.

“……하아……하아.”

그제야 건전지가 다 된 장난감처럼 정나은의 푹 젖은 몸은 완전히 퍼져버린다. 김우영은 절정에 헐떡이며 조금의 여유도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아무래도 눈치 못 챈 것 같군.’

화장실에 방치 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마지막엔 그렇게 격렬하게 가버렸으니 자신의 몸을 유린하고 있던 남자에 대한 의심보단 몸을 강타하는 쾌락에 발버둥치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던 것 같다.

‘의심정도야 하겠지만 어쩌겠어? 목소리도 나였고, 보이질 않으니.’

더러운 화장실 칸 위에 흐트러지게 핀 유부녀라는 이름의 도도한 꽃은 잔뜩 유린당한 채 야릇한 여인의 체취와 함께 비릿한 밤꽃 향기를 품고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우영이 그 적나라하면서도 퇴폐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며 끝까지 끊어지지 않은 장난감 수갑이 주는 의미에 미소 짓는다.

나뭇잎이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며 바스러지는 소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따뜻하게 내려쬐는 햇빛이 지친 몸을 흔들어 깨운다.

‘……음, 어라?’

무거운 몸을 의식하며 강렬한 햇빛에 적응 안 되는 눈을 억지로 뜨며,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서 가늘게 뜬 눈동자가 인식한 풍경을 필사적으로 해석한다.

‘공원?’

정나은은 축 처진 몸과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니 곁에 앉아있는 사람의 존재를 그제야 알아챈다.

“……어? 어, 언제? 어떻게?!”

정나은은 곁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화장실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며 화들짝 놀란다. 정나은의 새된 목소리에 그제야 일어났냐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찬다.

“마지막엔 아주 화려하게 가버리던데? 화장실 안에서 실신할 정도로 기분 좋았나 봐?”

김우영의 조롱에 정나은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있는 힘껏 그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하는 여자치곤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김우영이 끄응하는 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로 폭력을 쓰면 안 되지만 이번만큼은 정나은의 화풀이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니 김우영 스스로도 너무 했다고 생각하나보다.

“아, 아주 잘나셨어?! 응?!”

“아이고~화풀이 하는 건 좋은데. 이목을 끄는 건 스스로에게도 안 좋을 걸?”

“이목?”

김우영의 얼굴에는 어느새 능글맞은 미소가 떠오르며 그녀의 가슴 언저리를 노골적으로 바라본다. 그제야 정나은은 자신이 어떻게 화장실에서 나왔는지 기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 잠깐?! 나 지금 무슨 꼴이지?’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하얀 정장 마이 덕에 거의 보이진 않지만 와이셔츠 아래에 보이는 선명한 색깔에 정나은의 눈빛은 의아함을 머금는다.

‘뭐, 뭐지? 왜 옷 속에서 검고, 붉은 것이 보이는 거야? 이거 속옷이지?’

그래도 김우영이 화장실에서 널브러져 지저분했던 자신의 꼴 그대로 끌고 나온 건 아닌 모양이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던 옷은 충분히 마른 상태였고, 기분 나쁠 정도로 달라붙어있던 스타킹 같은 소모품은 버려버렸는지 어느 샌가 벗겨져 맨 다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질척거릴 정도로 푹 젖었던 자신의 속옷마저도 그가 갈아입힌 모양인데, 대체 이 강렬한 색의 속옷이 무엇이란 말인가?

“밋밋하고 심심한 색깔의 속옷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주 좋은 것도 있더군?”

“그게 무슨?”

“가방 안에 예비 속옷을 준비해놨더군? 하얀색과 그 강렬한 색의 속옷 두 종류가 있기에 내 취향에 맞게 입혀놨지.”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그리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빛도 못 본 채 서랍 속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승부 속옷을 든 채 온갖 상상을 하다 불에 댄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든 속옷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 허둥지둥 집을 나선 게 떠오른다.

‘으음? 이거 스스로도 몰랐단 표정인 걸?’

김우영은 하얗게 탈색되어가는 정나은의 황망한 표정을 바라보며 재미있어 한다. 김우영이 재미있건 말건 정나은은 그에게 빽 소리 지른다.

“가방 줘! 갈아입고 오겠어!”

“끌끌끌 그럴 줄 알고, 미리 다른 속옷은 다 버려놨지.”

김우영에게서 가방을 가로채 안을 뒤지던 정나은은 그의 말에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화장실 안에서 탈진해 황홀감 어린 물기 머금은 눈망울과 지금의 고양이 같은 적의 어린 눈동자가 대비되며 자신을 바라보는 건 언제 봐도 정복욕을 들끓게 한다.

“잘 가리면 안 들킬 거야. 오늘은 그 상태로 돌아다니자고.”

김우영은 통보에 가까운 말을 하며,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걸어간다. 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정나은은 그의 뒷모습을 한층 치켜 올라간 눈매로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옷맵시를 더욱 가다듬으며 그의 뒤를 따라간다.

‘……보이겠지?’

최대한 정장 마이로 화려한 속옷 색깔을 가려보지만, 오늘따라 하얀색 정장 일색인지라 가슴 언저리에 보이는 이 강렬한 속옷 색깔은 너무나 눈에 띈다. 오늘 아침에 부끄러운 상상을 한 벌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남편 외의 남자에게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자신의 대한 벌일까?

이 감정의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정나은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정장 앞섬을 최대한 여미는 것뿐이다. 보통 여자라면 부끄러워 할 그 상황에도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그의 뒤를 뒤따라 걸었다.

“……꿀꺽.”

정나은은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에 절로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자꾸 움츠려드려는 자신의 몸에 억지로 힘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자신의 뺨에 살짝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끼며 찌릿하는 아랫배의 감각을 무시한 채 오후 내내 김우영과 함께 길거리를 배회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도시의 전경. 도시에는 고층 빌딩들에 석양이 가려져 더욱 빨리 밤이 찾아온다.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모습과 퇴근시간을 앞둔 직장인들이 들썩이는 엉덩이를 주체 못할 그런 시각.

오히려 빌딩 안으로 들어서려는 두 명의 인영이 있다. 외근에서 돌아왔다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시각. 이제 한 부서의 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과 일 똑 부러지게 잘 할 것 같은 온통 흰색 일색의 정장을 입은 여직원이 빌딩 앞에서 최대한 이목을 피하며 실랑이를 벌인다.

하지만 곧이어 그 실랑이는 끝이 나고 빌딩 안으로 들어서는 중년 남성의 뒤를 따라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여직원.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이 빌딩 내에 속해있는 영업부였다.

퇴근시간이 다가왔기에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영업부가 속한 층에는 오가는 사람도 많지만, 정시에 퇴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직장인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년 남성과 여직원은 복도에 선 채 한참을 주위를 경계하더니, 곧이어 인적이 끊기는 그 순간 중년 남성은 여직원의 손을 잡고 놀랍게도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져버린다.

두 사람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진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곧이어 화장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상하게도 중년 남성 혼자뿐이었다. 그 남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곳은 놀랍게도 그 층에 있는 영업부였다.

“다들 퇴근 준비해?”

영업부에 들어서며 인사를 한 그는 바로 김우영이었다. 김우영은 퇴근 준비를 하는 부하 직원들을 훑어보면서 한 사람을 스쳐지나갈 때에는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실망하는 기색이 가득한 부하직원들에게 퇴근하라고 종용한다.

‘그래야 내가 움직이기 편하지.’

김우영의 말에 하나, 둘 눈치를 보면서도 퇴근을 하는 직원들을 보는 척하며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부하직원 안정수의 모습을 살핀다.

‘흐음? 남아있을 생각인가?’

안정수는 전혀 퇴근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묘하다. 김우영은 그런 안정수의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단은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나도 시간 좀 죽여야 하는데 잘됐군. 그래야 알맞게 달아오르지 않겠어?’

김우영은 남자 화장실에서 서서히 달아오를 꽃이 꿀을 머금기를 천천히 기다린다. 동시에 김우영과 안정수 사이에 시선조차 오가지 않지만 어쩐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걸 두 사람 모두 몸으로써 느끼고 있었다.

두 남자가 묘한 신경전을 펼치건 말건 정나은은 또 다시 찾아온 긴장감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예상대로 김우영과 함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 하얀 정장이 눈에 띄는 그 여직원은 정나은이었다. 두 번째로 느끼는 몸의 부자유.

오전에도 느꼈던 부자유지만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공원의 화장실과는 달리 퇴근시간이 가까워져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이 드나드는 기척에 정나은은 미칠 것만 같다. 손목에서 철컥거리는 수갑의 감촉, 한 치 앞도 안 보이기에 더욱 예민해지는 수많은 감각은 끊임없이 정나은을 자극하고 있다.

‘으으……한 가지 위안이라면 다리는 자유롭다는 건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는 어른의 장난감은 오전과 똑같지만,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이유는 몰라도 다리를 풀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좁은 화장실 칸에서 다리만이 자유로워봤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다리가 자유로움으로써 쓸데없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버둥거릴 수 있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는 것은 매력적이다.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서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걸 알아도 자꾸 움직이고 싶은 충동과 욕구에 휩싸인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기척에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그녀로써는 다리를 모아 가랑이 사이에서 진동하는 장난감이 날뛰지 못하게 막는 등 끊임없이 다리를 버둥거린다.

“후우…….”

정나은은 입에 물린 링 모양의 재갈에서 새어나오려는 뜨거운 숨결을 억누르고, 완전히 풀어헤쳐진 와이셔츠와 탐스럽게 부푼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고혹적인 빛깔의 브래지어는 뽀얗고 매끄러운 복부와 대비되며 너무나도 눈에 띈다. 

말려 올라간 하얀 정장치마와 잘 발달된 골반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와 세트인 팬티는 브래지어와 같이 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브래지어와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어른의 장난감이 주는 자극 때문에 서서히 흐르는 여인의 달콤한 꿀물 때문에 상당히 축축하게 젖었다는 것이다.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는 가랑이 사이를 비비며, 끊임없이 마찰음을 내며 움찔거리는 모습이 그녀가 서서히 쾌락이 쌓여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뜨거운 열기는 서서히 그녀를 잠식해 들어가며 그녀가 내뿜는 열기는 서늘한 화장실 공기를 미묘한 열기로 바꿔간다.

“하아……후…….”

문밖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는 정나은은 뜨거워진 몸을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조금씩 달콤한 숨결을 토해낸다. 송골송골 솟기 시작한 땀방울은 그녀의 뽀얗던 피부를 번들거리게 하고, 한층 강해진 그녀의 살내음과 끊임없이 움찔거리는 가랑이 사이에서 풍겨오는 야릇한 체취가 좁은 화장실 칸을 채워갈 무렵 변화가 일어났다.

똑똑!

“??!!”

정나은은 자신의 귀에 스며든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온 몸이 얼어붙었다. 분명한 노크소리.

‘여, 옆 칸인가? 옆 칸이지?! 아, 아닌가?! 뭐, 뭐뭐! 뭐야!’

두터운 안대로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알고 있어도 정나은의 눈은 더 할 나위 없이 커져 안대를 뚫을 기세로 어둠을 노려보며, 검은 눈동자는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다.

‘기, 김우영인가?! 아, 아닌데?! 그 사람이라면 그냥 들어올 텐데?! 장난? 아, 아냐 그럼?’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며 경직된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만약 김우영이라면 그냥 들어왔을 것이다. 장난이라면? 없는 척해야하나? 아니면 대답을?

만약……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두터운 안대에 반 이상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정나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다. 파르르 떨리는 붉은 입술과 입가에서 침이 칠칠맞게 주르륵 흐르는 것도 신경도 쓰지 않고 정나은은 서서히 떨리려는 몸을 진정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한다.

똑똑!

그런 정나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다시 들려온 노크소리가 정나은을 재촉한다. 입에 재갈이 물려 있어 사람이 있다고도 못한다. 하물며 남자 화장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웬 말인가? 노크하려해도 묶여 있으니 사람이 있다는 신호도 못 보낸다. 정나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신도 모르게 유일하게 의사 표현이 가능한 다리를 버둥거린다.

‘응? 다리?’

정나은은 당황해 버둥거리던 다리를 허공에 딱 멈춘다. 정나은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펄떡이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다리를 문 쪽으로 뻗는다. 

좁디좁은 화장실 칸.

자신의 다리가 화장실 문에 닿을 때까지의 그 수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 지 정나은은 점점 거칠어지는 자신의 숨결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발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톡하는 작은 울림과 하이힐 너머로 전해지는 딱딱한 문의 감촉에 정나은은 잠시 모든 움직임을 멈추곤 숨을 고른다.

“스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숨을 멈추고 온 몸에 힘을 꽉 줘 몸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모든 감각을 발에 집중해 살짝 움직인다.

톡톡! 결코 손으로 노크하는 것이 아닌 소리가 났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문 밖에서 전해지던 기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각도 필사적으로 끌어 모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의 노크 소리가 안 들려오자 정나은은 조심스럽게 문에서 발을 뗀다. 행여라도 소리가 날까 온 몸에 힘을 주고 조심스레 다리를 회수한 정나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살짝 풀리며, 긴장에 짓눌렸던 쾌감이 단번에 온 몸을 휘젓는 감각에 정나은의 몸은 요동친다.

“……끄으읏!”

도저히 억누르지 못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요동치려는 자신의 허리를 짓누르느라 몸을 둥그렇게 말고 버틴다. 둥그렇게 만 몸과 튕겨져 나갈 것처럼 이따금 경련하는 다리가 들썩들썩 거리며 움찔거릴 때마다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는 야릇한 체취를 풍기며 그녀의 망사재질의 팬티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하악! 하악! 하악!’

지금 이 순간에도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척들과 사람들의 대화소리에 정나은은 하얗게 변해가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견디고, 또 견딘다.

한 번 터져버린 쾌감은 도저히 억누를 기미가 안 보이고, 정나은을 미치게 한다. 예민해져 버린 몸에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어른의 장난감은 자비 없이 그녀를 계속 유린하고, 이따금 찾아오는 절정마다 정나은의 의식은 계속해서 깎여나가 하얗게 변해버린 이성을 유지 못하고, 살짝 정신을 놓았다.

정나은은 무언가 기묘한 감각에 서서히 의식이 부상한다. 힘겹게 뜬 눈동자가 본 것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어둡네…….’

정나은은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묘하게 달아올라 있는 몸과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다.

‘자, 잠깐?! 여, 여기 화장실이었던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던 가랑이 사이에서 올라오던 진동도 느껴지지 않고,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당황스런 목소리가 터져 나오려는 걸 자신이 있는 장소를 떠올리곤 놀라 도로 집어넣는다. 여전히 묶여있는 손목이나 가려진 시야. 하지만 절대 느껴지지 않아야 할 제 3의 감각.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정나은이 있는 이 화장실 칸 안에 들어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혓바닥을 길게 끄집어내 자신이 정신을 놓은 사이 신나게 만지고 있던 것이다.

“……에, 에에?”

정나은의 입에선 황당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두터운 손가락이 자신의 침으로 범벅된 질척한 혓바닥을 섬세하면서도 구석구석 집요하게 만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정나은은 몸서리친다. 자신조차 만진 적 없는 혓바닥의 구석구석을 타인의 손가락이 자극하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그 감각에 묘한 쾌락이 솟는다.

그렇게 묘한 쾌락에 몸을 맡긴 채 또 다시 달아오르려는 몸을 의식하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 어라? 그, 그리고 보니 누구……?’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유린하는 그 감각에 당연히 김우영이겠거니 했지만 자신이 정신을 얼마나 놓고 있었는지 자신조차 모른다. 자신이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억누르지 못한 목소리나 기묘한 진동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들어온 거라면?

정나은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리고 그걸 의식하자 점점 떨리기 자신의 몸이 떨리는 걸 느낀다. 자신의 혓바닥을 유린하던 그는 정나은의 몸이 잘게 떠는 걸 느꼈는지 그녀의 혓바닥을 놓곤 떨어진다.

화장실 칸 안에는 어쩐지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고, 두려움에 떨던 정나은은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해 눈앞에 기척에 집중한다. 자신의 곁에 서 있던 그 기척은 자신의 하반신 쪽으로 이동하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려 몸을 둥그렇게 만다.

“…….”

갑작스레 그의 것으로 느껴지는 손이 자신의 골반을 붙잡는다. 크게 움찔거리는 정나은을 신경 쓰지도 않고, 자신의 마지막 방어선인 푹 젖은 팬티를 벗기려는 감각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꽉 모은다. 그러자 그가 마음에 안 드는지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억지로 비집어 들 게 하더니 기어코 자신의 팬티를 훌렁 벗겨버린다.

“아!”

푹 젖었던 팬티가 벗겨지며 질척하게 젖은 자신의 맨 살이 서늘한 화장실 공기에 노출되자 그 괴리감에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버렸다. 그 서늘한 감각에 정나은은 잘게 떨자, 탄력적인 엉덩이에 파문이 생긴다. 그걸 감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조용한 그의 기척에 정나은은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를 들으며 결심했다.

‘누, 누구냐고 물어야 돼. 다, 당연히 그 인간이겠지만. 응. 그럴 거야.’

정나은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다물어지지 않는 자신의 입을 최대한 발음하기 좋게 우물거리며, 준비를 끝낸 그녀의 입은 물음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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