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4)

정나은은 입 안 가득 터져 들어오는 그의 뜨겁고 비릿한 욕망의 덩어리를 토해내지도 못하고 그의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쥐고 버티는 게 고작이다.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려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억지로 삼킨다.

‘아, 아직 남편이 있을지도 몰라…….’

저 멀리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안내음이 적막한 사무실에 작게 들려왔지만 정나은은 새어나오려는 신음소리를 필사적으로 참아내느라 정신없어서 그 소릴 못 듣고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어 갈 때까지 참고, 또 참는다.

정나은이 이렇게 괴로운 것엔 이유가 있었는데, 자신의 입에서 끝없이 맥동하며 욕망을 토해내는 육봉과 그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듯이 밀착한 얼굴 때문에 숨 쉬기가 곤란하다. 코로는 그의 역한 체취가 입으로는 비릿한 밤꽃 향기가 정신없이 그녀를 강타하자 뻣뻣하게 굳어 힘이 잔뜩 들어갔던 몸에 서서히 힘이 풀린다.

“…….”

김우영의 허벅지를 쥐어뜯을 듯 움켜줬던 정나은의 손아귀에 힘이 풀릴 무렵 김우영은 고개를 들며 깊고 뜨거운 숨결을 길게 토해낸다. 김우영은 상체를 바로 세워 책상 아래를 살며시 내려다보자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혀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는 그녀의 머리가 보인다.

“후~끝내줬어.”

김우영은 정나은에게 들려주듯 조롱하며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떨어트린다. 단정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많이 흐트러졌고, 뽀얀 양 뺨은 입술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선정적으로 보이며 날카롭기 그지없던 그녀의 눈동자는 살짝 풀려 시선이 허공을 헤매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콜록!”

그녀의 입과 자신의 육봉이 완전히 떨어지자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는 듯 급하게 기침을 하며 입가에는 침과 자신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가 섞여 그녀의 검은 정장에 후드득 떨어진다. 살짝 백치미가 엿보이는 이 순간 김우영은 장난기가 돌아 그녀의 머리를 다시금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끌어들여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육봉을 자존심 덩어리인 그녀의 얼굴 위에 턱하니 올려둔다.

“한 장 박을까?”

김우영은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 폰을 재빨리 조작해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제정신이 아닌 정나은의 모습을 한 장 찍는다. 번쩍이는 플래시 조명에도 정나은은 아직도 멍한 상태다. 숨이 막혀 살짝 의식이 날아간 상태인 정나은은 이런 굴욕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찍히는 줄도 모른 채 시각이 주는 정보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고 있다.

김우영은 만족스럽게 한 발 빼고 사진도 찍었으니 이 상태로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한다. 자존심 높은 유부녀의 얼굴을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파묻은 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을 얼굴에 얹혀놓고 있자니 또 다시 무럭무럭 흥분이 솟아난다.

“……으, 응?”

멍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서서히 빛이 돌아오며 그녀의 목소리에선 황당함이 묻어난다. 올려다보고 있는 김우영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올라 있고, 무엇보다 그의 가랑이 사이에 기댄 채 자신의 얼굴에 올려져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곤 화들짝 놀라며 잽싸게 그를 밀친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정나은은 책상 밑에서 힘겹게 일어서며 자신의 얼굴에 묻은 더러운 타액에 기겁한다. 하지만 정나은은 자신이 숨이 막혀 굴욕적으로 살짝 의식이 날아간 것도 그 더러운 육봉을 얼굴 위에 올려둔 것도 개의치 않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남편에게 들켰으면 어쩌려고 한 거야?!”

이 정도 굴욕은 얼마든지 각오했던 일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에게 들키는 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억지로 범해졌던 그때보다 더 격렬하게 분노하는 모습에 김우영은 순순히 잘못을 시인한다.

“이야~이건 정말 미안하게 됐어. 설마 남편이 아직 퇴근 안하고 있을 줄은 게다가 내 장난이 심했던 건 솔직히 사과하지.”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땐 알아서 해.”

김우영의 솔직한 사과에도 정나은은 씩씩 거리며 그의 멱살을 틀어쥔 채 강한 태도로 그를 압박한다. 정작 정나은 그녀의 강한 태도와는 정 반대로 흐트러진 옷맵시나 달아오른 뺨, 무엇보다 더러운 타액을 얼굴에 바른 채 씩씩 거리고 있어봐야 귀엽기만 할 뿐이다.

“자, 그럼 방해꾼도 사라졌겠다. 좀 더 즐겨볼까?”

“……후우!”

정나은은 머리끝까지 열 받은 상태에서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깊고, 깊은 숨을 토해낸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숨결에선 비릿한 밤꽃 향기가 푹하고 풍겨져 나오자 정나은은 자신의 입에서 토해져 나온 체취에 얼굴을 찌푸린다.

“그럼 모처럼 사무실에 왔으니 책상 위로 좀 올라가봐.”

정나은의 기분 따위 고려치 않고 김우영은 그녀를 어떻게 희롱할지 생각하며 즐거움에 어린아이처럼 키득거린다. 정나은은 그의 말대로 책상 위에 올라간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제 어쩔 거냐고 묻는다.

김우영은 정나은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책상 위에 올라선 그녀를 천천히 뜯어본다. 어스름한 어둠속에서 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어둠을 몰아내며 정나은의 모습을 비춰준다.

얼굴에는 채 닦아내지 못한 타액이 질척거리고 있고, 붉게 달아오른 뺨과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는 도톰한 붉은 입술은 수컷을 유혹하는 강렬한 자태를 자랑한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책상 밑에서 한 씨름 때문에 흐트러진 모습이 강한 자존심 때문에 남에겐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에 더욱 가학욕구가 끓어오른다. 매끄러운 목선을 따라 이어진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가슴은 그녀가 숨을 몰아쉴 때마다 부풀고 가라앉는 모습은 검은 정장 위로도 그 풍만함을 자랑하고 있다.

자기 관리가 확실한 그녀답게 아름다운 허리라인을 따라 검은 정장 치마에 도달하면 잘 발달된 골반과 타이트한 치마 위로도 확연히 돋보이는 매력적인 엉덩이 라인은 그녀가 책상 위에 앉아 살짝 보이는 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치마 아래로는 속이 꽉 찬 육덕진 허벅지를 감싸고 있는 검은 스타킹은 그 매끄러운 질감을 자랑하듯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반사하며 그녀의 탐스런 다리라인이 고스란히 눈에 새겨진다.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라인을 따라 내려오면 그녀의 성격을 반증하듯 관리를 철저히 해 먼지 하나 없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는 검은 하이힐과 강한 그녀와는 정반대로 앙증맞게 귀여운 발과 여성 특유의 자그마한 발목이 김우영 앞에서 그녀의 성격처럼 건방지게 까딱거리고 있다.

“그럼 맛 좀 볼까?”

눈으로 찬찬히 즐긴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정장 상의를 손수 벗기기 시작한다. 김우영은 일부러 천천히 하지만 질척한 손놀림으로 정나은이 자신의 입장이 치욕스럽게 느끼게끔 정장을 벗기지만 오히려 정나은은 그 어스름한 어둠속에서도 날카로운 눈빛은 죽지 않고 김우영을 쏘아보고 있다.

검은 정장 상의를 반쯤 벗기고 새하얗기 그지없는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차근차근 풀러 내려간다. 차츰 드러나는 새하얀 속살과 풍만한 가슴골,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가슴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망사 재질의 자수가 잔뜩 들어간 브래지어는 뭇 남성이라면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기껏 정장 입고 있는데 다 벗기는 건 멋이 아니지.”

김우영은 끌끌 거리며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한, 두 개정도만 남겨두고 완전히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둔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비춰지는 그녀의 뽀얀 복근과 자그마한 배꼽까지 수줍게 와이셔츠 안에서 고개를 내밀고 김우영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기서 하겠다고?”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정나은은 가시 돋친 말로 톡 쏴붙이자 김우영은 씩 웃을 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달라붙는다. 뱀처럼 끈적한 손길이 매끄러운 검은 스타킹 위로 정나은의 허벅지를 탐한다. 서서히 그 손길은 허벅지를 따라 치마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가는 사이,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매끄러운 복부와 허리를 쓰다듬으며 유부녀의 속살을 탐한다.

“…….”

정나은은 복부와 허벅지를 돌아다니는 끈적한 손길보단 목덜미를 자극하는 김우영의 뜨거운 숨결이 더욱 기분 나쁘다. 곧이어 김우영의 입술은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핥자 정나은의 입에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짝 신음이 새어나온다.

“흣!”

껄끄럽고 질척한 김우영의 혀가 그녀의 목덜미를 탐하며 그 라인을 따라 어깨와 쇄골을 자극하며 야생동물의 영역을 표시하듯 자신의 체취를 잔뜩 머금게 해준다. 김우영은 애태우듯이 그녀의 치마 속을 휘젓고 다니는 손은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 주변만을 맴돌고, 복부와 허리를 매만지던 손은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 곧게 뻗은 척추라인을 따라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어 올라간다.

“……후우~”

정나은은 그 미묘하지만 끈적한 자극에 착실히 쾌락이 샘솟기 시작하며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다. 새어나오는 숨결도 한층 뜨겁고 달콤함하며 달아오르기 시작한 유부녀의 몸에선 그녀 특유의 체취가 샘솟으며 수컷을 자극한다.

‘역시나 예민하군.’

김우영은 서서히 달아오르며 허리가 뒤틀리듯 움찔거리기 시작하는 정나은을 느끼며 그녀 모르게 미소 짓는다. 처음 강제로 그녀를 취했을 땐 최음 효과가 있는 젤을 썼기에 몰랐지만 차 안에서 그녀를 취했을 때 깨달았다.

그녀는 강한 척하는 것치곤 상당히 예민한 몸을 가지고 있단 걸.

‘아니면 유부녀 특유의 강한 성욕 때문일까?’

어째서인지 여자란 생물은 유부녀가 되면 더욱 성욕이 강해진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확실하게 자신의 배우자가 결정되었기에 그동안 억누르던 성욕을 마음껏 토해내는 것일까?

‘덕분에 나 같은 놈도 밥벌이 할 수 있지만.’

김우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만개한 타인의 꽃의 꿀을 탐하는데 집중한다. 집요하리만치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면서도 절대로 정나은이 만족하지 못할 곳만 자극한다. 골반, 허벅지 안쪽, 등 뒤와 복부, 허리 라인이나 쇄골 등 묘하지만 확실한 자극에 정나은은 점점 달아오른 몸을 비틀며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면서 그 자극을 견디고 있다.

평소라면 진즉에 배아래 깔아뭉개고 정나은이란 유부녀를 탐할 그로써는 이상하리만치 소심하면서도 여성을 배려하는 모습에 정나은은 헐떡이면서도 의아함을 품는다.

‘이상하겠지? 이상할거야.’

김우영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질기디 질긴 강한 꽃을 꺾기위해 시간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녀를 욕구불만으로 만들기로 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해도 이렇게 예민한 몸을 가진 그것도 유부녀는 아예 손을 안대면 몰라도 이렇게 묘한 자극에는 성욕이 쌓일 수밖에 없다. 

얼마든지 그 성욕을 풀 수 있는 상황임에도 풀 수 없게 된다면?

그 성욕은 쌓이고 쌓여 단번에 터트릴 때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김우영은 이렇게 그녀에게 미묘한 자극을 하며 성욕이 쌓이게끔 유도하는 중이다.

“이것 좀 달래주겠어?”

김우영은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도 자신의 성욕은 마음껏 풀기위해 분기탱천한 육봉에 그녀의 왼손을 끌어와 꼭 쥐게 한다. 정나은의 가느다란 손가락과 왼손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의 이물감을 느끼며 김우영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치마 속 가장 깊은 곳으로 손가락을 이동시킨다. 드디어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뜨거운 숨결만 토해내는 입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흐음…….”

망사재질의 자수가 들어가 매만지는 맛이 좋은 브래지어 위로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형태가 일그러지듯 주무른다. 치마 속을 휘젓고 다니던 다른 손은 이젠 뜨거움까지 내뿜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도달하자 질척거림이 손가락에 전해진다.

찌지직!

치마 속에 들어가 있던 김우영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의 스타킹을 강하게 잡아당겨 찢어버린다. 그러자 살짝 풀렸던 정나은의 흐리멍덩했던 눈에 빛이 돌아오며 불만어린 빛을 내뿜는다.

“벗으라면 되지 그걸 찢으면 어떻게 해?”

정나은의 불만어린 목소리도 무시하고 김우영은 그녀의 부드럽지만 질척거리는 팬티 위로 손가락을 놀려 가랑이 사이를 천천히 자극시켜준다. 브래지어 위로만 매만지던 가슴도 한층 강하게 자극하더니 결국 브래지어를 위로 올려버리자 맨가슴이 출렁이며 브래지어 속에서 빠져나온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에 뽀얀 두 언덕이 출렁이는 모습은 침을 고이게 한다. 그 언덕 위에 핀 자그마한 꽃을 손으로 건들자 정나은의 허리가 튕겨져 나갈 것처럼 휜다. 갑작스런 자극에 정나은은 화들짝 놀랐고, 튀어 오른 자신의 허리 때문에 더욱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몸에 힘을 준다.

‘눈빛 봐라.’

한층 치켜 올라간 고양이 같은 눈매와 차가운 눈빛은 그녀의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눈빛이 더욱 마음에 들기에 이렇게까지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걸 그녀는 알까?

‘마음껏 쏘아보라고. 얼마나 갈지 궁금하네.’

김우영은 비릿한 미소로 회답해주곤 그녀의 탐스런 두 언덕을 잡아먹을 듯 입을 쩍 벌려 양껏 베어 문다. 김우영의 입 안 가득 퍼지는 그녀의 체취와 짭짜름한 땀 맛을 느끼며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듯 끈적하게 탐한다.

“……하읏.”

한층 강해진 자극에 정나은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음에도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지 못하고 고개를 젖히고 허리를 잘게 떤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눈으로 새기며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그녀를 자극하고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 직장인들의 일터. 모두가 퇴근하고 어스름하게 내려앉았던 어둠이 더욱 음영을 더하며 고요함까지 더해져야 할 차가운 사무실에는 어째서인지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고요해야 할 사무실에는 어쩐지 달뜬 숨소리와 달콤하면서도 억눌린 가느다란 신음소리, 무엇보다 퇴폐적인 끈적한 물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열기라도 뿜어내는 것일까? 그 불빛에 다가갈수록 확 달아오른 뜨거운 공기에는 야릇하면서도 비릿한 향기가 은은하게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며 사무실을 덥히고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이 모든 걸 토해내고 있는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붙어서 서로를 탐했는지 두 남녀의 몸에선 진한 체취와 땀이 샘솟고 있으며 몸에 걸쳐져 있다는 표현이 걸맞은 정장은 있는 대로 흐트러져 있으며, 뜨겁게 달아오른 몸에서 솟은 땀으로 인해 하얀 와이셔츠는 딱 달라붙어 그 뽀얀 속살을 비추며 더욱 선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아! 하아!”

“쩝쩝, 하웁…….”

거칠고 뜨거운 숨결을 계속해서 토해내는 여성은 책상 위에 올라간 채 양 가랑이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활짝 벌린 채 그 탐스런 육체를 덜덜 떨고 있다. 완전히 풀어 헤쳐진 긴 생머리는 그녀가 쾌락으로 인해 도리질 칠 때마다 출렁이지만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며들었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쾌락에 몸부림치는 유부녀에게 달라붙어 아기처럼 풍만한 젖가슴을 탐하고 있는 중년 남성은 얼마나 그녀의 가슴을 탐했는지 그녀의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양 가슴이 그의 침으로 범벅이 된 것도 모자라 젖가슴을 타고 매끄러운 복부를 향해 타액이 흘러내린다. 야생동물이 자신의 영역에 체취를 남기듯 그녀의 가슴에선 더 이상 그녀의 향기는 나지 않고 남성의 타액의 체취가 물씬 풍겨 올라온다.

무엇보다 가장 강하게 그의 체취가 풍겨져 올라오는 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가랑이 사이다. 비릿한 밤꽃 냄새는 그녀가 뿜어내는 달콤한 체취를 짓누르고 그녀에게 달라붙어 마치 그녀의 향기인 양 그 강렬한 냄새를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이미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욕망을 토해냈는지 그녀의 하얀 망사 팬티 위에는 더욱 진한 하얀 액체가 끼얹어져 그녀의 팬티로 스며들며 그녀의 속살에 그 냄새를 남긴다. 그 아래에서 그 냄새를 지우려고 하듯 계속해서 샘솟는 그녀의 달콤한 액체는 이상하리만치 양이 적다.

‘하아! 하아! 가, 가고 싶은데!’

정나은은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토해내는 달콤한 숨결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집요하기까지 한 그의 테크닉에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갈 뻔했지만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모든 자극을 멈춰버린다. 그런 주제에 자신은 착실하게 욕구를 마음껏 풀며 자신의 몸에 그것도 자신의 팬티와 가랑이 사이에 그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고 또 토해냈다. 

마치 자신을 놀리듯이…….

정나은은 미칠 것 같은 쾌락 속에서 꽉 막힌 것처럼 터지지 않는 이 가슴 속 깊은 욕구 때문에 불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걸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고 있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얄미운 미소를 지으면서 또 다시 자신의 욕구만을 토해낸다.

“크흐음!”

울컥! 울컥!

“…….”

정나은은 또다시 확 피어나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자신의 팬티 위에서 가랑이 사이를 꾹 누르고 맥동하며 그 뜨거운 액체를 토해내는 남성의 육봉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린다. 자신의 배위에서 마치 아기처럼 가슴을 미친 듯이 탐하며 허리를 덜덜 떨면서 또 다시 욕정을 토해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짜증과 동시에 부러움이 샘솟는다.

‘……부러움?’

정나은은 자신의 생각에 화들짝 놀란다. 이런 자신에 더욱 화가 나는 걸 느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마음껏 욕망을 토해내느라 풀린 김우영의 얼굴을 쏘아본다. 김우영은 자신의 차가운 눈빛과 자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이 마주치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욕망을 다 토해내곤 쓱쓱 닦는 게 느껴진다.

“후~이거 완전 푹 젖었구만.”

김우영은 자신이 토해낸 욕망의 덩어리로 절여지다 못해 질척이는 정나은의 하얀 팬티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런 목소리를 낸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차라리 몸을 더럽히는 게 낫지 일방적으로 성욕을 푸는 도구 같은 취급이 더욱 자존심에 금이 간다. 김우영은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손으로 비비며 자신의 욕망의 액체가 팬티와 속살로 잘 스며들게끔 비빈다.

“…….”

정나은은 이 남자의 의도를 모르겠다. 김우영은 그저 자신의 욕망의 덩어리들이 그녀의 팬티와 속살에 잘 스며들 때까지 손으로 매만진 뒤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하아?”

김우영의 말에 정나은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아함을 토해낸다. 김우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즐거운지 연신 웃으며 더욱 터무니없는 소릴 이어간다.

“한 달 동안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지마. 자위도 안 돼.”

“당신에게 더럽혀진 몸으로 남편과 사랑을 나눌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

정나은은 남편의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리친다. 하지만 자위까지 하지 말라는 소리에 정나은은 속으로 이를 간다. 이렇게까지 달아오르고 달아오른 몸과 쌓일 때로 쌓인 성욕을 풀지 말라니 이제야 속셈이 눈에 보인다.

‘빌어먹을 놈. 아주 끝까지 괴롭히겠다?’

김우영은 씩 웃으며 그녀가 속으로 자신의 욕을 하고 있을 걸 상상하고 있다. 보통 여자라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리 없다. 내기의 계약상에 자신이 하는 말을 꼭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그걸 반드시 따른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고 눈앞에서만 따르는 척 해도 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다르다.

‘그 알량하고 높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절대적으로 내 말을 따르겠지.’

그녀는 자신에게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게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은 절대 안할 것이다.

“오늘은 그 팬티를 입고 자.”

“……뭐?! 미, 미쳤어?!”

정나은은 김우영의 말에 말까지 더듬으며 외친다. 지금 이 비릿한 밤꽃 냄새가 풀풀 피어나는 팬티를 입고 자라는 건 남편에게 들키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절대 안 돼! 남편이 눈치 챈단 말이야!”

“그건 알 바 아니지. 알리지 않는다고 했을 뿐이지 그쪽에서 눈치 채는 건 조항에 없었잖아?”

낄낄 웃으며 주섬주섬 옷을 입는 김우영을 걷어차려는 자신의 다리를 말리느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가 집요하리만치 자신의 팬티에 욕망을 토해낸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음흉한 속셈에 치가 떨리며 이가 갈린다.

“까득!”

“그러다 이 상한다?”

그새 옷을 다 주워 입은 김우영은 낄낄 웃으며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다. 그리곤 아직도 책상 위에서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나은을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잊지 말라고 다시 한 번 주장하듯 손가락을 가리킨다.

자신의 질척거리는 팬티를…….

“내일 보자고~”

쾌락으로 달아올랐던 조금 전과는 달리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적막이 찾아온 사무실에 갑작스레 쾅하는 무언가를 내려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 뒤 화가 난 듯 씩씩거리는 소리와 거친 하이힐 소리를 끝으로 사무실은 고요함을 되찾았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소중한 두 부부의 보금자리지만 오늘만큼은 그 따스한 보금자리로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

“다녀왔어~”

정나은은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평정을 가장하고 집으로 들어선다. 귀가를 알리는 인사를 들은 남편은 방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휘적휘적 걸어 나오며 자신을 반겨준다.

“늦었네. 회식이었어?”

“응. 회식이었는데 술은 안 마셨어. 어찌나…….”

정나은은 미리 생각해둔 이야기를 줄줄이 변명을 늘어놓듯 쏟아낸다. 곰곰이 듣던 남편은 아내의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는 걸 은연중에 깨달았다.

‘거래하는 상대방이 상당히 진상인가보네.’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묻지도 않은 상대방의 험담 등을 줄줄이 토해내는 아내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짓는다.

“그럼 한 달 정도는 계속 늦는단 말이지?”

“응. 좀 큰 건이라……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당분간 큰일은 없을 거야.”

“고생했어.”

안정수는 그런 아내를 다독여주기 위해 양팔 벌려 그녀를 끌어안으려고 다가가자 정나은은 흠칫 놀라며 살짝 물러난다.

“왜?”

“아, 아니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좀 냄새가 심해. 먼저 씻을게.”

안정수는 부부 사이에서 새삼스레 그런 걸 신경 쓰는 게 의아하지만 오늘따라 그녀가 예민하다고 생각하곤 헛웃음을 짓곤 고개를 끄덕여준다. 정나은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그럼 씻고 나오겠다고 하며 샤워하러 들어간다.

“후…….”

화장실에 들어온 정나은은 문에 기댄 채 깊은 숨을 토해낸다. 자신의 몸에서 풀풀 풍기는 비릿한 밤꽃 향기와 김우영이 자신의 가슴을 아기처럼 쪽쪽 빨아대고 있는 대로 희롱한 탓에 브래지어가 끈적거릴 정도로 질척하게 묻어난 그의 체취가 은연중에 자신의 몸에서 피어난다. 그렇기에 남편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끌어안으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안 그래도 축 처진 기분이 더욱 가라앉는 걸 느끼며 재빨리 정장을 벗어버린다. 브래지어를 벗자 확하고 피어나는 그의 지독한 체취에 얼굴을 찌푸리며 남편이 발견 못하도록 세탁물 깊숙한 곳에 쑤셔넣은 뒤 다시 입어야 할 이 지독한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팬티는 잘 숨겨둔 뒤 샤워를 한다.

“잘까?”

“응. 오늘은 지쳤어 일찍 자자.”

샤워를 끝마치고 안방으로 돌아오자 이미 잘 준비를 끝낸 안정수가 침대에 누운 채 곁을 손으로 툭툭 두들긴다. 안정수는 아내가 평소 즐겨 입는 잠옷 대신 약간 두꺼운 추리닝을 입은 모습이 의아하긴 했지만 오늘 하루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안 좋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곁에 누운 아내를 꼭 끌어안아준다.

“더워.”

“오늘 마누라 좀 끌어안고 자자.”

아내는 자신이 끌어안자 필요이상으로 화들짝 놀랐지만 곧 그녀도 자신을 끌어안으며 품에 안긴다. 평소와 달리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내가 의아하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란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고개를 들이밀자 아내도 나쁘지만은 않은지 눈을 감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키스는 이어지지 못했다. 갑작스레 아내가 피했기 때문이다.

“왜?”

“아니, 그게…….”

정나은은 씻었음에도 몇 시간 전만하더라도 자신의 입에 김우영의 육봉을 머금고 있던 것 때문에 차마 사랑하는 남편과 키스를 나누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피했다. 자신의 이런 모습에 남편도 살짝 삐진 모습이자 정나은은 그의 뺨에 입을 맞춘다. 정나은은 평소와 달리 뺨이라고 해도 자신이 자진해서 키스를 해줬다는 것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은 지쳤어. 이걸로 봐줘.”

“……풋! 그래. 자자.”

평소와 달리 아내가 연약한 여인처럼 다가오는 모습에 안정수는 실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잠에 빠져 들어갔다. 정나은 역시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겨 그의 따스함을 느끼며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끼며 서서히 깊은 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안정수와 정나은 두 부부의 보금자리는 밤이 깊어질수록 어둠은 더해지고 술에 취한 사람도 야행성인 길고양이도 집으로 돌아갈 가장 어두울 무렵.

안방 침실에는 금술 좋아 보이는 부부가 서로를 끌어안고 색색 일정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다. 사람은 잠이 들면 체온이 상승하는데 서로를 부둥켜안고 잠든 두 부부는 높아진 체온과 서로의 체온 때문에 조금씩 땀이 샘솟기 시작한다. 부부가 뿜어내는 열기와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땀 냄새, 부부의 잔향만이 남아있어야 할 안방에 묘한 향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 묘한 향기는 비릿하고 밤꽃 향기를 연상케 한다. 그 향기는 부부가 덮고 있는 이불속에서 시작되었는데, 체온이 높아짐에 따라 땀이 배출되고 배출된 땀이 옷에 스며들었고 그녀의 팬티에 스며들어있던 김우영의 욕망의 덩어리는 그녀의 땀과 섞이며 야릇한 향기로 바뀌었다.

마치 두 남녀가 살을 섞을 때 나는 퇴폐적이고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향기는 두 부부의 침실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 있을 때마저 마치 이 여자는 자신 거라고 주장하듯 그의 욕망은 강렬하고도 질척하게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다.

사랑하는 두 부부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듯 그 미묘하면서도 야릇한 향기는 밤새도록 정나은에게서 뿜어져 나오며 두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햇살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를 정오가 머지않은 오전.

저녁이 되면 회사원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도 오전만큼은 적당한 한산함을 자랑한다. 딱 적당하게 내려쬐는 아침 햇살과 살살 불어오는 미풍을 즐길 여유도 없이 통화를 하며 이리저리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 속 그들과 별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두 남녀가 있다.

“슬슬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중년 남성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오는 여성에게 제안한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강렬한 눈빛은 그녀가 얼마나 쎈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케 해주며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을 증명하듯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깔끔하면서도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상아색 정장과 먼지하나 묻지 않은 반무테 안경, 틀어 올린 머리는 신뢰감을 자아낸다.

살색 스타킹을 신어 그녀의 육덕지면서도 뽀얀 다리가 돋보이고 다리와는 반대로 검은 하이힐은 햇빛에 반사되며 윤이 난다. 시원스런 걸음걸이로 사회생활의 베테랑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는 정나은이다. 그런 그녀도 이 남자 앞에서는 도저히 표정 관리를 못하겠는지 있는 대로 불만을 표정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인간은 일도 안하나?’

정나은 앞에서 걷고 있는 그는 그녀의 원수 김우영이다. 벌써 내기를 시작한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정나은은 오전에 잠시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을 제외하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이 남자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일을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그 날 밤처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롱하고 있다.

‘게다가 철저하게 희롱만 할 뿐이고…….’

덕분에 정나은은 며칠 동안 쌓일 때로 쌓인 성욕 때문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며칠이고 몇 시간이고 그의 끈덕진 희롱은 집요하리만치 계속되면서도 절대로 자신을 절정에 오르게 하지 않는다. 얼마나 여자를 품었기에 이렇게 여자가 가려는 직전에 그 모든 자극을 정확히 끊는 것인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길거리를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걷는 그녀에게선 욕구 불만이라는 걸 수컷들에게 알려주듯 묘한 색기가 흘러넘치며 그들을 유혹하는 체취가 페로몬처럼 솔솔 풍겨 나오는 게 며칠사이에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물씬 물이 올랐다.

“오늘은 여기서 먹자고.”

김우영은 적당한 식당을 손으로 가리키곤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식당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하아~정말이지. 지치네.”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 몰랐던 그녀로써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점점 쌓이는 성욕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쳐 한숨을 푹 내쉬며 식당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쪽~”

사람도 두 사람밖에 안되는데 그 바쁜 점심시간에 굳이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좌식 방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김우영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미 며칠이나 겪은 일이지만 밥 먹을 때까지 자신을 가만히 안 놔두는 근성에 찬사를 보내야할지 뼈를 분살하는 분노를 선사해줘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

정나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진해서 호랑이 굴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굳게 닫힌 미닫이문.

잠시 뒤 남자 종업원이 음식을 들이기 위해 미닫이문을 열자 화들짝 놀라는 여성과 능글맞게 웃고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넓은 방 안에서 구태여 나란히 앉아있는 남녀를 보며 의아함을 느꼈지만 착실히 음식을 세팅하고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종업원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다.

“마,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의 눈은 하염없이 흔들리며 시선이 자꾸만 식탁 아래로 향하려는 걸 막아보지만 남자로써의 본능이 이성을 짓누른다. 인사를 하며 말을 더듬는 것도 모른 채 미닫이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식탁 아래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거참 식당에서까지 그 짓을 하고 싶을까?”

남자 종업원은 끌끌 혀를 차면서도 속으로는 좋은 구경했다고 즐거워한다. 테이블 아래에서 보였던 광경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긴다. 식탁 아래로 뻗은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육덕진 다리는 살짝 벌어져 있었고,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색 실크 팬티는 한쪽 다리에 걸려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재빨리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시선을 던졌지만 남성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스타킹 위로 더듬고 있어서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은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욱 흥분됐다.

“또 음식 안 시키려나?”

남자 종업원은 끌끌 웃으며 일을 하면서도 방문 앞을 서성였다. 노골적으로 방문 앞을 서성이는 남자 종업원에게 다른 직원들이 눈총을 줘도 그는 아랑곳 않고 귀를 방 안으로 기울였다.

“……흡!”

남자 종업원의 정성이 통한 것일까? 얇은 미닫이문을 뚫고 작게 새어나온 달콤한 비음을 시끌시끌한 식당 안에서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남자 종업원은 그 달콤한 비음을 듣자 이성이 고장 난 것처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비어있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야! 일 안하고 뭐해!”

“아, 잠시만 쉴게요. 대신 오늘 잔업 할 테니, 네?”

“으이구! 알았어!”

남자의 슬픈 본능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잔업과 맞바꾼 소중한 휴식 시간을 아무도 없는 옆방에 들어가 벽에 딱 달라붙는다. 시끌시끌한 식당의 소음을 무시하고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하아! 하아!”

“직접 만져주니 좋은가봐?”

달뜬 숨소리와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자 종업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후우! 하으윽! 밥 먹을 때까지 이러기야?”

“끌끌 당연하지. 아까 들어온 남자 직원 눈 봤어? 분명 식탁 아래 광경을 본 걸 거야.”

“하아……하아……입 다물어.”

달뜬 숨을 몰아쉬면서도 가시가 돋은 여성의 목소리에 남자 종업원은 흥분되는 한편 두 남녀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여자 쪽은 뭔가 맘에 안 드나?’

자신에게 한 노출은 여성이 동의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귀를 기울인다. 달뜬 숨을 몰아쉬는 여성의 달콤한 숨결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렇게 남자 종업원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화가 찾아왔다.

“잠시 화장실 다녀오지.”

남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 종업원은 중년 남성이 화장실을 가는 틈을 타 문 사이로 엿보고 싶은 마음에 방에서 허둥지둥 튀어나와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방문 앞을 지나가려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린다.

“…….”

김우영은 그런 남자 직원에게 한번 눈길을 던지곤 방에서 나와 미닫이문을 닫으며 남자 종업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살짝 열어두지.”

김우영의 말에 남자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눈길을 던졌지만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닫던 미닫이문을 정말 약간의 틈을 벌려둔 채 화장실로 떠나갔다. 남자 직원은 들여다 봐야할지 순간 갈등했지만 식당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이라 주위에 눈길도 없고, 아직 점심 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방을 사용하는 손님은 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에 마음 크게 먹고 그 틈 사이로 방 안을 엿본다.

평소 지겹게 보던 일터의 풍경. 조금 전까지 종업원이 숨어있던 옆방과 별 다를 게 없는 방의 모습이었지만 미닫이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 냄새 속에 살짝 섞여있는 달콤한 여인의 체취와 벌어진 문틈 사이로 솔솔 흘러나오는 미지근한 공기. 종업원의 귀를 간질이는 자그마한 여인의 달뜬 숨소리는 자신마저 덩달아 숨을 몰아쉬게 한다.

1~2cm나 될까?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방안을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 탐색한다. 앉아 있던 그녀는 나올 때와는 달리 흐트러진 자세로 반쯤 드러누워 있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여있는 다리는 반쯤 벗겨져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다리에 걸려있던 검은 실크 팬티는 테이블 밑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꿀꺽.”

종업원은 타들어가는 목과 방망이질 치기 시작한 가슴을 느끼며, 끈적한 눈길로 무릎까지 벗겨져 있는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 라인을 따라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살이 꽉 찬 허벅지 안쪽 비밀스런 검은 화원은 살짝 물기를 머금고 조명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게 두 눈에 확실히 새겨졌다.

‘햐~저런 년 가랑이 사이에 얼굴 파묻어 보고 싶다.’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허벅지살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농익은 향기를 상상하며 다시금 마른침을 삼킨다. 상아색 정장 치마는 엉덩이까지 걷어져 올라가 탐스런 엉덩이 살을 살짝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녀의 와이셔츠는 반 이상 단추가 풀러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테이블 밑으로 보이는 좁은 시야로는 그녀가 숨을 몰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복부만이 보일 뿐이다.

그렇게 테이블 밑으로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훔쳐보던 종업원은 서서히 내려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포착했다. 살짝 떨리는 손이 서서히 그녀의 허벅지 위를 쓰다듬더니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가장 깊숙한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

“……핫?!”

갑작스레 그녀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더니 가랑이 사이로 사라져가던 손을 황급히 뗀다. 방안은 그녀의 달뜬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그 정적은 곧이어 울린 소리에 깨져버렸다.

‘왜 저러지?’

그녀가 자신의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쳤기 때문이다. 바닥에 꽂힌 채 마치 분노나 치욕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주먹을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어떤가 볼만한가?”

“헉?!”

종업원은 하마터면 소릴 지를 뻔하며 숨을 들이킨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화장실에 갔던 중년 남자가 돌아와 있었다.

“슬슬 효과가 나오는구만. 조금만 더 애태워 볼까?”

자신과 같이 문틈 사이로 훔쳐보는 중년 남성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비릿한 웃음을 짓곤 방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마치 훔쳐보라고 하듯 아까보다 더욱 문틈 사이를 벌려놓는다.

‘나야 좋지 뭐.’

종업원은 문틈 사이로 눈을 집어넣으며 안을 훔쳐본다. 아까보단 훨씬 시야가 넓어져 엿보기가 한결 수월하다.

“자, 이제 먹었으니 빼볼까?”

중년 남성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여성 곁에 다가가더니 주섬주섬 벨트를 풀러 팬티마저 확 벗어버린다.

“알지?”

종업원이 지금 상황에 놀라거나 말거나 중년 남성의 장난기어린 한마디에 여성은 혀를 차며 무릎 꿇고 앉는다. 그러자 중년 남성은 그녀의 입에 단번에 육봉을 찔러 넣는다.

“웁!”

여성은 눈매를 있는 대로 치켜 올리며 괴로운 목소리를 냈지만 중년 남성은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앞뒤로 흔들기 시작한다. 그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튕겨져 나갈 듯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본다.

깔끔하게 틀어 올렸던 머리는 점점 흐트러져가고, 숨쉬기가 곤란한지 점점 거칠어져가는 그녀의 숨소리와 괴로운 신음이 새어나오는 빈도가 높아진다. 아까 훔쳐봤을 때 예상했듯 반 이상 벗겨진 와이셔츠는 어깨 아래까지 흘러내려 그녀의 검은 실크 브래지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고, 엉덩이까지 밀려올라간 상아색 치마는 그녀의 달덩이같이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고스란히 드러내 괴로움에 덜덜 떨리고 있는 것까지 보인다.

‘와 대체 무슨 관계지?’

단순히 상사와 부하직원이라기엔 너무나 강압적인 행위에 자신이 다 살 떨린다. 방안에는 점점 질척한 물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양껏 벌어져 육봉을 머금고 있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선 투명한 액체가 질질 흐르기 시작한다.

“후우! 빨리 끝내고 나가자고.”

“으웁! 흡!……끄읍!”

더욱 강압적이고 강하게 허리를 튕기기 시작하는 중년 남성 때문에 여성은 정신을 못 차리겠는지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억누르는 것도 포기한 채 남성의 허벅지를 꽉 움켜쥐고 애처롭게 떤다.

방안의 공기가 다 떨리는 것처럼 두 사람의 행위는 격렬해지더니 어느 순간 건전지가 다된 장난감처럼 남성의 허리가 뚝하고 멈춘다. 다만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남성의 팔은 근육이 도드라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붙인다.

“크으흡!!!”

남성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모든 움직임을 멈추는 것과는 반대로 여성은 그 모든 에너지를 받아들인 것처럼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경련시키며 괴로움에 허덕인다. 찢어질 듯 커다란 눈동자와 살짝 상기된 양 뺨. 이따금 꿀렁거리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울대에서 중년 남성의 욕망의 덩어리가 그녀의 입속에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파문이 이는 것처럼 떨리고 있는 그녀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에선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길게 흘러내리는 걸 보자 종업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장 많이 풍겨왔지만 이젠 그 음식냄새보다 더욱 강렬하고 야릇하기 그지없는 체취가 후끈한 공기를 타고 새어나오는 걸 느끼며 종업원은 눈앞에 펼쳐진 이름 모를 두 남녀의 행위를 두 눈에 새기며 손을 흔든다.

“후~날이 갈수록 잘 빠는데?”

중년 남성의 긴 탄식과 만족스런 목소리가 들리며 그녀에게서 서서히 떨어진다.

“쿨럭! 쿨럭!”

그녀가 머금고 있던 육봉이 뽑혀져 나오기 무섭게 그녀는 격하게 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어트린다. 그에 따라 흐트러진 검은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지만 그녀의 붉은 입속에서 토해져 나오는 하얗고 질척한 액체는 가려지지 않았다.

“……큭!”

콜록거리는 여성의 기침소리가 진정되어 갈 무렵 두 남녀만이 있어야 할 방안에 자그마하게 남성의 억눌린 신음소리가 방 밖에서 들려온다. 중년 남성은 그 자그마한 소릴 들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지만 여성은 듣지 못했는지 숨을 고르며 흐트러진 옷맵시를 가다듬느라 진이 빠진 모습이다.

“어땠어? 만족스러웠나? 정나은 씨?”

“……어떤 대답을 원하는데? 한 대 후려 패줄까? 빌어먹을 김우영 씨?”

한마디도 지지 않는 정나은을 끌끌 웃으며 바라보는 그는 한마디를 더한다.

“지금 장면 만약 누군가가 봤다면 어땠을 것 같아?”

“…….”

그의 말에 정나은은 입가에 흐르는 침과 밤꽃 향이 피어나는 액체를 휴지로 닦다가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몰라도 무표정의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미동도 않고 있다가 다시 옷맵시를 만지기 시작한다. 거의 변화가 없던 정나은이었지만 김우영의 능구렁이 같은 눈에는 진정되어가던 붉은 뺨에 다시금 열이 오른 걸 놓치지 않았다.

“그럼 가자고.”

정나은은 방금 전까지 흐트러졌던 모습이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김우영은 병적이기까지 한 그녀의 자기관리 능력에 감탄하며 방을 나선다.

누가 알까? 방금 전까지 이 방안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탐했다는 걸?

‘뭐 한명은 확실히 알겠지만.’

김우영이 벗어둔 신발을 신고 일어서자 들어올 때와 전혀 변화가 없는 정나은이 뒤따라 방을 나서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급변한다.

“……뭐, 뭐야 이거.”

하얗게 탈색된 정나은의 표정 변화에 김우영은 왜 저러는 지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다가오자 정나은의 적의어린 시선이 반긴다.

“이거 당신이 한 거지?”

정나은의 표정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김우영은 그녀가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 못할 표정으로 다가서자 정나은은 이래도 모른 채 할 거냐는 태도로 하이힐을 벗는다.

질척.

‘응?! 이게 뭐야?’

정나은이 하이힐을 벗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발을 들이댄다. 살색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자그마한 발에는 밤꽃 향기가 피어나는 하얀 액체가 끈적하게 달라붙어 스타킹에 스며들고 있었다.

‘……허, 허허허. 이것 참. 그 종업원도 대단하네.’

김우영은 기가 차지만 짐짓 모른 채하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했다는 태도를 취하자 정나은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과 이를 부득 갈며 다시 하이힐을 신는다.

“하이힐 하나 버렸잖아!”

정나은은 짜증나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하이힐을 신고 일어서자 발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 끈적하고 뜨뜻미지근한 감각에 온 몸에 소름이 달리는 걸 느낀다. 발바닥 전체에 전해지는 그 기묘한 감각에 몸서리를 치며 어색한 발걸음으로 식당을 나가버린다. 김우영은 점심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하며 곁눈질로 그 남자 종업원을 찾는다.

‘표정이 참 장관일세.’

반쯤 넋이 나간 태도며 식당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 눈동자에는 경악이 서려있다. 그녀가 그 짧은 시간에 저렇게 깔끔한 모습으로 나온 것도 놀랐겠지만 자신이 장난쳐 놓은 하이힐을 아랑곳 않고 신어버린 그녀의 태도가 더욱 경악스러운 것이겠지.

‘그 심정 이해한다. 저 정도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는 처음 봤을 거다.’

김우영은 남자 종업원의 경악어린 마음을 이해하며 계산을 끝내고 그를 지나쳐가며 어깨를 두들겨 준다.

“헉?! 아, 안녕히 가세요.”

“고생했어.”

넋이 나가있던 종업원은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건넨다. 김우영은 그에게 잘했다는 눈짓을 하고 식당을 나선다. 식당을 나서자 뿔이 잔뜩 나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는 정나은이 눈에서 불을 뿜을 기세로 쏘아보고 있다.

“가자고.”

김우영은 능구렁이처럼 웃으며 그녀를 끌고 길거리를 나아간다. 정나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를 따라나선다. 김우영은 그녀의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 하며, 발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 때문인지 때때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며 괴롭히고 싶어지는 욕구를 참아내느라 고역이다.

‘이제 슬슬 다음 준비에 들어가 볼까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슬렁어슬렁 길거리를 거니는 김우영과 상아색 정장을 차려입어 한층 싱그러움이 돋보이는 정나은이 지나간 자리에는 욕구불만인 그녀가 뿜어내는 욕정의 체취와 묘한 밤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통행인들의 코를 간질였다.

도시의 밤은 화려하고 뜨겁다. 

눈을 찌푸릴 정도로 화려한 네온사인과 잔뜩 술에 취해 길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열기는 차가운 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길거리에는 잔뜩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 외에도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수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건물. 모텔이다.

어스름한 조명의 모텔 복도에 다닥다닥 늘어서 있는 두꺼운 방문들에선 귀를 간질이는 달콤한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복도에 새어나오고 방안을 꽉 채우고도 터질 듯이 새어나오는 미묘한 열기가 모텔 복도를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방들과 다름없이 달콤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방이 있다.

“후욱! 후욱! 후욱!”

“아아악! 하으으윽! 으으으응!……하악!”

한치 앞도 안 보일정도로 어두운 방안.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화려한 네온사인의 불빛만이 방안을 비춘다.

짐승처럼 굵고 깊은 남성의 거친 숨소리와 가슴 속 본능이 이끄는 대로 신음을 내지르는 여성의 환희의 비명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삐걱, 삐걱 침대가 부서질 듯 비명을 내지르고, 방안에 울려 퍼지는 찰지고 둔탁한 소음은 질척질척한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방안에 스며드는 네온사인의 불빛이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서로를 탐하고 있는 두 남녀를 비춰준다.

배아래 깔려 환희를 내지르고 있는 여성에게 연신 허리를 내려찍고 있는 남성은 건강미가 넘치는 구릿빛 피부에 힘쓰는 일이라도 하는지 속이 꽉 찬 근육을 자랑한다. 배꼽을 맞추고 있는 여성을 임신시키겠다는 의지가 형상화 하듯 강렬한 힘과 그가 내뿜는 열기는 심상치 않다.

그런 짐승 밑에 깔려 강렬한 힘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쾌락이 절절히 묻어나는 신음을 토해내는 여성은 자상하고 수수하게 생긴 천상여자의 외모가 특징이었지만 침대 위에는 그런 모습이 일체 남아있지 않다. 외모와는 상반되게 유부녀의 농익음을 품은 육감적인 몸매는 정복욕을 들끓게 하고 쾌락에 물들어 허덕이는 유부녀의 모습은 배 위의 남성에게 더욱 힘을 불어넣어준다.

이미 두 남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 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하듯, 두 남녀의 몸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으며 이어져있는 하반신에서 흘러넘친 타액은 침대시트를 푹 적신지 오래다. 남성이 강하고 깊숙하게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여성의 가느다란 다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풍같이 흔들리고 있었고 근육이 꿈틀거리는 남성의 등을 껴안은 여성의 두 팔과 손가락에는 순백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삐리리리리~삐리리리리~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경쾌한 벨소리에 남성은 침대 맡에 둔 핸드폰에 손을 뻗어 걸려온 전화를 확인한다.

“아~오랜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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