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4)

정나은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기를 할 때 자신이 이겼을 때의 조건만 말했다는 걸 깨닫곤 낮은 목소리로 되물어온다. 김우영은 자신이 말 안했나 란 생각에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곧이어 뭘 묻냐는 표정이다.

“뭐 있어? 스스로 벌려봐.”

“까득!”

“그 정도는 해야지. 난 스스로 자수하러 가야 했는데?”

치욕으로 물든 정나은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고 온 몸이 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분노로 덜덜 떨린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치욕을 견디던 정나은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딱 한 번이야.”

“거 참 비싸게도 구는구만.”

“그나저나 이 씹어 먹을 대리기사는 왜 안와?!”

애꿎은 곳에 화풀이를 하는 정나은을 무슨 소릴 하냐고 김우영이 되묻는다.

“그 인간이 왜 와? 넌 여기서 가랑이나 벌려.”

“뭣?! 이, 이 인간이 미쳤나?! 여기 남!……남편 안 보여?”

꽥하고 소리 지르던 정나은은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걸 깨닫곤 황급히 목소리를 줄인다. 김우영은 다 예상했다는 듯이 씩 웃는다. 자신이 왜 그 고생해가며 남편을 골로 보냈는데 오늘을 놓칠 순 없다.

“대신 여기서 하면 피임은 제대로 해주지.”

김우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품에서 콘돔을 꺼내든다. 정나은은 그 소리에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버려야 할 몸이라면 차라리 피임이라도 제대로 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아직도 망설이는 정나은의 모습에 김우영은 쇄기를 박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술 안 먹은 건 나뿐이야? 어떻게 집으로 갈래?”

정나은은 정말이지 몇 겹으로 쳐진 이 함정 속에 자진해서 뛰어든 자신에게 주먹질을 날리고 싶다. 확실히 남편은 잠들었고, 자신도 술을 꽤 마셨다. 안전한 귀갓길마저 이 남자의 손에 달린 셈이다. 확실히 먹혔다고 생각하는 김우영은 남은 옷을 천천히 벗으며 잠든 남편과 그 곁에 꺾이기 직전인 남의 꽃을 끈적한 시선으로 탐하며 명령한다.

“벌려.”

김우영의 한 마디에 정나은은 앵두 같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그 치욕을 견딘다. 뒷좌석에서 들어 누운 정나은은 육덕진 다리를 꼭 모은 채 덜덜 떨고 있다. 김우영은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스스로 가랑이를 벌리길 기다린다.

“……후우~”

정나은의 입에선 길고, 긴 탄식이 흘러나온다. 두 손을 가슴께로 모아 꼭 부여잡고 파르르 떨리는 눈망울은 꼭 감겨있다. 떨리는 눈망울이 열리며 드러난 눈은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오히려 비장하기까지 한 그녀의 눈동자는 더욱 빛이 활활 타오른다.

딱 달라붙어 덜덜 떨던 육덕진 다리가 스스로 그 가랑이를 벌리며 활짝 만개한다. 김우영은 눈앞에 활짝 핀 남의 꽃을 감상한다.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나 결코 죽지 않은 눈빛은 어디 얼마든지 해보라고 그 강한 불꽃을 품고 있고, 땀으로 푹 젖어 더욱 강렬해진 살내음과 수컷을 유혹하는 체취는 차 안에 물씬 피어난다. 이미 한 번 절정을 맞이한 그 꽃은 달콤한 꿀을 뚝뚝 흘리며 수많은 벌레를 유혹하는 자태는 김우영이란 남자를 짐승으로 탈바꿈 시킨다.

퍽! 퍽! 퍽!

“하읏! 하아! 으으윽!”

전쟁에서 패자는 말이 없다. 치사하고 더럽기까지 해도 승자는 승자였다. 승자는 패자를 유린하고 탐한다. 묵묵히 패자는 이 치욕을 견디며 자신의 처지에 한탄할 뿐이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인적 드물고 짙은 어둠이 깔린 한산한 공터에 세워진 자동차는 쉬지 않고 흔들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달콤함이 묻어나는 여성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 건 결국 패자도 쾌락에 떨어졌다는 게 아닐까?

모두가 잠든 밤을 지나 짙기만 하던 어둠이 조금씩 빛을 머금는 새벽녘.

안정수, 정나은 부부에겐 너무나 익숙한 보금자리에 하나의 차가 조용히 들어온다. 고요하기까지 한 주차장에 들어선 자동차는 주차가 끝나고 시동을 완전히 껐음에도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곧이어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영이었다. 곧바로 귀가할 줄 알았던 김우영은 뒷좌석 문을 벌컥 열자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퇴폐적인 공기가 확하고 뿜어져 나온다. 김우영은 능글맞은 미소로 그 자리에 서서 플래시를 터트리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연달아 찍어댄다.

‘이미 많이 찍었지만 이것도 찍어놔야지.’

김우영의 스마트 폰에는 뒷좌석의 광경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는데, 사지가 풀린 채 잠들어있는 알몸의 정나은이 그곳에 있었다.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그녀의 주위로는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콘돔이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으며, 묶지도 않아 그 내용물을 쏟아져 비릿한 밤꽃향기는 차 안에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사용한 콘돔은 주위에만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잠든 그녀의 등이나 머리카락에도 달라붙어 있는데 자존심 강한 그녀를 치욕스럽게 하기 위해 사용한 콘돔을 정나은의 얼굴에 던지는 등 그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게 한 흔적이 보인다. 그렇기에 정나은의 몸에는 그녀 특유의 체취뿐만 아니라 밤꽃향기까지 섞여 야릇한 향기를 풀풀 풍기고 있다.

이상하게도 야릇한 향기는 다름 아닌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가장 진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콘돔을 썼다면 당연히 그녀 가랑이 사이에선 그런 향기가 피어나지 않아야 할 터인데 가장 진하게 피어나는 건 어째서일까?

“허허~이거 참 미안하게 됐어. 콘돔이 다 떨어진 것도 모자라 찢어진 게 있을 줄은 설마 ‘일부러’ 콘돔을 찢어 놨겠어?”

정나은의 가랑이 사이에 하얗게 말라비틀어진 욕망의 양은 심상치 않다. 콘돔에 싼 것보다 2배는 많아 보이는 양이 말라비틀어져 열기가 식기 전에 흘러넘치던 그 모습이 김우영의 눈에 선하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사진에 담는다.

실신했던 정나은은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자 서서히 깨어난다. 그리곤 그 사람이 김우영이란 걸 확인하곤 날카롭게 쏘아본다. 그 날보다 관계 횟수는 분명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신까지 간 이유는 남편이 곁에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컸다.

코를 고는 사람이 자는 내내 코를 고는 경우는 드물다. 골았다가 안 골길 반복하기에 그때마다 정나은은 남편이 일어난 줄 알고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요 이상으로 긴장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풀길 반복하며, 수없이 절정에 올라버려 결국 실신까지 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결국 안에…….’

김우영은 자신을 푹 퍼지게 할 요령인지 일부러 강하게 짓누르며, 능욕했다. 콘돔을 쓴 탓인지, 그 날보다 사정하는 시간도 현저히 길어지는 바람에 정나은이 견디지 못하고 푹 퍼져버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어떤 콘돔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절정 속에서 자신의 아랫배에 전해지는 그 뜨거운 느낌은 분명 안에 싼 것이었다.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밀쳐내자 김우영은 우스꽝스럽게 물러났다.

‘그 능글맞은 미소는 분명 일부러야.’

설마 찢어질 줄 몰랐다는 곤란하면서도 능글맞은 미소를 짓던 그는 어차피 한 번이고, 몇 번이고 상관없지 않냐며 결국 그 뒤는 콘돔도 쓰지 않고 있는 대로 자신의 몸 안에 그 욕망을 풀며 내뱉었다.

정나은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이미 집에 도착했다는 확인하고 날카롭게 김우영을 쏘아본다. 김우영은 그렇게 찍어 눌렀어도 아직도 기가 안 죽은 정나은의 매서운 눈매를 보며 휘파람을 불며 그 당당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그럼 난 이만 가지. 뒤처리는 알아서 하라고. 남편에게 바람 핀 것 들키지 않으려면 연락 잘 받으라고?”

“꺼져.”

정나은은 알고 있다. 실신하긴 했어도 의식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저 비열한 남자는 잠든 남편 곁에서 실신한 자신의 몸을 이용해 마치 바람 핀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 놨다. 남편의 모습도 앵글에 확실히 들어오게.

이로써 완전히 약점이 잡혀버렸다. 신고한다고 해도 최 사장이라는 명백히 제 3자로 보이는 인물이 증인으로 선다면 빼도 박도 못한다. 자신은 한통속이란 걸 알아도 그걸 증명하기엔 너무나 힘이 든다.

“어쩌다가 이렇게…….”

얼마 전 남편과 이곳에서 사랑을 나눈 것이 꿈같이 느껴진다. 같은 주차장, 같은 뒷좌석인데 자신을 안은 사람에 따라 이렇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참 새삼스럽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그의 욕망은 질척하게 달라붙어 말라비틀어져도 떨어질 줄 모른다.

“…….”

정나은은 처량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곤 잠든 남편을 곁눈질로 훔쳐본다. 곧이어 정나은은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빛이 하나도 없던 눈에 힘을 주며 눈매를 한껏 치켜 올린다.

‘어디 끝까지 해보자 이거지?’

떨어질 때로 떨어졌고, 부러질 때로 부러진 자신의 자존심은 이제 쌓아올릴 일만 남았다. 연락을 잘 받으라는 건 아직 이 관계를 계속하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비열한 놈을 자기 엉덩이 밑에 깔아뭉갤 기회는 남아있단 것이다.

‘남편 좀만 기다려? 그 개자식 내 탄력적인 엉덩이 밑에 짓눌러서 터트려 버리고 돌아올게.’

정나은은 그 아름다운 외모와는 다르게 그녀의 본질은 질기디 질긴 들꽃이다. 

그것도 아주 억센…….

월요일의 사무실은 특히나 축 처지는 분위기다. 일주일의 시작을 활기차게 시작하는 월급쟁이는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주말에 즐거운 광란의 밤을 보낸 뒤 다시 현실로 뚝 떨이지면 그 갭의 차이 때문에라도 축 처진다. 

하지만 이 축 처진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괜히 주 5일제가 있는 게 아니고, 괜히 업무 효율이라 단어가 있는 게 아니듯 월요병을 금방 떨쳐낸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로 돌아간다. 다만 이들 중 몇몇만이 고민에 휩싸인 듯 업무조차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하아…….”

그 중 한 명은 바로 정나은의 남편 안정수이다. 깊은 한숨을 토해내는 그는 개인적인 고민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

고민의 이유는 바로 아내 때문이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부동반의 회식이 있던 밤. 자신은 술에 잔뜩 취해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애매모호하다. 분명 의식은 끊겼고, 다음 날 늦은 오후나 돼서야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자신이지만 한 가지 묘한 것이 신경 쓰인다.

잠결에 들은 것인지, 아니면 비몽사몽간에 아내와 사랑을 나눈 것인지 모르겠지만 귓가에 남아 있는 아내의 달콤한 신음소리와 일정한 주기로 느꼈던 어떠한 진동.

자신은 분명 술을 마시면 이상하리만치 아내에게 엉겨 붙긴 해도 설마 대리기사가 있는 자동차 안에서 사랑을 나눴을 거라 생각은 안한다. 그렇다면 집에서? 그렇다면 아내가 관계 후 자신까지 씻기고 잠자리에 들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자진해서 바람 필 여자는 절대 아니고……그러면 한 가지 밖에 없는데…….’

자신도 취했겠다. 아내는 자중하긴 했어도 남자가 작정하고 달려들면 막을 도리가 없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해도 여자는 여자다. 자기가 당하고 싶지 않다고 안 당하면 세상만사 평화로울 거다.

‘만약 당했다고 해도 그 자존심 강한 아내가 조용히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당하더라도 이를 박박 갈 여자다. 남편이 돼서 그날 뭔 일 있었냐고 묻기도 이상하다. 그 자존심 강한 아내는 자신이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허리를 작살낼 여자니깐.

그렇기에 안정수는 이렇게 한숨만 푹푹 내쉬며 고민에 휩싸여 있는 거다. 혹시 몰라 자동차도 확인해봤지만 깔끔하기 그지없어 자신의 의심이 괜한 걱정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내의 행동거지도 이상하지 않고, 오늘 아침에만 해도 깨가 쏟아질 정도로 평범한 일상이었다.

“이거 참…….”

긁어 부스럼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안정수는 자신의 가슴 속에 피어난 의심이라는 싹을 키워야 할지 그대로 둬야할지 고민하며 일단은 가슴 속 깊이 덮어두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이제까지 그랬듯 자신의 아내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믿음은 이정도 의심으로 흔들릴 정도로 작은 게 아니었다.

안정수처럼 얼굴에 근심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아니며, 하는 행동이라곤 평소와 똑같이 업무라곤 모르는 사람처럼 태평한 사람도 고민 아닌 고민에 휩싸여있다. 바로 영업부 부장인 김우영이다.

‘흠……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데 말이지.’

김우영이 들여다보고 있는 스마트 폰 화면에는 얼마 전에 찍은 정나은의 사진이 비춰지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싸지른 하얗고 질척한 욕망으로 온 몸이 더러워진 채 그렇게 능욕 당했으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카메라를 쏘아보고 있는 강한 눈빛이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 때문에 걱정이다.

‘살다 살다 이렇게 자존심 쎈 년은 첨이네.’

분명 꺾였다고 생각할 정도로 달콤한 신음을 내지르며, 쾌락에 푹 적셔져 실신까지 한 유부녀가 정신을 차리면 그 콧대 높은 자존심도 정신을 차리는지 살쾡이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본다.

‘나에게 한 방 크게 먹이고 나면 신고를 하려 했겠지만 이번에 약점을 크게 잡았지.’

하지만 이 약점도 얼마든지 떨쳐내려면 떨쳐낼 수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쥐를 물어뜯는 법이다. 게다가 이 쥐는 어찌나 고고한지 물어뜯기 시작했다간 자신이 죽더라도 고양이를 물고 지옥으로 손잡고 들어갈 그런 쥐다.

김우영은 그래서 고민이다. 보면 볼수록 배아래 깔아뭉개 높은 콧대를 짓눌러 타락시키고 싶은데 잘못했다간 자신이 깔아뭉개지게 생겼으니 여기서 슬슬 손을 떼야할지 아니면 철저하게 짓눌러야할지 모르겠다.

‘대부분은 약점 잡고 한, 두 번 깔아뭉개면 알아서 기던데…….’

자신이 질릴 때까지 자포자기를 하는 유형도 있었고, 아예 마음을 바꿔 즐기는 쪽으로 마음먹는 유형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오래한 탓일까?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가 따로 없다.

‘이 이상 철저하게 하려해도 어떻게 해야 하지…….’

내기를 하자고 해도 저번처럼 어수룩하게 걸려들지 않을 것이고, 잠들었다고 해도 남편 곁에서 철저하게 몸을 능욕했는데도 마음이 꺾이질 않는다. 김우영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들기며 고민에 잠긴다.

‘그나저나 박경원 사원은 별 낌새 없나?’

최 사장이 어련히 잘 했겠지만 정나은 때문에 심란한 마음이 전염이라도 되는지 자연스레 눈이 간다. 업무를 보면서도 그 호탕한 성격은 어디 안 가는지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업무를 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눈치 채지 못한 듯싶다.

‘이번엔 얼마나 싸질렀을까?’

최 사장의 성적 취향 때문에 간간이 근황 보고하는 게 참 힘들다. 자신의 씨로 임신했을지도 모르는 여성의 근황을 꼭 알려줘야 하니 그걸 자연스레 알아보는 것도 참 고역이다.

‘편하기로 따지면 김수진 같은 여성이 편한데……이 와중에도 정나은이 떠오르는 걸 보면…….’

여성으로써의 매력은 수수하면서도 그 육감적인 몸뚱어리를 가진 김수진이 더 탐하는 맛이 있지만 타락시키고 싶으면서도 계속 생각나는 건 정나은이다. 정말이지 묘한 매력이 있는 여성이다.

“후~고민해봤자 답도 안 나오는군. 일단 일이나 해볼까?”

김우영은 외근 나간다고 사원들에게 말한 뒤 고객을 만나러 회사를 나섰다. 회사를 나섬과 동시에 등록한 지 얼마 안 되었으며 자신의 고민의 근원에게 메시지를 날린 뒤 서둘러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정나은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남편 앞에서도 그랬듯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며 오늘도 고객을 만나며 하나의 계약이라도 더 따기 위해 발 빠르게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처음 당했을 때와는 다르게 약간 불편해 보이지만 당당한 그녀의 걸음걸이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띠링

영업하는 사람답게 메시지가 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로 확인한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그 내용을 확인하자 고운 얼굴이 확 찌그러지며 자신의 불쾌한 기분을 있는 대로 드러낸다.

“어쭈? 아주 이젠 오라 가라 신났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김우영 부장이었다. 2시간 정도 후 시내 유명한 카페에서 얼굴 좀 보자는 간결하면서도 명령조의 메시지다. 정나은은 약점이 잡혔다고 해도 이렇게 명령조로 나오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그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곧이어 스마트 폰이 또 다시 울리며 메시지를 전송받는다.

“……까득.”

정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이를 갈았다. 뒤이어 전송된 건 그날 저녁에 찍힌 사진 중 하나였다. 그것도 굴욕적으로 사용 후 그 내용물이 든 콘돔을 자신의 얼굴에 집어던진 후 찍은 사진이다. 이때만 해도 실신직전인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신의 여자로써의 달아오른 얼굴에 몸의 확하고 달아오른다.

‘이런 얼굴이란 말이지?’

새삼 신기하면서도 아랫배가 찌르르 울리는 감각을 억누르며 스케줄 체크를 해본다. 문제없다. 다만 만난다 해도 현재로썬 뾰족한 수가 없는 정나은으로썬 아직 이 만남이 달갑지 않다.

“쯧,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를 만나야지.”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는 내려올 생각을 않고, 그녀의 입에선 혀를 차는 소리가 새어나오며 그녀의 기분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주눅 든 기색도 없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시원시원하게 길거리를 걸어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능력 있는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김우영은 재빨리 일을 하나 끝마치고 진즉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며 정나은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오전 회사에서 고민에 휩싸였던 모습은 일체 남아있지 않고, 유부녀와의 밀회를 즐길 생각에 콧노래까지 흘러나온다.

‘응? 왔군.’

카페 입구를 눈 빠져라 바라본 보람이 있다. 사회생활을 해서인지 약속시간을 칼처럼 지키며 들어오는 모습이 눈의 보양을 준다.

능력 있는 여성의 제복 모습이란 건 남성의 로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깨끗하게 빼어 입은 검은 정장 위로도 알 수 있는 부풀어 오른 가슴이나 잘 발달된 골반은 그녀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탄력적인 엉덩이를 자연스레 흔들게 해주니 어느 남성이라도 시선이 안 가겠는가?

안경까지 써 깐깐하면서도 지적으로도 보이는데 일부러 연하게 한 화장 때문인지 청순미까지 살살 흘러나오니 저런 여자를 어찌 깔아뭉개지 않고 배기겠는가?

김우영과는 달리 정나은은 그를 발견하자 미간이 확 좁혀졌지만 짜증내는 모습도 매력적이니 이것 참 곤란할 따름이다.

‘정말로 어떻게든 굴복시키고 싶은데…….’

한 치의 흐트러짐조차 없이 올곧은 걸음걸이로 다가와 반대편에 앉는 정나은의 모습이 고고하기까지 하다. 여성이라면 자신을 억지로 깔아뭉갠 남자 앞에서 이렇게 당당한 태도로 있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거다.

“그래서 무슨 용무인데 바쁜 사람 오라가라야?”

정나은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가시가 담긴 말로 김우영을 쏘아붙인다. 김우영은 서두르지 말라며 웃음으로 무마한다. 김우영은 느긋하게 그리고 끈적한 눈길로 그녀를 뜯어본다. 자신의 눈길을 알아 챈 것인지 한층 기분 나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릴 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승부수를 던져볼까?’

역시 눈앞에 유부녀를 앉혀놓으니 이성보단 본능이 더욱 강하다. 오전까지만 해도 손을 떼야하나 고민하던 게 거짓말처럼 싹 사라지고 어떻게든 자기 입맛대로 굴려보고 싶은 충동이 강해졌다.

“역시 그 맛을 못 잊겠단 말이야? 그런 의미로 어때? 슬슬 너도 내 맛을 몸이 기억할 때가 됐는데.”

“미안하지만 조금도 기억 안 나서 말이지.”

“그야 그러시겠지. 결국 이번엔 실신해버렸으니.”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받아치는 정나은은 김우영의 조롱에 울컥한다. 하지만 그때처럼 확 열이 올랐다가도 금방 머리를 식히며 차분히 자리를 지킨다.

‘이것 참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건 기분 탓인가?’

자신의 도발에도 금세 차분함을 되찾는 모습에 김우영은 입맛을 다신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정면승부정도 밖에 길이 남지 않았다.

‘아니면 여럿이서 바보가 될 때까지 굴리는 것뿐인데…….’

그러자니 자신의 화려한 여성편력에 금이 가니 그것도 내키지 않는다. 이 맛있는 걸 나눠먹는 것도 싫다. 치열하게 싸우는 이성과 본능의 싸움에서 결국 본능이 이겨버렸다. 이런 여자를 또 어디서 만나겠는가? 이쯤 되니 서로 자존심 문제다.

“허허~좋아.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버틸 줄은 몰랐어.”

“……흥.”

정나은은 새침한 고양이처럼 코웃음 칠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매가 살짝 치켜 올라가 파르르 떠는 걸 보니 기분 나쁜 것 같진 않다. 김우영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 뒤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래서 말이지. 난 네년을 이리저리 내 입맛대로 굴리고 싶거든? 그런데 참 그게 힘들어. 그래서 제안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겠어?”

“내 몸을 마음대로 굴리게 하겠다는 남자의 제안을 들을 것 같아?”

“그렇게 날 세우지 말고. 지난번처럼 내기를 하자고. 어때?”

“지난번엔 취했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달라.”

내기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려워질 법도 싶지만 그럼에도 이 여자는 반드시 자신이 제안하는 내기에 응할 것이다. 이 와중에도 호시탐탐 어떻게 고양이를 물어뜯을지 고민하는 쥐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깐.

“넌 나에게 받아내야 할 것도 있고, 서로 이기는 내기를 하자 이거야. 한 달. 딱 한 달만 내가 하라는 대로 엉덩이를 흔들어. 한 달 안에 네년을 굴복시켜주지. 만약 한 달이 지나도 그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면 지금까지 찍은 사진 전부 지우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거래처를 넘겨주지. 그 뒤에 서로 우리는 만나지도 않는 사이로 돌아가자고.”

한 달 동안 자기 입맛대로 굴려도 굴복하지 않는 년이라면 자진해서 떨어져나가는 게 좋다. 정나은은 자신의 제안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모르겠다. 그저 무표정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그녀다.

‘하지만 덥석 물지 않고 어떻게 하려고?’

자신에게 찍힌 사진은 받아야 한다. 물론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자신에게 한 방 못 먹이고 이 관계가 끝나는 게 더 열 받을 그녀다. 그렇기에 거래처라는 미끼는 자신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건수이며, 어떤 의미론 그녀에게 주는 입막음 비용인 셈이다.

“그 내기는 내가 너무 손해인데? 날 한 달 동안 가지고 놀 거면서 겨우 거래처 하나? 장난해?”

“그렇게 쎄게 나와도 되나 몰라? 이래봬도 많이 숙이고 들어가 줬건만…….”

김우영은 보란 듯이 스마트 폰을 들고 흔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나은의 얼굴에는 동요나 짜증이 묻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진한 미소가 입가에서 묻어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거래처 전부와 남편의 승진.”

“뭐?”

“귀가 막힌 거야? 거래처 전부와 남편의 승진. 그러면 한 달 동안 충실하게 엉덩이를 흔들어주지. 물론 이 관계가 끝난 뒤에 신고도 안하겠어.”

김우영은 그녀의 당당한 요구에 허탈한 웃음이 올라온다. 궁지에 몰리고 약점까지 잡힌 이 와중에도 그녀는 자신을 돈에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거래처라는 건 영업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힘겹게 개척하며 걸어온 길이자 신뢰의 증표다. 그걸 남에게 건네주고 이쪽과 거래하라고 설득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걸 전부란다.

그녀는 몸과 자존심을 걸었고, 자신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사회생활과 신뢰를 내놓으란 소리다. 차라리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풋! 크크크큭! 이거 진짜 걸작이군.”

김우영은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도저히 막지 못하겠다. 남자는 세상을 지배하고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말이지 끝까지 자기 머리 위에서 춤추겠다는 이 당돌한 여자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하지만 그게 매력이지.’

한 방 먹이기 위해 살짝 틈을 보여줬더니 아주 머리 꼭대기에 올라선 채 그 탄력적인 엉덩이를 흔들며 자신을 놀리고 있으니 안 받아줄 수 없지 않은가.

“좋아. 그 내기 받지.”

“훗! 한 달 동안 그 비루한 몸으로 용 써보라고.”

“상세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김우영과 정나은은 평화롭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고풍스런 카페 분위기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서로에게 쏘아대며 서로를 물어뜯을 이야기를 나눈다.

둘 다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답게 내기에 대한 상세한 것을 조목조목 따진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세 치 혀에는 독을 잔뜩 바른 검을 날카롭게 세운 채 서로의 인생을 건 내기를 시작했다.

하늘은 짙은 밤의 장막이 드리운 지 오래다. 안정수는 오늘 하루 아내에 대한 고민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멍하니 있을 때도 많아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밀리고 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자진해서 야근중이다.

‘배고픈데 커피라도 마실까?’

나가서 뭔가를 사먹고 오자니 차라리 후딱 업무를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속 편할 것 같은 안정수는 텅텅 빈 사무실을 뒤로하고 탕비실로 걸음을 옮긴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있자니 이게 뭐하는 짓인지 자괴감도 든다.

‘그냥 내일 처리할 걸 잘못했나?’

그윽하게 올라오는 향기로운 커피 향을 느끼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낸다. 신경과민인지 오랜만에 찾아온 두통 때문에 더욱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다. 커피에 설탕을 더욱 투하해 달달하게 마시며 지친 몸에 당분을 주입해도 한 번 가라앉은 기분은 영 올라올 기미가 안 보인다.

“에잉~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퇴근 할걸.”

컴컴한 사무실에서 혼자 궁상맞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김우영이 영업부 부장으로 와서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자진해서 자리를 지키지 않으니 급한 일이 아니면 다들 칼 퇴근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안정수는 손에 든 커피를 천천히 마시고도 기분이 가라앉아있으면 그냥 퇴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에 가서 예쁜 마누라나 끌어안고 자야겠다.’

자신의 고민도 아내 얼굴을 보면 씻은 듯이 날아갈 게 분명하다. 안정수는 커피를 후륵 마시고 탕비실에서 퇴근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사무실엔 인기척이 느껴진다.

“응? 부장님 이 시간에 왜 회사에 나오셨어요?”

“으음? 자네 아직도 퇴근 안 했나? 나야 외근 나갔다가 처리 할 일이 남아있어서 서류도 챙길 겸 잠시 들렀네.”

절대 이 시간에 회사에서 못 볼 인물 1위인 김우영 부장이 자리에 앉아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로 온 지 얼마 안 됐는지 외투도 벗지 않고 자리에 앉은 걸 보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들어온 것 같다.

‘그나저나 혼자선 보고서 하나도 제대로 못 올리는 사람이 무슨 일을 처리하겠다고…….’

김우영 부장은 평소 자신의 보고서도 부하 직원에게 시킨다. 설마 자신에게 시키지 않겠지란 불길한 상상을 하며 티 나지 않게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한다.

“그럼 부장님 전 이만 퇴근하려고 하는데……부장님은 어쩌실 건가요?”

“음! 걱정 말고 퇴근하게나. 나도 곧 퇴근 할 터니.”

김우영 부장은 정말로 아직 회사에 남아 있을 작정인지, 의자까지 당기며 업무를 보겠다는 걸 몸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너무 의자를 당기기라도 한 것인지 책상 아래에선 쿵하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크웁?!”

“괜찮으세요?”

“어? 아아……괜찮네. 살짝 다리를 부딪힌 것뿐이야. 신경 쓰지 말고 퇴근하게나.”

안정수는 고통어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란 생각을 하며 사무실을 빠져나가며 퇴근을 했다.

‘그래도 남자라고 안 아픈 척 하네.’

고통어린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던 것 같지만 워낙 순간이었고, 저렇게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아닌 척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같은 남자로써 못 본 척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김우영은 책상에 앉은 채 온 몸을 덜덜 떨면서 한 손으로는 부딪힌 부위라도 주무르고 있는지 책상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그의 시선은 안정수가 나갈 때까지 고정되어 있었다. 안정수를 경계하는 눈빛이었지만 안정수는 모른 척 해달라는 남자의 자존심 어린 눈빛으로 착각하고 퇴근을 했다.

“으음!”

안정수가 나가기 무섭게 김우영의 입에선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오며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군다. 책상 위로 올라와 있던 나머지 손까지 책상 아래로 내려 무언가를 움켜쥐곤 안쪽으로 끌어당기듯이 팔에 힘을 준다.

놀랍게도 의자에 앉아있는 김우영의 하반신은 알몸이었고, 책상 안 깊숙이 들어간 의자와 양껏 벌어진 김우영의 허벅지 사이에는 놀랍게도 가느다란 여성의 두 손이 얹혀져 무언가 고통스러운 듯 그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웁!”

안정수가 들었던 고통어린 목소리는 김우영의 입이 아닌 그가 앉아있는 책상 아래에서 들려왔다.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군 채 덜덜 떨던 김우영은 곧이어 안정을 찾고 고개를 든다. 그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감정은 고통이 아닌 쾌락이었다.

김우영의 허벅지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리던 가느다란 여성의 손도 곧이어 힘이 빠진 것처럼 축 처진다. 어두운 책상 아래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축 처진 여성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깔끔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는 김우영이 이미 더럽힌 적이 있는 반지었으며 그 짝은 방금 전에 이 사무실을 벗어났다.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이르러선 길거리는 수많은 직장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회식을 가진 사람들이나 한 잔 거하게 걸치고 집으로 귀갓길을 서두르는 사람. 아직도 회사에 남아 퇴근길을 서두르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사람 등 도시의 밤은 휘황찬란하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직장인들 사이에도 그들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두 남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다름 아닌 김우영과 정나은이다.

‘설마 내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끌고 다닐 줄은…….’

정나은은 김우영과 카페에서 내기를 시작하고 서로 계약서까지 작성을 끝냈다. 계약서는 한 달 동안 두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놨고 함께 찾아가지 않는 한 못 찾게끔 해 놨다. 내기를 시작했어도 설마 그 내기를 한 당일부터 자신을 끌고 다닐 줄 몰랐던 정나은은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

‘내기 내용에 있으니 거부 할 수도 없고…….’

내기 내용 중 정나은은 그가 부르면 한 달 동안 충실하게 나와야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의 방해나 금전적 손실은 내기의 승패와 관련 없이 그가 메워주기로 해 도망칠 구멍까지 확실하게 막아 놨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도착한 곳은 김우영의 일터이자 남편의 일터인 회사였다. 정나은이 다니는 회사보단 야근하는 인원이 많은지 올려다본 회사 건물에는 듬성듬성 불이 들어와 있어 아직 사람이 많은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뭘 할 셈이야?”

“응? 그야 오늘은 늦었고 잠시 느긋하게 지내자고 비싼 모텔까지 들어갈 거 있어?”

“……쯧.”

남편이야 이미 퇴근했겠지만 그럼에도 남편의 직장에서 몸을 더럽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차라리 모텔이 훨씬 났지 이건 아니다.

‘한 달만 참자. 한 달 뒤 저놈의 거래처 하나도 남김없이 다 받아낼 테다.’

거래처를 빼앗는 게 결코 돈 때문이 아니다. 영업일에서 다른 사람과 거래해 달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걸 하나도 아니고, 전부다. 친척이나 가족 사이여도 거래처를 바꾸는 건 고민 될 터인데 생판 모르는 사람과 거래를 트라고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 달 뒤 거래처마다 허리 부러질 때까지 고개 숙이고 다녀보라고.’

내기가 끝나고 김우영이 고생하고 다닐 생각만 하면 절로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한 달만 꾹 참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김우영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남편의 회사로 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퇴근 시간이 지났기에 회사 1층에는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인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영업부 사무실이 있는 층을 누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무섭게 김우영은 정나은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자, 잠깐?!”

정나은은 그의 대담한 행동에 화들짝 놀란다. 김우영은 그런 정나은의 반응도 아랑곳 않고 더욱 허리를 끌어안으며 정장 위로 그녀의 허리와 골반을 징그러운 손길로 매만진다. 자존심 강한 정수진은 평소 같으면 매몰차게 쳐냈겠지만 한 달 동안 그는 그녀의 몸을 마음껏 탐할 수 있다. 

그 결과 자신이 굴복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이 내기의 승패가 결정되기에 당황스러운 지금 상황에서도 그를 내칠 수가 없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래?!”

“이 시간엔 회사에 사람도 거의 없어.”

허리와 골반을 쓰다듬던 김우영의 손은 더욱 아래로 내려가 정장 치마 위로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탄력적인 엉덩이를 움켜쥔다. 부드러운 정장 치마의 감촉과 그 아래 움켜쥘수록 마치 반항하듯 튀어 오르는 탄력적인 엉덩이의 감촉이 만족스럽다.

“당신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지금 이 관계는 누구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는 걸?!”

“알지. 암. 내가 추가한 건데. 하지만 알리지만 않으면 될 뿐 남들이 자연스레 알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

김우영이 확실히 계약서를 남기자고 한 이유가 수상하긴 했지만 자신도 빼도 박도 못하는 물증이 있어야 좋기에 승낙했더니 그 세세한 사항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내기에 대한 계약서 작성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그가 자진해서 이 내기와 관계를 남에게 알리면 안 된다는 조항도 추가하자기에 자신도 좋다고 승낙했다.

‘이 작자가 그 이유로 계약서를 쓰고 그런 조항을 넣은 거야?!’

해석하기 나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서면으로 남긴다는 건 그래서 무서운 거다. 계약서에 쓰여 있는 조항들은 김우영도 그렇지만 정나은 자신도 옭아매는 덫이 된 셈이다.

아무리 세세하게 살피고 조심스럽게 계약서를 적었어도 이렇게 허점을 파고들려면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에 정나은은 또 다시 당했다며 이를 갈 수밖에 없다. 

‘괜히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모텔 놔두고 멀쩡한 소파 하나 드문 회사에 온 줄 아나.’

김우영은 이 조항을 철저하게 써먹을 셈이다. 그렇기에 첫 날부터 그녀를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까지 데려온 것이다.

‘cctv에 잘 찍히고 있겠지?’

회사에 근무하는 경비들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 장면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을 것이다. 정나은의 엉덩이를 주무르다보니 금세 영업부가 있는 층에 도착했다. 정나은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 무섭게 내리며 김우영을 한껏 치켜 올라간 눈매로 노려본다.

“역시나 다들 퇴근했나보군.”

듬성듬성 불이 들어와 있는 다른 부와는 달리 영업부는 자신이 자리만 비웠다하면 칼 퇴근이다. 

‘정작 자신도 제대로 업무를 안 보며 이렇게 유부녀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지.’

그럼에도 계약은 확실히 물어오는 게 이 남자의 특징이다. 정나은은 설마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한 채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하는 모습이 귀여운 초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초식동물이 불안해하며 경계하고 있다면 육식동물이 잡아먹는 게 당연한 섭리.

‘하지만 그 초식동물을 입안에서 굴릴 수 있으니 천천히 즐기자고…….’

이미 아가리 속에 들어온 토끼다. 그렇다면 조미료를 뿌리고, 향신료를 버무려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일만 남았다. 오늘은 첫 번째 향신료를 뿌리는 영광스런 날이다.

“뭘 그렇게 무서워해? 이리로 오라고.”

김우영은 보조등만 들어와 있어 어두컴컴한 사무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정나은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그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어? 자, 잠깐만.”

“응? 왜 그래?”

김우영을 따라 들어가던 정나은은 어두운 사무실 안에서 한 곳을 바라보더니 안색이 창백해진다. 바로 남편의 자리다. 남편의 자리에는 화면 보호기가 떠 있는 컴퓨터와 정장 외투가 의자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나, 남편이 아직 퇴근 안했잖아요!”

정나은은 창백해진 얼굴로 다급하지만 목소리를 최대한 줄여서 김우영에게 소리친다. 김우영도 설마 아직 퇴근 안 한 사원이 있을 줄 몰랐다는 듯 당황스런 얼굴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다른 사원이라면 거래처 고객이라고 둘러댈 여지라도 있지 이건 빼도 박도 못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둘러서 자리를 뜨려는 순간 정막하기 그지없던 사무실에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

소리 없는 비명이란 건 이런 표정일 것이다. 두 사람의 입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하는 사이 저벅저벅하는 일정한 발걸음 소리는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다. 김우영은 재빨리 정나은을 데리고 자신의 자리로 이동해 그녀를 자신의 책상 아래에 우겨 넣는다.

“기, 기다려 봐!”

정나은은 좁은 책상 아래로 억지로 집어넣어지자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남편에게 들키지 않겠다는 이성이 남아있는지 목소리를 최대한 죽이면서 신속한 움직임으로 쏙 들어갔다. 김우영도 재빨리 가방을 내려놓고, 일을 보는 것처럼 꾸민 뒤 잠시 숨을 돌린다.

‘거 참 이런 스릴은 별로 안 반가운데 말이지.’

김우영은 긴장 때문에 솟아난 식은땀 때문에 답답하게 목을 죄는 넥타이를 풀어준다.

‘잠깐 스릴?’

넥타이를 풀던 손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딱 멈춘다. 김우영의 머리에는 일순간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건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에 김우영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오른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김우영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책상 아래에 숨어있던 정나은 일어선 김우영 때문에 더욱 초조함이 극에 달하며 심장이 쿵쿵 뛴다.

‘대체 뭘 하려고 저래?!’

가슴에 꽉 들어찬 짜증을 토해내고 싶은 걸 꾹 참으며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철컥, 철컥하는 금속 소리와 옷 스치는 소리에 정나은의 머리에 의아함이 솟아나려는 순간 훅 내려온 어떤 것에 화들짝 놀란다.

‘벨트에 바지? 아니 이게 무슨…….’

정나은의 시야를 숨 막히게 꽉 채우던 김우영의 하반신. 그는 갑작스레 벨트를 풀리더니 바지와 함께 팬티를 훅 벗어버린다. 김우영은 바지를 벗기 무섭게 의자에 앉아 너무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는 정나은의 얼굴 앞에 김우영의 하반신을 밀어붙인다.

“자, 잠?!”

더 이상 물러날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좁은 책상 아래에 숨 막히게 김우영의 하체가 드리우자 정나은은 정말로 당황하며 소리 지르려는 자신의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 정나은은 얼굴에 확 느껴지는 김우영의 역겨운 체취와 식은땀까지 흘렸는지 그 후끈한 열기와 끈적거림이 전해진다.

김우영은 책상 아래로 손을 넣어 정나은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확 끌어당긴다. 정나은은 너무나 당황해 김우영의 손길에 따라 넘어지듯 그의 가랑이 사이에 달라붙는다. 책상 아래로 살짝 보이는 그녀의 매서운 눈매는 당황으로 물든 게 참으로 보기 좋다.

“뭐해? 얼른 빨아 봐.”

“…….”

정나은은 자신의 말에 기가 막혀서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일 뿐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발소리에 김우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억지로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크으웁?!”

김우영은 하반신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살포시 감싸는 입술의 부드러운 감각에 금세 피가 아래로 몰린다. 정나은은 입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하는 육봉 때문에 뒤로 물러서고 싶어도 물러 설 곳도 없지만 자신의 머리를 꽉 누르고 있는 그의 억센 힘에 그의 허벅지를 양 손으로 꽉 붙들고 부들부들 떨뿐이다.

“웁!”

온 몸에 확하고 전해지는 김우영의 역한 체취에 정나은은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막았다. 김우영은 책상 아래를 내려다보자 고양이처럼 확 치켜 올라간 사나운 눈매가 어두운 책상 아래에서 번뜩이는 걸 봤다.

“후후! 왜 그렇게 봐? 어서 혓바닥 놀려봐.”

정나은은 이 상황에 무슨 개소리하냐는 눈빛으로 강하게 쏘아보자 김우영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잡고 자진해서 흔들기 시작한다.

“으! 우웁! 큽!”

덩달아 책상까지 덜컹, 덜컹 흔들리자 정나은은 화들짝 놀라며 그의 허벅지를 강하게 움켜쥔다. 김우영은 그녀의 손길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어쩔 셈이냐고 눈빛으로 물어본다.

‘할 수 없지…….’

정나은은 날카롭게 김우영을 한 번 쏘아보고 자진해서 입안에 머금고 있는 육봉을 자신의 혓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그의 말을 따른다. 지금 여기서 그가 하자는 대로 안 했다간 당장이라도 사무실에 들이닥칠 남편에게 들킬 수밖에 없다.

‘변명조차 못 할 거야.’

남들 다 퇴근했을 시간에 아내와 부장이 함께 있는 것도 모자라, 부장의 하반신은 알몸이고 그의 책상 아래에서 기어 나온다? 그 누구라도 안 믿어줄 상황이다.

김우영은 소심한 그녀의 태도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항의하듯 그녀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기며 자신의 하반신에 얼굴을 묻게 한다.

“우읍…….”

이대로 이빨만 세워도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럽다. 아니, 자진해서 이 상황을 만든 자신의 높은 자존심이 이젠 정말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정나은은 눈을 꼭 감았다 뜨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자 그제야 김우영은 만족스러운 듯 살짝 팔의 힘을 푼다.

‘이 와중에도 눈빛은 참 매섭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치욕스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흉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게 오히려 더욱 흥분된다는 걸 그녀는 아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반신에서 올라오는 쾌락으로 몸이 슬슬 덥혀질 무렵 발걸음의 주인공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자신의 인기척을 느낀 탓인지, 살짝 걸음이 멈췄다가 들어선 그는 예상대로 자신의 책상 아래 숨어있는 여성의 남편인 안정수였다. 사무실로 들어선 그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곳에 그것도 가장 있으면 안 될 인간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란 표정이다.

‘지금 내 책상 아래에 있는 게 누군지 알면 까무러치겠지?’

책상 아래에선 조금씩 질척거리는 소리까지 나기 시작하고 눈앞에 남편 모르게 그의 아내를 탐하고 있다는 이 특수한 상황이 까무러치게 흥분된다.

‘게다가 평소 사무실에서 사원의 아내를 책상 아래 집어넣고 봉사시키고 싶었는데 그게 이런 형태로 이뤄지다니.’

그것도 자신이 만난 여성들 중 콧대가 최고로 높은 이 도도한 고양이에게 봉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안정수 사원과 대화를 시작하자 정나은이 화들짝 놀라며 모든 움직임을 멈추자 김우영은 멈추지 말란 의사로 그녀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내리누른다.

쾌락으로 인해 허리가 덜덜 떨리려는 걸 꾹 참고 목소리에도 최대한 평정을 가장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안정수 사원은 굉장히 이상한 눈초리로 퇴근 준비를 하는 걸 바라보며 김우영은 더욱 의자를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싸질러주지!’

사람이란 건 쾌락을 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탐한다. 평소 꿈꿔왔던 상황임에도 김우영은 조금 더 욕심을 내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의 입 안에 싸지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조금이라도 더 쾌락을 탐하기 위해 의자를 안쪽으로 끌어당기자 정나은도 덩달아 안으로 물러나며 김우영의 육봉을 뿌리까지 삼킬 듯 머금는다.

“크웁?!”

목구멍을 찌르는 그 감각에 정나은은 소릴 내면 안 된다는 것도 잊고 괴로움에 신음을 내며 그 괴로움 때문에 몸부림이라도 쳤는지 책상에서 쿵 소리가 난다. 김우영도 덩달아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으며 안정수의 걱정 어린 말에 대답을 하며 몸에 쌓인 쾌락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최대한 느끼는 것에 온 신경을 쏟는다.

정나은은 책상 아래에서 더욱 좁아진 공간 탓인지, 목구멍까지 쑤셔 넣어진 김우영의 육봉 탓인지는 몰라도 정나은이 괴로워하고 있단 걸 알려주듯 자신의 허벅지를 쥐어뜯을 듯이 움켜쥔 정나은의 손길을 느끼며 더욱 쾌락을 탐하기 위해 그녀의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

정나은은 필사적으로 새어나오려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억누르며 앞뒤로 흔들리는 머리 때문에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그저 김우영이 흔드는 대로 쾌락을 전해준다. 신음을 억누르기 위해서인지 빠는 힘과 무의식적으로 혓바닥이 정신없이 입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밀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걸 양분삼아 김우영은 절정에 오를 듯 허리를 부들부들 떤다.

김우영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쾌락을 탐하며 시선은 자신이 실컷 능욕하고 있는 유부녀의 남편에게 고정시켜 놨다. 책상 아래에 내려간 한 손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허리는 쾌락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걸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바라보고 있을지 몰라도 김우영에겐 최고의 흥분을 제공한다.

“그럼…….”

자신을 바라보는 안정수의 시선에는 더욱 의아함이 진해졌지만 그러려니 하며 사무실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가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김우영의 입에선 억눌린 신음이 새어나오며 책상 위로 고개를 떨군다.

“으음!”

그리고 나머지 손도 책상 아래로 내려 정나은의 머리를 양 손으로 강하게 붙잡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급하게 쌓아올린 욕망을 있는 대로 분출해버렸다.

“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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