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37)

“ 저, 죄송합니다만.”

“ 네, 네?.어머.”

다영은 처음에 자신이 동정을 했던 다른 여자들이나 결국엔 별반 다를 게 없이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그 남자의 몸으로 시선이 쏠리는 데 고소를 지으며, 

수영에 집중하려 애를 쓰다 보니 다른 날보다 쉽게 지쳐서 잠시 쉬고 있다가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고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바로 그 남자인 걸 알고서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한다고 고개를 숙인 게 

작은 삼각수영복에다 맞추어져 뚜렷하게 윤곽이 드러난 성기가 그대로 눈에 들어온 것 있었다.

‘ 어머나? 꽤나 크네? 선 것 같지도 않은데.’

다영은 순간 저게 커지면 수영복 밖으로 나올 거라는 망측한 상상을 하고는 

고개를 남자의 발치로 떨어뜨려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 저.제가 놀라게 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 아, 아니에요.제가 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그만.”

다영은 남자의 부드러운 바리톤 음성이 기분 좋게 울리는 걸 들으며 

그제야 자신이 외면한 채로 말을 건네는 무례를 범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아이. 이게 무슨 창피야? 엉뚱한 망상이나 하니까 이러지.이상한 여자로 보지나 않을까 몰라?’

다영은 자신이 왜 초조해하는지를 잘 모르면서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남자답게 잘 생긴 얼굴이 눈에 가득 들어오며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침착해지려 애를 쓰고서 조금은 냉정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건넸다.

“ 무슨 일이시죠?.”

“ 아! 네.딴 게 아니고 제가 이사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근처에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는지 혹시 아시나 싶어서.초면에 무턱대고 죄송했습니다.”

“ 왜 집에 가서 드시지 않고.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그래도 집에서 드시는 게 나을 텐데.”

“ 하. 그게.제가 이 나이를 먹도록 혼자 살다 보니.

이사를 할 때마다 그나마 대놓고 먹을만한 식당을 찾는 게 제일 큰 고민이죠.하.하.”

보기와는 다르게 조금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설프게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남자의 모습에 

다영은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음이 나오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지고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 어머?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그러니까.”

다영이 생각나는 몇몇 식당의 장점과 위치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동안 

남자는 다영의 가슴으로 눈이 가는 자신의 시선을 처리하기가 곤란한지 

얼굴을 붉히며 자꾸 외면하려 애쓰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보였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마자 허리가 부러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인사를 꾸벅 하고서는 배가 몹시도 고픈지 뛰다시피 허둥지둥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계속 지켜보면서 다영은 왠지 아쉬움과 함께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여자들의 질투 어린 시선과 수군거림이 그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 누님.안녕히 가세요.내일 봐요.”

“ 기준 씨도 잘 가요.”

그 처음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서 다영은 기준이라는 그 남자와 

수영장에서 오다가다 마주치면 가볍게 눈인사라도 나누는 사이가 되고 나서 

둘 다 거의 일정한 시간대에 오다 보니 거의 매일 마주쳐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었다.

남녀 사이라는 게 묘해서 벗은 몸을 내보인다는 점이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만 지나면 오히려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가속을 주기 마련이었다.

자연스럽게 누님 동생으로 부르면서 같이 수영을 하다 보니 자연 신체의 접촉이 많아지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다영과 기준은 서로가 그런 부분을 모른 체하며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허리나 때로는 가슴 그리고 심지어 엉덩이를 슬쩍 스치는 기준의 손길이나, 

때로는 허벅지에 비벼지는 묵직한 성기의 촉감에 다영은 전율이 느껴지곤 했다.

특히나 가끔씩은 물 속에서 접촉이 좀 과했었다 싶을 때면 어김 없이 느껴지는 

몸에 닿는 딱딱해진 기준의 커다란 성기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날 만큼 짜릿해졌다.

하지만 그뿐, 다영은 결코 수영장을 벗어나서까지 그걸 이어갈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문제만 해도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으니.

그냥 자신만의 비밀 공간 안에서 선물로 주어진 작은 즐거움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 웬일이야? 네가 전화를 다하고?”

“ 아이참. 우리는 친구가 되고서도 한번도 밖에서 만난 적이 없잖아?.

아무리 편하다고는 해도 가게에서는 왠지 내가 좀 그랬었어.

네 서방님, 출장 갔다며? 애인도 멀리 떨어져 있고.

뭐, 그래서 요즘 손님도 시원찮은 데.너랑 술이나 한잔하고 싶어서 일찍 닫았어.”

“ 참. 외로우면 애인이나 부르지.날 불러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 어머? 얘 봐라.? 안 그래도 집으로 오겠다고 징징대는 애인을 매정하게 자르고 왔는데, 

사람의 성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흥. 가라 가.”

“ 어머나. 미안해.난 그냥.호호. 자자. 대신에 오늘 내가 끝까지 대작을 해줄게.”

“ 좋아. 그래야 내 친구지.”

다영은 안 그래도 유럽으로 장기 출장을 가버린 남편 때문에 싱숭생숭하던 차라

아들한테나 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너무 들락거리는 것도 조금은 이상해 보일 것만 같고,

더군다나 아직은 윤수를 마주쳤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때에 생각지도 않았던 상미의 전화를 받고 기뻤지만 그냥 일부러 심드렁하게 말을 했던 것뿐이었다.

“ 어.? 상미 누님.어라? 다영이 누님도?.”

“ 기, 기준 씨?”

한참 정신 없이 소주를 마시다가 자리를 옮기기 위해 팔짱을 끼고 걷던 두 사람의 앞에 기준이 나타났다.

그리고 다영은 기준이 상미와도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는 것에 놀라면서도 왠지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그래서일까? 애초에 수영장 안에서 뿐이라던 결심을 깨고 다영이 가려는 기준을 기어코 붙든 것은.

“ 어떻게 된 거야?.”

“ 아이.누님, 그냥 모른 척해요.”

“ 너.설마.이상한 짓 한 건 아니지?.”

“ 아이, 정말? 왜 그렇게 날 못 믿어요? 내가 언제 누님한테 헛말을 한 적이 있어?”

“ 그래.그건 그렇지만.”

“ 나, 농담이 아니라 다영이 누님이 정말 좋아서 그래.어떤 나쁜 생각을 가지고 그러는 게 아니라.”

“ 알았어.모른 척할게.난 두 사람이 그 사이에 친해졌다는데 깜작 놀라서 그런 거야.

에효. 그나저나 남자들은 모두 다영이 같은 애를 좋아하지?.”

“ 뭐.그야.아마 대부분은 그럴 걸요?.”

“ 복도 많은 계집애야.저런 것도 타고난 팔자겠지?.

아유. 모르겠다.오늘은 좀 참으려고 했더니 애인한테 집으로 오라고 전화나 다시 해야지.”

“ 하하.그러슈. 애인을 아껴뒀다가 국 끓여 먹을 것도 아니고 이럴 때나 써야지.”

“ 몰라.남자들은 하여간 다 늑대라니까?.”

“ 하하.그렇긴 하지.하지만 남자가 몽땅 순한 양 같으면 아마 여자들이 더 난릴걸?.”

“ 호호호.하긴 나부터라도 얼마 못 견딜 거야.데리고 살려면 답답해서.”

왠지 양주를 급하게 마신 다영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상미와 기준은 그렇게, 

애초에 기준이 다영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을 서로 모른 척 하기로 했다.

“ 누님 괜찮아요? 정신 좀 차려봐요.”

“ 헤헤. 기준 씨.나 흉하지.이렇게 취해서.미안해.”

“ 하. 어떡하나? 이대로 데려다 주었다가는 십중팔구는 온 동네에 엉뚱한 소문이 돌 텐데.”

“ 헤헤. 기준 씨.우리 한잔만 더하자.우리 집에 가면 좋은 양주가 있어.헤에.”

“ 하하.우리 누님은 취해도 귀엽게 취하네?.

아이고. 나야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그랬다간 내일 눈을 뜨자마자 누님은 크게 후회할 거에요.

내가 전에 몇 번 겪어봐서 잘 알죠.동네 아줌마들이 어떤 사람들인데.아마 이사라도 해야 할 걸요?.”

기준은 완전히 취해버린 다영을 업고서 걸으며 주절거렸지만 다영은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입으로는 한잔을 더해야 한다고 계속 떠들면서도 아기처럼 얌전히 업혀있는 게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준은 망설이다가 일단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그래도 거기는 건물 구조상 누군가와 부딪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가서 다영이 집까지 혼자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다영의 집과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기에 다영이 어느 정도 정신만 차려주면,

기준이 조금 뒤에서 떨어져 지켜보고 따라가주기만 해도 충분한 일이었다.

‘ 나, 어쩌지?.’

사실 다영은 술이 취하기는 했지만 아주 정신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집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과 상미에 대한 묘한 질투심 그리고 기준에게 가지고 있던 호감 

이런 것들이 술의 힘을 빌어서 말 그대로 ‘알코올엔진’이 정말로 오랜만에 제대로 시동이 걸려버린 것이었다.

뭔가를 기대하듯이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혼자서 취해버리고는 기준에게 업혀서도, 

자신의 집으로 가기를 계속 주장한 것도 어떻게 보면 정말 취해서라기 보다는, 

출장간 남편으로 인해 빈집이라는 걸 이미 알려준 기준을 유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 영악한 계산의 실패도 외려 자신을 걱정하는 기준의 독백으로 가슴이 찡해졌다가, 

막상 기준이 원룸으로 데려와 침대에 눕히자 묘한 배신감과 기대감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 누님, 누님.정신 좀 차려요.후우. 덥다.”

술을 먹은데다 다영을 업고 온 탓에 상의를 벗어 던진 기준의 상체는 땀으로 축축했다.

비록 러닝을 입고는 있었지만 수영장에서 늘 보던 물에 젖은 미끈한 그 알몸과는 

단 둘만 있는 방에서 땀냄새와 함께 남자의 체취를 확연하게 풍겨내서 느낌부터가 달랐다.

다영은 취한 척하면서도 실눈을 뜨고는 기준의 움직임 하나까지 모두 훔쳐보며 

가슴을 졸이는 것과 동시에 짜릿한 두근거림으로 자신의 팬티를 조금씩 적셔나가고 있었다.

“ 무, 물.”

“ 누님? 정신 좀 들어요? 물을 줄까요? 목이 말라요?”

“ 으.응.물.”

기준이 물컵을 들고 돌아와 다영의 머리를 받치고서 입에다 물을 조금씩 부어줬지만 

제대로 삼키지를 못하고 자꾸만 흘려내는 통에 옷의 앞자락이 다 젖어버렸다.

그러자 흰색 상의가 젖으면서 달라붙어 안에 입은 브래지어만이 아니라 

뾰족하게 솟아오른 젖꼭지마저 선명하게 그 윤곽을 드러내 기준의 시선을 계속 유혹했다.

“ 나참. 어떡하나? 에라 모르겠다.나중에 뺨을 맞더라도.”

중얼거리는 기준의 말을 들으며 다영은 가슴이 덜컥했다.

사실 물을 입가로 흘린 것도 알고 보면 반은 의도적이긴 했지만 

막상 뭔가를 결심한 듯한 기준의 말에는 겁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술에 의해 발동이 된 본능과 자신의 머리 속의 이성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동안

이미 기준의 입술이 다가오고 있는 걸 알고서 생각을 멈추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거야.

그런 자신의 변명과 동시에 축축하게 젖은 기준의 입술이 비벼오더니 

곧 자신의 입을 벌리고 뭉클한 혀가 침입하더니 시원한 물이 흘러 들어왔다.

그러자 갈증이 심했던 다영은 자신도 모르게 정말 맛있게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달콤한 키스와 함께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던 입술이 떨어지자 아쉬워하던 다영은 

금새 다시 돌아온 기준의 입술에 마음 속으로 환성을 지르며 목을 껴안고 매달렸다.

“ 하하. 우리 누님, 아기처럼 잘 받아 먹네?.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 기, 기준 씨.”

그렇게 몇 번이나 입 속에다 물을 머금고서 자신에게 키스를 통해 먹여준 기준이 

자신도 모르게 기준의 혀를 빨면서 뜨겁게 신음을 토해버린 다영에게서 

입술을 떼어내고 웃으며 말을 붙이자 더 이상은 정신이 없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 정신이 좀 들었으면 집으로 가죠.제가 뒤에서 따라갈 테니까 걱정 마시고요.

동네에 괜한 소문이 돌아봐야 누님만 힘들어요.

저야.막말로 혼자 사는 놈이니 무시하면 그만이지만.누님은 다르잖아요?”

“ 기, 기준 씨.고마워요.”

“ 아니에요.그리고 솔직히 누님을 좋아해요.그래서 누님을 여기에 더 둘 수가 없어요.

제가 어떻게 변해버릴지 몰라서.저, 지금도 많이 참고 있는 거에요.”

“ 기준 씨.”

다영은 기준의 말에 가슴이 찡해져 오며 그만 먼저 키스를 하고 말았다.

그러자 아까의 조심스럽던 움직임과는 달리 뜨겁게 키스를 해오며 

다영을 정신 없이 몰고 가는 화려한 혀의 난무가 시작되었다.

건드리는 듯 마는 듯 애를 태우면서 입 안 구석구석을 건드리던 혀가 

어느 순간 폭풍같이 몰아쳐 깊게 빨아들이며 혼을 쏙 빼놓고는 다시 달아나 

정말 키스만으로도 작게나마 절정 비슷한 것까지 느끼게 만들었던 기준이, 

어느새 손을 움직여 젖가슴과 젖꼭지를 동시에 애무하는 독특한 손놀림으로 

연이어 몰려오는 절정의 파도에 다영이 아래에서 물을 펑펑 쏟아내게 하고 있었다.

‘ 아흑. 너무 잘해.이대로는 물 천지인 게 그냥 들킬 텐데.’

다영은 자신의 무릎에서 맴돌며 간지러운 듯하면서도 저릿저릿한 느낌을 주던 기준의 손이 

서서히 위로 타고 올라오자 우습게도 자신의 너무 젖은 음부를 들키는 것만 고민하고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수긍해버린 걸까?.

그때였다. 갑자기 기준의 손길이 떨어지며 입술도 덩달아 멀어졌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이마에 닿는 기준의 뜨거운 입술.

“ 누님.죄송해요.제 마음을 잘 숨겨왔는데.도저히 참지를 못했네요.

정말 미안해요.가요.제가 바래다 줄 테니.

나중에 제 뺨을 때리더라도 지금은 일단 가서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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