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상시보다 두 배로 많이 하진 않았어? 맞지? 그렇지?”
“ 누구 잡을 일이 있어요? 그만큼은. 헙.”
“ 깔깔깔. 정말로 깎았구나? 와. 용감한데? 처음엔 결심하기가 쉽지 않은데.”
“ 사, 상미 씨.”
다영은 그제야 여주인의 유도 심문에 넘어간 걸 깨닫고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두 배라는 말에 전에 10번을 채운다고 눈이 퀭해졌던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말았던 것이다.
“ 어쩐지. 멍하게 있더라.정말 좋긴 좋았나 보네?”
“ 상미 씨.그만 해요.자꾸 그러면 나 그냥 갈 거야?.”
“ 미안, 미안.안 그래도 언제나 오나 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그러면 안 되지.”
“ 왜, 왜요?.”
다영은 자신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음을 짓는 상미의 모습에 뜨끔해서 딴청을 피웠다.
“ 으.응.딴 게 아니고.”
“ 네.에.”
다영은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는 카운터 밑으로 몸을 깊숙이 숙여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찾는 상미를 보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상체를 일으킨 상미가 종이상자를 꺼내어 앞에다 놓았을 때는
쿵쾅거리다 못해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심장으로 얼굴에 핏기마저 가시는 것 같았다.
“ 봐. 내가 전에 말했던 거.”
“ 사, 상미 씨.그, 그건.”
“ 괜찮아, 우리끼린데 어때? 그냥 구경이라도 해봐.꼭 구입하란 이야기는 아니야.
내가 아무리 장사를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자기한테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아.정말이야.”
“ 고, 고마워요.상미 씨.그렇게 생각해줘서.”
“ 자.일단 한번 구경이나 해봐.사실 성인용품점에 가면 다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 혼자서 그런데 가서 구경할 수는 없잖아?.
뭐.인터넷으로도 팔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 구경하기도 쉽지가 않다고.더군다나 우리 둘뿐이고.
호호. 잠시만. 정 그러면 내가 문을 잠그고 올게.”
다영은 문을 잠그고 돌아오는 상미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이 확 풀어지며 궁금증이 커졌다.
“ 이건 전에 말했다시피 항문섹스를 위해서 평상시 단련을 시키는 속옷.
여기 아래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걸 뒤에다 넣고 입는 거야.”
“ 어머? 다치지 않아요? 이렇게 날카로운 걸.”
“ 호호.만져봐.보기에만 그렇지 부드러운 실리콘이라 전혀 아프지가 않아.”
다영은 작은 전구처럼 생긴, 끝이 뾰족한 돌기가 항문이 닿는 부위에 부착된 팬티를 보면서
아직도 조금 욱신거리는 뒤쪽의 통증과 함께 음부가 찡하고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상미의 말에 따라 부드럽게 손끝에 착착 달라붙는 그 실리콘 플러그를 만져보면서
문득 항문으로 밀고 들어오던 아들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귀두를 연상하고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 어머? 자기, 벌써 거기로 느껴봤구나?”
“ 네, 네? 아.아니.”
“ 호호.너무 창피해 하지마.잘 알지.이젠 나도 꽤나 즐기는걸?.”
“ 아.네.”
“ 아이. 친구하기로 해놓고서 자꾸 ‘네’가 뭐야?”
“ 으.응.”
“ 많이 해 봤어? 그리로?.”
“ 아.응.그냥 몇 번.”
“ 야.아. 애인이 무척 자상한가 봐? 몇 번 만에 느끼기가 힘든데.
잘 알잖아? 남자들이 얼마나 참을성이 없는지를.
느낄 정도가 되려면 꽤나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데, 어디 기다려줘야지?.
그런데 어린데도 제법인가 봐? 맞지? 전에 그 애인?.”
“ 으.응.맞아.”
“ 야. 부럽다, 부러워.그렇게 귀여운데다가 의젓하기까지 하네?
물론 힘이 좋은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 그거야.한창 때니까.”
“ 얼마나 많이 해? 전에 보니까 아직도 한참 뜨거운 것 같던데.”
“ 좀.많이 하기는 하는 것 같아.”
“ 구체적으로 이야길 해봐, 몇 번이나 하는 거야?.”
“ 저, 저번엔 열 번을 한 적도 있긴 해.”
“ 어머, 엄머머머.”
다영은 부끄러운 척하며 일부러 자랑스럽게 열 번을 강조해버렸다.
“ 뭐, 뭐야? 산삼이라도 먹인 거야? 맙소사.
아이고. 난 헛살았네. 이날까지 그런 놈을 멀리서라도 구경을 못해봤는데.
열 번이 뭐야? 그 반만이라도 해주면 매일 업고 다니겠다.”
“ 호호호. 그만해, 얼굴이 뜨거워서 못 있겠어.”
“ 으악. 몰라, 몰라.아.
되는 년은 뒤로 넘어져도 가지 밭에 넘어진다더니.배가 아파 죽겠는걸 어떡해.에.”
“ 칫. 크기도 알면 아예 넘어가겠구나?”
이제는 다영도 이런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데 은근히 재미가 붙은데다가
가랑이가 움찔거리면서 조금씩 젖어오는 쾌감에 넌지시 상미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 그, 그러면 이것 정도는 돼?”
“ 줘봐.쥐어봐야 정확히 알 것 같은데.
흐응. 굵기는 비슷한 것 같은데 끝이 조금 더 남는 것 같아.우리 애인이.”
“ 악. 못살아.”
다영은 상미가 상자를 뒤적거려 남자의 성기를 쏙 빼 닮은 모조성기를 꺼내자
못 이기는 척 쥐어보고는 아들과 크기가 비슷했지만 일부러 윤수를 떠올려 이야기해버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상미는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부러워 죽겠다는 게 얼굴에 드러났다.
그런 상미를 보면서 다영은 뿌듯한 기분과 함께 손에 쥔 걸
당장 가져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어서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에서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 아이.고, 네 이야기를 더 듣고 있다가는 난 화병이 도지겠다.
나쁜 년, 이혼녀 가슴에다 아예 기름을 부어라 부어! 빨랑 그것들 가지고 사라져, 흥.”
“ 어? 이건.”
“ 호호호.농담이야.그거 일단 가지고 가서 한번 써보고 생각해.”
“ 응? 이걸 어떻게 써?.”
“ 걱정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그냥 쓰지는 말고 콘돔을 씌워서 사용해 봐.
사용 방법은 내가 그 안에 간단하게 써두었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
어차피 남자 그거라고 생각하면 돼.느낌도 비슷하니까.
지치지도 않는 데다가 내가 원하는 대로 딱딱 맞추어주니까 어떨 땐 남자보다 나아.
가격도 따로 적어두었으니까 잘 보고 생각해.욕심난다고 다 살 생각은 말고.
내가 추천한다면 그 중에 에그 볼하고 애널 플러그는 사는 게 좋을 거야.
가격도 비싸지 않으면서도 감도는 아주 좋으니까.알았지?.”
“ 누, 누가 다 산다고 했니? 그, 그냥.”
“ 호호호. 알았어.그나저나 이 팬티는 어쩔래?.”
“ 그, 그건 지금 계산할게.”
“ 호호호.정말 네 애인이 좋긴 좋나 보다.부끄러워하면서도 챙길 건 다 챙기네?.”
“ 사, 상미야.”
“ 시끄럿. 부러워서 그러는 거니까.대충 넘어가.”
“ 그, 그래.”
다영은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도 단순히 장사 속이 아니란 걸 쉽게 알 정도로 세심하게 챙겨주는 상미가 고마웠다.
“ 정말 써보고 반납해도 되는 거니? 괜히 나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 아니야?”
“ 호호호.걱정 마.나도 외상으로 가져온 거야.”
“ 엑. 어떻게?”
“ 잘 아는 동생이 성인용품 도매업을 하거든?
그러니까 걱정 마.맘에 안 들면 반납한다고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어.”
“ 혹시. 그 동생도 애인?.”
“ 흐응. 눈치도 제법인데? 뭐.비슷해.
옛날엔 내가 죽고 못살았는데 워낙 바람둥이라서 결국엔 포기했어.
지금은 친하게 지내면서 가끔 서로 내키면 한번씩?.그냥 그 정도야.”
“ 호호. 너도 재미있게 사는구나.?”
“ 이게? 남의 염장은 지를 대로 다 질러놓고는.
또 놀러 와.꼭 뭘 살 때만 오지 말고.정말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난.”
“ 알았어.나도 마찬가지인 걸? 자주 놀러 올게.고마워.상미야.갈게.”
다영은 쇼핑백에다 종이상자를 넣고는 혹시라도 쇼핑백이 찢어지지나 않을까
두 번, 세 번을 확인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가게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한 남자와 부딪칠 뻔해 깜짝 놀라 쇼핑백을 끌어안은 뒤에,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기가 왠지 부끄러워서 턱 부분에다 눈을 맞춘 채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도망이라도 치듯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 화. 정말 간만에 제대로 된 물건을 하나 보는데? 죽이는구먼.휘익.”
남자는 멀어지는 다영의 뒷모습을 무슨 예술품 감정이라도 하듯이
찬찬히 지켜보고 서있다가 완전히 사라지자 휘파람을 불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 누님, 나 왔어.상미 누님.?”
“ 응? 웬일이야? 반납하게 되면 내가 갖다 준다고 했는데.”
“ 아이참.누님도 서운하게 이러기에요? 내가 언제 누님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 봤수?.
그냥 지나는 길에 얼굴이나 보고 싶어 들렸지.”
“ 호호호. 미안.내가 장사를 하다 보니 입에 배여서 그래.차를 한잔 줄까?”
“ 그래요.누님.참? 그런데 좀 전에 그 여자는 누구요?”
“ 누구?.”
“ 누님 가게에서 나오던데?.”
“ 아.다영이.왜?”
“ 다영이? 그냥 좀 궁금해서.”
“ 너? 또?.”
“ 하하하.알잖아요? 타고 나기를 그렇게 타고 난 놈인 걸.
그래도 내가 아무한테나 그러우? 적어도 누님 정도되는 미인한테나 그러지.”
“ 아이. 참.띄우기는? 설마 너. 아직도 옛날의 그 짓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 에이. 손을 씻은 지가 언젠데? 이젠 나도 사장님이요, 사장님.그리고 돈도 잘 벌어.
전에야 생업이었고 이젠 그냥 취미요, 취미.여자를 좋아해서 그러는 것 뿐인데.뭘.”
“ 그래.너 정말 다시는 그 길로 들어서지 마.
여자를 등쳐먹고 사는 것만큼 남자가 못할 짓은 없는 거야.”
“ 에효. 내가 과거에 지은 죄가 많아서 변명도 못하겠고.
절대로 그런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참.아까 그 여자 이야기나 해봐요.정말 미인이던데.
아니 단순히 미인이 아니라 보통 뜨거운 여자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
“ 호호호.뭐.어, 너하고 관계가 있다면 있는 사람이지.”
“ 엥? 나하고? 이상하네.? 아무리 업계를 떠난 지 오래되었다고는 해도,
저런 여자를 한번이라도 만났다면 절대로 기억을 못할 리가 없는데.”
“ 호호호.당연히 기억을 못하지.처음 봤으니까.”
“ 그건 또 뭔 소리요? 아이참.나 머리 나쁜 걸 알면서? 빨리 이야기해봐요.궁금해 미치겠네.”
“ 네 고객.이란 말이야.”
“ 고객? 가만, 그렇다면 누님이 나한테 부탁했던 게 바로 저 여자가?”
“ 호호호.맞아.의외지?”
“ 화. 왠지 뜨거운 여자라는 느낌이 왔지만 그 정도일지는 몰랐는데.”
“ 아니야.그건 아니고 내가 권했어.”
“ 엥? 누님이?”
“ 응.가게에 손님으로 왔는데 내가 왠지 마음이 끌려서 친구가 되었어.
그래서 애인하고 더 즐겁게 보내라고 이것저것 조언을 해준 거야.”
“ 흐음. 애인까지?”
“ 에효. 널 말리고 싶지만 그건 이미 늦은 것 같고.
혹시나 그렇게 되더라도 알지? 내 친구니까 힘들게 만들지는 마.”
“ 누님도 알잖아? 날.”
“ 그래.네가 제비 짓을 할 때도 여자들한테 정말로 독종은 못되었지.
그래서 내가 너랑 이렇게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거고.
다른 부탁은 안 할게.네가 끼어들어서 쟤가 불행해지는 그런 일만 없도록 해줘.
내가 부러울 정도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애거든, 그래서 왠지 지켜주고 싶어.
내가 못하는 걸 대신 해주는 대리 만족감이랄까.하여간 그런 게 있어.
이상하지? 질투대신에 오히려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다영이 걔가 맑아서 그럴 거야.
아까도 지 애인 자랑을 넌지시 하는 데 속에서 천불이 나면서도 내가 다 행복해지는 것 있지?.
호호.나 이러다가 죽어서 정말 천국에 가는 거나 아닌지 몰라?”
“ 하하.누님이 천국에 안 가면 누가 간다고.
걱정 마요, 그런 일은 없을 테니.그 짓에서 손 떼고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에이.씨.”
“ 왜 그래? 갑자기?”
“ 아니에요.갑자기 별로 안 좋은 기억이 나서.”
“ 뭔데.그래?”
“ 별 건 아니유.그냥 누구 부탁으로 도와줬는데 영 귀찮은 일이 좀 생겨서.
흐흐. 그나저나, 그 여자의 애인 자랑을 들었다면.누님, 지금쯤 잔뜩 흥분했겠는데.
어때요? 간만에 가게에서.”
“ 아이. 너? 아흑.”
“ 후후. 그러면 그렇지.이렇게 보지를 흥건하게 적셔가지고는?
아마 내가 안 왔으면 가게 문을 잠그고 혼자 자위라도 했겠지.뭐.”
“ 아흑. 너.”
“ 빨리 문이나 잠그고 와요.”
“ 아, 알았어.”
상미는 정확하게 자신의 성감대를 짚어오는 남자의 능숙한 손길에
아까부터 달아올라 있던 몸을 주체 못하고 허겁지겁 문을 잠그러 뛰어갔다.
다영은 일주일에 걸쳐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상미에게서 받아온 기구들을 하나씩 사용해봤다.
왠지 겁이 나서 처음에는 앙증맞게 생겨 마치 애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그나마 부담이 없는 에그 볼이라는 걸로
설명서에 적힌 것처럼 조심스럽게 음핵에 대고 문지르다가 스위치를 넣었을 때 펄쩍 뛰어오르고 말았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전기가 통하듯이 음핵에서부터 단숨에 머리 속까지 타고 오르는 쾌감에 온몸이 뒤틀렸다.
그렇게 호되게 신고식을 치르고 난 다음부터 잔뜩 긴장을 해서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남자의 성기를 그대로 뚝 잘라온 듯한 것부터
뭔가 화려하게 구슬 같은 게 잔뜩 들어간 것까지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십여 개의 기구들을,
겁을 내면서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씩 마치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결국엔 다 써보고 말았다.
막상 다 시험해보고 나자 다영의 예상과는 달리 상미의 말처럼 에그 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겁을 내던 삽입용 딜도들은 생각처럼 그렇게 크게 쾌감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실제 남자의 성기와는 뭔가 다른 게 생동감이 떨어져 오히려 윙윙거리는 기계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다.
그래서 다영은 상미가 추천한 에그 볼과 애널 플러그 그리고 아들의 것과 거의 비슷해서
자신의 질 속으로 넣었을 때 왠지 푸근한 감정을 주던 모조성기 이렇게 세 개만 선택했다.
그리고 애널 플러그가 달린 팬티는 자극이 강해서 도저히 평상시에 입고 다니기는 불가능해서
남편이 출근하고 난 후에 집에서만 하기로 마음먹고 갈아입을 두 벌을 더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다영의 선택을 상미는 아주 센스가 뛰어나다는 듣기에 묘한 기분이 드는 칭찬을 해주었다.
“ 자기 봤어? 정말 잘 생겼지? 혹시 영화배우 아냐?”
“ 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던데.요즘에 잘 생긴 애들이 얼마나 많아?
잘 생기긴 했지만 그런 꽃미남은 아니지.나이도 좀 있는 것 같고.
호호.난 그래서 물론 더 마음에 들긴 해.
그래도 몸매 하나는 예술이더라.그 복근 봤어? 왕 자가 아주 뚜렷하게 보이던데?”
“ 호호. 맞아.허리는 잘록한데 배에 근육을 보니까.아앙. 난 몸살이 다 날 거 같아.”
“ 미친 년.또 시작이다 시작이야.호호.”
다영은 며칠을 쉬다가 나온 수영장의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왠지 부산하게만 느껴지는 분위기에 의아해하다가 여자들의 수다를 듣고 피식 웃고 말았다.
아줌마들이란. 하기야 자신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던 제법 미끈하게 생긴 젊은 남자 회원이 한 명 새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아마 한동안 저렇게 뒤에서 수군거리며 각자의 상상에 빠져 그 남자와의 로맨스를 꿈꾸다가
누구와 수상한 사이더라는 유언비어가 돌면 또 그걸 가지고 맹렬히 씹으며 스트레스를 풀게 뻔했다.
그렇다고 그걸 딱히 비난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다.
만약 아들과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자신 또한 저런 모습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살림하느라 받는 스트레스를 저렇게 풀어버리는 것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한 방편인 것이다.
“ 어머? 정말 잘 생기긴 잘 생겼네?”
다영은 화제의 주인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여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려 있는데 어찌 그렇지 않을까?
하기야 딱히 그런 점이 아니라고 해도 풀 밖에 서서 몸을 풀고 있는 그 남자의 존재는
중년의 여자들이 대부분인 한적한 이 실내 수영장에서 눈길을 확 끌 수 밖에 없었다.
아까 여자들의 수다에 코웃음을 치며 귓등으로 흘려 들었던 다영은
그 여자들의 안목을 무시했던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예쁘게 생겨서 화장이라도 시키면 성별을 구분하기 힘든 그런 요즘의 꽃미남이 아니라
이목구비의 선이 뚜렷하고 굵직해서 진한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그런 잘 생긴 남자였다.
더군다나 보기 좋을 만큼만 발달된 가슴의 근육과 군살이 하나도 없이 매끈하게 빠진 몸매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울퉁불퉁한 근육질이 아니라 정말 조각같이 느껴질 정도의 몸이었다.
또한 삼십 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적지 않은 나이가 오히려 현실감이 있게 다가오는 느낌에
다영까지 순간적으로 마음이 설렐 지경이었으니 아줌마들의 호들갑이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