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아.미안해.엄마는 전화기가 꺼진 줄도 모르고.”
“ 아니야.내가 미안해.내가 직접 가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다영이 윤수를 따라 들어가자 아들이 벌떡 일어나 달려와서는
금방이라도 안을 듯하다가 눈치를 주자 주춤하고는 대신에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아마 말리지 않았다면 십중팔구는 끌어안고서 눈물을 흘렸을 것 같아 식은 땀이 흘렀다.
‘ 아니.어쩌면 대뜸 키스부터 퍼붓고 손이 치마 밑으로 들어왔을지도.후후.’
짜릿한 상상으로 아래쪽으로 묵직하게 둔통이 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다영이 아들의 손에 잡혀서 옆에 앉자 수군대는 여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 어머머머.정말 엄마가 맞아? 완전히 헤어졌던 애인을 만나는 것 같잖아?”
“ 근데.도대체 저렇게 큰 아들이 있는 친 엄마가 맞아? 혹시 새엄마 아니야?.”
아예 들으라는 것처럼 수군대는 그 목소리에 다영의 이마 골이 깊이 패였다.
남들에게 특히 눈치가 빠른 다른 여자들 눈에도 두 사람이 연인처럼 보이고,
특히나 자신이 새엄마로 여겨질 만큼 젊게 보인다는 건 기분이 좋을 일이긴 하지만,
이대로 그냥 두면 자칫 위험한 상황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사람이 친 모자라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을 텐데도,
너무 사이가 좋은(?) 것에 질투가 나고 당연하게 펑퍼짐한 40대 아줌마를 상상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섹시한 미시에게 위기감까지 느낀 여자들의 단순한 말장난이긴 했지만,
여러 번 듣다 보면 점차 다른 시각으로 두 사람을 보기 시작할 지도 모른다는 점이 걱정되었다.
“ 이봐요? 아가씨들.소설은 이제 그만 쓰고, 너무 무례한 거 아니에요?”
“ 네, 네?”
“ 그러면 내가 먼저 소개를 해야 하나요?”
“ 아, 아니요.죄송해요.안녕하세요.”
“ 네, 반가워요? 다른 분들은 우리 말을 못하나 봐요? 교폰가요? 좀 전까지는 아.주 능숙하게 하는 것 같더니.”
“ 아, 안녕하세요?.”
초장부터 기선을 제압해야겠다는 의지로 강하게 쏘아붙이자 떨떠름해하면서도 여자들은 인사를 해왔다.
“ 네, 반가워요.뭐.내가 아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극성 엄마는 아니지만.
아예 몰랐다면 몰라도.이렇게 한자리에 앉아서까지 외면하긴 힘들죠.사랑하는 아들인데.”
“ 아.네.”
다영이 말꼬리를 길게 늘이자 여자들이 움찔했다.
“ 아들에게 일일이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최소한 해가 될 일은 막아줘야 할 것 같아서.
뭐.이젠 성인이니까 애정 문제도 참견하긴 그렇지만.
나는 말이죠.원래 남자든 여자든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아.주 싫어해서.
우리 아들에게도 그런 건 절대 못하도록 가르치긴 했는데.”
“ .저.그냥 농담으로.”
“ 알아요.농담인 줄.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고.
더군다나 사람을 뻔히 앉혀놓고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농담이 아니라 희롱이에요.
차라리 당당하게 주고 받으면 농담이 될지는 몰라도.”
“ 죄, 죄송합니다.”
“ 됐어요.이제 더 이상 그런 실수를 안 하면 되죠.
윤수 씨, 미안해요. 내가 괜히 즐거운 분위기를 깬 것 같아요.”
“ 아니에요.어머님.아주 감탄했어요.민이가 엄마만 찾을 만하네요.저도 반했습니다.”
“ 아이. 참, 그만해요.동생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아요?”
“ 뭐.어떻습니까? 이 녀석들도 다 어머님한테 반한 것 같은데.안 그래?”
“ 하하.맞아요.형.어머님, 저희도 한눈에 반했습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말을 툭 던지며 윤수가 분위기를 띄우자 좌중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단지 민과 여자들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을 뿐 그것도 잠시 술잔이 오가고
모두가 만장일치로 막걸리와 안주를 사서 모닥불을 피우고 마시기로 할 때쯤에는,
얼큰하게 기분이 좋은 상태였었기에 아까의 불편했던 감정 같은 건 싹 잊고 있었다.
“ 엄마, 화나지 않았어?”
“ 아이 참. 내가 너냐? 그런 걸로 삐치게?”
“ 엄마는? 난 아까 정말 앞이 캄캄했다고.전화기는 꺼져 있지, 온갖 상상이 다 드는데.”
“ 무슨 상상? 엄마가 홧김에 바람이라도 필까 봐?”
“ 에이. 그만 해.내가 잘못했어.난 술을 사러 가야 하니까 엄마는 먼저 올라가 있어.”
“ 나도 같이 갈까?”
“ 아니야.다른 형이랑 둘이 가기로 했어.어차피 술하고 안주를 들고 올라가야 하니까.”
“ 알았어.빨리 와.”
“ 응.”
다영은 팔짱을 끼고 걷다가 교문 앞에서 술을 사러 간다는 아들을 보내고는
윤수의 안내를 받아 나머지 일행들과 함께 교내로 들어갔다.
“ 어디 보자.자리는 여기가 좋겠어.일단 근처에서 낙엽이랑 나뭇가지를 좀 모으고.
여자들하고 한 사람은 같이 남아있고 다른 사람이 나하고 땔감을 주워오자.
숲 속으로 들어가면 좀 굵은 가지들이 있을 거야.”
“ 윤수씨, 그러면 저랑 같이 가요.”
“ 에? 어머님은 그냥 여기 있지 않고요?”
“ 술도 조금 깨울 겸해서요.”
“ 네.가시죠.너희들은 미리 불을 좀 피워놔라.”
다영은 조금은 껄끄러운 여자들과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멀뚱하게 앉아있는 것보다는
그나마 조금 편한 상대인 윤수와 같이 땔감이나 줍는 게 나을 것 같아 먼저 자청하고 나섰다.
“ 여기는.”
“ 네? 뭐라고 하셨어요?”
“ 아, 아니에요.”
밤이라 어둡기는 했지만 가로등 불빛이 나무들 사이로 조금씩 새나오고 있었기에
다영은 이곳이 어제 아들과 같이 왔던 그 숲 속이라는 걸 알고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내색한다는 자체가 더 우스운 일이기에 모른 척 열심히 땔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 어머? 윤수 씨.”
“ 이제는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해요.”
“ 그래도 윤수 씨가 그렇게 반팔만 입으면 추울 텐데.”
“ 하하.제가 몸에 열이 좀 많은 편이라 술을 한잔 했더니 오히려 덥네요.걱정 마세요.”
다영은 아닌 게 아니라 가디건을 입었는데도 가을 숲 속의 찬 공기가 제법 선선하게 느껴지던 차에
갑자기 어깨를 덮는 따스한 옷에 깜짝 놀라 돌아왔더니 윤수가 겉에 입었던 긴 남방을 벗어 입혀준 것이었다.
아까 언뜻 맡았던 윤수의 희미한 체취와 함께 자상한 그의 마음이 가슴 속을 파고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두근거리며 멍하니 윤수의 남자다운 어깨 선을 바라보다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 고, 고마워요.”
“ 하하.아닙니다.전 민이가 참 부럽네요.”
“ 네?”
“ 어쩌면 연인처럼 보일 정도로 다정한 두 사람이 부러워요.전 돌아가신 어머니와 그러지 못했거든요.”
“ 어머? 언제?”
“ 몇 년 됐어요.제가 어머니를.아닙니다.다 지난 이야긴 걸요.”
“ 윤수씨.”
다영은 희미한 불빛에 비치는 윤수의 옆 얼굴에서
감정이 격해져 목이 잠긴 듯한 목소리와 함께 언뜻 눈에 물기가 반짝인 걸 본 것 같았다.
두근두근.
그러자 다영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윤수의 머리를 잡아 자신의 젖가슴에다 안아 버렸다.
“ 어, 어머니.”
“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윤수씨.”
“ 어머니.흑.”
다영은 축축하게 젖어오는 자신의 젖가슴을 느끼면서 이 덩치만 큰 아이가 몹시도 안쓰러웠다.
그때 자신의 가슴에다 얼굴을 묻고 흐느끼던 윤수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입술을 가져오자 순간 당황하다가 무엇 때문이지는 몰라도 스르르 눈을 감고 말았다.
그리고 따가운 수염의 감촉과 함께 술과 담배의 냄새가 뒤섞인 텁텁한 혀가 입술을 열고 들어왔다.
“ 아흑. 그, 그만.윤수씨.”
입 속을 거칠게 누비면서 혀를 아프게 빨던 윤수가 얼굴을 내려
목을 빨며 엉덩이를 만지자 비음과 함께 몸을 꿈틀거리던 다영은,
윤수의 손이 앞으로 돌아와서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치마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순간
자신이 지금 입고 있는 음부를 파고든 너무나 부끄러운 끈 팬티가 생각나 정신이 퍼뜩 들었다.
“ 죄송합니다.저도 모르게.”
“ 아니에요.우리 둘 다 조금 들떴던 것 뿐이에요.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좋은 밤이잖아요?
자.빨리 나무를 주워서 가요.모두 기다릴 텐데.”
“ 네.고맙습니다.이해해 주셔서.”
“ 호호.신경 쓰지 말라니까요?.축제잖아요?
원래 축제에는 그런 깜짝 이벤트도 있고 하는 거에요.대신 민이에게는 비밀이에요.알았죠?”
“ 그, 그럼요.”
다영은 자신의 음란하기 짝이 없는 팬티와 이미 젖기 시작해버린 음부를
윤수에게 들키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짐짓 쾌활하게 이야기를 했다.
“ 왜 이렇게 안 오는 걸까요?”
“ 하하.너무 걱정 마세요.곧 오겠죠.
음.어쩌면 오면서 일부러 쌍쌍이 숲길을 걸으며 데이트를 하느라 늑장을 부리는지도 모르죠.”
“ 네.에.”
다영은 윤수의 말을 들으며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가슴 속은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이미 그 숲길이란 데를 아들과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까만해도 그 분위기에 자신 또한 자칫 윤수와 선을 넘을 뻔하기도 했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 앉아 들뜬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셔 모두 어느 정도 취하기도 했고
그보다는 슬슬 추워지기 시작해서 라이브 카페로 옮겨 음악을 듣기로 하고는 자리를 정리했다.
불씨와 쓰레기를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서 모두가 분주할 때
다영을 데리고 먼저 내려가 있으라는 일행의 권유에 윤수가 동행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들이 같이 갔으면 했지만 막내가 빠지기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꽤 지나도 오지를 않아
혹시나 많은 사람들 때문에 길이 어긋났나 싶어 카페로 바로 왔더니 아무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금 앉아서 기다리다가 걱정이 되어 던진 말에 웃으며 가볍게 대답하는 윤수 때문에
다영은 아들에게 전화를 하기도 겸연쩍어 타는 속내를 감춘 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여, 여보세요? 민이니? 왜 안 와?”
“ 응? 무슨 소리야? 난 엄마가 안 와서 전화를 한 건데?”
“ 나? 지금 xxx 인데?”
“ 어? 어디 있어? 안 보이는 데?”
“ 창가 자리.안 보여? 그러는 넌 어디야?”
“ 잠깐만 엄마.윤수 형 좀 바꿔줘.”
“ 그래.잠시만.”
다영은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가 아들의 번호가 찍힌 걸 보고서
반가움과 미운 감정이 왈칵 솟았지만 아들의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아들과 한참 통화를 하는 윤수를 쳐다보다가 다시 넘겨주는 전화기를 받았다.
“ 엄마.”
“ 응.민아.”
“ 미치겠네? 왜 이렇게 된 거야?”
“ 왜 그래?”
“ 엄마는 아직 학교 앞이라며?”
“ 응.그런데 왜?”
“ 우리는 지금 미사리에 와있단 말이야.”
“ 미사리? 그게 어딘데?”
“ 우리가 전에 드라이브를 갔었잖아?”
“ 응.”
“ 그때 가던 길 중간쯤에 있어.여기 경기도야.”
“ 뭐? 어떻게 된 거야?”
“ 윤수 형 잘못이야.원래 택시를 나눠 타고 이리로 오기로 했었는데.
형이 잘못 알고 엄마를 거기로 데려 갔대.난 엄마가 다른 차로 오는 줄만 알았지.
엄마.형이랑 택시를 타고 이리로 와.”
“ 아니야.민아.엄마는 먼저 들어가 있을게.넌 거기서 놀다가 천천히 와.”
“ 히잉. 엄마.”
“ 아이. 이 녀석? 또 응석은? 남들이 흉본다.엄마가 피곤해서 그래.
이제 거기까지 가기에는 좀 그렇잖아?.아까도 미리 알았다면 이야기를 했을 텐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너라도 재미있게 놀다 와.오늘이 축제의 마지막 날이잖니?.”
“ 미안해.엄마.마음 같아서는 혼자라고 돌아가고 싶지만.
누나들이 술을 산다고 해서 일부러 온 거라.그러기는 좀 눈치가 보여서.
대신에 내가 끝나면 바로 갈게.피곤하면 먼저 자고 있어.깨울게.알았지.? 사랑해 엄마.쪽.”
“ 알았어.나도.”
속삭이듯이 하는 마지막 말이 울리는 걸로 봐서는 손으로 가린 것 같았다.
“ 죄송해요.어머님.”
“ 아니에요.윤수 씨.저. 괜찮으면 우리 그만 가면 안될까요? 제가 조금 피곤해서.”
“ 네.그렇게 하죠.”
자신의 실수가 몹시 미안했던지 어깨가 축 처진 윤수의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만들어
다영은 용기라도 주듯이 일부러 윤수의 팔짱을 끼고 자신의 젖가슴을 바짝 갖다 부쳤다.
“ 아이 참. 남자가 그만한 일로 풀이 죽고 그래요?”
“ 저 때문에.”
“ 대신에 들어가면서 맥주를 사가지고 우리끼리 방에서 한잔해요.알았죠?”
“ 네.고맙습니다.”
“ 또 그러네?.”
다영은 이때만큼은 아들이나 아들보다 열 살이나 많은 윤수나 똑같이 어린 아이처럼 보여 웃음이 났다.
“ 전.어머니를.”
“ 네? 저를 왜?”
“ 아, 아니요.돌아가신 제 어머니 말이에요.”
“ 아.네.”
막상 아들의 방에 둘이 앉아서는 벌컥벌컥 술을 마시면서 생각에 잠겨 말이 없던 윤수를
다영은 불안하게 바라보다가 취한 모습으로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깜작 놀랐다.
‘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 제 어머닌 술장사를 했었어요.”
“ 아.!.”
“ 제가 중학교 때 이혼을 하고 작은 카페를 했었죠.”
“ 힘 드셨겠네요.여자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게.”
“ 네.그랬죠.특별히 배운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이혼 전부터 남자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아버지와 헤어진 것도 그 때문인 것 같고.카페도 그 남자가 열어준 게 아닌가 싶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