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행성 우주선 카이론
이제 마음대로 변신이 이루어지고 또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지속되자 지아가 무척 좋아하며 내 손을 꼭 잡은 채 입을 열었다.
“이제 준수씨가 강해져서 조금은 걱정을 덜 해도 되겠어요. 사실 전에는 마스터급이라고 하지만 미스터 중에서는 최하위만 모면했을 뿐 그렇게 강한 편이 못됐거든요. 하지만 이제 맵에서도 변신을 해서 싸우면 준수씨는 하위권을 지나 금방 중위권 이상으로 치고 올라갈 거예요. 그리고 카이론과도 싸워야 하는데 지금 확실하게 변신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지아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녀가 나를 참 많이 걱정하고 생각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나를 생각해주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가 완전하게 변신을 하기 전에는 겉으로 표시를 내지 않고 속으로만 걱정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녀가 무척 고맙게 생각됐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북쪽 은하중 비우시아 은하와 가장 가까운 테라바리 은하에서 제일 먼저 지원군이 도착했다. 지아 아빠는 우리가 있는 좌표를 알려 주었는지 지원군의 함선들은 정확히 우리 우주선이 있는 곳에서 멈추어서며 통신을 보내왔다.
웬만한 크기의 은하라면 챌린저가 최소 60-70여명은 될 터인데 랜덤을 돌린 모양인지 테라바리 은하에서 온 챌린저는 3명뿐이었다.
이것은 미리 챌린저들끼리 정해 놓은 모양으로 한 은하에서 3명의 챌린저만 랜덤으로 지원을 오기로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지아 아빠는 지아가 이곳에 있으니 자원을 해서 올 것이 틀림없을 터였다.
하긴 제아무리 막강한 카이론이라고 해도 전 우주의 만 명이나 되는 챌린저가 모두 나설 필요는 없을 터였다.
전 우주에는 수십억 개의 은하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어떤 은하에는 5개 혹은 10개미만의 행성에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은하가 수두룩했다. 그리고 그런 은하에는 당연히 챌린저가 존재하지 않았고 마스터만 몇 명 보유했거나, 또는 마스터도 없이 다이아 티어만을 보유한 행성들도 수없이 많았다.
때문에 만 명의 챌린저가 각 은하마다 모두 존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도 했다.
한곳의 은하에서 지원을 왔지만 이 정도 전력으로 출발할 수는 없었다. 나와 지아가 우주선을 타고 빠져나온 것을 알고 있는 카이론이 외곽을 포위하고 있는 수백 척의 전함을 이미 우리가 빠져나온 곳으로 집결시켜 놓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수많은 함선이 모여 있다면 이미 카이론이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놈들이 비우시아 은하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 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놈들도 이동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것은 지금 카이론의 정규군이 비우시아 은하를 한창 공격하고 있을 터인데, 그 많은 전력이 행성 우주선으로 다시 집결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 했기에 놈들도 바로 이동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군이 속속 모여들고 드디어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서도 랭커들을 재빨리 모집했는지 24시간이 지나기 한참 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전함의 수는 자그마치 천여 대가 넘어서 있었고 챌린저만 무려 150여명이 넘어가 있었다.
물론 거리가 먼 은하의 함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비우시아 은하 내의 행성들이 계속 기계화 되어, 그 에너지로 카이론이 기계군단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이대로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예상대로 지아 아빠는 자원을 해서 우리 은하 중 3명만이 지원 온 챌린저 중 한명에 끼어 있었다.
“고생 많았네. 그리고 지아도 고생 많았다.”
지아 아빠가 지아의 손을 잡으며 나와 지아를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우리 은하에는 챌린저 수가 모두 60여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아 아빠가 랜덤을 거부하고 이 위험한 곳에 자원한 것을 보면 얼마나 지아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만약 지아 아빠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지구의 나머지 4명 챌린저는 아시아 지역을 차지하기 위에 암중으로 다툼을 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지아 아빠는 그 모든 것보다 지아를 우선시 생각한 것이었다.
그나마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은하에서는 이제 올만큼 왔고 나머지 후속 지원군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챌린저들은 합의하에 이대로 밀고 들어가기로 했다.
물론 후속 지원군들도 도착하는 즉시 뒤를 따라 오기로 연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력 면에서는 결코 카이론 군에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지아는 우리 우주선을 지아 아빠가 타고 온 함선 선착장에 두고 사령실에 함께 있었다.
우리 은하에서 온 챌린저들이 3명 모여 있는 사령실은 그래도 지아 아빠의 순위가 가장 높았는지 우리 은하 함대의 사령관을 맡고 있었다.
보통 랜덤으로 뽑히게 되면 그중에 순위가 가장 높은 랭커가 대장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곧바로 천여 척의 모든 함선이 비우시아 은하로 접어들고 얼마 있지 않아 15키로나 되는 카이론의 거대 전함들이 모여 있는 것이 화면 가득 잡혔다.
놈들과의 거리가 100여 키로에 이르자 함포 사정거리가 있어 우선은 모든 함선이 멈춰서야 했다.
지금 우리쪽 지원군의 총 사령관은 챌린저 순위 104위의 서쪽 은하에서 온 파이치 라는 인간형 외계인이었는데, 그는 모든 함선을 멈추게 한 후 기다릴 것 없이 곧바로 선공을 취하려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게 서로간에 엄청난 전력이 모여 있을 때는 작전이고 뭐고 필요 없이 오로지 강대 강으로 맞붙어서 싸워 이기는 쪽이 승자였다.
하긴 지금 방해전파로 인해 비우시아 은하의 랭커들이 어찌됐는지 몰라 초조하기도 해서, 최대한 빨리 놈들을 처치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라 다른 작전은 구상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헌데 비우시아 외곽을 포위하고 있던 300여 척의 거대 전함들이 이곳으로 모두 집결해 우리 지원군을 막는 것을 보면, 카이론은 아마도 비우시아 은하를 공격하던 본대를 행성 우주선에 집결시켜 도망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수작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카이론이 기계군단이나 전함을 끝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지만 그러려면 무수한 행성의 에너지 또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카이론도 이미 만들어낸 막강한 본대 전력을 놔두고 그냥 도망칠 수는 없을 터였다.
또한 이 외곽을 지키는 250여척의 전함은 어쩌면 본대가 도망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희생물인지도 몰랐고, 그게 아니면 우리를 막는 동안 비우시아 은하내 모든 행성을 전멸시키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카이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놈들부터 모조리 처치해야 그 다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헌데 그때 조종석에 앉아 있던 한 랭커가 급히 화면을 한쪽에 다시 띄우며 지아 아빠에게 보고했다.
“사령관님, 놈들이 있는 전함 우측 6만여 키로 지점에 디크 사이어돈 B급이 카이론군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상황을 보니 사이어돈이 놈들 전함으로 가려는 것을 커이론 군이 저지하려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사이어돈은 행성뿐 아니라 비록 기계지만 살아 움직이는 것은 본능적으로 파괴하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거대 전함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그것들을 파괴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 같으면 카이론군은 사이어돈과 싸우지 않고 물러나겠지만, 지금 놈들의 사정은 만약 여기서 물러난다면 우리가 비우시아 은하로 무혈 입성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대로 사이어돈을 막으며 우리도 막아야 할 형편이 되어 버렸다.
사이어돈이 화면에 잡히자 나는 입가에 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놈은 새로 생성된 놈이 아닌 박쥐형의 나와 싸웠던 놈이었다.
놈은 내가 에너지를 흡수해서 힘이 빠졌을 텐데 다시 암흑 물질로 들어가 에너지를 보충한 것인지 움직임이 무척 기민했다.
지금 상황으로 보건데 얼마 전 놈을 놔두고 그냥 온 것이 우리에게는 그나마 도움이 되고 있었다. 물론 놈이 이곳으로 온다면 우리 함선들도 무사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현재 상황은 어찌됐든 놈으로 인해 골치 아픈 것은 카이론 군이었다.
하지만 사이어돈이 설사 우리를 공격한다 해도 이곳에는 챌린저가 250여명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협공을 한다면 사이어돈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 가지 문제점은 카이론군에게 설사 챌린저 급처럼 실력 있는 놈들이 없다 해도 마스터급 카이론군 몇 명이 챌린저 한명을 협공하면, 챌린저의 아주 소소한 약점까지도 분석이 가능한 놈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300여척의 전함 중에 챌린저 급의 카이론군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 첫 번째 관문인 이곳에서의 전투는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 생각됐다.
한마디로 지금 이렇게 챌린저들이 모여 있는 우리에게 사이어돈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카이론 군에게는 사이어돈이 큰 골치였고, 우리 지원군은 카이론에게 정보를 분석 당하기 때문에 카이론 군에게는 많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놈을 카이론 전함이 있는 곳으로 유인만 할 수 있다면..,’
놈이 이곳까지 오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가 더 유리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카이론군은 지금 우리를 막아서야 하기 때문에 전함을 물리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이어돈이 여기서 한바탕 난리만 쳐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터였다.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함선들은 다시 뒤로 멀찍이 물러나 있으면 된다.
우리 처지도 앞을 막고 있는 놈들을 모두 처치하고 안으로 들어가야지, 그냥 놔둔 채 지나간다면 뒤가 무척 구릴 수밖에 없어 어떻게든 처치하고 비우시아 은하의 랭커들과 합류해야 했다.
내가 69레벨일 때 변신을 해서 사이어돈과 일대 일로 붙었으니 지금 142레벨인 상태에서 변신을 하면 놈과 대등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이해개가지 않는 부분은 내가 지금 변신을 하더라도 챌린저 최하급에게조차 한참 모자라는 능력일터다. 헌데 어째서 최하급 챌린저보다 훨씬 강한 사이어돈 B급에게는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냐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내 도력과 합쳐진 암흑 물질은 사이어돈에게도 치명적인 것 같았고, 그것으로 인해 내 정보를 분석하지 못하는 카이론에게도 나란 존재는 무척 골치 아픈 존재일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튼 이 궁금증은 언제고 꼭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두고 지금 상황에서 어찌해야할지 나름대로 작전을 구상해 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