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화 〉구조요청
헌데 손에 쥐고 있는 오러 검의 길이마저도 어느새 8미터에서 30여 미터로 늘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뿐 아니라 푸른색의 오러 또한 전보다 더욱 진한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나는 지금 정신이 없는게 아니었다.
나는 내 모습이 변한 것도 모른 채 오로지 지아가 놈에게 죽었다고 생각돼 마음속에는 오로지 놈에 대한 살심만이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분노가 들어찰수록 내 마음은 웬일인지 더 차분해져갔다.
검의 길이가 몇 배로 길어진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나는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헌데 축지술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내 몸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 나는 놈에 대한 분노로 인해 그것을 느낄 겨를도 없는 상태였다.
내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가자 사이어돈의 눈빛이 마치 겁을 먹을 듯 잠깐 흔들렸지만, 놈이 그것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입을 벌려 괴성을 크게 한번 질러댄 후 입속에서 거대한 불덩이를 하나 토해냈다.
하지만 나는 거대한 불덩이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피하지 않고 놈을 향해 정면으로 그대로 몸을 날려갔다.
나는 왠지 저 불덩이가 무척 하찮게 느껴져 곧바로 오른손에 쥐고 있는 오러검을 앞으로 쭉 내뻗어 도력을 검 끝에 모아 원을 그리듯 둥그렇게 휘휘 휘저었다.
휘류류류류류.. 츠리리리릿..!
검 끝이 곧바로 원을 그리며 엄청난 회전력을 머금은 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돌아갈 때쯤 거대한 불덩이와 검 끝이 부딪쳤다.
타타타타타..! 파파파파파팟..!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회전력에 닿은 불덩이가 방원 10여 미터 크기로 구멍이 뻥 뚫려나가며 내 몸이 그대로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헌데 아무리 거대한 불덩어리 일부분을 뚫었다고 하지만 몸에 불꽃이 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그 불꽃마저 몸 전체를 감싸고도는 파란 스파크에 막혀 내 몸에는 조금도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파팟..!
잠시 뒤 거대 불덩이의 가운데를 뚫고 나온 내가 이제는 가까워진 놈의 몸으로 달려들려 하자, 놈의 거대한 호수같은 눈빛이 흔들리면서도 지아를 죽게 만든 팔 하나를 다시 휘저어왔다.
놈이 보기에는 팔을 휘두르는 속도가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놈에 비해 파리보다 작은 내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쏘아져 오는 화살과도 같은 속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이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팔뚝의 거리가 1초에 수백 수천 미터도 넘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다랗고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팔이 다가오자 나는 그것마저도 뚫으려고 그대로 회전력을 머금고 있는 검 끝을 놈의 팔뚝에 갖다 댔다.
헌데 역시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 팔뚝을 순식간에 뚫을 수는 없었는지 회전력이 머금은 검 끝이 틩겨져 나가며 내 몸이 팔뚝에 치여 까마득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죽인다..!’
하온 몸이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나는 놈의 엄청난 힘이 실린 팔뚝에 맞았는데도 멀쩡했다.
잠시 생각해보니 놈의 팔뚝에 내 몸이 닿는 순간 몸을 감싸고도는 스파크가 마치 스폰지처럼 몸을 보호해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까마득하게 채여 나갔지만 나는 축지술을 사용해 놈에게 금방 다가와 이제는 팔이 아닌 놈의 등 쪽으로 다가가 놈이 돌아서기도 전에 등에 오러검을 힘껏 찔러 넣었다.
터텅!
하지만 역시 놈의 가죽은 강철과도 같이 두껍고 단단해 30여 미터의 더욱 강력해진 오러마저도 뚫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때 나는 다시한번 검 끝으로 원을 그리며 엄청난 회전력을 머금은 오러를 다시 놈의 몸에 찌르듯 갖다 댔다.
터터터텅.. 파파파파팟..!
검 끝이 원을 그리며 마치 드릴과 같이 놈의 몸 한곳을 계속 파고들자 놈이 날개를 퍼득이며 나를 떨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도력을 검 끝과 온몸에 나누어 놈이 움직이는 대로 축지술을 계속 펼쳐 따라 이동하며 계속 한곳만을 파고들었다. 그러자 마침내 놈이 그제서야 고통이 느껴지는지 발버둥을 치듯 온 몸을 더욱 거칠게 움직였다.
놈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상처를 입었다는 뜻과도 같다.
곧바로 회전을 멈추고 그곳을 바라보니 과연 놈의 그 질긴 가죽이 여러 군데 갈라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을 보니 예전 융합된 사신수가 비록 C급의 사이어돈이었지만 그 놈의 몸에 발톱으로 아주 미세한 상처나마 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융합된 사신수의 발톱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이어돈 B급이라면 챌린저들도 두 명 이상이 달라붙어야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지 나는 놈과 이렇게 일대 일로 붙었는데도 겁나거나 두렵기는커녕 이렇게 잘 싸우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놈과 같은 에너지인 암흑 물질을 사용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리 분노를 했다고는 하나 챌린저들도 하지 못할 이런 싸움을 단독으로 한다는 것에 이상함이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놈을 혼자 힘으로 상대한다는 생각조차 없이 무조건 놈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놈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내게로 돌리려 하자 나는 그대로 30여 미터의 오러검을 그 상처에 박아 넣었다.
크아아아아.. 커으으으응..!
이제야 검이 박혀 들어가 놈이 나를 떨쳐내려 더욱 몸부림 쳤지만 이미 등 뒤에 꽂아 넣은 오러검을 잡고 있는 나를 떨쳐 낼 수는 없었다.
헌데 내가 검을 찔러 넣자 순식간에 암흑 물질의 에너지가 검을 통해 무자비하게 밀고 들어오는데 그 양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전에 비해 몇 배의 암흑 물질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을 느끼며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양을 갑자기 흡수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그때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파란 스파크를 발견하고 그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파란 스파크를 보며 예전 은지가 말해 주었던 얘기를 떠올리자 그제서야 지금의 내 처치를 깨닫게 됐다.
이처럼 많은 에너지를 흡수 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내가 분노로 인해 변신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 놈의 팔뚝에 맞고도 이 스파크로 인해 나는 무사할 수 있어 변신을 하게 되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됐다.
암흑 물질의 에너지는 지금도 끊임없이 내 몸속으로 계속 흘러들어오고 있어 나는 검을 꽃아 넣은 채 에너지를 흡수하며 이제는 검 끝에 도력을 모아 검강을 놈의 몸속으로 쏘아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앙.. 크아아아앙..!
놈이 괴성을 계속 질러대며 발버둥 쳤지만 나는 손잡이를 꽉 움켜쥔 채 이제는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 검강을 연속해서 놈의 몸속으로 계속 쏘아 보냈다.
쉼 없이 그렇게 계속 쏘아대니 한순간 놈의 등짝이 너덜너덜해지며 이제는 더 이상 에너지가 흡수되지 않자 나는 이 순간 내 몸속에 도력이 차고 넘치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절로 날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놈이 지아를 죽였다고 생각하자 또다시 분노가 내 몸을 잠식했다.
헌데 문득 몸을 감싸고도는 파란 스파크를 보니 그것은 암흑 물질을 흡수하기 전보다 더 파래지고 그 범위도 훨씬 더 광범위해져 있었다.
나는 지원군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놈을 이대로 죽여 버리기로 작정한 채 놈의 가장 약한 부분인 눈이나 목으로 이동하려 했다.
헌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준수씨, 놈을 죽이지 말아요, 이제 얼마 안있으면 카이론 군의 대체 함대가 도착할 거예요. 제가 우주선을 몰고 1키로 지점까지 갈 테니 준수씨는 빨리 우주선으로 돌아오세요. 준수씨가 변한 모습을 제가 우주선 안에서 다 보고 있었어요.]
“지아씨, 살아 있었군요. 홀아비가 된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푸훗! 아무튼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이제 1키로 안에 우주선이 다가갔으니 안으로 들어오세요.]
“알았어요.”
지아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고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우주선에 맞춰놓은 내 뇌파를 사용해 곧바로 우주선 안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
번쩍.
내가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자 지아는 재빨리 워프를 사용해 빛살을 뿌리며 우주선은 순식간에 지구가 있는 북쪽 은하를 향해 날아갔다.
“자아씨, 정말 살아 있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뭘 제게 감사해요. 제가 도리어 감사하죠.”
너무나 고맙고 반가워 내가 지아를 힘껏 끌어안자 그녀 또한 나를 꼭 끌어 안아왔다.
잠시 포옹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나자 나는 그녀가 어떻게 살아났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별거 없어요. 놈의 팔뚝이 다가오는 순간 모든 기를 사용해 금속 원반으로 내 앞을 막아 방어했죠. 헌데 놈의 힘이 워낙 강해서 원반이 밀리며 나까지 같이 밀려나 버린 거예요. 다행히 원반이 모든 충격을 흡수해줘서 나는 정신을 잃지 않았는데 떠밀린 곳이 이 우주선이 있는 곳이지 뭐예요. 그래서 다시 갈까 하다가 우선은 우주선에 들어가 거기 상황을 보기로 한건데.. 글쎄 준수씨가 변신을 한 채 싸우고 있지 뭐에요.”
“정말 다행입니다, 난 정말 지아씨가 죽었는 줄 알고 얼마나 상심했었다고요.”
“준수씨가 저 때문에 분노해서 그렇게 변신까지 했으니 이제는 준수씨가 절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헌데 놈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시간이 무척 길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거예요?”
지아의 말에 이번에는 내가 빙긋 웃었다.
“변신을 하게 되면 전에 비해 몇 배는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암흑 물질을 흡수하는 양도 엄청나게 많아지고요. 생각하기로는 아마도 전에 비해 수십 배는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 느낌이에요. 헌데 이상한 점은 내가 아무리 분노했다고는 하지만 챌린저도 상대하기 어려운 사이어돈 B급을 혼자 상대했다는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거예요.”
“저도 화면을 보는 내내 그것이 이상했어요. 암흑 물질로 인해 준수씨가 변신 할 수 있다는 것은 짐작이 가는데, 아무리 변신을 해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결코 챌린저 최하위와 비교해 보면 준수씨는 솔직히 능력이 많이 모자라거든요. 헌데 사이어돈은 웬일인지 준수씨에게만은 진짜 천적처럼 너무 쉽게 당하고 있어요.”
“저도 그것이 너무 이상하다는 겁니다. 저야 물론 그런 상황이 이득이라 좋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뭔가 이유가 있는게 틀림없습니다.”
“혹시 암흑 물질이 준수씨의 도력과 합쳐지면 놈들만이 두려워할 무슨 에너지나 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요..? 뭐 아무튼 그것은 준수씨에게나 우리에게 좋은 일이니 나중에 언젠간 알 수 있으면 좋은 일이고 지금은 우선 상태창부터 열어 보세요. 이제 다이아 티어까지 게임도 끝나서 상태창도 마스터 상태창으로 바뀌어져 있을 거예요. 암흑 물질을 그렇게 오래 흡수 했는데 능력치가 얼마나 상승했는지 정말 궁금해 죽겠어요.”
“알겠습니다.”
나도 능력치 스텟이 어느 정도 올라 있는지 궁금했고 마스터 티어부터는 상태창이 어떻게 바뀌어지는지 또한 무척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