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화 〉구조요청
놈이 날개를 퍼득이며 눈앞에 있는 나를 향해 다가오자 나는 놈을 향해 검강을 몇 번 쏘아낸 후, 그나마 축지술은 쓸 수 있어 곧바로 부적을 생성해 아직까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카이론 군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츠츠츠..츠츠츠..
내 몸이 일순간 빛살처럼 멀어져 가자 놈이 더욱 속도를 내며 따라왔다.
내가 비록 축지술을 펼치고 있었지만 놈이 움직이는 속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약간 빠르기는 해서 잠시 후에는 7키로까지 벌어지기는 했다.
내가 사이어돈과 함께 다가가자 카이론 군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가며 도망치려 했다.
놈들이 도망친다면 나 혼자 놈을 상대할 수 없어 인상을 쓰고 있는데 그것을 용납할 사이어돈이 결코 아니었다.
거대한 덩치답게 내 축지술과도 맞먹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사이어돈이 나는 내버려둔 채 본능적으로 날파리들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는 카이론 군들을 선공했다.
퍼퍼펑..! 펑 펑 펑..!
날개짓 한번에 백여 명의 카이론 기계군단이 박살나며 폭발하자 그제서야 우주 공간 어디로도 갈 곳 없는 모든 카이론 군들이 사이어돈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카이론의 전함이 파괴되는 순간 행성 우주선의 핵인 슈퍼 컴퓨터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누군가 비우시아 은하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전함을 보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 사이에 암흑 물질을 흡수한 후 다른 대체 전함이 도착하기 전에 이곳을 빠져 나가야 했다.
아직까지는 내 생각대로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나는 두 집단이 싸움이 붙자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내가 카이론군을 공격하지 않자 놈들도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하긴 지금은 나 같은 하찮은 존재보다는 직접적으로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는 사이어돈과 싸우는게 더 급할 터였다.
놈들은 이대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쳐도 될 터인데 카이론의 핵이 사이어돈과 싸우라고 명령을 내렸는지 죽자살자 덤벼들고 있었다.
아마도 핵인 슈퍼 컴퓨터는 부하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사이어돈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해서 이렇게 싸우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했다.
헌데 멀리서 보고 있자니 금발의 여자인 휴먼 안드로이드 한명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실력은 얼마 전 내가 죽인 마스터 하급 정도 되는 금발 남자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언뜻 보기에도 지아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다. 하지만 B급 사이어돈이라면 상위 챌린저 혼자로도 처치할 수 없는 존재다.
기껏 마스터 중상위의 능력을 지닌 여자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사이어돈을 물리칠 수는 없어 보였다.
‘저 여자가 이곳의 총 사령관이겠군.’
비록 안드로이드였지만 싸우는 폼을 보니 한눈에 보아도 포스가 남달라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여자가 싸우는 장면만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른 놈들은 사이어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확률이 낮았고 그나마 여자가 혹시라도 사이어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사이어돈은 마치 상대의 강한 기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듯 여자를 경계하며 좀처럼 몸 가까이 붙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물론 여자보다 떨어지는 하위 마스터 정도 되는 능력을 지닌 휴먼 안드로이드들이 다수 있었지만, 역시 수십만 명의 랭커들이 달라붙어도 상대하기 힘든 사이어돈을 겨우 2천여 명으로 이긴다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그때 지아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통신을 통해 한마디 했다.
“준수씨 제가 나가서 공격을 한번 해볼게요, 제 금속 원반이라면 놈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안됩니다, 지아씨는 그냥 우주선에서 대기하세요. 저와 약속 했잖습니까?”
“자신 있어서 그래요. 만약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난다면 분명 카이론의 다른 전함이 들이닥칠 거예요. 아니면... 이번에는 사이어돈을 그냥 포기하고 그냥 지원군을 요청하러 가는게 어떻겠어요?”
지금 떠나면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비우시아 은하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인지는 몰라도 눈앞에 있는 놈을 두고 그냥 떠나기는 역시 아쉬움이 컸다.
“조금만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가망이 없으면 그냥 떠나죠.”
내가 아쉬운 듯 말하자 지아가 아무 말이 없었다.
헌데 잠시 기다려도 가망이 없어 고개를 저으며 포기 하려던 순간 뒤에서 기가 느껴져 돌아보니 지아가 우주선은 놔둔 채 내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사이어돈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놈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도 안전한 곳은 되지 못한다.
그 사이에도 카이론 군은 끊임없이 죽어가 이제 놈들은 천여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상태라면 카이론 군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터였다.
지아가 다가오자 곧바로 내가 화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당장 돌아가 계십시오, 나도 곧 갈 테니까요.”
“역시 놈을 두고 그냥 간다는 것은 너무 아깝잖아요.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절 한번 믿어보세요.”
“저 금발 여자 보이죠? 저 여자가 지아씨와 거의 비슷한 수준 같은데 저 여자도 놈의 몸에 자그만 상처하나 내지 못하고 있어요.”
“저 여자가 하는 공격법과 내 공격법은 달라요,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지아는 말을 마치고 조금은 큼지막한 구슬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까딱하자 그 단단할 것 같은 구슬이 마치 엿가락처럼 넓게 퍼지더니 방원 20미터 크기로 늘어나며 마치 칼날같이 얇아졌다.
휘류류류류... 슈라라라라랏..!
지아가 원반에 도력을 주입하자 푸른빛의 톱니와 같은 전류막이 원반을 감싸며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리 된 것 나는 지아의 솜씨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사실 지아 정도의 능력이라면 아무리 사이어돈이 접근한다 해도 단숨에 어찌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에 두 개의 원반을 생성해 냈을 때보다 3배는 큰 원반은 그 얇기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고 푸른빛의 회전하는 속도도 훨씬 빠르고 더 밝아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모든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위력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였다.
츠리리릿.. 츠아아아아앙..!
지아의 손짓에 원반이 곧바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어돈에게 날아가자 나도 축지술을 펼쳐 원반 뒤를 따라갔다.
축지술을 펼친다면 내가 그래도 사이어돈보다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만약 지아의 공격이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다시 달아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카카카캉.. 쉬라라라락..!
잠시 후 카이론 군을 공격하는 사이어돈의 등에 회전하는 원반이 밀착되고 엄청난 회전력을 머금은 푸른빛이 등을 파고들어가는 듯했다.
파파파팟..!
한동안 회전하던 원반이 마침내 놈의 가죽을 파고든 듯 녹색의 피가 사방으로 뿜어져 우주 공간에 뭉클거리며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퍼져 나갔다.
“됐어요! 이제 그만 원반을 회수해요”
자그만 상처만 나도 내 오러검은 놈의 몸속을 파고들 수 있었다.
곧바로 원반이 놈의 몸에서 떨어지고 내가 놈에게 더욱 다가가 오러 검을 찔러 넣으려고 하던 그 순간.
크아아앙..!
놈이 따끔했는지 카이론 군을 향해 휘젓던 팔을 멈추고 갑자기 몸체를 뒤로 확 돌려 나와 지아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연히 상처부위는 축지술을 펼칠 기회도 없이 순식간에 멀어져 버렸다.
헌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놈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어 무척 화가 났는지 거대한 팔을 내가 있는 곳으로 휘젓는 동시에 입은 쩍 벌려 멀리 있는 지아에게는 엄청난 크기의 불덩이를 쏘아냈다.
츠츠츠츠.
나는 재빨리 축지술을 펼쳐 다가오는 팔뚝을 피한 후 지아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화라라라락... 슈아아아악!
불덩이가 날아오자 지아는 그래도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곧바로 몸을 더 높이 띄어 올려 간신히 불덩이는 피해냈다.
하지만 놈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이 지아인 것을 아는 듯 거대한 날개를 퍼득이며 한순간에 지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다시한번 팔을 휘둘렀다.
지아는 나처럼 축지술을 펼칠 수 없었기에 나만큼 그렇게 빠르지 못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스터 정도 되면 기가 엄청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놈의 공격을 피해 낼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자아가 놈의 불덩이를 피하고 몸을 바로 잡기도 전에 놈이 다가가 팔을 휘두른 것이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그 거대한 팔을 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무리 엄청난 기를 지니고 있는 마스터라고 해도 놈의 거대한 팔에 스친다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이기에 뼈도 추리지 못하는게 현실이었다.
지아가 놀란 중에도 다시 기를 일으켜 몸을 더 위쪽으로 솟구쳤지만 기어이 놈의 팔은 스치듯 지아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안돼..!”
내가 급히 소리쳤지만 놈의 팔이 지나간 순간 지아의 모습이 허공중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는 지아의 몸이 뼈도 추리지 못할 정도로 산산이 부서졌거나 그게 아니면 우주공간 저 멀리 날아가 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안돼! 지아.. 안돼!”
지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죽었다고 생각되자 나는 한순간 속에서 무언가 급격히 끓어올라오며 놈에 대한 분노가 한없이 치밀어 올라왔다.
헌데 이때 분노로 가득 찬 준수의 모습이 한순간 급격히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머리색이 검은 색에서 조금 더 길어지며 마치 암흑 물질을 감싸고 있는 스파크와 같은 파란 색으로 변해갔다. 그뿐 아니라 눈동자 또한 갈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며 암흑 물질을 감싸고 있는 파란 스파크가 준수 몸에도 생성되어 몸 전체를 감싼 채 틱틱 소리를 내는 듯 했다.
파란 색의 눈빛은 지금 사이아돈을 쳐다본 채 분노로 이글거려 준수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한순간 준수의 입에서 처절하고도 분노에 가득 찬 한마디 음성이 흘러나왔다.
“죽인다!”
준수의 눈빛은 사이어돈을 뚫어지게 쳐다본 채 파란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 했다.
이때 준수의 모습은 예전 은지를 땅딸보가 강간하려했던 때보다 모든 면에서 더 진한 파란색을 띠고 있어 그때보다 더 강력해 졌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능력치에 반비례해서 그런 모양으로, 지금의 준수는 그때와는 엄청난 차이로 능력치가 상승해 있어 그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