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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화 〉구조요청 (200/207)



〈 200화 〉구조요청

분신들이 소멸하기 전 공명으로 전해진 바에 의하면 그쪽 상황도 거의 마무리가 지어진 상태였고, 얼마 남지 않은 카이론 군들은 나머지 랭커들만으로도 제거할  있는 수준이었다.

헌데 이때 함선의 다이아에게서 다시 급한 전갈이 전해져왔다.

[사령관님, 큰일났습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암흑 물질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다이아 랭커의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급격히 환해졌다. 나는 그것은 큰일이 아니라 천우신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 상태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15키로나 되는 거대 함선에는 아직 수많은 카이론군들이 남아 있을 것이고, 내가 얼마 전 처치했던 금발이 수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해 적 함선에 그보다 더 고위급의 카이론군이 있어 금발보다 강한 놈들이 얼마나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사이어돈이 출현해 놈들이 달아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주위 행성들이 파괴되기는 하겠지만 카이론군들이 달아나고 우리가 지원군만 데리고  수 있다면 몇 개의 행성이 파괴된다 해도 지금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암흑 물질을 발견했다면 놈들 또한 틀림없이 발견했을 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멀리 흐릿하게 푸른빛이 일렁이는 모습이 아련하게 보이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더 자세히 보니 우주 공간 저 멀리 반짝이는 푸른빛은 분명 암흑 물질의 외형을 감싸고 도는 그 전기막과 같은 스파크가 틀림없었다.

잠시 후 나머지 카이론 군들을 모두 처치한 지아가 다시 와 나를 부축하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암흑 물질을 바라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저 암흑 물질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모르겠어요. 비우시아 은하에서 지금 용병들을 소집해 이곳으로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닐테고.. 정말 엎친데 덮친 겪이 되고 말았어요.”

“이건 우리에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수 있습니다. 카이론군이 도망을 친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러지 않고 우리를 놓치기 싫어 사이어돈과 싸운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이득이에요. 다시 말해 카이론군이 어떤 행동을 취하든 우리에게는 무조건 득이 될 겁니다.”

“준수씨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암흑 물질에서 사이어돈이 출현할 때까지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아야한다는 것입니다.”

“맞아요, 놈들은 틀림없이 사이어돈이 출현하기 전에 우리들을 모두 처치하려들 거예요.”

지아가 말을 하는 잠깐 사이 나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급히 지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뭔데요?”

“우선 살아남은 랭커들을 모두 사령선에 탑승시키세요, 그리고 9척의 함선에는 10명의 조종사들만 남게 하세요.”

“그 다음에는요?”

“그 다음에는 우리 함선 모두가 암흑 물질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카이론 군의 반응을 보고 그때 판단할 겁니다. 우선은 제 말대로 모든 랭커들에게 명령을 내리세요.”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지아가 이 와중에도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거수경례를 하며 빙긋 웃었다.
헌데 그 때 다이아에게서 다시 급한 전갈이 전해져왔다.

“사령관님, 큰일났습니다. 적 함선에서 다시 2천여 명의 카이론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알았어요. 내가 부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려놓았으니 모든 함대는 부 사령관의 명령대로 움직이세요.”

“알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지아는 나를 부축한 채로 급히 함선을 다가오게 하고 이쪽의 랭커들은 함선쪽으로 이동해갔다.
만약 여기서 2천여 명의 카이론 군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나는 이제 힘을 쓸 수 없고 지아 혼자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더 힘든 일이  터였다.

잠시  모든 랭커들이 사령선에 타고 함선 10대는 암흑물질이 생성되는 곳으로 이동해 갔다.
2천여 명의 카이론군이 뒤쫓아 왔지만 함선보다 빠를 수는 없어 놈들과는 곧 멀어지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암흑 물질과 10키로 되는 지점에 접근해 있자 거대한 암흑 물질이 바로 코앞에 있는 듯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2천여 명의 카이론군은 암흑 물질이 있는 20키로 지점까지 다가와서는 더 이상 접근을 하지 않았다.
이제 이곳에서 사아이어돈이 암흑 물질 안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떤 방책을 세워야 했다.
암흑 물질의 크기로 봤을 때 사이어돈은 B급일 확률이 무척 높았다.

사령선 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2천여 카이론 군들을 확대해서 바라보며 나는 지아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놈들이 아직 사이어돈이 출현하려면 1시간 정도 더 있어야 하는데 공격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아마도 놈들이 무의식적으로 암흑 물질을 천적이라 느끼고 있어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이곳에만 있으면 우선은 안심이라는 말이 되겠군요.”

“지금으로서는 그런 것 같아요. 놈들의 임무는 꼭 우리를 처치하는게 아니라 비우시아 은하를 빠져나가 지원을 요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이렇게 잡아두고 있다가 사이어돈이 나타나 대신 우리를 처치하게 하려는 수작인지도 모르죠. 아니 분명 그런  같아요. 놈들도 우리와 싸우게 되면 아무래도 희생이 있따를 테니까 이렇게 우리를 사이어돈에게 가까이 접근시켜놓고  사이어돈과 싸운게 만든다면 그들로서는 이득이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전멸하면 그때 후퇴하면 될 테고요.”

“듣고 보니 지아씨 말이 맞을 수도 있겠군요. 헌데 제가  가지 생각한 작전이 있습니다.”

“뭔데요?”

“놈들의 전함이 있는 위치를 좌표로 찍고 우리 함선을 워프로 이동 시킬 수도 있냐는 것입니다. 혹시 워프로 가는 도중에 적 전함의 포격에 우리 함선이 폭파되지는 않는지 그게 알고 싶습니다.”

내 말에 지아의 표정이 갑자기 환해졌다.

“정말 기발한 생각이에요. 물론 상대방도 같이 워프로 움직이면 충분히 상대 전함을 포격으로 폭파시킬  있죠. 하지만 한 전함은 멈춰져 있고 다른 함선은 워프를 하고 있다면 그건 포격으로 절대 맞출 수 없어요. 그것은 예를 들면 래이저 총을 발사 했는데 화살로 그 레이저를 맞출 수 있느냐는 질문과 똑같아요. 아! 그래서 조종사만 빼고 랭커들을 모두 사령선에 태운거군요.”

내가 빙긋 웃자 지아가 엄지를 척 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지며 심각해졌다.

“적 전함을 폭파시킨다 해도 저곳에 있는 2천여 카이론 군들 때문에 어차피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을 거예요.

“그건 그거대로 또 생각이 있습니다. 사이어돈이 나타나면 우린 사이어돈과 싸우지 않고 놈들이 있는 곳으로 후퇴를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전함이 파괴된 놈들은 갈 곳이 없으니 사이어돈과 어쩔  없이 싸우게 될 것이고요, 만약 도망친다고 해도 우주 미아가 되니 놈들이 이래저래 모두 죽는 것은 변함이 없을 테고요.”

지아가 내 뜻을 짐작하고 다시 표정이 환해지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그 사이에 기회를 봐서 준수씨는 사이어돈의 암흑 물질을 흡수   있고요.”

“맞습니다.”

“헌데 우리가 놈들 전함을 워프로 폭파시켰다고 치면 놈들이 우리 전함을 빼앗으려고  텐데 그건 어쩌고요?”

“놈들의 전함 크기가 있으니 우리 전함 9대는 모두 워프로 놈들 전함과 충돌하게 하고 사령선은 랭커들을 태운 채 시란타 행성으로 돌려보내면 됩니다. 물론  전에 사령선 안에 있는 우리 우주선은 지아씨가 탑승해 카이론 군의 눈에 띄지 않게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겁니다. 그러면 사이어돈과 카이론 군이 싸우는 틈에 저는 기회를 봐서 암흑 물질을 흡수하고 지아씨가 탑승한 우리 우주선으로 귀환하는 겁니다.”

“그건 안돼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 준수씨 말대로라면 랭커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저는 우리 우주선으로 타고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얘기잖아요. 그리고 준수씨 혼자 사이어돈을 놈들에게 유인해 싸우게 만들고 기회를 봐서 암흑 물질을 흡수한다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그건 거듭 말하지만 안될 말이에요. 차라리 랭커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우린 그냥 놈들이 싸우는 동안 이곳을 빠져나가요.”

“그건 안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을 바꿨습니다. 물론 제 목적이 지원군을 불러오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지금 제게는 암흑 물질을 흡수하는게 더 중요합니다.”

생각을 바꾼 이유가 얼마 전 자아의 마스터 랭킹을 알고 나니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서 솔직히 욕심을 부리는 것이었다.
물론 다음 기회에 마스터들의 지원을 받으며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암흑 물질을 흡수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 암흑 물질이 있는데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다음에 용병들과 마스터들이 지원을  준다고 해도 위험하기는 어차피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보다야 그때가 조금이라도 덜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나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은 나는 암흑 물질만을 최대한 흡수한 후 사이어돈은 죽이지 않고 이곳을 빠져나와 지아의 우주선으로 가서 사이어돈과 카이론 군이 계속 싸우게 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 우리는 이곳을 빠져나가 지원군을 데리고 오는 것이었고,

카이론 군이 아무리 암흑 물질을 분석하지 못한다고 해도  자체 전력만으로도 어쩌면 사이어돈을 처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설사 내가 암흑물질을 흡수했다고 하더라도 사이어돈을 죽일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사이어돈을 처치하고 나면 카이론 군의 눈길은 당연히 나에게만 쏠리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빠져나가 지아의 우주선으로 갈수 없고 놈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해 사이어돈의 에너지만을 흡수하려는 것이었다.

지아가 계속 반대 했지만 나도 물러서지 않자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인상을 찡그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

“제 생각에는 여기 랭커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준수씨를 도와주게 하고 싶지만 어차피 마스터도 없는 900여명 남은 전력은 지금 여기 있으나 마나한 전력이에요. 사이어돈의 손짓 한번에 모두 죽을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괜히 여기서 사이어돈에게 쓸데없이 개죽음을 당하게 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지원군을 데리고 오는 동안 다시 돌려보내 그쪽에 조금이나마 전력을 보태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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