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구조요청
곧바로 8미터의 오러검을 생성해내고 놈에게 달려들자 놈이 내 검과 한번 부딪치고 난 후 거대한 몸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우주 공간이라 놈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놈이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내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다시 오러검에 도력을 잔뜩 주입한 채 놈을 공격해 들어갔다.
잠시 겨루어보니 놈은 검 솜씨가 대단해 한순간 제압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헌데 놈의 입가에 한순간 회심의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그 모습에 도리어 내가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놈은 아마도 이 상태로 조금만 버티면 내 데이터를 분석해 카이론이 약점을 전송해 줄 것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기로 카이론의 핵이 암흑 물질은 분석할 수 없다고 했으니, 암흑물질은 내 도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어 카이론은 내 기를 분석하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
잠시 겨뤄본 결과 놈의 전체적인 능력은 다이아 최상위는 분명 넘어 마스터 최하위 순위는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 한번도 마스터 맵에 참가를 하지 않아 내 진정한 순위는 몰랐지만, 지아의 말대로라면 마스터 최하위 순위에서는 나를 당할 랭커들이 없다고 한 점을 생각해, 내가 지금 놈보다는 강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지로도 내가 놈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놈이 처음에는 나와 맞상대를 하다가 잠깐 싸워보고 안되겠다 싶었는지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놈은 내 약점만 전해져오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내 오러검에 맞서지 않고 연신 뒤로 피하기만 했다.
헌데 잠시 후 놈의 인상이 인간과 똑같이 급격히 일그러지며 뒤로 더욱 훌쩍 물러나는 것이었다.
놈의 반응에 내 입가에 더욱 비웃음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
한눈에 봐도 카이론이 내 정보를 분석하지 못하고 마치 먹물번진 종이처럼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순간 증명됐다고 생각해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놈이 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놈도 명령을 받은 이상 도망칠 수는 없을 터였다.
놈이 물러나자 나는 잘됐다 싶어 급히 부적 한 장을 꺼내 놈을 향해 날려 보내며 주문을 외웠다.
“비우냉폭망!”
한순간 부적이 불타오르며 수백 개의 앞이 뾰족한 팔뚝만한 얼음의 창이 생성됐다.
이곳이 우주 공간이라 대기가 없고 습기는 없었지만 술법은 부적의 힘으로 발현해 물질을 생성해 낼 수 있어 우주 공간이라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발현된 수백 개의 얼음 창은 곧바로 금발에게로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갔다.
놈이 순간 깜짝 놀라며 검으로 변한 팔을 휘둘렀고 포신에서는 흰빛의 액체를 연속해서 쏘아내며 얼음 창을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수백 개나 되는 얼음 창을 모두 방어 할 수는 없어 대여섯 개가 놈의 몸통을 뚫고 지나가 구멍을 내버렸다.
헌데 놈은 고통을 느낄 수 없는지 인상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 이제는 물러나지 않고 나를 향해 다가오려 했다. 그리고 구멍 난 몸체는 다시 서서히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기관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지 움직이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느려져있었다.
순간 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오러검을 앞으로 내 뻗어 검강을 놈에게 연속으로 발사 했다.
슈슈슝.. 슈슈슈슛..!
순간 놈이 검으로 검강을 쳐내며 액체를 쏘아댔지만 그중 한 개가 다행히 놈의 포신같은 팔뚝에 작렬하며 폭발하자, 놈의 포신이 박살나며 왼팔이 그대로 짓뭉개져 이제 포신으로 변한 왼팔은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
헌데 그때 함선에 있던 다이아 랭커에게 통신이 전해져왔다.
[사령관님 큰일났습니다. 놈들의 함선에서 다시 500여명의 카이론 병력이 또 나왔습니다. 놈들은 지금 지아님이 싸우고 계시는 곳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순간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지아가 아무리 마스터 중위급이라 해도 다시 500여명이 합류하게 되면 위험해질 것은 뻔한 노릇이었다.
나는 부상당해 주춤거리는 금발은 잠시 놔둔 채 급히 부적 네 장을 생성시켜 사신수를 소환해 내 지아가 있는 곳으로 가게 했다.
나는 사신수에게 싸우다가 만약 상황이 너무 불리해지게 되면 다른 랭커들은 상관 말고 무조건 지아만을 지키라고 했다.
놈들이 새로 내보낸 병력을 이쪽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가 아무래도 우주선은 상관없이 랭커들만을 모두 죽일 의도인 것 같았다.
하긴 랭커들만 모두 죽일 수 있다면 함선 10척을 공짜로 얻을 수 있으니 굳이 파괴시키지 않고 이겨 함선을 빼앗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성과물일 터였다.
금발은 조그만 상처는 재생이 되지만 아예 짓뭉개진 팔은 재생시킬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제 검만을 사용할 수 있는 금발은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덩치가 비록 10여 미터에 이르렀지만 도력이라는 기가 있어 놈에 비해 내 파워는 월등했고 오러검의 길이 또한 8미터에 달해 덩치에 대한 핸디캡은 존재하지 않았다.
놈이 악을 쓰듯 입을 크게 벌린 채 내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러 왔지만 나는 놈의 검을 간단히 피한 후 몸을 더 높이 허공으로 띄어 올려, 한순간 무방비 상태로 드러난 눔의 목을 향해 기다란 오로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스걱.
질길 것 같았던 놈도 목이 떨어져 나가자 핏방울이 뭉개뭉개 피워 오르며 몸이 두둥실 떠올라 우주 저면으로 떠밀려갔다.
지휘관인 금발이 죽었지만 이미 랭커들의 약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카이론 군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금도 여기저기에서 랭커들이 끊임없이 죽어가자 나는 사신수를 소환해 낸데 이어 도력 소모를 감수하고 다시 부적 두 개를 꺼내 분신 둘을 더 만들어 냈다.
분신들 나타나자마자 싸움터로 뛰어들어 곳곳에서 죽어가는 랭커들을 살려내며 놈들을 하나하나 처치하기 시작했다.
사신수도 사신수지만 분신들 역시 비록 개개인이 사신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스터 하급 정도의 능력은 지니고 있었다.
마스터급의 분신 둘이 싸움터에 끼어들자 상황은 다시 서서히 우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곳은 이제 분신 둘과 살아남은 랭커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아 나는 축지술을 펼쳐 재빨리 지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갔다.
그곳에는 사신수가 지아를 도와 열심히 놈들을 도륙하고 있었지만 다른 랭커들의 상황은 역시 약점을 모두 공유하고 있는 카이론 군들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숫적으로도 우리가 열세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놈들이 더 합류한다면 우린 전멸이다.’
방금 내가 죽였던 놈이 적들의 총 사령관은 아닐 터다. 그렇다면 놈들의 총 사령관은 함선 안에서 이곳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아의 무력이 워낙 뛰어나 놈들이 지아의 약점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별 상관이 없었다. 사신수 또한 놈들이 약점을 분석할 수 없으니 지금 지아와 사신수만이 여기저기 오가며 놈들을 척살하고 있을 뿐 나머지 랭커들은 계속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다른 놈들이 합류하지 않아도 이대로라면 우리 랭커들은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금발과 싸운 후 사신수와 분신 둘까지 불러내 도력이 많이 소모되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수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만약 적의 총 사령관이 있어 놈이 직접 기계 군단을 다시 이끌고 나타난다면 그때는 지아만을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당장 모든 상황이 위급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급히 이곳에 있는 모든 랭커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싸움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 있으시오!”
랭커들은 갑작스런 내 명령에 어리둥절했지만 명령이 떨어진 이상 그 명령에 따라야 했다.
곧바로 랭커들이 싸움 중에 서서히 뒤로 물러나다가 한순간 재빨리 도망치듯 멀찍이 달아나자 카이론 군들도 일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준수씨 왜 그러세요, 지금 후퇴하면 상황이 더 악화돼요.”
지아가 통신으로 의아한 듯 말했지만 나는 지아에게도 다급히 소리쳤다.
“지아씨도 랭커들이 있는 곳으로 빨리 물러나십시오.”
지아에게 말한 후 나는 부적 하나를 생성해내 예전에 한번 사용했었던 사이어돈의 필살기인 블랙홀을 생성해냈다.
‘파망 흡멸구!’
순간 허공 높이 떠오르던 부적이 불타오르며 아주 자그마한 점 하나가 생성됐다. 하지만 점은 곧바로 급격히 확대되어 엄청난 회오리를 일으키며 강력한 중력을 발생시켰다.
휘류류류륭..!
방원100여 미터의 블랙홀이 향한 방향은 이제 랭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려던 카이론 군들이 있는 곳이었다.
기기기긱.. 크어억.. 키키키키..
한순간 기계들의 마찰음 소리와 안드로이드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놈들의 입이 벌어지며, 순식간에 엄청난 흡입력에 의해 수많은 카이론 군들이 블랙홀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 좋아 날아드는 것이지 놈들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몸체가 빨려 들어가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칼날과 같은 에너지가 엄청난 회전력을 일으키고 있는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아무리 강철로 만들어진 기계수들이라고 해도 온 몸이 산산이 부서져 나갈 것은 말할 것도 없을 터다.
한순간에 천여 명이 넘는 기계수들과 소수의 안드로이드들이 백명도 남지 못하고 모두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자 놈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놈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그나마 외곽지역에 있어서였다.
블랙홀도 내 도력이 많이 소모되자 이내 소멸해 버리고 나는 도력과 체력이 심하게 낭비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도력이 많이 소모되자 사신수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고 다른 곳에 있는 분신들 또한 방금 전 소멸해 버렸다.
지이가 급히 다가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부축하자 나는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힘이 없어 나직히 속삭이듯 말했다.
“난 괜찮으니 나머지 놈들을 빨리 처치해요. 놈들이 도망이라도 치면 나중에 이놈들도 큰 부담이 돼요.”
“아, 알았어요.”
지아는 내 말을 듣고 나를 부축했던 팔을 놓은 채 한쪽에 모여 있는 랭커들에게 명령했다.
“남아 있는 놈들을 하나도 돌려보내지 말고 모두 처치하세요!”
명령을 내린 후 지아는 다시 거대한 푸른 원반을 생성해 내 놈들에게 쏘아 보내며 왼손으로도 놈들을 향해 손짓하자 기계수들이 짓뭉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를 같이해 랭커들 또한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려 공격해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