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7화 〉구조요청 (197/207)



〈 197화 〉구조요청

약 1시간 정도 지나자 드디어 지정된 좌표인 비우시아 은하 외곽 전 지점에 도착해, 그때부터는 모든 레이다를 동원해 경계를 하며 평상시 속도로 우리 은하 방향인 북쪽 은하계를 향해 나아갔다

만약 워프나 웜홀로 통과하려다가 놈들에게 발각당해 공격을 받기라도 하는 날에는 함선이 폭파되어 랭커들은 전투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전멸이다.

놈들의 과학력이라면 워프나 웜홀로 나아가도 발각당할 확률이 100%라는게 피발다 챌린저는 물론 지아 또한 그렇게 말해 이렇게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주선은 함선이라지만 사실 이동수단 밖에 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전투를 치루는 것은 랭커들이었다.

함선이나 소형 우주선이 레이저나 플라즈마 포같은 것을 쏴대 봐야 함선은 폭파시킬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 랭커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함선은 서로간 그런 무기들의 사거리 안까지 접근하지 않는다.

때문에 실질적인 싸움의 승패는 랭커들과 기계군단의 싸움이라고 할  있었다.

물론 함선을 파괴시키면 우주 미아가 되기 때문에 함선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기는 했다. 그리고 함선의 무기로 실버나 골드 티어 정도까지는 잡을 수 있었지만 우주 공간에서 움직이는 자그마한 생명체를 맞추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놈들의 함선 수백 대가 비우시아 은하 외곽을 포위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비우시아 은하 전체를 전부 커버하려면 한꺼번에 모여 있지는 않을 것이고 한 대당 최고 수십만 광년씩은 떨어져 있을 터였다.

하지만 놈들의 그 한 대 함선 크기는 직경이 자그마치 15키로에 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알아내 그 한 대를 뚫고 지나가는 것만도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단시간 내에 그 한 대를 뚫지 못하면 제일 가까운 다른 함선이 워프를 사용해 지원을 올 것이 뻔한 노릇이라 이래저래 놈들을 뚫고 나가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만이 지원을 요청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군데로 흩어져서 구조 요청을 보낸 것일 수도 있어 놈들 또한 쉽게 자기가 맡은 구역을 뜨지는 못할 터다.

물론 이 모든 정보는 전에 놈들에게서 살아남은 소수의 랭커들을 통해 알아낸 사실들이었다.

한동안 아무 이상 없이 함선들이 순항중이었다.
헌데 그렇게 1시간가량 순항하던 어느 순간 레이더 담당자가 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사령관님! 196,000키로에서 뭔가 포착됐습니다. 아무래도 카이론 함선인  같습니다.”

우리가 놈을 발견했다면 놈들 또한 우리를 발견했을 터. 워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도거리라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조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함선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서지 않으려면 최소 100여키로 정도 거리에서 서로 멈추어 서야 한다.

소형 전투선을 내보내 함선을 공격하게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곳이 우주 공간이었기 때문에 공기의 저항이 없고 중력이 존재하지 않아, 랭커들의 공격력 사정거리가 지구에 비해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에 소형 우주선 한 대 정도는 실버티어뿐 아니 브론즈 중상위 레벨로도 충분히 격추시킬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놈들을 뚫고 지나가야하기 때문에 피할 이유가 없어 조종을 맡고 있는 골드 티어에게 명령했다.

“우선 놈들의 공격권 안으로 진입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놈의 함선에 접근하시오.”

저 거대한 놈들의 함선 안에 어느 정도 숫자의 기계군단이 타고 있는 줄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1700여명보다 많을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할 터다.

허나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놈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가 더 관건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마스터 랭커는 나와 지아 2명뿐이다. 물론 외곽을 지키는 함선에 챌린저급의 능력을 지닌 기계가 타고 있을 확률은 극히 적었지만, 놈들은 우리의 약점을 카이론이 분석 전송해 주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한 전투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다고 피해 도망칠 수는 없어 우선은 부딪쳐보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로 결정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과의 거리가 100여 키로에 이르자 양쪽 우주선이 모두 멈춰섰다.

우선은 상대의 전력을 파악해 보기 위해 한번 붙어보는 것이 보통이라 나는 놈들의 사령관이 어느 정도의 기계군단을 내보낼지 살펴본 후 대처하기로 했다.

“화면을 확대하시오.”

앞에 대형 화면이 밝아지며 놈들의 거대 전투 함선이 화면 가득 채워졌다.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그 끝이 보이질 않아요.”

검은 색의 적 함선은 길게 뻗은 모양인데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아도 말로만 듣던 카이론 군단을 직접 마주하자 긴장된 빛을 보이며 표정이 약간 굳어 있었다.

함선이 여러 개로 분리돼 중요 곳곳이 화면에 잡히자 나는 입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이 파리 떼처럼 입구에서 쏟아져 나왔다.

놈들도 가까이 다가오면 우리의 함포에 포격당할 것이 두려워 더 이상 다가오지는 못하고 기계군단을 내 보낸 것이었다.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적 함선에서 나오는 놈들의 숫자가 자동적으로 계산되자 조종사가 보고했다.

“모두 500여 놈이 나왔습니다.”

‘역시 간보기로군.’

우리 10개의 함선에는 다이아 10명 플레티넘 50명 골드가 100명씩 각각 나누어 타고 있었다.

“7,8,9,10 함선의 모든 랭커들을 내보내 놈들과 싸우게 하시오.”

4개 함대의 모든 랭커라면 640명이었다.
다이아가 40명, 플레티넘이 200명, 골드가 400명.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균형은 맞춰질 것이라 생각해 나는 조각난 다른 화면으로 보이는 우리 랭커들이 출격하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이라 얇은 막과 같은 우주복을 입은 랭커들은 각자의 기를 운용해 무척 빠르게 놈들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얼마 지나자 않아 적함선과 우리함선 사이의 중간지점인 50키로 지점까지 날아가자 드디어 두 전력이 만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곧바로 전투가 벌어졌다.

“정말 희귀하게 생겨먹은 놈들이 많네요.”

지아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놈들의 생김새는 정말 모두 가지각색이었다.

인간과 똑같은 몸체를 지니고 있는데 두 팔만 검으로  놈, 또는 한 팔은 검과 다른 팔은 뭔가를 발사  수 있는지 구멍이 뚫린 놈,  팔이 무척  드릴 모양을 하고 있는 놈, 그리고 각종 맹수나 괴수의 모습으로 날카로운 검과 같은 발톱을 지닌 채 입에서 불이나 에너지파와 같은 뭔가를 발사하는  등 그 가지 수는 이루 헤라릴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그 크기도 인간만한 놈부터 크게는 20여 미터에 이르는 놈들도 수두룩했다.
마치 인간과 괴수 혼합체와 같은 모습의 이 기계군단과 랭커들이 부딪쳤을 때 처음에는 랭커들이 우세해 놈들의 박살난 몸뚱이며 머리가 조각나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놈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된 일인지 랭커들이 밀리며 한두 명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화면 담당자에게 지금 싸우고 있는 한 랭커와 휴먼형 안드로이드를 따로 확대하게 했다.

우리 쪽은 골드 랭커인데 상대는 인간과 다를바 없는 금발의 여자 안드로이드로 한손은  자체가 2미터 길이의 검과, 다른 한 손은 손바닥이 뻥 뚫려 무언가 흰 빛덩어리를 계속해서 발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역시 우리 랭커가 우세해 금발의 적은 계속 밀리며 금방이라도 파괴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자 웬일인지 우리 랭커의 공격이 먹혀들지 않으며 안드로이드의 검과 에너지파와 같은 흰빛 덩어리가 교묘하게 랭커의 공격을 무마시키며, 내가 보기에도 허점이랄 수 있는 순간적인 랭커의 옆구리를 파고 들어가 검을 찔러 넣어 랭커를 끝내 소멸시켰다.

“준수씨 이대로는 안되겠어요. 아무래도 카이론이 우리 랭커들의 처음 싸우는 장면을 분석해 모든 기계군단 각자에게 약점을 분석해 전송해 주는 것 같아요. 이대로라면 우리 랭커들이 전멸이에요, 제가 나가 볼게요!”

지아가 갑자기 이 상황을 정리하겠다고 하자 나는 화면을 쳐다보다가 허락해 주었다.
사실 지금 500여명의 기계군단에는 마스터급의 능력을 지닌 기계는 없었다.

아무리 카이론이 약점을 찾아 전송해 준다고 해도 무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 같은 지아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가지, 나는 지금껏 지아가 싸우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을뿐더러 그녀가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마스터 능력치 300레벨이 넘어가는 지아가 다칠 염려는 없을 것이고, 나는 상황을 봐가며 지휘를 해야 했기에 이곳을 벗어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좋아요, 하지만 조심해야하고 만약 힘들 것 같다고 생각되면 바로 돌아와야 합니다.”

내 노파심이 담긴 말에 지아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준수씨가 보기에 저놈들  제가 당하지 못할 놈들이 있을 것 같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지아가 손등을 눌러 우주복을 생성해내고 바로 우주선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스터답게 그녀의 몸은 무척 재빨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싸움터에 도착해 바로 전투에 뛰어 들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다이아중에서도 가장 레벨이 높은 사내에게 만약을 위해 한마디 했다.

“혹시 제가 바로 뛰쳐나간다면 이곳의 상황을 수시로 제게 보고하며 지휘를 맡아주시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만약 지아가 잘못될 상황이 닥친다면 비록 내 능력이 지아에게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곧바로 나도 축지술로 달려갈 참이었다.
헌데 지아의 싸우는 모습을 보니 내가 걱정했던 것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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