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다크 사이어돈의 진화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으로 갔던 주작과 청룡 중 청룡이 한 파티원을 발견했다.
청룡과의 공명으로 두 놈을 보니 46레벨의 랭커들이었다.
설사 50레벨 두 놈이 있다 해도 청룡 혼자 상대할 수 있었기에 두 놈은 그냥 청룡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번에 다크 사이어돈의 암흑 물질을 흡수해 청룡의 몸체 길이가 더 커져 허공에서 200여 미터도 넘는 길이로 순식간에 번쩍 하고 자라나자 두 랭커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두 놈은 아마도 이곳이 하드 맵이니 청룡을 괴수로 보았을 것이 분명할 터다.
두 놈이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놈들도 산전수전 모두 겪은 다이아 티어다. 곧바로 허공에 떠 있는 청룡을 향해 몸을 날리며 공격을 해오자, 거대한 덩치의 청룡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마치 미꾸라지처럼 몸을 이리저리 피하다가 몸을 감싸고 있는 푸른빛의 번개를 한 놈에게 발사했다.
두 놈중 한명이 곧바로 번개에 맞고 허공으로 솟구치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번개 한방 맞았다고 죽지는 않아 놈이 곧 몸을 일으키려하자 청룡이 쏜살같이 하강해 기다란 꼬리로 놈의 몸을 그대로 내리쳤다.
꽈꽝!
꼬리가 땅을 내리치자 바위며 나무가 그대로 박살이 났지만 놈은 그래도 다이아 티어라고 번개에 맞아 몸이 무척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어느새 꼬리의 공격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청룡이 내리친 꼬리를 다시 땅을 훑듯 놈을 향해 옆으로 쓸어가자 놈이 기겁하며 공중으로 점프를 하며 피했다.
하지만 공중에는 청룡의 양발에 달린 7-8미터나 되는 날카로운 발톱이 대기하고 있다가 놈이 솟구쳐 오르자 그대로 몸체를 쓸어버렸다.
“크아아악!”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놈의 몸체는 거의 걸레조각이 되어 있었다.
그때 동료가 위험에 처하자 다른 놈이 청룡을 향해 뛰어들었지만 청룡은 놈을 향해 다시 번개를 쏘아내 놈마저 땅에 떨어뜨린 후, 이미 걸레가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놈은 다시한번 꼬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 놈의 몸통을 마치 파리채에 맞은 파리마냥 터트려 버렸다.
더 이상 체력이 받쳐주질 않았는지 놈의 몸이 곧바로 번쩍하며 사라졌다.
이때 번개에 맞아 나가떨어진 놈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통에 힘겨워 하고 있었다.
그런 놈을 향해 청룡이 다시한번 번개를 쏘아내자 놈은 일어서다가 다시 그 자리에 픽하고 고꾸라졌다.
휘이이익!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을 향해 청룡의 꼬리가 다시 내려쳐오자 놈이 피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지, 놈 역시 온몸이 퍽하고 터지며 회복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단숨에 사라져 버렸다.
역시 사신수 각자는 이제 혼자 놔두어도 다이아 맵에서는 무적임이 분명했다. 그때 내 좌측으로 정찰을 나갔던 백호에게서도 공명이 전해져와 보니 저 멀리 역시 두 명의 랭커가 나무 사이를 제법 당당하고 여유 있게 걸어가고 있었다.
헌데 두 놈의 능력치는 알 수 없었지만 전체레벨은 49레벨이었다.
49레벨 두 놈을 백호가 상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역시 능력치로 따지자면 백호 혼자 60이나 61레벨 정도는 되었기에 그냥 믿어보기로 했다.
백호가 득달같이 두 놈에게 달려 나가자 나는 막간을 이용해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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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다이아
레벨 : 48
경험 : 4060/4800
능력 (도력) : Lv 64
특수능력(도술) : Lv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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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 960점이 오른 것을 보니 두 놈은 내 짐작대로 46레벨이 분명했다.
헌데 내가 상태창을 확인하고 은지에게도 확인해 보라고 하자 그녀가 잠시 후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며 입이 벌어졌다.
“준, 준수야.. 나.. 나 3레벨인데 어느새 5레벨이 됐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은지가 놀라 말까지 더듬자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번 맵에서 확실하게 승급시켜줄 테니까 기다려봐.”
은지가 3레벨이었으니 한계 경험치가 300점이다. 그리고 4레벨이면 한계 경험치는 400이고.
지금 920점을 획득했으니 5레벨로 승급된 것은 당연했다.
은지의 놀란 표정을 보며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서서히 안전지대 방향으로 걸어가 백호와 다시 공명해 두 놈을 살폈다.
헌데 그 사이 한 놈이 어느새 다리 한 쪽이 부러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백호의 몸체 또한 이제 100여 미터가 훨씬 넘을 테지만 숲이라 나무들이 있고 또 마냥 날아서 싸울 수는 없어 몸체를 10여 미터로 줄여 싸우고 있었다.
백호는 바람의 속성을 타고난 신수답게 자체적으로 회오리와 같은 바람을 일으켜 네 발에 휘돌게 해서 마치 날아다니듯 허공으로 연신 점프를 하며 두 놈을 공격하고 있었다.
두 랭커가 비록 49레벨이었지만 이들 역시도 능력치 스텟이 60 정도 되는 백호를 아무리 두 놈이라 해도 당해낼 수 없었다.
다리가 부러진 놈이 다시 다리를 이어 붙이려 하자 백호가 정말 바람같이 놈에게 다가가 거대한 이빨로 몸통을 물고 한바퀴 휘젓자 허리가 부러지며 몸통마저도 두 토막이 났다.
순간 백호의 앞 발바닥이 눈을 껌벅거리는 머리통을 짓밟아 버리자 우지직 소리와 함께 랭커 한명이 한순간 자신의 고향으로 귀환했다.
살아남은 나머지 한 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도 그럴것이 보통 한 맵에서 9자 돌림의 레벨은 그 맵에서 최상위에 속한다. 때문에 아무리 하드 맵에서 상위 괴수가 출현해도 9자 돌림의 랭커를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9자 돌림은 거의가 안전지대 안까지 살아 들어가 5위권 안에 드는 경우가 거의 일반적이었다.
헌데 49레벨인 자신들이 한낱 괴수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황당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놈이 물러나자 나는 백호에게 뜸들이지 말고 그냥 빨리 처치해 버리라고 명령했다.
곧바로 백호가 바람을 타고 허공을 걷듯이 날아오자 놈이 그래도 오기가 있는지 백호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하지만 역시 놈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백호의 발톱과 이빨에 온몸이 난자되어 허공중에 사라져 버렸다.
두 놈이 사라지자 경험치 980점을 더 획득해 나도 이제 49레벨이 됐고 은지도 또다시 두 레벨이 승급된 7레벨이 되었다.
은지는 브론즈라 확실히 다이아 랭커들의 경험치를 획득하니 승급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랐다.
은지가 다시 상태창을 확인해 보고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벌써 7레벨이라니 정말 믿을 수 없어. 이러다가 나 금방 실버티어 되는 것 아냐?”
“실버 티어는 당연한 거고 어쩌면 골드 이상도 승급할 수 있어.”
“골드 티어 이상이라면 아레스 교관님과 같은 플레티넘..? 그건 너무 오버다. 아무튼 내가 벌써 실버 티어가 됐다니 정말 꿈만 같아. 그러고 보니 아레스 교관님 말씀이 사실이었잖아. 난 너한테 민폐가 될까봐 너와의 듀오게임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는데 아레스 교관님이 걱정 말라고 하셨거든, 절대 민폐가 아니라 같이 듀오 게임에 참가해주는 것도 너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고.”
“교관님 말이 맞아, 봐봐.. 듀오게임에 참가하니까 랭커들도 두 배고 또 이제 다른 생명체라도 만나면 나도 레벨을 올릴 수 있어 좋잖아.”
“네가 다이아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교관님 말씀을 솔직히 난 믿지 않았거든, 그런데 내 상태창을 보니 믿지 않을 수도 없게 됐어. 너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한편으로는 은지가 전 게임과 이번 게임 두 번을 듀오 게임에 참가했더라면 충분히 플레티넘 상위 레벨까지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이번 게임도 다행히 하드 맵이니 최대한 경험치를 획득해 은지의 레벨을 올려주기로 했다.
물론 그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 후 다른 방향으로 갔던 주작과 현무 또한 한 파티원씩을 찾아내 죽이고 하루가 지나는 사이 몇 명을 더 찾아내, 은지는 이미 실버티어인 13레벨이 되어 있었고 나 또한 50레벨에 능력치는 66레벨이 되었다.
맵이 아무리 넓다한들 사신수들에게는 그리 크지 않은 공터일 뿐이다.
사신수가 사방으로 흩어져 맵 전체를 들쑤시고 다니며 랭커들을 사냥하니 소멸되는 랭커들의 3분의 2이상은 내 경험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예전에 나 혼자 죽어라 사냥했을 때도 과반수가 넘었는데 사신수까지 합세한 지금 3분의 2이상 사냥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나와 사신수는 그때보다 훨씬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나와 은지가 밤사이 자고 있는 동안에도 사신수는 끊임없이 움직여 계속해서 나와 은지의 경치를 올려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작과 백호가 괴수를 한 놈씩 잡았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하드 맵에는 그런 떼거리 몬스터나 괴수가 꼭 출현한다는 것으로, 이제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놈들이 나타날 시기가 아직 아닌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틀째 되는 날에는 기어이 은지가 골드 티어인 22레벨까지 올라 있었고 나 또한 51레벨에 능력치는 67이 되어 몇 가지 상위 술법이 또다시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이것은 사냥감들이 다이아 랭커들인 만큼 브론즈에서 시작한 은지이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되는 승급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게 브론즈 티어가 다이아 맵에 참가해서 레벨을 올린다는 것은 아마 이 게임이 생겨난 이래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암흑 물질로 인해 능력치 스텟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은지의 경우와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 이런 경우는 앞으로도 그리고 후에도 일어날 수 없는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잘하면 은지는 이 한번의 게임으로 플레티넘 티어는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레스는 골드 중상위에서 나와 두 번 듀오게임에 참가해 다이아 티어가 됐다. 하지만 지금 은지는 비록 브론즈에서 출발했고 단 한번이었지만 사신수가 전력으로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에 플레티넘까지 가능 할 수도 있었다.
이전 게임에서 아레스는 나와의 듀오게임에서 42레벨로 다이아 티어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은지와 다시한번 듀오게임에 참가할 수만 있다면 그녀도 아레스와 같은 다이아 티어로 승급시켜 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마스터 티어는 다이아 티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니 아무래도 은지와 다시 듀오 게임에 참가한다는 것은 무리겠지?’
마스터 하위와 다이아 최상위가 수시로 바뀐다지만 그래도 마스터의 경우는 그때부터 삭감이라는 페널티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이아 티어로 떨어지기가 쉽지 않았고 혹시 떨어진다 해도 바로 마스터로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마스터의 능력은 다이아와는 차이가 있어 지금으로서 다시 은지와 듀오게임에 참가한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