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다크 사이어돈의 진화
마스터 중 누군가가 통신을 통해 소리쳤다.
암흑 물질에서 빠져 나오는 거대한 존재는 내가 봐도 인간과 똑같았다.
비록 머리는 대머리였지만 눈 코 입 그리고 팔과 다리까지 이족 보행을 하는 휴면인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인간처럼 매끌매끌한 피부가 아닌 조금은 흐물거리는 피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헌데 놈에게도 음양의 이치가 존재했는지 벌거벗은 두 다리 사이에 거대한 성기가 덜렁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거대한 성기마저도 인간 남성의 성기와 하나도 다를바 없었다.
그때 지아의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저렇게 인간형으로 출현한 다크 사이어돈은 처음이에요. 알려지기로는 태양 크기가 되면 서서히 그 기가 응축해서 휴먼인이 된다고 했는데 C급인 놈이 인간 형태를 갖춘 것을 보면 알려진 것이 틀린 것일 수도 있어요. 아마 놈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진화되고 있는건지도 몰라요. 어쩌면..?”
“어쩌면..?”
“이 우주 어딘가에 이미 인간 크기로 진화한 사이어돈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지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만약 그렇다면 놈의 힘은 챌린저들을 훨씬 능가할텐데 왜 숨어 지내겠습니까?
“그건 음..., 저 혼자만의 생각인데 어쩌면 완전한 휴먼인으로 진화는 했어도 아직 그 힘을 사용 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죠. 아무튼 저렇게 휴먼인으로 진화한 놈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에요. 그것도 C급 사이어돈이 말이에요. 아.. 준수씨! 놈이 이제 암흑 물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려고 해요, 조심해야 돼요.”
“알았습니다.”
말하는 사이 놈이 어느새 암흑 물질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크게 괴성을 질러댔다.
곧바로 차르멜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15만의 용병들이 일제히 놈에게 날아가며 각자의 공격력을 쏟아 부었다.
이곳이 비록 우주 공간이었지만 능력은 랭커 자신의 능력이라 물 불 바람과 같은 물질을 생성시킬 수 있었다.
15만 명이 일제히 퍼부어대는 공격은 정말 장관을 이루었다. 하지만 놈이 워낙 거대해 마치 코끼리가 바늘에 살짝 찔린 듯 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용병들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자 마스터들 또한 1키로나 되는 거대 검을 생성시켜 놈에게 접근해갔다.
원거리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어 용병들도 마스터들이 접근하자 일제히 놈에게로 접근해 근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휘우우웅.
“카아아악!”
“크어억!”
두 손이 휘저어지자 한꺼번에 천여 명 이상이 놈의 두 팔에 맞아 피떡이 되어 우주 공간 저 멀리 날아갔다.
헌데 잠시 후 놈이 입을 크게 벌려 벌써 블랙홀 공격을 하나 했지만, 다행히 블랙홀은 아니고 입안이 새빨개지며 어마어마한 불덩이를 마스터들에게 뱉어냈다.
하지만 날아오는 불덩이는 마스터들의 거대 검에 의해 단숨에 반으로 잘려 산산이 부셔져 버렸다.
놈이 휴먼인으로 진화해도 불덩이를 쏘아낼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헌데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그 다음에 발생했다.
놈의 휘두르던 두 손을 멈추고 갑자기 손바닥을 위쪽으로 향하자 손바닥 위가 반짝하더니 둥글고 흰빛을 띤 광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놈이 기로 공격하려 한다!’
나는 아직 놈에게 접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잠시 지켜보고 있었는데, 놈의 손바닥 위에 발현되는 것은 분명 몸속의 기를 손바닥에 모아 다시 밖으로 발현시켜 공격하는 일종의 검강과 같은 기 공격이었다.
이전의 사이어돈 공격법은 입에서 불을 내뿜고 두 발과 꼬리를 휘젓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기력이 많이 소모되는 블랙홀을 발현하는 것이었고.
놈이 블랙홀을 처음부터 발현하지 않는 이유가 지아의 말대로라면 기력이 너무 많이 소모돼 처음에 그것을 사용하면 힘이 빠져, 살아남은 용병들에게 자신이 소멸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공격으로 용병을 상대했다가 어느 정도 숫자가 줄어들어 블랙홀로 몰살 시킬 수 있을 때 그때 그 공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또 놈의 살가죽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하지만 기력과 체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살가죽도 약해져 처음부터 블랙홀을 발현시키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사이어돈을 연구한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할 터다.
나는 놈의 힘이 조금 떨어져 움직임이 둔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놈이 에너지 덩어리를 발현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깜짝 놀랐다.
양 손바닥에 곧바로 둥글고 하얀 거대한 구슬이 생성되자 차르멜이 급히 소리쳤다.
“모두 조심해라!”
하지만 그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곧바로 놈이 왼손에 있는 흰 구슬을 마스터들을 향 집어 던졌고 나머지 하나는 근접한 곳이 아닌 멀리서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있는 용병들에게 날려 보냈다.
나는 물론 용병들과 뒤섞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놈의 에너지 공격에 위협은 되지 않았다
쏴아아아..!
슈아아아앗..!
거대한 구슬이 날아오자 마스터들은 워낙 거대해 피할 엄두는 내지 못한 채 다시 거대 검으로 구슬을 쪼개나갔다.
다행이 거대 검의 위력 또한 엄청나 구슬이 반으로 쪼개지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헌데 원거리 공격을 퍼붓던 용병들에게 날아가는 구슬은 너무도 빠르고 거대해 용병들이 피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이, 구슬이 그들의 수많은 몸체와 부딪치자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그 주변에 있던 만여 명의 용병들이 순식간에 머리카락 한올 남기지 못하고 전부 소멸해 버렸다.
‘대단해, 정말 엄청난 위력이야.’
그 엄청난 폭발력에 나는 할 말을 잃어야 했다.
이렇게 놈의 힘이 빠지기만을 마냥 기다리다가는 용병들이 전부 전멸할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나는 부적 네 장을 꺼내 허공에 날려 사신수를 전부 소환해 냈다.
크아아앙..!
꾸워워워억..!
100여 미터가 넘는 사신수는 곧바로 융합을 해 5백여 미터의 크기로 변하며 마치 청룡의 몸에 다른 삼신구가 달라붙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형상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렇게 융합한 사신수의 능력은 나와 비슷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능력치만은 마스터 급인 나와 또 한명의 마스터급인 융합된 사신수가 이제는 놈에게로 접근해가기 시작했다.
헌데 그때 지아가 급히 소리쳤다.
“준수씨 더 기다려요, 놈의 힘이 더 빠진 후 접근해요.”
“이러다가 다 죽습니다. 상대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안돼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지아가 말렸지만 나는 못들은 척 놈에게로 몸을 날려갔다.
축지술을 쓴다 해도 이 거리에서 놈의 눈까지 단숨에 갈 수도 없을뿐더러, 거리가 있고 또 놈의 눈으로 향하니 도착하기 전에 놈의 눈에 띠일 것은 분명했다.
우선은 놈의 눈길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지금 용병들과 마스터만으로는 놈의 주의를 완전히 끌 수 없어 눈까지 다가갈 수 없었다.
내가 다가가자 한순간 놈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놈 역시 예전의 다른 놈들처럼 내 몸속에 암흑 물질이 흐른다는 것을 눈치 채고 또 내가 자신들의 천적인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러니 놈의 눈알에 다가서기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애매한 형상의 사신수가 파란 색의 불길에 감싸인 채 놈의 등 뒤쪽으로 이동해 공격을 개시했다.
앞쪽 마스터들의 거대 검을 놈은 두 팔로 막아냈지만 상처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놈의 팔은 단단했다.
물론 암흑 물질로 이뤄진 기력과 체력이 떨어진다면 그때는 상처가 생기고 끝내는 부상을 입힐 수도 있겠지만, 아직 놈의 체력은 왕성한지 거대 검날과 부딪쳐도 상처는 입지 않고 있었다.
헌데 등 뒤에서 공격하던 사신수의 발톱에 놈의 등이 갈라지며 괴성을 지르는 것을 보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놈은 두 팔에 몸속의 기인 암흑 물질을 최대한 모은 것이다. 그래서 등 뒤의 사신수 발톱에는 상처를 입은 것이었다.
놈이 괴성을 지른 채 뒤돌아서며 팔 하나를 휘둘러 사신수를 가격하려했다.
휘류류륭
캬아아아앗..!
하지만 사신수의 몸체가 500여 미터에 달했지만 그 속도는 마치 번개와 같아 거대한 팔이 휘저어오자 허공으로 재빨리 솟아올라 피하는데 성공했다.
사신수가 융합된 상태에서 완전한 진화를 이룬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도 했지만 실로 막강할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헌데 놈의 상처를 보니 놈은 몸체만 인간으로 진화했을 뿐 녹색의 피가 흐르는 것은 여전했다.
나도 5미터의 오러감을 생성한 채 놈의 근처까지 다가가자 놈은 이제 한 팔로만 마스터들의 거대 검을 상대하고 나머지 한 팔은 나와 사신수를 견제하고 있었다.
놈이 나를 향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두 눈빛을 반짝인 채 갑자기 입을 쫙 벌렸다.
순간 놈의 목 깊숙한 곳이 새빨개져 놈이 불덩이를 쏘아낼 것을 알고 나는 재빨리 부적을 두 장 생성시켜 하나는 내 몸에 붙였다.
화라라락.. 휘류류류륭.
한순간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오자 나는 재빨리 축지술의 주문을 외우고 놈의 눈알로 날아가려 했다.
우주공간이 넘실대고 겹겹이 접히며 내 몸이 한순간 놈의 눈으로 쏜살같이 다가갔다. 하지만 역시 거리가 있는지라 가는 도중 놈의 눈에 띄어 왼팔이 나를 향해 휘둘러오자 나는 급히 방향을 틀어 다시 뒤로 물러났다.
잘못하다가 놈의 팔에 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온 몸이 바스러질 것을 알기에 최대한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물러나며 나는 놈의 눈을 향해 부적을 날려 보내며 주문을 외웠다.
‘폭광멸회창!’
주문과 함께 부적이 불타오르며 그곳에 길이 50여 미터는 됨직한 빛의 창이 생성되어 놈의 눈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이것이 놈의 눈에 맞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놈에게 조그마한 부상은 입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이 술법에는 내 도력이 한껏 주입됐고 또 그만큼 상위의 술법이기도 했다.
쏜살같이 날아갔지만 눈으로 향하는 빛의 창을 놈이 발견 못할리 없었다.
곧바로 휘둘러오는 놈의 주먹과 창의 중간 부분이 부딪치자 내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파파팡!
헌데 놈의 주먹에 부딪친 창은 소멸되지 않았고 마치 폭죽처럼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수백조각의 날카로운 작은 빛으로 화해서 말이다.
터져버린 수많은 빛들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사이어돈의 몸체며 팔에도 박혀 들어갔다.
끄아아아아!
팔에는 암흑 물질의 기가 한 것 주입되어 있어 조각난 빛들이 튕겨져 나가며 사라졌지만, 유리조각 같은 빛들이 파고 들어간 몸통에서는 녹색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헌데 찢어져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나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꼭 눈일 필요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