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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화 〉앞으로 해야할 일들 (184/207)



〈 184화 〉앞으로 해야할 일들

“훗! 이런 상황에서 네년이 남자라면 그냥 죽여주겠나? 아까도 말했잖아, 넌 내가 도태자가 되어 산속에 살 때 같이 살아야 한다고, 그 전에 내 밤일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한번 겪어보라고.”

음침한 남자의 말에 은지는 치를 떨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헌데 남자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려 은지의 한쪽 가슴을 덥석 움켜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세게.

“아흑!

가슴이 짓이겨지자 은지가 순간적인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헌데 곧바로 다른 한손이 또 올라와 나머지 가슴마저 움켜쥐자 은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려 내렸다.

남자에게서 빠져나갈 방법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남자가 13레벨이면 자신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에게서 달아날 방법은 전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준수야.. 미안해.. 미안해.’

이 순간 왜 그렇게 준수의 얼굴이 떠오르며 또 그에게  그렇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지 몰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준수가 보낸 문자대로 아레스와 같이 다정하게 준수의 여자가 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계속 스쳐지나갔다.

그 사이에도 은지의 가슴은 남자에게 떡 주물려지듯 만져지고 있었다.
헌데 한동안 가슴을 주무르던 남자가 은지의 몸을 번적 안아 한쪽에 있는 침대로 눕히는 것이 아닌가.
은지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해 그런 남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가슴이 정망 탱탱해, 그럼 이제 이렇게 예쁜 여자의 가슴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볼까, 키키킥!”

남자가  손을 뻗어 은지의 상의 단추를 풀러가자 은지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려내렸다.

‘준수야.. 준수야.. 정말 미안해.. 미안해.. 흑흑..’

이제야 준수에게 왜 미안한지 알게 됐다.
은지는 준수에게 처음 여자를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교육원 시절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고 언젠가는 준수와 연인이 되는 생각을 했었으며, 그래서  그 후 교육원을 졸업하자마자 자신이 준수에게 대시를 했었다.
그리고 자연히 자신의 처음 남자는 준수가 될 것이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었고.

하지만 이제 그 모든게 물거품처럼 날아가게 되자 그것이 더욱 슬프고 다른 무엇보다 준수가 너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보고 싶어, 준수야.. 정말 보고 싶어.’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더더욱 보고 싶어졌다.
남자가 기어이 상의 단추를 모두 풀고 분홍색의 브래지어가 나타나자 눈빛이 더욱 사악하게 변하며 브래지어를 위로 들어 올리려 하자 은지는 기어이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죽자! 나중에 어떻게 되든 그냥 죽어버리자.’

다음 생에 환생이 안된다고 해도 이렇게 살아 강간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혀를 깨물면 죽는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기에 이내 혀를 이빨 사이로 밀어 넣었다.

‘준수야, 먼저 가서 미안해.. 정말 사랑했어.. 잘 있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남자가 브래지어에 손이 닿자 은지는 마음속으로 사랑해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위아래 이빨 사이에 있는 혀를 힘껏 깨물려 했다.
헌데 바로  순간.

꽈꽝..!!

갑자기 문이 박살나는 소리가 나며 그토록 그리웠던 목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은지야! 은지야..!!”

처음에는 혀를 깨물고 죽어가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가보나 했다.
하지만 혀에서 아픔도 없었고 무엇보다 준수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려왔다.

‘꿈, 꿈이 아냐!’

은지는 한순간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그토록 그립고 보고 싶었던 준수가 부셔진 문 앞에 서서 분노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감히  여자를.. 내 여자를.. 이 씹새끼가..!!”

준수의 이처럼 분노한 표정은 처음 보았다.
헌데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츠츠츠.. 스스스스....!

준수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아니 모습은 변함이 없는데 머리가 변하고 있었다.

“주, 준수야..?”

준수의 검은색 머리가 파란색으로 변하며 조금 더 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온 몸이 조금은 파란 빛을 띠며 몸 전체에서 마치 전류막이 흐르듯 푸른 전기체가 눈에 보이도록 탁탁 소리를 내고 있었다.

준수의 눈빛 역시 약간 푸른빛을 띠고 있었는데 은지의 가슴을 만지려면 똥자루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겁을 먹었는지 턱을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나며 겁에 질려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나, 나는.. 나는.. 사, 살려줘..”

“이, 이 개새끼! 죽어라..!”

정말 죽으라는 말 뿐이었다.
준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말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두 눈에서 반짝이는 푸른빛의 살기는 그대로 남자의 머릿속을 파고들며 뇌를 마비시키고 머릿속에서 뇌수를 무참히 박살내 버렸다.

쿠쿵!

남자의 몸이 쓰러지자 아직까지 살기가 거둬지지 않은  눈빛을 빛내며 준수가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밟아 짓이겨 버렸다.

으지직!

두개골이 박살나며 비린내가 진동했지만 은지는 지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한마디 밖에 없었다.
그 말은 바로 방금 전 준수가 했던 ‘감히 내 여자를’ 이란 말이었다.

놈의 머리가 박살나고 준수가 온지의 몸에 있는 혈을  군데 찌르자 은지의 몸이 그제서야 움직여졌다.

한순간 준수의 몸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은지는 그런 준수를 눈망울을 글썽이며 바라보다가 끝내는 그의 품으로 뛰어들며 가슴을 팡팡 치며 흐느꼈다.

“왜.. 왜 이제 왔어.. 왜 이제 왔어.. 흑흑.. 흑.. 엉 엉.. 엉엉.. 보고 싶었잖아.. 너무.. 보고 싶었잖아.”

은지는 뭐가 그리 슬픈지 준수의 가슴을 몇 번 더 치더니 그를 꼭 끌어안고 정말 서럽게 펑펑 울고 있었다.

“미안해 은지야, 내가 너무 늦었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 됐어, 이제 내가  놓지 않을게.”

“흑 흑.. 엉엉.. 꺼어억.. 꺼흑.. 흐억..”

준수의 말에 은지가 더욱  놓아 울었다.
준수는 그런 은지를  끌어안고 한없이 등을 다독여 주었다.

*

자동 주행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은지를 꼭 안고 있었다.
그녀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지 혈색이 하얗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최대한 빨리 달리며 아레스에게 전화해 은지가 먹을 것을 만들어 놓으라고 했다.
가는 중에 은지가 문득  품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맘고생 시켜서. 나는 이대로 죽으려고 했었어. 그게 너와 아레스 교관님이 행복해 질거라고 믿어서.”

“이 바보야, 네가 그렇게 죽으면 나나 교관님이 맘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 아무튼 이건  잘못이니 내가 사과할게.”

“아냐, 내가 남자라도 교관님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거야. 만약.. 만약..”

은지가 말을 하다말고 멈추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결심을 굳힌 듯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에 너만 괜찮다면 나도.. 아레스 교관님과 함께  여자가 되고 싶어.”

은지의 말에 내가 그녀의 턱을 한손으로 받쳐들고 살짝 들어 올려 그녀의 글썽이는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덮었다.
 혀가 파고들자 그녀가 입을 벌려 내 혀를 받아들였다.
잠시 혀가 얽히고 키스를 하고나자 내가 여전히 그녀의 두 눈을 들여다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고맙지, 이제 널 내 곁에서 떨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

말을 하고 그녀를  끌어안자 은지가 감격했는지 역시  팔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얼마 후 아레스의 집에 도착하자 아레스마저 눈물을 글썽이며 은지를 꼭 끌어안고, 은지도 다시 눈물을 흘리며 아레스와 깊이 포옹했다.

“은지야 내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네가 준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오면서 준수와 얘기 했어요. 이제 저도 교관님처럼 준수 여자가 될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 해요.”

“그래, 그래, 고마워 은지야. 참 빨리 뭐 좀 먹자. 배고프지?”

아레스는 안고 있던 은지의 팔을 잡고 스프와 야채 그리고 푹 고은 고기가 차려진 식탁으로 인도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난 은지가 이제 조금 힘을 찾자 나와 아레스는 서로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그때 은지가 힘을 되찾자 누가 술고래가 아니랄까봐 카이스 주를 찾았다.

술고래가 며칠 동안 술을 먹지 못했으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나도 이제 한숨 놓이자 어제 지아와 그렇게 마셨는데도  술이 먹고 싶어졌다.

한참 술을 먹는 동안 아레스는 은지에게 제안을 했다.

“은지야 일이 어차피 이렇게 됐으니 우리 집에서 나와 같이 살자, 사실 집은 넓은데 혼자 있으려니 쓸쓸하기도 해서 말야.”

아레스의 말에 은지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끼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저대로 살게요.”

은지의 말에 나는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브론즈 시절을 얼마 전까지 겪어봤기에 생활고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나는 돈이라면 부족함이 없어 내가 도와줄 수도 있고 또 아레스도 부 교육장이라 플레티넘 월급과 교육원에서 나오는 월급을 이중으로 받으니 은지가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될 터였다.

“교관님 말씀대로 해. 그래야 나도 마음이 편해. 돈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보태  테니까.”

내 말에 아레스가 삐죽이며 나를 흘겨봤다.

“준수 도움 없어도 우리 둘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 은지야 나도 혼자 허전해서 그래, 나 퇴근하고 같이 집에서 한잔 마시면 너도 그렇고 나도 서로 의지되고 외롭지 않아서 좋잖아. 그렇게 하자, 알았지?”

“그렇게 해 은지야, 돈이라면 정말 걱정하지 마. 다음 게임에 참가해서  최소 골드 티어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그러면 교관님에게 폐 끼치는 것이 아니잖아.”

 말에 은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한테 부담되고 싶지 않아, 열심히 하면 혼자서도 도태자가 되지 않을  있어.”

교육원을 졸업한지 몇 달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3레벨이라면 다른 랭커보다 빠르기는 했다. 하지만 듀오게임에 참가하려는 것은 나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아레스가 참가해 봤고 듀오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 준수에게도 무척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하자 은지가 그제서야 듀오 게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예전에 같이 참가하기로 했을 때 이런 말을 했었는데 은지가 그때는 내 말을 믿지 않았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 어느새 9시가 넘어가자 은지가 피곤한 듯 나와 아레스를 보며 조금은 눈치를 보듯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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