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백호는 높은 등성이를 풀짝 뛰어 넘으며 빠르게 주작이 발견한 두 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100미터 크기로 가면 한번에 등성이를 쉽게 넘을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하위 랭커들의 눈에 띄어 놈들이 겁을 집어먹고 도망 칠 수도 있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처음 다이아 맵에 참가하고 42레벨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아이러니하기는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놈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나는 백호를 소멸시키고 등성이 위에서 이제 떠나려는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두 놈이 나와 아레스를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레스의 기는 다이아 맵에 있을 랭커가 아닌데 자신들 앞에 나타나 있으니 이상하기는 했을 터였다.
“내가 이상한 건가?”
두 놈중 한 놈이 말하자 옆에 있는 놈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말을 받았다.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인데,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저 남자 놈이 다이아 티어이고 계집이 플레티넘인데 남자 놈이 멋도 모르고 잘난척 하려고 계집을 데리고 듀오게임에 참가한 건가?”
“그런 것 같은데?”
“정말 어이가 없군. 저 자식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다이아 티어에 플레티넘과 같이 듀오게임에 참가하다니 말야.”
두 놈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나를 마치 벌레보듯 쳐다보았다.
두 놈의 기를 느껴보니 레벨로 따지면 45-6 레벨은 되는 것 같았다.
중위 랭커들이라 마침 내가 시험하고자 하는 능력에 딱 알맞은 놈들이었다.
곧바로 나는 두 놈의 대화에는 신경 쓰지 않고 품속에서 부적 네 개를 생성해 낸 후 앞으로 날리며 주문을 외웠다.
‘분신술!’
브론즈였을 때의 내 분신은 공격력이 거의 없이 상대의 눈만 현혹시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능력치가 52레벨이 됐으니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일 터였다.
물론 숫자를 많이 생성시킬수록 능력이 조금씩은 저하되겠지만 그래도 두 명이 한 놈씩 맡는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부적 네 장이 불타오르며 네 명의 또 다른 내가 나타나자 두 놈의 눈이 함지박만하게 커지며 부릅떠졌다.
이때 주작은 다시 놈들을 남겨두고 다른 놈들을 찾아 이곳을 떠나가고 있었다.
분신이 두 명씩 나뉘어 자신들에게 다가가자 두 놈은 그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내 분신들은 부적술의 능력까지는 없었다. 오로지 내 기만이 60% 정도 전해져 오러검만으로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
한마디로 내 분신들은 순수한 소드 마스터의 능력만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분신들 네 명이 내 능력치 60%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놈들로서는 자신들 레벨의 랭커 두 명과 상대하는 것과 같은 셈이었다.
인간족이 아닌 순수한 도롱뇽과의 외계혈통인 두 놈의 손톱이 한순간 길게 늘어나며 오러를 생성시키자 내 분신들이 2대 1로 두 놈을 동시에 덮쳐갔다.
“준수 너 정말 편하게 싸우는구나, 이래서 은지나 나와 듀오게임에 참가해도 괜찮다는 거였어.”
내 분신술을 처음 목격한 아레스가 혀를 내두르며 나를 바라본 채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방긋 웃어주고는 싸우는 분신들을 바라보니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두 놈의 능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오러의 길이가 2미터에 달하는 소드 마스터를 각각 두 명씩 맞아 싸워 이긴다는 것은 역시 놈들로서는 무리였다.
곧바로 양쪽에서 협공하는 분신들에게 두 놈이 계속해서 부상을 당하다가 끝내는 한 놈의 목이 댕겅 잘려지고 분신 중 한 명이 떨어진 머리를 짓밟아 버리자 놈의 몸체가 반짝 하며 사라졌다.
“이이익!”
동료가 사라지자 남아 있는 놈이 놀라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두 분신을 떨쳐내고 도망간다는 것은 역시 무리라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심장에 검이 틀어박히고 다시 머리통이 잘려지며 놈 또한 자신의 행성으로 무사 귀환했다.
깔끔하게 두 놈을 해치우고 나자 나는 자신감이 더욱 붙었다.
다이아 티어까지도 지금 내 능력으로는 무리 없이 통과 될 것 같았다.
놈들을 죽이고 나자 확실하게 경험치를 확인해 봐야 했기에 나와 아레스는 곧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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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다이아
레벨 : 42
경험 : 1410/4200
능력 (도력) : Lv 52
특수능력(도술) : Lv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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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놈 모두 역시 46레벨이었다.
아직 레벨이 올라가려면 한참 남아 있어 이곳이 하드 게임이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헌데 두 놈을 처치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주작이 한 파티를 더 찾아내자 이번에도 백호를 타고 가보니 두 놈 모두 45레벨이었다.
다이아 중위 레벨이라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귀환한다는 것이 억울했겠지만 처음부터 나를 만난게 놈들로서는 운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발견한 두 놈을 주작에게 맡기자 주작은 신이 난 듯 괴성을 지르며 놈들에게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이제는 시뻘건 불꽃이 아니 조금 더 진화된 푸른 불꽃으로 온몸이 감싸여진 채 두 놈을 향해 양 날개를 휘저으며 무자비하게 불꽃 덩어리를 연신 날려 보냈다.
두 놈이 방어를 하려 했지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력과 엄청난 양의 불꽃 덩어리를 모두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비록 몸집을 그리 크지 않게 축소 시켜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두 놈은 주작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꾸워워워! 카오오오옷!
한 순간 수십 개의 푸른 불덩어리를 쏘아낸 주작이 쏜살같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며 한 놈에게 달겨들어 푸른빛이 이글거리는 주둥이로 놈의 머리를 짓이겼다.
“크아아악!”
순간 놈의 머리가 박살이 났지만 뜨거운 열기에 뇌수가 그대로 녹아 버려 놈은 설사 체력이 남아 있다고 해도 회복할 시간이 없을 정도여서 곧바로 몸체가 사라져 버렸다.
주작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겁에 질려 있는 나머지 한 놈에게 다가가 10여 미터로 축소된 날개로 놈의 몸체를 감싸버렸다.
주작의 품에 안긴 놈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지만 어느 순간 비명이 그치자 주작이 다시 날개를 퍼득이며 허공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당연히 놈의 몸은 한줌의 핏덩어리도 남기지 못하고 산화해 그 또한 그대로 귀환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레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황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너무 쉬운거 아냐? 난 처음에 이 맵에 와서 무척 걱정했단 말야, 혹시 너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말야.”
두 파티를 만나며 싸우는 모습을 본 아레스가 이제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 듯 조금은 편안한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교관님은 내 짐이 되도 상관없어, 내 여자인데 짐이 되도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나도 빨리 강해져서 널 도와주고 싶어, 다크 사이어돈을 처치는 것도 그렇고.”
“큰일 날 소리! 사이어돈은 다이아 티어는 물론 마스터들까지도 죽어나갈 정도로 상대하기 어려운 놈이야. 그리고 아무리 챌린저라 해도 그들마저 B급 중에서도 하급 놈들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라고.”
아직까지 B급 이상 출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물론 더 대단한 놈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골드부터 마스터까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챌린저들도 같은 은하계의 챌린저들이 몇 명 랜덤으로 차출돼 사이어돈을 협공하겠지만, 혹시라도 챌린저가 놈들에게 희생당하는 날에는 그 행성의 생명체들 전체에게는 정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꼭 전투로 도와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 지아씨라는 마스터가 혹시라도 잘못될 경우 예비로 내가 우주선을 조종하겠다는 거야. 사람 일을 어떻게 알아.. 예비 조종사가 있어서 나쁠건 없잖아.”
“부 교육장으로 진급했다면서 그건 어쩌고?”
“그거야 그만 두면 돼지, 지금 그게 문제야? 네가 그런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교육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레스가 이리 보채자 백호의 등에 올라탄 채 내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교관님 혹시 날 감시 하려고 그러는거 아냐?”
내 농담같은 말에 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럴 일 없어, 넌 이미 누구 한 여자한테 억매일수 없는 남자인거 알아. 예전에 네가 말했던 서인이라는 여자도 있고 나와 은지도 그렇지만 내가 여자로서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인데 너와 이 지아라는 마스터와도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아. 절대로 널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니까 정말 한번 생각해봐. 이 지아씨에게도 말한다면 만약을 생각해 부조종사가 있다는 것에 마음 편해할걸.”
“알았어, 그 문제는 내가 나중에 한번 지아씨에게 말해볼게.”
“정 이야, 꼭 물어봐야 해?”
“알았다니까.”
이런 상황에서 꼭 이런 것을 말해야 하나 했지만 아레스는 고집을 꺾지 않고 기어이 부조종사에 대한 내 확답을 듣고 나서야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그만큼 내 안전을 걱정해 주고 한편으로는 내 옆에 있고 싶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45레벨 랭커를 두 명 죽이고 나자 내 경험치는 이제 2310/4200 이 되어 있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확실히 솔로게임보다는 듀오게임이 경험치를 획득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 곳이 하드 맵이라 괴수나 혹은 떼거지로 다른 생명체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오늘은 어떤 생명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주작 덕분에 4놈을 더 처치해 경험치는 4150/4200 되어 간발의 차이로 43레벨은 승급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하드 맵에서는 일회용 식량이 나오지 않아 나는 근처에서 잡아먹을 수 있는 작은 짐승을 잡아 도력으로 불을 일으켜 그녀와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다.
이 맵이 평야라 동굴은 없었지만 굴곡이 너무 심해 얕은 곳에 있으면 사방이 막혀 있어 그런대로 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한쪽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한쪽 팔은 아레스가 베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하늘을 보니 별빛은 지구와 다를바 없었다.
별빛을 보다가 문득 수많은 랭커들이 참가하는 이 수없이 많은 맵이 전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의문이었지만 그것은 알 수도 없었고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막연했다.
전 우주의 랭커들이 백명씩 한조가 되어 맵에 참가하려면 그 맵의 숫자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나눠서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일시에 참가하는 것이라 더욱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맵이 홀로그램 같은 허상으로 만들어진 것 또한 절대 아니었다.
‘전 우주의 행성 중에 무인행성과 같은 생명체들이 살지 않는 행성만을 골라 만든 것일까?’
============== 작품 후기 ===============
추천 한번씩 꾸욱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쿠폰 날려주신 분들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