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아레스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녀를 바라본 채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은지와 듀오 게임에 참가해 레벨 좀 높여줘서 확실히 도태자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내 말에 아레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이아와 브론즈가 듀오게임에 참가한다는게 말이 되니, 그럼 너 혼자 다이아 두 명을 상대해야 되는데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아레스가 말도 안된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이미 작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능력치 스텟이 마스터급인 52레벨이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아레스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내 편이었고 또 언젠간 알게 될 터라, 내가 암흑 물질을 흡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요 며칠사이 다크 사이어돈을 사냥 했다는 말까지 전부 말해 주었다.
내 말을 모두 들은 아레스가 한참 동안 놀란 눈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역시 그녀는 내가 사이어돈 완전체라는 것은 애초부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내가 다크 사이어돈을 사냥하러 다닌다는 것을 말하자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다크 사이어돈은 물론 카이론에 대해서도 알려주자 그녀가 더욱 근심에 쌓여 괜히 말했나 후회되기도 했지만, 역시 앞으로 지구에 자주 있지 못할 수도 있어 미리 말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헌데 그녀가 근심스런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뚱딴지같은 말을 했다.
“다음에 갈 때는 나도 같이 가자, 아무래도 내가 너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은 될수 있지 않겠어? 그리고 우주선을 이 지아라는 마스터가 조종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혹시 잘못 된다면 나도 우주선 조종을 할 줄 알거든.”
지금 시대에 우주선을 조종할 줄 안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나는 아직 자격증을 따지 못했지만 말이다.
지아가 챌린저의 딸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우주선을 조종해주는 마스터라는 말을 하자, 내가 혹시 잘못될까봐 걱정해 주는 아레스의 마음에 나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두 볼을 잡고 키스를 한번 해주었다.
얼마간 이런저런 얘기를 더 나눈 후 아레스가 문득 생각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나한테 사실대로 모두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제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되겠어, 그리고 은지 말야, 널 많이 좋아하고 있으니까 되도록 빨리 받아들여, 난 지금처럼 이렇게 남몰래 만나면 되니까.”
“알았어, 이건 교관님이 먼저 말해서 그런 거니까 나중에 다른 소리 하면 안돼?”
“그래, 알았어.”
나는 은지를 생각해주는 아레스가 고마워 다시한번 입술에 쪽하고 입맞춤을 해주고 그녀의 방을 나왔다.
곧바로 은지가 자고 있는 방문 앞을 지나며 이제 은지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얼굴을 생각하니 그 또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잠을 많이 자지 못해 한참 자고 있는데 아레스가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 날 깨우는 바람에 나는 부스스한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더 자고 아침 먹으면 안돼?”
“그게 아니라, 은지가 없어.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화장실에 있겠지.”
“집안 어디애도 없어, 혹시..?”
아레스는 뭔가 불안한 짐작을 한 듯 얼굴이 샛노래져 있었다.
“그럴리 없어. 내가 어젯밤에 교관님 방으로 가기 전 은지가 잘 자고 있는걸 확인 했다고. 아마 급한 볼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간걸거야. 내가 한번 전화해 볼게.”
나도 뭔가 꺼림직한 마음이 본능적으로 들었지만 애써 그것을 떨쳐내며 급히 은지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신호는 가는데 상대가 받질 않았다.
혹시나 몰라 어제 그녀와 주고받은 고유 기를 보내보았지만 그것마저도 가는 듯하다가 그녀가 기를 차단하는 바람에 끊겨버렸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설마 하며 급히 옷을 입으며 얼굴이 파래져 있는 아레스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은지네 집으로 가볼게. 혹시 말야.. 어제 은지가 교관님과 나 사이를 알아 차렸다면 솔직히 말하고 은지도 받아 들일거야.”
“그래, 어서 가봐, 만약 은지가 날 인정 안하면 난 상관없으니까 은지하고만 잘 지내.”
아래스의 말에 내가 그녀의 두 손을 꼭 쥐어주며 조금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은지도 교관님을 무척 좋아하고 있어 교관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그건 내가 용납 못해.”
“알았어, 만약 정말로 은지가 우리 사이를 알아차린 거라면 나도 은지를 잘 설득해 볼 테니까 빨리 은지네 집으로 가봐.”
곧바로 차를 몰고 은지네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기척이 없어 알고 있는 비밀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은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뭔가 느끼는 것이 있어 옷장을 열어보니 아뿔싸.
옷장은 텅 비어있었고 그러고 보니 그녀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까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어제 저녁 은지가 나와 아레스 사이를 눈치 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도 받지 않고 고유기도 끊어버렸다면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그래, 국장!”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받지를 않았다.
“이런 젠장! 쓸데 없을 때는 신나게 전화 걸어놓고 막상 걸때는 받지를 않으니.. 내가 혹시라도 챌린저가 돼서 아시아 대륙을 다스리게 된다면 넌 당장 모가지다!”
설사 챌린저가 된다 해도 어디를 다스릴 생각은 없었지만 급하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몇 번을 더 거니 다행히도 국장이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아침부터 웬일인가? 오늘 내가 쉬는 날이라 늦잠 좀 잘려고 했는데, 아무튼 도움이 안되는구만.]
“도움이고 뭐고 국장님에게 부탁이 있어서 그럽니다.”
[뭔데 그렇게 숨넘어가나. 누가 죽기라도 했나?]
“한 사람을 찾아 주십시오. 이름은 김 은지이고 코레일 출신에 지금 브론즈 3레벨입니다.”
[자네 애인인가? 자네가 바람 펴서 짐 싸들고 잠수탄 모양이구만.]
능구렁이 같은 국장답게 순식간에 사정을 추리해 냈다. 하지만 나는 지아에게 국장이 쓸데없는 말을 할까봐 약간은 큰 소리로 홀로그램에 나와 있는 국장을 보며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같은 교육원 출신 동기인데 갑자기 사라져서 그렇습니다. 이유는 자세히 묻지 마시고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있겠습니까?”
“[아, 이 사람아 내가 그 김 은지라는 여자의 회충이라 몸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내가 어찌 찾나? 김 은지씨의 손등 칩에 고유 번호가 있다지만 외출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잠깐 여행 갔을 수도 있는데 그런 사생활은 우리도 알 수가 없지. 혹시 다른 대륙으로 이주해 가서 그 지역 지점 기관에 사는 곳을 신고한다면 그 여자가 사는 곳을 찾을 수는 있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여자가 제 발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찾을 수가 없다네.]
하긴 국장 말이 옳았다.
은지가 범죄자나 중요 인물도 아니었기에 그녀에게 기관에서 개인적으로 미행을 붙인 것도 아니었다.
지금 사는 곳을 퇴고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면 그 이주해서 사는 집은 찾아낼 수 있겠지만 만약 현재 짐을 싸들고 산속으로 들어갔다면 아무리 중앙 기관이라도 찾아낼 수는 없을 터다.
그렇다고 수배를 내려 찾을 수도 없는 일이다.
국장의 말을 듣고 역시 개똥은 쓸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던 잠 계속 자라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아레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니 그녀가 깊은 한숨을 쉬며 울먹였다.
[내가 은지에게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은지가 널 좋아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흐흑..]
“교관님, 그건 아무 상관없어, 아무튼 난 계속 알아볼 테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말고 있어.”
[그래, 나도 은지에게 계속 전화 해 볼게.]
아레스를 안심시켜주고 은지를 찾으려 해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길거리를 막무가내로 헤매고 다닐 수도 없어 기껏해야 전화를 계속 해보고 기를 보내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역시 그것은 헛수고였다.
문자를 넣어보려 했지만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어 은지가 나와 아레스의 관계를 모를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어 섣불리 문자에 이상한 글은 써 넣지 못했다.
그렇게 은지에게 전화와 기를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나니 내 마음도 초조해졌다.
저녁에도 계속 연락을 해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도 은지와 듀오 게임에 참가하려 쉬지 않고 기를 보내보았지만 잠깐 갔다가 끊기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녀가 일부러 기를 받아내지 않는게 분명했다.
벌써 9시가 됐다. 3시간만 있으면 게임에 참가해야할 시간이다. 이번이 은지의 레벨을 올려줄 마지막 기회였다.
이제 마스터로 승급되면 그녀와 같이 듀오게임에는 참가할 수 없을게 분명했다.
아니. 지금 내 전체 레벨이 42레벨이니 이번 한번의 게임으로 마스터 티어까지 승급한다는 것은 무리라 다음 기회가 있기는 있었다.
만약 오늘과 다음 게임에 은지와 참가한다면 은지의 레벨은 몰라보게 승급될 수 있다.
그것은 지금 은지가 브론즈 3레벨이니 경험치 300만 채우면 한 레벨이 승급된다.
다이아 한명의 최소 경험치가 410점이니 한명만 죽여도 은지는 바로 한 레벨 승급이다. 더군다나 듀오게임이니 랭커들은 충분했다.
거기에 하드 게임에라도 떨어져만 준다면 은지에게는 정말 운이 터진 것이다.
헌데 정작 그 당사자와 연락이 안되니 정말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하다하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아레스와 통화했다.
“은지에게 아직 연락 없지?”
[그래, 계속 해보고 있는데 받질 않아. 어떡하면 좋니.]
“계속 받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 새벽에 내가 말한대로 지금 다이아 맵에 나 혼자가면 손해거든. 은지가 계속 연락이 안되면 교관님이 나와 같이 듀오게임에 참가해야 돼. 12시까지 내가 은지에게 기를 보냈는데 은지가 계속 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마지막에 교관님에게 기를 보낼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면 너한테 손해잖아, 은지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냥 솔로게임에 혼자 참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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