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그리고 이때부터 지아는 준수에 대한 아빠의 기대도 있었지만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자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더욱 챌린저인 아빠에게 수련을 받은 자신조차도 처음부터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성과를 내는 것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아빠는 물론 이때 준수의 싹수를 알아차리고 그를 확실히 잡아두기 위해 요원으로 스카웃하려 했다. 하지만 누구나가 원하는 요원 스카웃에 준수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거절했다.
그래서 지아는 자신이 한번 나서보겠다고 아빠에게 말하고 준수와 접촉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최 준수를 국장에게 소개받고 식사를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그는 무척 평범하고 특출날 것 없는 일반 랭커로 보였다.
그래서 역시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것인가 의심을 했지만 그 후 세 번째 게임에서 떡하니 골드로 승급한 초유의 사태를 보고 이건 정말 운이 아니라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바람대로 준수를 스카웃하려고 처음에 그와 자주 만나 어떻게든 꼬이려 했지만 그는 정말 철벽이었다.
몇 번 말해보았지만 그건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아빠에게 말해 요원으로는 어려울 것 같으니 차라리 인간관계를 잘 맺어 계속 연계 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맺어져 그 후 그와 자주 만나 술을 먹으며 조금은 친해진 듯 했다.
헌데 준수의 집에서 술을 먹던 어느 날 둘다 술이 떡이 되어 어떻게 하다보니 같은 침대에서 자게 됐고 잠결에 누군가 계속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지만 술이 너무 취해 그것은 꿈이라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아침까지도 계속 가슴에서 손길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그것은 꿈이 아니라 밤새 준수가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잠에 취해 있어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하나 꺼내 눕고 얼마 후 그가 일어났는데 다행히도 자신이 침대에서 잔 것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아무리 술이 취해 준수 먼저 잠들었고 지아 자신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해 침대로 무의식적으로 들어가 잤지만, 준수가 같은 침대에서 잤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그는 아침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했다.
확실한 것은 준수가 자신과 한 침대에서 잔 것을 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슴을 주물럭거렸다는 것만은 기억을 하지 못하는게 확실했다.
왜냐하면 만약 그걸 기억하고 있다면 아침에 그렇게 태연하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함께 잔 것까지는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아무리 술이 떡이 됐어도 그리고 아무리 브론즈 티어의 하위 랭커라도 어쨌든 그도 기를 지니고 있는 랭커인데 밤새 자며 무의식중에라도 그것은 느끼지 못할리 없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꿈결에라도 말이다
아무튼 그것을 계기로 그때부터 자신의 마음이 준수에게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만은 틀림없었다.
물론 그것은 의식적이 아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술이 떡이 되어 준수에게 솔직히 술김에 용기가 생겨 한번 그의 마음을 떠본 것이기도 했다.
짐작하기로 준수도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분의 격차가 있고 자신의 신분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평소에 가끔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 대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지아 자신은 신분같은 것은 따지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준수와 이렇게 어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아빠인 챌린저와 골드인 엄마 사이에서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같은 성장이라면 준수는 챌린저까지도 충분히 가능 했다.
아니 어쩌면 더 높은 경지까지도 갈수 있을 거라 믿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없는 도사라는 직업으로 인한 암흑 물질이라는 무한대의 에너지를 흡수 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 대단한 능력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변화를 일으킨 것은 절대 아니다.
그와 어울리다보니 왠지 그에게 조금씩 끌렸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최 준수를 만나면 마음이 편하고 왠지 모르게 저런 평범함과 비범함이 함께 공존하는 그가 언젠가부터 마음에 들었다.
눈이 가물거리는 중에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던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아래로 떨구어 자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자신도 이제 더는 버틸 수 없을 같아 방으로 돌아가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
쿠당탕!
“아고, 아파라..!”
확실히 술을 너무 마시긴 마셨다.
일어났더니 다리가 후들거려 자신도 모르게 쓰러지다가 탁자 모서리에 무릎이 부딪쳤다.
간신히 다시 일어나 휘청거리며 가려다가 뭔가 찜찜해 고개를 돌렸다.
“후우, 끄륵! 아무래도 저대로 두면 저렇게 앉아서 밤새 잘거 같네, 그래도 잠은 편히 자게 해줘야겠지?”
가려던 발걸음을 다시 돌려, 앉아 있는 준수에게 다가가 정신을 집중해 다리에 중심을 잡은 후 그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고 일으켜 세웠다.
그래도 마스터라고 남자하나 부축할 힘은 아직 남아 있었다.
철렁.
“어어어..? 아고야..!”
헌데 준수를 침대에 팽개치듯 눕히고 겨드랑이에서 팔을 빼지 못해 그대로 같이 엎어져 그의 옆에 눕는 꼴이 되어 버렸다.
나란히 눕게 되어 고개를 돌려 그의 잠들어 있는 얼굴을 보니 제법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조금만 이대로 쉬고 가자.’
술이 떡이 되어 남자 하나를 들다시피 하고 방으로 끌고 왔더니 정말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헌데 잠시 쉬자고 한게 지아도 자리에 눕자 잠시 후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이 스르르 감겨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아직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이 가물거리는 중에 다리와 배에 무언가 올라온 것이 느껴졌지만 지아는 그냥 꿈이라 생각했다.
***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서서히 정신이 드는 중에 내가 무언가를 꼭 끌어안고 있는 것을 알고 나도 모르게 퍼뜩 정신이 들었다.
더군다나 끌어안고 있는 오른손바닥에는 탱탱하고도 물컹한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어제 지아와 술을 먹다가 어디서부터 기억이 토막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며칠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가 아닌 이곳에서 잠자는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
더군다나 손바닥에 쥐어져 있는 탱탱하지만 물컹한 것은 분명 내가 알고 그것이 분명했다.
‘혹시 마스터가 내게 성 접대를 했을리는 없을 테고..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으련만 정말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
예전에도 내 집에서 이와 똑같은 상황하에 지아와 한 침대에서 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몰랐지만 일어나서 느낌으로 자는 동안 누군가 내 옆에 있었고 그리고 잠이 깬 후 지아의 부자연스런 행동을 보고 지아와 실수로 같이 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순수한 술친구로 생각했었고 지금처럼 뭔가 손바닥에 아무것도 잡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모른척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제 지아가 한 말도 기억나 이제 단순한 술친구로만 생각할 수 없었고, 그리고 지금 내 손바닥 안에 잡혀있는 이것이 단순한 술친구로서는 취할 수 없는 행동이기에,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손바닥에 있는 것이 제발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래야 했다.
‘제발 내가 안고 있는 말랑한 물건이 지아가 아니고 또 내 손바닥에 잡혀있는 물컹한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아니기를 신께 간절히 비나이다. 제발 빌고 비나이다..!’
갑자기 손을 뺀다면 지아가 깰 수도 있어 나는 신께 정말 간절히 기도를 올린 후 슬그머니 눈을 떴다.
헌데.
‘휴우..!’
신이 내 기도를 반만 들어준 것일까.
정말 불행스럽게도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그것이 맞았고 그리고 다행스러운 것은 지아가 아직까지 자고 있다는 것이었다.
헌데 젠장!
내가 손을 슬그머니 빼려고 하는데 지아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듯 두 눈을 번쩍 뜨는 것이 아닌가.
한순간 나와 지아의 눈빛이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두 눈이 더 할 수 없이 커졌고 나는 아직까지 움켜쥐고 있는 손바닥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신께 기도하지 말고 그 시간에 바로 뺄걸.’
한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순식간에 나는 내 손모가지를 절단하고 싶어졌다.
그 동안 서인과 아레스 그리고 맵 안에서 체르미안과 자며 가슴을 만지는 것이 버릇이 된 모양이라, 잠결에 옆에 누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나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예전 우리 집에서 함께 잤을 때는 다행히 이러지 않았는데 어제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모양이다.
잠시 정신이 멍해져 있는데 지아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
“이제 그만 치우죠. 저번에도 그러고 또..”
그녀의 말에 내가 움켜잡은 가슴에서 손을 재빨리 뺐다.
헌데 저번에도 라니..?
나는 그녀의 말에 설마 하며 나도 모르게 눈빛을 반짝이며 확인하듯 되물었다.
“저번에도 그러다니요? 그게 무슨 말인지?”
그녀가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대꾸했다.
“그것을 꼭 내입으로 말해야겠어요?”
그녀도 예전 우리 집에서 같이 잔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벌써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헌데 예전에도 또 이랬다는 것은 그때도 내가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고 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정말 나는 모르는 일이었다.
하긴 그때 그녀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이불을 꺼내 바닥에서 잔척 했으니 나중에 일어난 내가 지금처럼 가슴을 조물락거렸다는 걸 모르는건 당연했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상황이 두 번째라는 뜻이었다.
그녀가 없는 일을 있다고 할리는 없었고 아무튼 그때 일도 그렇고 오늘도 실수를 한 것은 확실하니 사과는 해야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가슴인줄 모르고 잠결에 만졌나 봅니다.”
“당연히 모르고 그랬겠죠, 그럼 복숭아인줄 알고 만졌겠어요? 하지만 저도 실수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사실 어제 기억 나는게 준수씨가 자리에 앉아서 졸길래 침대로 끌어다 눕힌 후 어떻게 하다보니 나도 눕게 돼 잠시 쉰다는게 깜박 잠든 모양이에요. 저도 준수씨 옆에 누워 잠든게 실수라면 실수니 이번 일은 그냥 지나가겠어요.”
“이 손모가지를 잘라도 저는 할 말이 없는데 용서해 준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오버하는 내 말에 그녀가 웬일인지 피식 웃었다.
헌데 나는 방금 전 그녀가 한말을 믿을 수 없어 확인하듯 다시한번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