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4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164/207)



〈 164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 등수를 올리는 것이라면 안전지대까지 들어간 후 숨어 있으면 되겠군요.”


“준수씨가 참 그러겠어요.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순위 순서대로 만명 단위로 끊어져 랜덤으로 백명씩 맵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어요. 순위대로 만명이 끊어진다면 그 능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아 숨어 있더라도 상대의 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준수씨가 백만 등이라면 99만등 위로는 준수씨가 참가한 맵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백명중 일등을 먹거나 순위가 높아 랭킹 포인트를 대량 획득한다면 한번에 등수를  천도 추월할  있어요.”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군요.”


“아무튼 준수치가 암흑 물질을 많이 흡수해 능력치 스텟이 월등하다면 숨어 있어도 들키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럼  하러 숨어 있어요? 빨리 한 명이라도 더 죽여 등수를 올리는게 낫죠. 지금은 말을 해도  모를 거예요. 하지만 마스터 맵에 한번 참가하고 나면 금방 알  있어요.”

더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우선 다이아 티어부터 어느 정도 상위로 올라선 후 알아도 늦지 않았기에 나중에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백번 설명을 듣는 것보다 참가하고 나면 새로 바뀐 방식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이때 마스터와 챌린저에 대한 얘기가 오가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문득 떠올랐다.
그것은 지아 아빠는 내게서 암흑 물질의 에너지가 흐른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곳 챌린저는 느끼지 못했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궁금해 지아에게 물어보자 그녀가 빙긋 웃으며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준수씨가 사이어돈을 처치하고 사령관이 우리를 초대했을 때 아빠에게 미리 언질을 했죠. 그래서 아빠가 이곳 챌린저와 통신을 했을 거예요. 아마 이곳 챌린저가 준수씨에 대해 오해를 할까봐 준수씨가 지구의 인간이라는 것을 아빠가 보증하셨을 거예요.”


역시 지아는 모든 것이 꼼꼼한 편이었다.
굳이 지아 아빠가 그러지 않아도 이곳 챌린저와 얘기해 보면 내가 사이어돈 완전체가 아니라는 것은 알 텐데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챌린저 회합 때는 준수씨 얘기가 아마 오갈 거예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때부터는 편하게 사이어돈 사냥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용병으로 차출된 플레이어들의 지원을 많이 받을  있을 테니까요.”

지아의 말대로만 된다면 지금으로서 그것은 나에게 무척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이번에도 마스터들이 두 개의 거대 검을 생성해 도와준 덕에 내가 무사히 놈의 눈까지 도착 할 수 있지 않았던가.
만약 용병들의 사령관이 내 존재를 미리 안다면 굳이 그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며 설득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게임을 치루고 와서인지 지아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없이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헌데 방이 깊어지고 지아가 어느 정도 혀가 꼬부라진 상태에서 갑자기 뚱딴지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준수씨,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혀가는데 여친 만들어야 되는거 아니에요? 저는 솔직히 술친구 이외에는 쓸모가 없잖아요. 음.. 나 순진씨는 어때요? 얼굴도 미인에 준수씨하고는  어울릴  같은데요.”

자다가 봉창 떨어지는 소리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내가 황당한 표정 지었다.

“얼굴만 괜찮으면 뭐합니까, 성질이 개차반인데.  그런 성질 더러운 여자는 싫습니다.”


“성격이야 나 순진씨가 여친만 되면 준수씨에게 맞춰주지 않을까요.”

나 순진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녀 생일 때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 그녀를 발가벗겨놓고 음부까지 애무를 하고 내 페니스도 그녀에게 물렸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페니스를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그녀가 앞으로 계속 자신의 남친이 되도 된다고 해서 찬물을 맞은 듯 몸이 식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었다.
헌데 내가 그러게 나가는 것을 보고 어울리지 않게 그녀가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나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 전에 나를 대하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 순진이 아니더라도 서인과 아레스교관 그리고 은지까지 있었다.
더군다나 다른 먼 은하에 살고 있고 나와는 키스도 한번 해보지 않았지만 티르얀이라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와, 또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 살고 있는 체르미안도 맵 안에서 강제로 육체관계를 맺었지만 아무튼 그녀도 있었다.


우주선을 타고보니 워프와 웜홀이라는 것이 있어 아무리  우주라도 지구까지 금방 올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여자도 내 마음속에 조금은 들어 있는 여자들이었다.


헌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더 보고 싶은 것일까.
가끔 티르얀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녀가 한번쯤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역시 나 순진은 아닙니다. 그리고 전 한 여자에게 얽매이는게 싫습니다.”

나도 술이 올라와 마음에 있는 말을 직설적으로 뱉어냈다.
처음 교육원을 졸업했을 때는 나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는데 중이 고기 맛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정말 한 여자에게 얽매이는 것이 싫은게 사실이었다.

“준수씨 그렇게 안봤는데 바람둥이셨군요. 하긴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다고 했으니 이해는 해요. 그리고 그것은 능력만 있다면 요즘 세상에 흉도 아니니까요.”


지아의 눈은 정말 술이 취했는지 그 큰눈이 반쯤 감긴  게슴츠레해져 있었다. 물론 나또한 그녀가 보기에 그렇게 보일 터다.
나도 지금 워낙 많이 마셨으니까.
그녀의 말에 내가 잠자코 있자 그녀가 다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또다시 엉뚱한 말을 했다.

“그럼 저는 어때요?”

“뭐가요..?”


“준수씨 여자 친구로요.”

이 여자가 농담을 해도 유분수지, 내가 아무리 급성장을 하는 플레이어라지만 그녀는 엄연한 마스터에 더더욱  대륙을 다스리는 챌린저의 친딸이다.
그런데  같은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하니 누구라도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설사 진심이라 해도 괜히 나중에 잘못되기라도 했다가는 챌린저의 미움만 사서 눈 밖에 나면 나만 손해라 나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장난하지 마십시오, 지아씨는 제 술친구일 뿐입니다. 지아씨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지만 만약 진담이라 해도 그건 제가 싫습니다.”

“왜요? 제가 밉게 생기고 성격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런 건가요? 그리고 전 지금 진담인데요.”

“그런 말 마십시오. 지아씨는 나 같은 남자와는 어울리지도 않고 설사 지아씨 말이 진심이라도 만약 나중에 잘못되는 날에는 챌린저님 얼굴을 어찌 뵙겠습니까? 우린 그냥 이 상태가 제일 편할 겁니다. 지아씨와 이렇게 술한잔 하고 또 제가 사이어돈을 처치하러 가면 우주선 조종을 맡아주시고.. 아무튼 이렇게 친구로 보면 서로 오래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열변을 모두 듣고 난 그녀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준수씨 겁쟁이로군요, 앞날이 무서워서 그런 변명을 갖다 붙이다니요. 오늘 제가 술먹고 괜한 말을 한 것 같네요. 하지만 술먹고 충동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어요. 사실 그 동안 준수씨를 만나며 호감이 간건 사실이었거든요.”

지아가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역시 그녀가 술을 너무 마셔서 술김에 장난삼아 한 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했으니까.

내일이 되면 오늘 일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지금 말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얼마간 더 마시다가 나도 그렇고 그녀도 너무 취한 것 같아 내가 넌지시 말했다.


“더 마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 많이 취한 것 같은데요.”

내 말에 그녀가 어느 행성 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의 카이스주와 비슷한 맛이 나는 술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잔을 거꾸로 들어 머리에 붓는 시늉을 했다.

“아직 까딱없다고요,  저랑 마시기 싫은가요?”

“그게 아니고 너무 마신 것 같아서요.”


“랭크 게임도 오늘 끝냈는데 스트레스를 풀어줘야죠, 저는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혀가 많이 꼬인 것을 보면 그녀는 정말 많이 취해 있었다.
예전 우리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떡이 돼 같은 침대에 잔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고 또 그렇게 행동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런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얼마 전 지아가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많이 어색할  같아 술이 취한 와중에도 정신을 차리려고 무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술에 장사 없다고 이제 새벽이 되어갈 쯤에 나는 정신이 간당간당하다가 기어이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


지아는 정신이 없는 중에도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잠들어 있는 준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제는 정말 술이 너무 취해 걷지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스터라면 당연히 지금의 준수보다는 기력이 훨씬 더 높아 그래도 준수처럼 실신은 하지 않았다.


지금 모든 마스터 중 지아의 랭킹은 백만명 중에 454,723등이었다.
마스터 백만명중 랭킹 50만등 이상이면 상위 랭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정도면 다이아 티어로 떨어질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웠다.

눈앞에 앉은 채로 고개를 끄떡이며 잠들어 있는 준수를 보며 그녀는 실없는 사람처럼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준수씨와 만난지도 몇 개월이 흘렀네.’

처음에 국장이 아빠인 챌린저에게 준수씨에 대한 보고를 할 때 지아도 같이 있었다.
가끔 보면 처음 브론즈일 때 초반에 다른 랭커들에 비해 상당히 빠른 레벨로 승급되는 자들이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거기까지가 한계인 듯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골드로 올라가지 못하는 랭커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최준수라는 사람도 처음에는 그런 랭커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게임에 참가해 3레벨을 달성했다고 했을 때 그래도 그런 경우는 없었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역시 그것은 잠깐의 초반 페이스 뿐이고 그가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게임에서 또 6레벨까지 승급했다는 소리를 듣고 아빠도 그랬지만 지아도 이건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아무리 자질이 우수하다고 해도  번째 게임에서 6레벨을 달성한 랭커는 출현한 적이 없었다.
아빠는 그때부터 최 준수에게 관심을 드러내 국장에게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했고, 혹시나 몰라 그의 안전을 고려해 요원인 키르맨  명까지 은밀히 파견해 보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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