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다크 사이어돈 사냥
문제는 암흑 물질을 감싸고 도는 거대한 전류막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저 전류막이 챌린저의 공격력까지 튕겨낸다고 하니 나 같은 플레티넘의 오러검이 감당 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튀겨나가기만 했을뿐 소멸되지 않았고 부상 또한 안당했다는 것이 천운이었다.
‘역시 놈의 몸에서 직접 흡수해야 되는 건가.’
[준수씨 괜찮아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우리 그냥 돌아가요, 아무래도 너무 위험해요. 잠깐만 그대로 계세요.]
내가 날아가면서 잠시 생각하는 사이 지아가 생난리를 떨었다.
“괜찮습니다, 오지 마십시오. 아무래도 암흑물질에서 직접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은 안되나 봅니다. 직접 놈의 몸에서 흡수해야겠습니다.”
헌데 그때 지아의 다급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준수씨, 놈이 준수씨 있는 곳을 쳐다보고 그 쪽으로 가고 있어요! 어서 피하세요! 아무래도 준수씨가 암흑 물질에 다가가서 한 일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튕겨져 나가던 몸에 도력을 일으켜 다시 바로 세우고 급히 놈 있는 곳을 쳐다보니 과연 놈이 나 있는 곳으로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놈의 몸체는 정말 상상을 불허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놈이 움직일 때마다 새까만 파리 떼처럼 플레이어들이 달라붙어 그렇게 죽어나가면서도 놈을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사람이 자그마한 가시에 찔린다면 죽지는 않는다 해도 약간이나마 아픈 그런 이치라 놈도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특히 마스터들의 공격력은 상상을 초월해 그것은 자그마한 가시가 아니라 바늘 정도는 될 터였다.
전에 마스터들이 진을 쳐 거대한 검을 만들어 C급 사이어돈과 맞섰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은 것을 보니, 1키로가 넘는 거대 검은 사이어돈의 기가 어느 정도 소모된 후에 사용할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금 애꿎은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놈을 공격하는 것이었고.
놈이 다가오자 나도 어차피 도망칠 생각은 없었고 이렇게 난전 상황이 더 안전할 것 같아 놈에게 날아갔다.
그사이 벌써 수만이 죽어나가 이제 20여 만명이 안된다는 것을 지아가 알려주고, 그녀의 조심하라는 당부를 뒤로 하고 수많은 플레이어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그들과 뒤섞였다.
헌데 놈이 나를 느끼는 것인지 처음에는 주춤하다가 내가 있는 곳에만 집중 공격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C급 공룡은 나를 무서워했던 것 같았는데 이놈은 잠시 주춤했을 뿐 웬일인지 내가 있는 곳만을 노리며 꼬리와 함께 날카로운 갈고리와도 같은 손톱을 휘저어왔다.
저것에 맞는 날에는 그대로 소멸이라는 것을 알기에 도력 소모를 감수하며 축지를 사용해 간신히나마 피할 수 있었다.
“크아아악!”
“캬아아악..!”
놈의 꼬리와 손이 한번 휘저어질 때마다 근처의 수많은 플레이어들 몸이 피떡이 되어 우주 쓰레기가 되어 멀어져 가는 것을 보고 나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놈의 몸 근처에 다가가야 한다.’
눈알에 다가간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어림없는 일이었고 놈의 몸 어느 곳이든 다가가 우선 오러검을 찔러 넣어봐야 했다.
다행히 내게는 비록 도력 소모가 심하기는 하지만 축지술이라는 술법이 있어 몸체에 다가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놈의 꼬리와 손이 한번 휘저어지자 나는 재빨리 부적 한 장을 더 생성해 다리에 붙이며 축지술을 펼쳤다.
놈과의 거리가 수키로에 달해 도력 소모가 심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순식간에 놈의 눈을 벗어나 내 몸이 한순간 놈의 등 쪽으로 다가갔다.
쩌정!
망설이고 말 것도 없이 그대로 오러검을 등에 찔러 넣자마자 내 인상이 나도 모르게 심하게 일그러졌다.
파팟..!
오러검이 놈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온 것이다.
놈의 몸체에 나 외에도 이미 다가선 수십명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여러 가지 공격을 퍼붓고 있었지만 얼마나 단단한지 가죽에는 상체기 하나 나지 않았다.
하긴 플레티넘인 내 검에 가죽이 뚫릴 정도라면 놈이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을 터였다.
‘젠장! 꼭 눈깔을 찔러야 된단 말인가.’
놈의 몸체 중 가장 약한 곳은 역시 눈깔밖에 없는 듯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놈의 눈깔로 다가갔다가는, 아니 눈앞으로 다가가려 한다면 놈에게 나는 완전히 노출되게 된다.
놈의 지금 행동으로 보아 전에 공룡처럼 내가 눈으로 다가가는 것을 놈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갈수 있는 방법은 천상 전처럼 마스터들이 힘을 합해 거대검으로 놈을 위협할 때 기회를 봐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헌데 전에 C급은 날 공격하지 못하고 두려운 눈빛을 보인 것 같았는데 이놈은 왜 그런지 나를 서슴없이 공격했다.
그 이유는 알 필요도 없었지만 놈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상 알 도리도 없었다.
작전이 실패하고 잠시 주춤하는 사이 나와 용병들의 공격에 등짝이 가려운 것이지 어느새 거대한 꼬리가 저 멀리 등위를 휩쓸려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 있는 용병들은 모두 소멸이군.’
일반 플레이어들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꼬리를 한순간에 피할 수는 없는 일.
나는 다가오는 꼬리를 보며 다시 부적을 꺼내 축지술을 펼쳐 순식간에 놈의 등에서 멀어져 갔다.
“크어억! 카으흑!”
나와 함께 등 위쪽에 있던 플레이어 수십명은 짐작했던 대로 마치 파리채에 파리가 채이듯 거대 꼬리에 휩쓸려 한순간에 피떡이 되어 우주 공간으로 사라져갔다.
헌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짧은 거리의 축지술은 물론 한번에 수키로 거리까지 축지술을 사용했는데도 도력 소모가 생각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한순간 이것은 내 도력이 38레벨까지 올라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이런 상황에서 축지술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는 정말 큰 힘이었다.
하지만 비록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력이 상승했다고는 하나 축지술이라는 것은 역시 도력 소모가 이만저먼이 아니라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용해야 했다.
놈의 눈알에 가려면 마스터들의 거대검이 놈의 눈길을 끌어줘야 하는데 마스터들에게서는 아직까지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싸움터에서 잠시 빠져나와 나는 혹시나 해서 지아에게 급히 연락을 해보았다.
“지아씨, 지아씨!”
[네 말씀하세요.]
“혹시 마스터들이 기를 합쳐 거대 검을 만든다는 것을 아십니까?”
[네 알고 있어요, 그것은 사이어돈의 힘이 빠져 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공격 수법이에요.]
“그럼 마스터들이 언제쯤에나 그 공격 수법을 사용할까요?”
[놈의 기력이나 파워를 봤을 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놈의 기력소모가 최하일 때 사용해야 그 필살기가 그나마 놈의 몸에 상처를 줄 수 있거든요. 왜 그러시는 데요?]
나는 지금 처한 상황을 지아에게 설명해 주었다.
놈의 몸은 내 오러검으로 꿰뚫을 수 없고 오직 눈알만이 가능하다고.
그래서 마스터들의 거대검이 놈의 눈길을 사로잡을 때 내가 놈의 눈깔로 다가가 전처럼 실명 시킬 수 있고 에너지를 흡수 할 수 있다고.
놈의 눈에 오러검을 찔러 넣을 수만 있다면 놈의 눈이 실명돼 전처럼 놈을 쉽게 처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내 얘기를 모두 듣고 난 지아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지금 전투 장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죽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 사이 용병들의 숫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잠시 후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지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준수씨가 전에 C급 사이어돈의 눈을 실명시켜 놈을 비교적 쉽게 죽였다는 것은 이미 다른 은하에도 어느 정도 소문은 나 있어요. 이곳 사령관인 마스터가 그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한번 설득해 보겠어요. 준수씨가 놈의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것은 모르겠지만 눈을 실명시켜 잡는다는 작전은 어쩌면 통할지도 모르죠.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우리가 누군지 밝히고 사령관과 단둘이 얘기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놈의 눈만 실명시킬 수 있다면 그건 끝난 게임이다.
이곳 사령관도 이렇게 계속 용병들의 숫자를 일부러 줄이는 것이 아니라면 지아의 설득에 넘어갈 수도 있을 터다.
사실 이 많은 용병들이 모두 죽고 다시 용병 차출을 원한다면 사령관의 체면도 구겨지는 일이라 어떻게 해서든지 이 전력으로 놈을 처치하는 것이 사령관으로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지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말은 해 놓았어요, 제가 준수씨 현재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으니까 아마 사령관이 준수씨에게 갈 거예요, 그 다음은 준수씨가 그를 설득해야 돼요.]
“알겠습니다.”
대화를 끝내고 사이어돈과 용병들이 싸우는 곳을 살피는데 과연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 세 명이었는데 두 명은 인간과 흡사하게 생겼고 가운데 있는 자만이 키가 1미터가 조금 넘는 희귀하게 생긴 전형적인 외계 생명체였다.
그의 몸은 반들거리는 파란색에 눈알이 얼굴 반은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곳의 사령관인 듯 내 앞으로 다가오자마자 입을 열었다.
“자네가 얼마 전 우리 은하에 나타난 C급 사이어돈의 눈을 실명시켰던 플레이어인가?”
“네 그렇습니다.”
“나도 그 소문은 들었네. 헌데 놈의 눈까지 어떻게 간다는 거지? 전에는 블랙홀에 빨려 들다가 운좋게 놈의 눈에 도착한 걸로 아는데 지금은 놈이 그 수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네, 아직 힘이 남아 있다는 증거겠지.”
“그때에는 제가 운이 좋아 그랬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 그 위험한 방법이 아닙니다.”
“지구의 마스터에게 방금 듣긴 했네. 우리의 거대검이 필요하다고. 헌데 놈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아무리 우리 마스터들이 거대검을 만들어 공격한다 해도 자네가 놈의 눈까지 무사히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네. 괜히 우리 마스터들의 기력만 낭비해 모두 잘못되는 수가 있네.”
백번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나는 품속에서 부적 한 장을 꺼냈다.
“바로 이렇게 갈 겁니다.”
곧바로 꺼내든 부적을 다리에 붙이고 주문을 외우자 내 몸이 순식간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헌데 그들은 내 손에 들고 있는 은빛의 도끼 한 자루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은 저기 싸우고 있는 골드티어의 무기중 하나입니다.”
내 말에 세 마스터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곳과 싸우는 장소의 거리는 적어도 3키로 이상이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에 저곳을 갔다 왔다는 소리였고 그 증거로 도끼까지 한 자루 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