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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나순진 공략 (145/207)



〈 145화 〉나순진 공략

물론 그 후회는 처음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부터가 아닌 지아가  레벨을 말하고 국장이 내 능력치와 특수 능력치의 레벨을 묻고 난 후의 일이었지만.
하지만 그녀의 얼음같은 표정은 원래 타고난 것인지 후회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웃음기나 다른 감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척 냉막한 표정이었다.

‘쯧쯧.. 얼굴은 정말 끝내주게 생겼는데 항상 웃음기 없는 저런 얼음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남친이 생길 리가 없지. 어디 무서워서 남자라 들러붙어 있기나 하겠어.’

속으로는 그녀의 냉막한 표정을 비웃으며 겉으로는 한껏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전부터 생각했던 대로 그녀를 꼬드겨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를 보고 저런 여자도 남자에게 넘어올까 문득 호기심이 생겼고 혹시 넘어와 남자를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말로서 복수하려 한다면 당장  집에서 쫒겨나기만 할 것이란 생각에 말로서 하는 복수는 접고, 역시 그녀에게 하는 최고 복수는 육체를 공략하고   그녀를 뻥 차버리면 정말 통쾌한 복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찌됐든 도전은 해보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정말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그야말로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지금부터는 무조건 들이대 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제 너하고 나는 신분 차이가 있으니 너라고 하면 안되겠지만 어차피 전부터 그래왔으니 그건 그냥 넘어갈게, 하지만 내게 너무 무례하면 안된다는건 너도 알거야. 낮은 신분이 높은 신분의 플레이어에게 무례하다면 어느 정도 자율적인 처분은 기관에서도 눈감아 준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을 거야.”

 협박성에 가까운 말을 듣고 그녀가 예의 더욱 냉막한 표정으로 나를 슬며시 노려보았다.
하지만  말은 맞는 말이라 반박할 여지가 없었는지 그녀의 표정이 이내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만약 여기서 내가 더 몰아붙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쫒기기만 할 것 같아, 나는 다시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표정 또한 더  수 없이 부드러운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너도 술친구가 없는 것 같은데 가끔 나와 술친구나 하자, 물론 네가  싫어해서 거절한다면 어쩔  없지만 난 너같이 괜찮고 매력적인 여자와 술친구라도 할  있다면 정말 고맙게 생각할거야.”


내가 생각해도 내장이 비비 꼬이고 온 몸이 쪼그라드는 그런 느끼한 멘트였지만 지금은 어쩔  없이 이런 숨막히는 멘트라도 날려줘야 했다.


 말에 그녀도  멘트가 무척 느끼했는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하긴 자신을 매력적이라 하고 예쁘다고 괜찮은 여자라 하는데 싫어할 여자는 없을 터다.

“너와 내가 술친구가 된다는게 조금 어색하지만 오늘 보다시피 난 친구 사귀는 것도 귀찮아서 생일조차도 국장님이나 얼마  알게  지아씨가 생일 축하해주러 올 정도야. 너와 내가 술 친구를 한다..?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 같아. 넌 날 분명 좋아하지 않고 나또한 널 좋아하지 않는 걸 서로가 알고 있는데 네가  이러는지 점말 모르겠어. 그리고 오늘 네가  생일 축하하러 왔다는 것도 어딘가 미심쩍고 말야.”

그 이유를 알면 정말 짜다고 생각하며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가 미심쩍다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국장님과 지아씨와는 이제 나도 제법 가까운 사이가 됐고, 너도 국장님과 지아씨가 조금 특별하게 생각해서 생일 축하해주러 온 김에 나도 온거야. 물론 지아씨가 꼭 같이 왔으면 하고 부탁하는 바람에 조금 내키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지나간 일을 마음에 담고 있어봐야 좋을게 없어 그냥 너하고 친해져 보기로 하고 온 것뿐이야. 만약 네가 뭔가 미심쩍거나 내가 이렇게 혼자 남아 술먹는게 거북하고 부담스러우면 난 그냥 갈게.”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어, 나도 여기서 술자리가 끊어지는 것은 바라지 않아, 사실 더 마시고 싶거든, 혼자 마시기도 뭐하니 마시던거 그냥 같이 마셔. 그리고 술친구 하자고 한건 그렇게 해줄게. 술친구가 별개 없잖아, 그냥 게임 끝나고 이렇게 가끔 한잔 마시면 되는 거겠지.”

“맞아, 술친구라는게 별개 없지, 나와 지아씨도 술친구 하기로 했거든, 이제 너도 같이 술친구가 됐으니 우리 건배나 한번 하자.”


“그런데 갑자기 네가 나한테 살갑게 구니까 조금 이상하기는 해. 더군다네 어울리지 않게 나에게 헤프게 웃어가면서 말야.”


내가 창남도 아니고 헤프게 웃는다는 말에 속에서 울컥 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전보다 더욱 부드러운 표정을 띠고 되도록 포근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뭐가 자꾸 이상하다는 건지 모르겠군.  솔직히 술친구가 아니라 남친으로 대시라도 해볼까 생각중인데.”


내가 농담식으로 그런 말을 하자 그녀가 갑자기 키킥 대며 웃었다.


“크크큭! 네가  남친이라고? 생각만 해도 웃기네. 너 같은게 무슨 내 남친이 된다고.. 아무리 티어가 나보다 높다고 해도 난 너 같은 남자에겐 관심 없으니 그냥 술친구로 만족하는게 좋을 거야.”

나를 아예 남자로도 보지 않고 무시하는 말투로 내뱉는 그녀의 말들에 아랫속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오냐, 네 눈에 내가 철저한 남자로 보이게끔 만들어주마! 아니면 난 남자 새끼가 아니다.’

표정으로도 나를 무시하고 멸시하는 빛이 역력히 드러나 있어 나는 조금 해이해졌던 마음을 추스르고 더욱 독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한편으로 이제 고작 골드티어인 여자가 왜 저렇게 눈만 높아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저 정도 미모면 눈이 높을만은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녀의 말은 나를 더욱 자극해 이제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껴지지 않고 그녀를 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속마음뿐 겉 표정만은 여전히 온화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아무튼 술 친구는 됐으니 나는 그녀에게 연신 건배를 하며 술을 권하기만 했다.
순진이가 두잔 마실 때 나는 한잔을 마시며 그녀의 정신이 어느 정도 무디어지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쉽게 취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술에는 장사 없다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계속 권하는 술잔에 그녀도 조금씩 눈이 풀리며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때를 기해 나는 이제부터 그녀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순진아,  남자에게 정말 관심이 없는 거야? 아니면 너 외모에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던진 물음에 그녀가 조금은 풀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역시 약간 꼬인 혀로 대답했다.

“내 외모가 네가 보기에 별로라고 생각해?”

“아까도 말했지만  괜찮은 외모라고 했잖아. 그래서 너에게 대시 하려고 했고.”

“크큭, 네가 나한테 대시한다는 말이 웃기긴 하네. 처음부터 너와  성격이 맞지 않아 서로 으르렁 거렸는데 말야.”


“그거야 너를 처음 만난게 게임에서였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넌 정말 내가 마음에 들어서 내 남친하려고 했던 건가?”


“그거야 당연한거 아냐. 맘에도 없는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할리 없잖아.”

“남친이라.. 그거 하면 뭐가 좋은 건데? 난 귀찮기만 할거 같은데.”


내가 알고 있는 여자들은  처음에는 모두 남자가 귀찮다고만 여기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서인이도 그렇고 아레스도 나와 육체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모두 남자를 귀찮은 존재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번 육체관계를 맺고 나면 역시 한결같이 그 성격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지금의 순진이도 역시 그녀들처럼 남자를 귀찮은 존재로만 여기고 있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랭크게임 안에서 남자들의 행태를 보아왔기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귀찮은 면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단점보다는 아마 장점이 더 많을걸.”

“어떤 면에서..?”


그녀는 처음 남친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나를 무시했던 말투에서 조금은 호기심이 발동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물론 지금 그녀가 이렇게나마 반응을 보인 것은 술이 많이 취해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지금이 그녀를 꼬드길 최상의 기회라는 것을 알고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호기심을 느낄만한 말들만 골라서 했다.

“그런 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 내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언젠가는 남친 생길 때가 있을텐데 그때 어떤 점이 좋은지 한번 알아봐. 넌 나 같은 남자가 싫다고 못을 막았으니  이제 그런 얘기는 다시 꺼내지 않을 테니.”


“이게 정말 사람 궁금하게 만드네. 내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알고 날 골려주려는거 아냐?”

“그게 그렇게 궁금해?”

“당연한거 아냐, 남친이 생긴다면 단점은 귀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장점이라면 육체관계를 가지는 것뿐이  있겠어? 그런데 말야 나는 그런 것에는 정말 조금도 관심이 없거든.”

“육체관계를 맺는 것은 장점이랄 수 없지, 그거보다  큰 장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그건 말로 표현  수 없는 거니 생기면 그때 알아보라고 했잖아.”

“휴, 정말 사람 궁금하게 만드네.”

그녀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한숨까지 쉬며 말하자 내가 잠시 생각하듯 시간을 끌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그게 뭔데?”

“그건 잠깐 네가 경험해 보는 거지?”


내 말에 그녀가 더욱 호기심 어린 표정과 눈빛으로  입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술이 취한 그녀의 모습은 어쩐 일인지 얼음과 같이 냉막한 표정은 어느 정도 사라져 있었다.
그런 표정이 거두어지자 확실히 미인은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인이든 아니든 나는 내 갈 길만 가기로 했다.

“뭘 어떻게 경험해보라는 거지?”


“남친이라는 것을 미리 조금이나마 경험해보면 그것의 장점이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겠어?”


“그건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지만 어디서 경험을 하라는 거지?”

“네가  호기심이 발동한다면 지금 경험해보면 되는거 아닌가.”

“네 말은 지금 너하고 잠깐 남친 여친 놀이를 하자는 말로 들리는데?”


“맞아, 네가  궁금하고 지금 당장 남친이 생기면 뭐가 좋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으니  수밖에  있겠어.”


“네가 잠깐 내 남친이 되어주는 놀이라.. 크큭.. 그것도 재미는 있겠는걸.”


그녀가 두 눈을 껌벅이며 혼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뒤 마침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좋아, 그 놀이 잠깐 해보자. 도대체 남친이 생기면 뭐가 좋은지 말야.”

생각외로 그녀는 정말 나 순진이라는 이름답게 순진하게 내 꼬임에 넘어왔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지금까지 그녀에게 한번도 남친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짐받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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