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0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140/207)



〈 140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잠시 폴짝 뛰던 그녀가 내 입에 쪽하고 입맞춤을 하자 괜시리 나도 모르게 으쓱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교육원 시절 아레스는 정말 모든 남생도들의 우상이자 여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이제는 내 입에 이렇게 스스럼없이 입맞춤을 하자 확실히 내 애인이 됐다는 느낌에 으쓱한 기분이 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잠시 후 그녀가 품에서 떨어지자 생존자수를 확인해보니 87명만이 남아 있었다.
숫자가  정도로 줄었다는 것은 다른 곳에도 괴생명체들의 습격이 있었다는 뜻이다.


자기장은 밤에는 아주 서서히 움직이지만 낮에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내고 있어 자기장도 확인하니 어느새 3키로까지 접근해 있었다.
이제 여기서 더는 주어먹을게 없어 우리는 다시 안전지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근처의 플레이어들이 피라냐 있는 곳을 잘도 찾아와 전멸해주어서인지 다시 구렁이들을 풀어 전진하면서 주위를 정찰했지만 플레이어들은 한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피라냐는 제외하더라도 플레이어를 20여명 정도 우리가 죽였다고 치고 한 명당 평균 26레벨로 잡으면 경험치가 무려 5200점이나 됐다.
한순간에 20여명 플레이어를 모두 죽여  경험치를 획득했으니 정말 재미가 쏠쏠했다.
거기다가 300여 마리의 피라냐들까지..,


솔직히 말하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대 성과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일 때 통용되는 말이다.
나는 지금 31레벨에 능력치 또한 무려 34레벨이다.

 상태에서 1등을 욕심내지 않거나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죽어 귀환하게 된다면 그건 앞으로 게임을 접고 접시물에 코를 박고 죽어야 할 일이다.


안전지대까지 58키로가 남아 있을 때까지 플레이어는 물론 다른 괴생명체 또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머리 위에서 비치는 빛도 어두워져가 다시 동굴을 찾아 하루를 보내야 했다.


동굴을 찾은 후 이번에는 물속에 널려있는 물고기를 잡아 구워서 일회용 식량과 같이 먹으니 그것 또한 별미였다.


저녁은 먹고 얼마 후 자리에 눕자 아레스는 이제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겨 들어왔다.


“준수야 정말 고마워,  아니었으면 난 평생 골드 티어를 벗어나지 못했을거야.”


“고맙긴, 이제 내 여자인데 당연히 내가 챙겨줘야지.”

“풋, 내가 네 여자라니 조금 우습기는 하다. 하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돼. 그럼 나 얼굴 못들고 다닌단 말야.”

“알았으니까 그건 걱정하지마. 하지만 그게  어때서..? 우리는 육체가 25살에 멈춰져 있어 나이는 상관이 없고 다만 교관과 생도였다는 것뿐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

“그건 네 말이 맞지만 그래도 어찌됐든 우리는 교관과 생도였던 것만은 사실이잖아. 아무튼 그건 꼭 약속해줘,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게 싫어서 그래. 사실 이러는게 너도 좋은거 아냐?

“내가 뭐가 좋은데..?”

“너 나 한명만 바라볼  있어? 은지도 널 좋아하고 살다보면 다른 여자들도 만날텐데.. 특히 너처럼 자질이 뛰어난 플레이어에게는 여자들이 많이 꼬이는 법이거든. 다시 말하지만 난 네가 다른 여자 만난다 해도 상관 안할게 대신..”

“대신..?”


“대신 다른 여자 생겨도 난 나대로 지금처럼 좋아해 줄 수 있지?”

“그거야 당연한거 아냐. 내가 어떻게 우리 교관님을 구박하겠어.”

“그래도 다른 여자 만들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네. 혹시 벌써 생긴거 아냐? 나 만나기 전에 말야..?”


마법옷의 서인과는 이미 숲 통나무집에서 며칠 동거를 하며 깊은 관계까지 맺어 언제 그녀와 다시 만날지 모른다.
서인이와는 이미 전번을 주고받았고 시간이  때 가끔 내가 사는 도시로 놀러오겠다고도 했다.

아레스에게 숨길수도 있었지만 숨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잠깐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레스는 곧바로 눈치를 챘다.


“내 말이 맞구나, 나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구나. 그렇지?”


그녀가 내게 안은 채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내가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숨기지 않을게, 사실 난 브론즈 때부터 일반 가상게임으로 수련하느라고 돈이 필요해서 도태자 사냥을 했었어..,”


서인이와 만난 것을 얘기하려면 먼저 도태자를 사냥할 수 있는 권한증을 발급받은 일부터 말해야 했다.
그리고 도태자를 사냥하다가 얼마 전 서인이를 만나 그녀가 부상을 당해 통나무집에서 그녀를 치료하느라 그곳에서 며칠 함께 생활한 것부터, 그녀와 관계를 맺은 것까지 그대로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아레스처럼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내말이 모두 끝나자 아레스가 어쩐 일인지 나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마워, 사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처음부터 너에게 내 몸을 허락할 때부터 너에게 다른 여자가 생길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어. 아까도 말했지만 너처럼 갑자기 승급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플레이어에게는 어쩔 수 없이 여자가 많이 생기게 마련이거든.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빠르지만 어쩔 수 없지 뭐. 하지만 지금처럼만 날 생각해주면 난 상관없어.”

“역시 우리 교관님은 마음이 넓단 말야. 교관님은 내 여신이라고 했잖아, 그건 걱정하지마.”

“여신은 무슨 얼어죽을.. 아무튼  구박하면 너 가만 안둘거야.”

그녀가 짐짓 본연의 모습인 냉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하자 내가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우리 교관님 무서워서 감히 내가 구박이나 할 수 있겠어?”

“알면 됐고.”


사실대로 말하고 아레스가 이처럼 이해해주니 마음이 무척 편했다.
한편으로는 아레스의 말대로 내 앞날이 여자로 인해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기도 했다.

‘되는대로 그때그때 헤쳐 나가면 되겠지.’


그러고 보니 만나는 여자마다 모두 최고의 미인들만 있었다.
지아도 그렇고 그림자 술사인 순진도 그렇고 은지도 역시 그랬고, 비록 다른  우주에 살고 있지만 티르얀과 같은 우리은하에 살고 있는 체르미안 역시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미인들뿐이었다.


‘여난이라면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

성인군자도 아닌 내가 굴러오는 떡을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철칙은 세워둬야  필요가 있었다.
아레스나 서인처럼 다른 여자 만나는 것을 인정해주는 여자만 품는다는 철칙 말이다.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레스를 품에 안고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니 동굴 밖이 환해져가고 있었다.


아레스는 어제 먹은 물고기 구이가 맛있었는지 벌써 일어나 큼지막한 물고기 두 마리를 잡아놓고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잘 잤어? 우리 이거 구워먹자, 어제 정말 맛있게 먹어서 다시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그럴까? 일회용 음식이랑 같이 먹니까 속도 든든하고 좋긴 하더라.”

어제처럼 생선과 일회용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고 다시 우리는 안전지대로 향했다.
속도를 조금 올린다면 이제 오늘저녁이면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을 터다.

내가 향하는 방향의 플레이어들은 이미 피라냐가 있는 곳에서 전부 몰살을 당해서인지 안전지대까지 가는 동안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헌데 안전지대까지 7키로가 남아 있을  덩치가 100여 미터는 족히 넘는 고래와 악어를 합쳐놓은 듯한, 괴상하게 생긴 괴수 한 놈이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이대로 안전지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싶었다.


생긴 것은 전형적인 고래인데 배 밑에 네 발이 달려 있었고 가죽은 무척 두껍고 거칠어 악어의 가죽을 연상케 했다.


엄청나게 커다란 날카로운 발톱과 밖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양 이빨, 그리고 엄청난 덩치에 거칠고 두꺼워 보이는 가죽을 보니 한눈에 보아도 수중 괴수 중에서는 제법 상위에 속하는 놈으로 보였다.

사신수를 부를까 하다가 그동안 수십 미터를 현무 등에만 앉아 있었더니 몸이 근질거려 내가 직접 해치우리고 마음먹었다.


“교관님은 가만히 있어.”

내가 말하자 아레스가 입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나도 같이 싸울 거야, 너만 그런게 아니라 나도 몸이 근질거린다고.”

내가 그렇듯 그녀도 하루 종일 현무 등에서 앉아만 왔으니 그럴만도 할 터다.


“좋아, 하지만 조심해야 돼.”


“날 생각해 주는건 역시 우리 준수밖에 없다니까.”


내가 허락하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갑자기 내 볼에 기습 뽀뽀를  후 나보다 먼저 놈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올랐다.


“귀여워 죽겠단 말야.”

아레스 교관이 귀엽게 느껴질 줄은 전에는 감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정말 너무 귀여웠다.


혹시라도 놈의 공격에 아레스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나 또한 곧바로 놈에게 쏘아져 갔다.
하긴 아레스가 설사 죽는다고 해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맵에서 획득하는 경험치와 레벨은 그대로 아레스에게도 적용되니 상관은 없었다.


놈이 아무리 수중 맵에서 상위 포식자라해도 이미 30레벨로 승급된 아레스를 당할 수는 없었다.
아레스가 두 손을 모아 놈에게로 염력을 펼치며 기를 불어넣자 놈이 움직이지 못하고 꼬리만 간신히 휘적이고 있었다.

내가 나설 수도 있었지만 나는 혹시라도 그녀가 위험해지면 나서기로 하고 아레스의 싸우는 장면을 응시했다.


놈의 몸이 움직일 수 없으니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앞으로 내 뻗었던 손바닥을 서서히 오므리자 놈의 거대한 몸체가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녀가 염력을 최대한 발휘하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두 손을 쥐어짜듯 비틀자, 그 거대한 덩치가 마치 손으로 잡아 비튼 빨래처럼 서서히 오그라들더니 끝내는 내장과 뱃속 내용물이 모두 터져 나오며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전에는 다른 물건을 이용해야 했는데 이제 내 염력으로 이 정도 놈은 직접 죽일 수 있게 됐어. 한번 시험해 본건데 정말 되네.”

“교관님 능력도 꽤 우수한걸.”


“하지만 아직까지는 역시 직접적으로 손을 쓰니 기력이 많이 소모되긴 하네, 될 수 있으면 다음부터는 주위 물건을 이용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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