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그녀는 이제 모래나 바위가 아닌 그냥 자신의 손동작 염력만으로 피라냐를 쥐어 짜듯해 황소만한 피라냐의 몸체를 찢어발기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다른 물체를 이용해 공격하는 것이 기력을 훨씬 덜 소모하는지 이내 다른 물질을 이용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검끝의 오러도 전보다 아주 조금 더 늘어나 있었다.
헌데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 환한 불빛이 반짝하는가 싶더니 문득 머릿속에 몇 가지 또 다른 술법이 떠올라 그제서야 전체 레벨의 승급이 주는 의미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능력치와 특수 능력은 단순히 도력과 도술의 레벨업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전체 레벨업은 모든 것이 전체적으로 조금씩 상승하지만, 그 전체적인 것에는 술법의 종류도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신수와 아레스가 있어 나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피라냐를 처치하고 있지 않았지만 방금 전 머릿속에 새로 떠오른 술법을 한번 시전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어차피 다른 플레이어들이 같이 죽어도 상관없잖아.’
그러고 보니 다크 사이어돈을 처치하고 능력치가 31레벨로 오른 후 술법은 제대로 사용해보지 않아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술법을 펼치면 얼마나 위력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사신수와 아레스가 싸우는 방향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과 피라냐들이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방향으로 술법을 펼치기로 했다.
차라리 플레이어들이 피라냐에게 죽어 괜한 경험치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내가 죽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어차피 피라냐들도 이제 많이 줄어 있었고 설사 다른 플레이어들이 모두 사라진다 해도 피라냐들은 애초부터 나와 사신수 그리고 아레스를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품속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 편이 없는 우측 방향으로 부적을 날려 보내며 방금 떠오른 주문을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결빙파!’
이곳이 물속이었기에 몇 가지 떠오른 것 중 물의 속성에 관한 술법이 제일 나을 것 같아 결빙파란 술법을 전개했다.
이 술법은 정해진 한곳이 아닌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공격 수법이다.
날려 보낸 부적은 웬일인지 불에 타지도 않으면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의 허공으로 계속 쏘아져 올라갔다.
한없이 올라가던 부적이 100여 미터쯤 올라갔을까, 그때서야 부적이 허공에서 갑자기 불타오르더니 한순간에 반경 50여 미터는 될 듯한 바닷물 곳곳이 얼음으로 변해갔다.
물론 지금 내 도력으로 반경 50여 미터의 물들이 전부 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채만한 크기부터 자동차만한 크기까지 결코 적지 않은 크기의 얼음 덩어리들이 적어도 천여개 이상은 허공에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밋밋하게 언 것이 아닌 사방이 온통 울퉁불퉁하며 마치 고슴도치처럼 전체가 뾰족한 얼음들이 대부분이었다.
‘안되겠군, 저 정도일 줄이야.’
나는 한창 열심히 피라냐들을 죽이고 있는 사신수를 불러들여 싸움터에서 멀어지게 한 후 아레스에게 다가가 근처의 피라냐들을 도륙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빨리 피해, 잠시 후 이곳은 쑥대밭이 될 거야.”
내가 손목을 잡아끌며 급히 말하자 그녀가 어리둥절해 했지만 내가 허공을 쳐다보자 그녀는 물과는 다른 반짝이는 천여개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다시 입을 쩍 벌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입을 벌리고 있는 그녀를 끌고 오며 사신수가 있는 곳으로 가자 마침내 완전히 얼어버린 얼음조각들이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는 방원 50여 미터였지만 낙하하며 넓게 퍼지는 바람에 그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터다.
물론 일반 얼음이라면 물에서 이렇게 아래로 낙하 하지는 못한다.
지금 이 천여개가 넘는 거대한 얼음들은 보통 얼음 질량의 수십배는 되는 말 그대로 술법이 작용한 얼음인 것이다.
플레이어들과 피라냐들은 한참 전투를 벌이고 있어 허공에서 낙하하는 얼음 덩어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또 설마 하늘에서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질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곧바로 얼음의 무게로 인해 떨어지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 최고 방원 100미터는 난장판이 되어갔다.
쿠쿠쿵.. 꽈꽈꽝.. 쿵쿵쿵..꽝꽝광..!
“크아아악.. 카악..!”
“아악, 살려줘..”
20여명의 플레이어들이 사방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300여 마리가 넘는 피라냐들이 허겁지겁 도망치려고 했지만, 일순간에 방원 100미터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떨어져 내리는 얼음 덩어리를 필사적으로 피하며 부수려고 했지만,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깔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외곽에 있던 피라냐들만이 몇 십 마리 그 참변을 모면해 바깥으로 빠져나왔지만, 곧바로 사신수들이 재빨리 흩어져 그런 놈들을 일일이 쫒아가 무참히 처치해 버렸다.
“이, 이건 말도 안돼! 네가 한 짓.. 아니 네가 이런 거야?”
아레스가 눈도 껌벅이지 않은 채 눈앞의 엄청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됐네.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나도 설마 이정도 위력일 줄은 정말 몰랐다.
도력과 도술이 31레벨에 물의 술법으로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광범위한 공격 술법 중에서는 상위의 술법이라 해도 정말 이렇게까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
천여개가 넘는 얼음들은 한번에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반경 안에 있는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아직까지 갈팔질팡하다가 떨어지는 뾰족한 얼음 덩어리에 찢기고 짓이겨서 하염없이 죽어 나갔다.
그러기를 얼마 후 또다시 레벨이 승급된 듯 온몸이 찌릿해지며 더욱 힘이 솟아났다.
물론 이때 다른 술법이 또다시 머릿속에서 반짝하며 떠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레스도 잠시 후 또 승급했는지 온몸을 한번 가늘게 떨며 얼굴빛이 조금 붉어졌다.
지금까지 두 차례 승급을 했으니 아레스는 29레벨일 테고 나는 30레벨일 것이다.
얼마 지나자 이제 얼음덩어리들이 모두 내려앉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눈앞의 광경에 아레스가 할 말을 잃은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여전히 입만 벌리고 있었고 나조차도 조금 놀라야 했다.
피라냐들은 거의가 전멸하다시피 해 수십 마리 남은 놈들이 도망치려 했지만 곳곳에서 놈들을 노리고 있던 사신수들에 의해 그나마도 달아나지 못하고 처참하게 죽어가야 했다.
플레이어들은 얼음아래 깔리고 부상을 당해도 바로 죽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살아있기는 했지만, 거대한 얼음 아래에 깔려 있는 자들은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연신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그때 얼음에 깔리지 않은 부상당한 8명의 플레이어들이 이 처참한 살육 현장에서 빠져나가려 하자, 내가 급히 사신수에게 명령을 내려 모조리 죽이도록 하고 나또한 놈들에게 몸을 날리며 아레스에게 소리쳤다.
“교관님은 얼음에 깔려 아직 죽지 못한 놈들을 제대로 죽여줘!”
혹시라도 위험에 처할까봐 자신에게는 손쉬운 일을 맡기고 있는 준수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레스였다.
사신수들은 이제 내 레벨이 더 올라 달아나는 어떤 플레이어와 싸워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몰아붙이며 죽이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제 내가 합류하자 그 8명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에는 제일 강해 보이는 한 놈만이 남아 사신수중 주작과 백호를 상대로 그래도 제법 잘 버티고 있었다.
“그만 물러서라!”
내가 말하자 두 신수가 저 멀리 물러나 놈을 보니 체력과 기가 이미 많이 소모됐는지 얼굴이 조금 창백해져있었다.
사신수와 싸울 때 놈의 레벨을 대충 짐작해보니 29-30레벨은 될듯했다.
하지만 내가 이미 30레벨에 능력치인 도력과 도술이 33레벨이니 내가 보기에 놈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꼴이었다.
헌데 잠깐 사이 또다시 온몸이 찌릿해지는 것이 또다시 레벨이 승급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득 아레스쪽을 보니 그녀가 얼음 덩어리에 깔린 한 놈의 머리통을 염력으로 바위를 들어 올려 내리쳐 박살내자 반짝하고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교관님 참 무식하게도 죽이네.’
그녀의 살인 방식을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금 다시 레벨이 승급해 이제 플레티넘인 31레벨에 도달했고 능력치도 34레벨이 됐을 터다.
곧바로 사신수와 내게 포위된 놈이 그래도 사신수보다는 내가 더 만만해 보였는지 나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잘못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놈은 곧바로 깨닫게 됐다.
술법은 사용하지 않고 역시 오러검만을 사용했는데도 골드 티어의 최상위 레벨인 놈은 단 5분을 버티지 못하고 머리가 검기에 박살나며 고향별로 귀환했다.
아레스도 잠시 후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자비를 베푼 후 내게 다가왔다.
그 자비가 바위로 머리통을 찍어 박살내는 자비이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고통을 멈추게 해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모든 일이 끝나자 상태창을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녀와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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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플레티넘
레벨 : 31
경험 : 640/3100
능력 (도력) : Lv 34
특수능력(도술) : Lv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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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제 플레티넘인 31레벨에 승급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곳에서 최대한 경험치를 획득해 또 최대한 레벨을 올려놔야 다음 플레티넘 맵에 떨어졌을 때 그만큼 유리했다.
내가 상태창을 확인하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아레스의 흥분된 음성이 들려왔다.
“믿기지가 않아 나.. 나 지금 30레벨이야. 이제 한 레벨만 승급하면 플레티넘이란 말야. 골트티어 중상위가 내 한계로 생각하고 평생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 30레벨이 됐어. 정말 고마워 준수야.”
그녀가 폴짝 뛰어오르며 내 목을 끌어안아오자 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주었다.
이제 아레스는 스스럼없이 제자인 내게 이렇게 안겨오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좋아해서나 사랑해서가 아닌 기분이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이런 것이었지만, 그래도 아레스가 이렇게 먼저 안겨오자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긴 그녀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갔다.
25살에 게임을 시작해 4년 안에 브론즈와 실버 티어를 통과하고 승승장구 할 것 같다가, 골드 티어에서 2년 동안 거의 중위 레벨에서만 왔다갔다 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3레벨이 오르고 앞으로 플레티넘까지 승급될 수도 있으니 이렇게 좋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