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7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137/207)



〈 137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내가 기감을 발휘할  없는 대신에 현무에게 음파를 감지하게 했고, 그래도 플레이어와 괴수를 찾을  없자 나는 얼마 후 생각을 바꾸어 구렁이 세 마리를 지금 향하는 안전지대 앞쪽과 좌우 양쪽으로 나뉘어 보내 정찰하게 했다.


물속에서의 구렁이라면 설사 플레이어나 괴수에게 발각당해도 빠르게 도망쳐 올수 있고,  혹시라도 죽임을 당한다 해도 지금의 내 도력으로는 체력이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을 터라 비교적 안심할  있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좌측을 정찰하던 구렁이에게서 공명이 왔다.
재빨리 현무를 조종해 그쪽으로 가보니 두 놈이 조심스럽게 좌우를 살피며 안전지대로 향하고 있었다.
기감을 느낄 수 없어 두 놈이 어느 정도 레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게 그건 무의미했다.
설사 30레벨의 플레이어 두 명이 한꺼번에 덤빈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능력치가 전체 레벨에 비해  단계가 넘었을 뿐인데도, 나는 나보다 전체 레벨이 1-2 단계 높은 플레이어들과도 맞짱 떠서 이긴 적도 있었다.
헌데 지금은 무려 현재 내 전체 레벨의 3단계나 능력치와 특수 능력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현무 등위에서 일어나 두 놈에게 가려하자 아레스가 조용히 내게 속삭였다.

“준수야, 이번에는 나도 싸울래. 괴수는 혼자라 그렇다 쳐도 만약  놈의 레벨이 너와 비슷하거나 너보다 높으면 그래도 내가 조금은 도움이 될거야. 그리고 만약 나와 레벨이 같거나 같으면 내가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껏 그녀의 능력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내가 예전 교육생일 때 코레일 교육원에서 수업 시간에 시범으로 잠깐 보기는 했었지만 그건 작은 돌덩이 하나만 들어올린 수준이었다.
지금 그녀가 도움이 되든 안되든 나는 그녀의 염력이라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내가 소리 없이 등껍질에서 날아오르자 그녀도 조용히 나를 따라 날아올랐다.
레벨의 높낮이는 상관없이 이제 내 능력치인 도력이 놈들에 비해 높을 것이기에, 설사 지상이고 두 놈이 나보다 전체 레벨이 높다해도 날 느낄 수는 없을 터다.

잠시 후 내가 도력을 온몸에 운용해 빠른 속도로 두 놈 앞에 떨어져 내리자 두 놈이 깜짝 놀랐다.
곧이어 아레스마저 옆에 다가오자 두 놈의 인상이 무척 음험해졌다.
아마도 경험치를 올릴 수 있다는 기대치와 함께 매력적인 아레스를 보고 음심을 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교관님 먼저 공격해봐.”


내가 옆에 떨어져 내린 아레스에게 빙긋 웃으며 말하자 그녀도 나를 믿고 있어서인지 싱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곧바로 그녀가 양손을 활짝 펼치자 바닥에 잠잠히 있던 근처의 모래가 사방에서 들썩이며 모조리 일어났다.
일어난 모래들은 그녀의 기력에 의해 마치 벌떼가 덮치듯 두 놈에게 쏘아져 가며 두 놈의 모습이 곧바로 엄청난 모래에 의해 보이지 않게 됐다.


셀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의 모래들은 물속인데도 불구하고 그 속도가 마치 쏘아지는 화살과 같은 빠르기였다.
두 놈의 깜짝 놀라는 표정과 함께 놈들의 모습이 곧바로 모래더미에 의해 사라지고 나자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때 안개와도 같이  놈을 덮치던 모래 속에서 홀연 두 줄기 빛이 나타나 그녀를 향해 쏘아져 나와 내가 급히 소리치며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교관님은 그냥 계속 공격해.”

두 놈의 공격을 피하려던 아레스는 내가 앞을 가로 막으며 외치자 나를 믿고 피하지 않은 채, 이번에는 근처에 있던 크고 작은 바위덩어리들까지 염력으로 들어 올려  놈에게 내쏘고 있었다.

쏴아아앗.. 슈아아앗.

주먹만한 바위부터 대형 자동차 크기만한 바위까지 수십 개의 바위가 연신 쏘아져가는 모래와 함께 두 놈에게 같이 날아갔다.


 사이 나는 당연히 놈들이 날린  공격을 오러검으로 쳐내기만 했다.
그러던 한순간 모래에 감싸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마디의 답답한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크흑!.. 큭!”


아마도 아레스의 바위나 모래공격에 타격을 입은 모양이다.
부상을 당했다고 해서 바로 죽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아레스가 이번에는 양쪽으로 벌렸던 두 손바닥을 가슴 앞쪽으로 둥글게 모으더니 좌우로 휘젓는 시늉을 했다.


휘리리리릿.. 후류류류륭!

순간 물속에서 연신 날아가던 모래와 바위들이 급격히 놈들 주위를 회전하며 두 놈은 마치 회오리 안에 갇힌 꼴이 되어 버렸다.
물속이니 모래 그리고 바위와 함께 놈들 근처의 물까지 회오리를 일으킨 것은 당연했다.

‘꽤 괜찮은 능력인걸, 염력이라는 직업..’


전에 다크 사이어돈과 전투를 벌일 때 수많은 염력자들이 작은 운석부터 크게는 한 도시만한 크기의 운석을 염력으로 날리는 것을 목격했었다.
물론 그것이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 그런 것이라 대기가 있는 지구에서도 그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능력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잠시 생각하는 사이 회오리치는 물결 안에서는 연신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회오리 안에 갇혀서 계속 모래와 바위 그리고 압축된 물에 두 놈이 연신 부상을 입는 모양이었다.

기감이 아닌 눈으로 목격한 두 놈의 레벨을 대충 짐작하니 그들은 25-6레벨 정도 될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아레스의 염력이라는 능력도 비록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직업으로 전해졌지만 다른 능력들에 비해 조금은 우월하다고도 생각됐다.


한동안 두 놈의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져, 그녀가 모래와 함께 회오리를 거두어들이니 놈들은 처참한 모습으로 자리에 널부러진  신음성만 흘려내며  몸을 연신 부르르 떨고만 있었다.

“두  모두 이제 체력이 바닥났군. 교관님이 시작했으니 교관님이 마저 마무리를 지어야지?”


“그럴까!”

아레스는 쓰러진 두 놈 주위에 있는 소형 자동자만한 바위 두 개를 염력으로 허공에 띄우더니 그대로  놈의 머리위에 떨어뜨려버렸다.

퍼퍽!


곧바로 머리통  개가 해골째 박살나며 놈들의 몸이 반짝하며 사라졌다.


“무식하게도 죽이네. 그냥 모래  개로 심장만 꿰뚫어도 될 것을.”


“그건  맘이야.”


아레스도 산전수전 모두 겪었기 때문에 이런 무식한 살인은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었다.
헌데 놈들을 죽인 아레스가 문득 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교관님이라고 하는 거지? 듣기 거북하잖아.”

그녀는 육체관계를 맺고 있는 내가 교관님이라고 부르자 조금 찔리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내 맘이야. 사실 너라고 하니까 아무리 애인이라도 조금 찔려서 그래.”

“네가 그렇게 부르는게 마음 편하다면 할 수 없지 뭐.”


“그건 그렇고 놈들의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 상태창이나 열어보자.”


내 말에 그녀와 나는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

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골드
레벨 : 28
경험 : 1310/2800
능력 (도력) : Lv 31
특수능력(도술) : Lv 31

==========================

예상했던 대로   모두 26레벨이었다.


이제 한계치의 반밖에 획득하지 못했으니 나로서는 너무 느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예전 지상의 하드게임에서처럼 불개미라든지 전갈같이 이곳에도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놈들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구렁이를 정찰병으로 내세우니 한편으로는 체력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 마음은 편했다.
비록 주작이 하늘을 날아 정찰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혹시 구렁이가 소멸돼도 주작에 대한 체력 소모보다는 훨씬 덜했고,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내보내 은밀히 상대를 정탐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어 좋았다.

그렇게 삼면을 살피며 나아가다 안전지대까지 97키로가 남았을 즈음 이번에는 우측의 구렁이에서 공명이 전해져왔다.
급히 구렁이가 있는 곳으로 가니 저 멀리 흐릿한 그림자 두 개가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근처의 바위에 은신하며 조금 가까이 다가간 나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고릴라 놈이군.’


놈은 예전 불개미를 상대할 때 여러 플레이어들이 어쩔 수 없이 함께 동업을 하고 나와 맨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원반 술사인 흰털의 고릴라였다.

시작의 섬에서 얼핏 놈의 기를 측정해본 결과 24-5레벨 정도였다.
그들 정도라면 지금  능력치를 생각할 때 사신수중 한 녀석만 내보내도 혼자 두 놈 모두 처치할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내가 놈의 능력에 대해 부러워했던 놈이라 내가 직접 처치해주기로 했다.


내가 아레스와 놈에게 접근하자 얼마  놈이  바라보았다.
고릴라는 내가 다가오자 두 눈빛을 빛내며 호기심과 함께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예전 브론즈일때의 나를 생각하고 어떻게 벌써 골드 티어에 와있는 거지, 하는 의아한 눈빛과  아무리  좋게 골드 티어가 됐어도 자신의 상대는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때 너와 둘이 남아 너를 느꼈을 때는 브론즈 중위급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골드 티어가 됐다니, 죽음의 섬에서 널 보고 놀라긴 했다. 하지만 너도 날 알고 있을텐데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렇게 기어 나온 것인가?

많은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고 그리고 그때 불개미 떼와 싸우며 나와 단 둘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놈도 날 기억하고 있었다.

놈은 말을 하면서도 나를 향해 빙긋 웃었다.
물론  웃음의 의미는 비웃음이었고 네가 날 이길 수 있겠냐는 표정이었다.


“물론 이길 수 있으니까 이렇게 기어 나온게 아니겠나.”

나 또한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대답해주었다.
놈과는 아무 은원관계가 없었지만 놈의 말투와 행동은 역시 자신이 강자라는 우월함에서 나오는, 나를 깔보고 무시하는 태도가 많이 묻어나와 있어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설마 내가 이렇게 빨리 성장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지금 내가 굳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아레스 혼자만으로  놈은 처치할 수 있을 터다.


만약 이곳이 물속이 아닌 지상이었다면 나와 아레스의 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 놈이 이리 여유롭게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말에 놈의 옆에 있던 같은 동족인 듯한 검은 털의 고릴라가 곧바로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카리알, 저런 놈과 입씨름 할 시간 없다, 한 놈이라도 빨리 처지하고 레벨을 올려야 되잖아.”


“전에 맵에서 한번 본 놈이라 예의상 몇 마디 주고받은 것뿐이야. 우리 상대는 될 수 없는 놈이라 처치하는 것은 금방이니 걱정하지마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