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그 희한한 광경에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아레스가 입을 벌려 찬탄을 발했다.
주작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다른 삼신수들 또한 모두 같을 터다.
주작이나 다른 사신수 모두 이제 골드 맵에서는 다른 상위 플레이어와 싸워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사신수 한 녀석을 상위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주작을 날려 보내 다른 플레이어들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아레스의 말이 걸려 다른 엄청난 생명체가 있을지 몰라 우선은 상황을 먼저 살피기로 했다.
주작이 소멸되자 나와 그녀는 바다 밑바닥에 나타난 안전지대로 향하는 화살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지나 걷는 것보다 헤엄쳐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몸을 가로로 누여 두 손을 휘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지상 맵보다 재미있는걸, 마치 해변에 휴가 와서 물놀이 하는 것 같잖아.”
내 말에 그녀가 옆에서 같이 손을 휘저으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도 간만에 수중 맵에 오니 색다르긴 해, 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안돼, 언제 어디서 괴수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몰라. 그리고 꼭 손과 발을 움직여 헤엄칠 필요는 없어, 기를 사용하면 헤엄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그녀의 말에 느긋하게 헤엄치다가 우주에서 다크 사이어돈과 싸울 때처럼 기를 끌어 올리니 정말 내 몸이 내 기가 향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나아가며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에도 온갖 생물들이 기어 다니고 있고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무언가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도 보였다.
바다 속은 바닥에 모래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솟아나온 거대 바위나 마치 절벽 같은 절경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바위 틈새는 어두컴컴한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헌데 얼마간 나아가다 이것도 재미없어 다시 걷기 시작하다가 혹시 이동할 아이템이 없을까 찾아보려다 문득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아레스, 걷기가 조금 힘들지?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힘들지 않게 해줄게.”
“어떻게..?”
“잠시만.”
곧바로 품속에서 부적을 하나 생성해 현무를 소환했다.
지상에서 백호가 내 이동수단이라면 물속에는 현무가 있었다.
곧바로 현무가 물속 찢어진 공간에서 튀어나오자 아레스가 현무의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채 만해진 거대한 현무의 등껍질 외곽에는 이제 7미터 길이까지 자라난 사람 몸통보다 더 굵은 구렁이 열 마리가, 꼬리는 둥근 등껍질 바깥쪽에 빙 둘러 매달린 채 머리를 하늘로 향해 마치 수초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호위병들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지금부터는 실제로 내 호위병 역할을 해줄 것이고.”
둥그런 등껍질 사이에 들어가 있으면 10마리의 구렁이에 감싸여 있어 누구도 우리를 기습할 수 없을 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내 능력을 생각했을 때 차라리 누군가 계속 기습을 해준다면 그것이 나은 상황이기는 했다.
귀찮게 일일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찾아다니는 것 보다는 말이다.
곧바로 현무의 등에 올라타자 구렁이들을 보며 한마디 했다.
“주위 경계 단단히 서야 한다.”
내 말에 10여 마리의 구렁이들이 사람 몸통보다 더 큰 머리를 내게로 돌리며 알았다는 듯 시뻘건 혓바닥을 연신 날름거리고 있었다.
“정말 희한하다, 어떻게 이런 신수들을 소환해 낼 수 있는 거지?”
“도사라는 능력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무한한 능력이 있거든. 내 도력이 높아질수록 전에 발현 시켰던 술법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머릿속에서 새로운 술법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하거든.”
“어떤 플레이어든지 레벨이 승급되면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거지. 하지만 너처럼 레벨이 올라갈수록 다른 공격법이나 방어법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는 것은 처음 들어봐. 내가 봐도 도사라는 직업은 확실히 다른 직종에 비해 많이 우수하다는 것은 인정 할 수밖에 없겠다.”
“그녀가 도사라는 직업에 대해 말하자 나는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점을 그녀는 혹시 알고 있으려나 해서 물어 보았다.
“혹시 도사라는 직업을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본적이나 들어본 적 있어?”
“사대 속성인 물 불 바람 대지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많이 봤지. 그리고 소환 술사도 보았고 다른 여러 종류의 직업도 보았어. 그리고 내가 염력 술사이고 다른 염력 술사도 몇 명 보았어. 헌데 그러고 보니 도사라는 직업을 지닌 플레이어는 정말 본적이 없는데?”
그녀의 말에 도사라는 직종은 혹시 나 혼자 지니고 있는 능력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레스라면 이미 250여 번 이상 게임에 참가해 모든 직업을 경험해 봤을 터인데 도사라는 직업을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것은 어쩌면 내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 우주에 도사라는 직업이 나 혼자라..?’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레스가 지금껏 보지 못했다면 내 직업은 유일무이하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다.
“하긴 우월한 직업이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많이 전해진다면 그건 이미 우월한게 아니겠지.‘
거의 확신을 한 나는 현무의 등에 타고 가면서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전지대까지 빨리 갈 필요가 없어 헤엄쳐가는 현무의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조절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주변에 보물 상자는 없나 수시로 둘러보았지만 하드 게임에는 보물 상자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고 또 골드부터는 게임이 며칠 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이동 아이템도 거의 없는게 일반적이었다.
헌데 이곳 물 깊이가 그리 낮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도 위쪽에는 태양이 내리쬐듯 밝은 빛이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물위가 캄캄해지면 날이 지는 것으로 판단하면 될 터다.
가끔 발견한 보물상자 안에는 일회용 음식인 켄만이 들어 있을 뿐 다른 아이템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하드게임 중에서도 특히 듀오게임에서는 아이템이 들어있는 보물상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기감을 발휘할 수 없다는게 아쉽긴 하군.’
어느 정도 전진해서 이제 누군가 다른 플레이어를 한 팀 정도 만날 법도 한데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근처를 배회하는 물고기들 외에는 누구도 발견 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가 물속이라 상대의 기력을 감지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상대만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헌데 얼마쯤 더 전진하는데 갑자기 현무와 구렁이들의 행동이 이상했다.
현무가 고개를 바싹 쳐들고 우측을 주시하며 연신 크르릉 거린 채 긴장한 빛을 보였고, 구렁이들 또한 머리를 꼿꼿이 세워 현무와 같이 우측을 보며 연신 기다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뭔가 나타난 모양이군.’
내가 기감을 발휘할 수 없는 반면 현무와 구렁이들은 아무래도 음파를 통해 물속에서도 상대를 감지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생각하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나타난 것 같아.”
내가 아레스를 돌아보며 말하자 그녀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긴장한 빛을 띠고 있었다.
잠시 지나자 저 멀리서 한 물체가 우리 쪽을 향해 다가오는데 얼핏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놈이 더 가까워지자 아레스의 얼굴빛이 바싹 긴장한 채 창백해지기까지 했다.
“크라켄이야! 조심해야 돼.”
크라켄이라면 거대 문어나 오징어 같은 종류를 말한다.
멀리 있을 때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았는데 놈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정말 엄청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우리와의 거리가 아직 있는데도 얼핏 덩치를 가늠해보니 다리 하나의 길이만도 최소 3-40여 미터는 될듯했고 머리통은 웬만한 우주선 한 대 크기였다.
정말 거대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넌 여기 그대로 있어.”
이제 너라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며 아레스에게 말하자 그녀가 나를 쳐다보았다.
“혼자서는 무리야, 같이 싸워.”
“애인이 말하면 말 좀 들어.”
내 말에 그녀가 뭐라고 말하려 하는 것을 뒤로 한 채 곧바로 등껍질에서 일어나 기를 사용하며 놈을 향해 날아가다시피 향해갔다.
놈과의 거리가 50여 미터쯤 가까워오자 나는 역시 물속이라 물 속성의 술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이제는 당연한 듯 우측 손에 오러검을 생성시킨 후 왼손에도 어느새 부적 하나를 생성시켰다.
헌데 놈이 내가 자신을 공격하려하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속도를 더 빨리해 물밀 듯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쏴아아악.. 파아아앗!
거대한 다리 하나가 한순간 내 몸을 후려쳐오자 나는 급히 기를 끌어올려 몸을 위쪽으로 솟구쳤다.
슈아앗.
‘엄청 빠르네!’
물속인데도 불구하고 놈이 휘젓는 다리의 속도는 지상과 다름없었다.
헌데 놈의 다리는 하나가 아니라 8개였다. 한번 공격이 실패하자 놈이 다른 다리로 연이어 후려쳐왔다.
‘젠장!’
8개의 다리가 시간차로 연이어 공격해 오자 몸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물살을 가르는 속도 때문에 중심이 잡히지 않아 몸이 뱅글뱅글 돌아가면서도 도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몸을 간신이나마 피할 수 있다는게 다행일 뿐이다.
아레스가 수중의 괴수에 대해 왜 그렇게 겁을 집어 먹은 것인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수중이라는 이유 때문에 놈은 최대한 잇점을 보고 있는 반면 나는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싸워야 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놈은 지금껏 수중에서 진화하고 살아온 덕분에 물속에서 처음 전투를 하는 내가 놈보다 불리한 상황인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포기할 내가 결코 아니다.
왼손에 부적을 쥐고 있던 나는 곧바로 이어진 놈의 거대 다리를 피해 잠시나마 놈에게서 떨어진 후 부적을 놈에게 날리며 재빨리 주문을 외웠다.
‘쇄빙진!’
순간 쏘아져 나가던 부적이 불타오르며 불탄 곳부터 200여 미터 범위로 놈을 향해 마치 수정과 같이 한순간에 물이 순차적으로 얼어버리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지지징.. 지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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