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아레스와의 듀오게임
“정말 너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데.., 그냥 나 혼자 솔로게임에 참가하면 안될까?”
“괜찮다고 했잖아, 다신 그런 소리 하지 마.”
“알았어, 난 미안해서 그렇지, 괜히 나 때문에 네 경험치가 많이 삭감될까봐..”
“그럴 일 없으니까 날 한번 믿어봐. 자기가 가르친 제자를 그렇게 믿지 못해서야 되겠어.”
“이건 믿고 안믿고 문제가 아니잖아.”
내게 정말 미안했는지 혼자 솔로게임에 참가하겠다고 계속 우겨대는 그녀를 나는 간신히 설득해 정오가 다가오자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12시가 땡 하자 그녀와 나는 흰빛의 큰 포털 구멍을 통과해 작은 구멍을 지나 시작의 섬에서 대기하고 있던 육체로 들어갔다.
헌데 육체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한 놈을 발견하고 내 눈빛이 반짝 빛났다.
놈은 내가 하위 브론즈였을 때 하드맵에서 만났던, 둥그런 흰빛의 마치 톱날과 같은 원반을 공격무기로 사용하는 흰색 고릴라였다.
놈은 그때 이미 10레벨을 지나 11레벨로 접어든 상태였고 그때가 하드맵이라 내 눈에 목격된 불개미를 죽인 수만도 엄청났었다.
이제 다른 플레이어들의 레벨을 알아볼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놈이 그 사이 얼마나 레벨업을 했는지 궁금해 도력을 놈에게 집중해보았다.
‘24-5레벨 정도 되겠군. 무척 빠르게 승급했다고 봐야 하나..?’
그때 브론즈 하드맵에서 처음 봤을 때 놈은 지급품이 떨어질 장소에서는 최강자였다.
플라즈마 전차를 이용해 불개미들을 무척 많이 처치해 11레벨로 승급한 것까지는 거의 확실해 보였고, 그 후 그 맵 안에서만도 다른 생명체를 무수히 소멸시켰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쯤 골드티어가 된 것이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잠시 바라보고 있는 사이 놈이 내 눈길을 느꼈는지 무심코 돌아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놈의 눈빛에 이체가 발하는 것을 보고 놈 또한 나를 알아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지급품이 떨어질 장소에서 불개미 떼가 습격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는 고릴라와 나뿐이었고, 불개미들이 거의 전멸했을 즈음 나는 놈을 남겨두고 보스 불개미를 추격하며 놈과 헤어졌었다.
고릴라와는 그때 봤을 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 곧바로 눈길을 하늘로 돌려버렸다.
한편으로는 놈의 흰빛 원반공격이 어느 정도 위력적으로 발전했는지 알아보고도 싶었다.
그때는 정말 놈이 무척 대단해 보여 나는 언제 저런 능력을 보유하게 되나 부러웠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물론 지금은 놈의 능력이 아무리 상승했다고 해도 내게 있어서는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지금 나는 28레벨이었지만 능력치가 31 레벨이 되어있어 골드티어 내에서는 한마디로 괴물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 도사라는 직업의 우월성만으로도 28레벨이면 거의 최상위라 할 수 있는데 능력치 레벨까지 무려 세 단계나 오버를 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얼마 지나지 않아 200명의 플레이어들이 모두 도착하자 나와 아레스는 빨려들 듯 작은 포탈 안으로 사라졌다.
“이건 뭐지!?”
구멍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린 나는 주위 광경을 보고 조금은 놀라고 말았다.
“여긴 수중 맵이야, 이런 맵에 처음 떨어져본 거야?”
“초원, 숲, 사막, 심지어는 하늘에 떠다니는 섬에도 떨어져 봤지만 이런 물속은 처음이야. 이런 맵도 있었다니 신선하긴 하네.”
내가 조금은 놀라 말하자 아레스가 웬일인지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수중 맵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수중 맵이라고 해서 지상과 별 차이는 없어. 숨도 보다시피 쉴 수 있고 옷도 젖지 않아, 다만 물속에서 행동하는 것과 똑같은 것뿐이고 물고기들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뿐이야.”
그러고 보니 근처에는 갖가지 색깔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고 바닥에는 수초와 허공에 물에서는 해파리들 또한 떠다니고 있었다.
헌데, 맵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설마..?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맵에 플레이어들 외에 다른 생명체가 있었다면..,”
“네 생각이 맞아. 수중 맵은 하드맵 밖에 존재하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이군. 이곳에서 경험치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겠는걸.”
내 말에 그녀가 조금은 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네 말대로 그랬으면 좋겠다. 헌데 그게 쉽지 않을 거야.”
“왜..?”
“바다 속은 지상보다 더 강한 존재들이 득실거려. 나도 지금껏 몇 번 수중 맵에 떨어졌었는데 플레이어들과 몇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바다 괴수들에게 금방 죽어서 그때마다 경험치가 많이 삭감됐었거든. 심지어는 레벨까지 하락된 적도 있었어.”
“그래..? 바닷속 괴수들이 그렇게 강한가? 기껏해야 상어나 성질 고약한 고래가 고작 아냐?”
“그건 네가 모르는 소리야. 지상에 온갖 종류의 괴물들이 있는 것처럼 바닷 속에도 상상 못할 괴수들이 많이 존재해. 나도 몇 번을 떨어질 때마다 모두 다른 종류의 괴수들에게 당했었는걸.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괴수들에게.”
“바닷속 괴수가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어.”
“더 위에 티어의 맵은 모르겠지만 수중 골드 맵의 괴수들은 코레일 교육원의 다른 교육관 말을 들어보더라도 지상 골드 맵의 생명체들보다 모두들 강하다고 했어. 아무튼 이번에 우리는 재수가 조금 없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코레일 교육관들이 한결같이 이런 말을 했다면 지상의 하드맵보다 수중의 하드맵이 더 살벌하기는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근처의 가지각색 물고기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색깔을 뽐내며 헤엄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 말은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수중 맵이지만 물속의 괴수들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랴 싶기도 했다.
지금 내 능력치와 특수 능력은 31레벨이고 이곳은 골드 맵이다.
지금 내가 설사 당장 플레티넘 맵에 떨어진다 해도 지금까지 경험을 되새겨보면 최소 33-4 레벨의 플레이어와도 거의 맞먹을 수 있을 정도라 생각하고 있는 나다.
아니 35레벨까지도 커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내가 아무리 수중 맵이지만 골드 맵의 괴수를 두려워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만약 내가 이곳에서 일찍 죽는다면 다른 골드 플레이어들은 어쩌란 말인가.
내가 이곳에서 괴수들을 당할 수 없어 죽는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단 한순간도 버틸 수 없을 터다.
지금 아레스가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당연히 그녀는 내 전체 레벨만 생각하는 것이고 내 도력과 도술인 능력치와 특수 능력의 레벨은 몰라서 그러는 것이었다.
자신이 진지하게 말을 했는데도 내가 조금도 두려운 표정 없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그녀가 나 모르게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딴에는 내 그런 표정이 아직 이곳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수중맵이 처음이라 나는 신선함과 함께 물속에는 과연 어떤 괴수들이 존재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에게 대충 수중 맵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자 나와 그녀는 우선 맵부터 열어 안전지대와 자기장의 거리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곧바로 확인해 보니 안전지대와의 거리는 158키였고 자기장은 4키로 뒤쪽에 위치해 있었다.
먼젓번 지상 맵에서 안전지대까지의 거리가 300키로가 넘었던 점을 감한하면 물속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그 반의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물속에서는 지상보다 움직임이 아무래도 느리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숨을 쉴 수도 있고 옷도 젖지 않았지만 몇 걸음 걸어보니 물속에서 걷는 것과 똑같이 흐느적거리며 속도가 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 것 때문에 수중 맵이 플레이어들에게는 더 어렵고 힘겨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해보라.
플레이어들은 물속의 움직임대로 느려터진데 물속의 괴수들은 이미 물속에서 진화되어 물속을 빠르게 헤엄쳐 다닐 수 있다면 플레이어들에게 불리한 상황인 것은 당연했다.
헌데 이때 나는 한 가지 무척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사신수 중 불사조인 주작이 과연 물속에서도 불새가 돌 수 있는지 아니면 청룡이 번개는 내 쏠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만약 주작이 불사조로 변하지 못하고 일반 거대 새로만 변한다면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부리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청룡도 물속이라 번개를 쏠 수 없다면 역시 발톱과 거대한 크기의 몸체로 상대를 휘감는 단순한 공격법 밖에는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무가 비록 대지의 속성을 지니 신수라 해도 거북이와 구렁이라면 역시 물속에서는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물속인데도 숨까지 내쉴 수 있으니 현무와 10마리의 구렁이는 이런 수중 맵에서는 상대에게 무척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능력치 레벨도 두 단계나 승급했으니 더 커지고 강해져 있겠지.’
현무를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든든했지만 주작과 청룡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여겨졌다.
보통 플레이어들의 직업은 대부분이 자연적 속성인 물과 바람 대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의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이 무척 많다.
그런데 불의 속성이나 바람의 속성을 물속이라고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불의 능력자나 바람의 능력자가 물속이라고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수중 맵에 떨어지자마자 바로 죽으라는 뜻과 같았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역시 아무리 물속이라도 각자의 능력은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거의 확신하게 됐다.
생각난 김에 나는 확인도 할 겸 주작을 소환해 보기로 했다.
만약 나중에 주작의 힘이 필요한데 갑작스레 불새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낭패를 볼 수 있어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소환 할 때 혹시 모르는 일이라 발끝에만 약간 불꽃을 생성해 내는 것은 당연했다.
주작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청룡 또한 마찬가지일 터.
‘주작!’
꾸워워워웍!
곧바로 부적을 생성해 허공에 날리자 부적이 물속인데도 불타오르며 물이 마치 공간이 찢어지듯 갈라지며 주작이 그곳에서 튀어나와 크게 괴성을 질러댔다.
불꽃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주작의 몸체는 화려한 깃털과 함께 어느새 집채만하게 자라나 있었다.
주작이 그 정도라면 사신수의 덩치도 주작과 다를 바 없었다.
곧바로 주작과 공명해 발끝에만 불꽃을 발현하게 했다.
화라락.
‘된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주작의 한쪽 발은 물과는 상관없이 새빨간 불꽃에 감싸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다시 공명해 온 몸을 불새로 화하게 하자 역시 주작은 곧바로 온 몸이 거대한 불새가 되어 물속을 마치 하늘 날아다니듯 내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