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아레스 교관
그때 놈의 눈동자는 이미 기능을 잃은 듯 검은 눈동자가 거의 파괴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이제 오러검을 빼고 눈동자에서 물러났다.
헌데 오러검을 문득 본 나는 나도 모르게 환희에 차야 했다.
검 끝의 오러가 기존 30여 센티에서 어느덧 1미터는 더 뻗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푸른빛의 오러 또한 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짙어져 있었다.
‘확실히 도력이 올랐다!’
오러를 확인하고 놈의 눈동자에서 물러난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저 멀리 또 다른 검은 호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놈의 또 다른 눈동자.
나는 지체하지 않고 놈의 콧등을 가로질러 달려가며 다시 반대쪽 눈으로 향했다.
놈이 머리가 심하게 발버둥을 쳤지만 워낙 거대한 놈이다 보니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곧바로 반대쪽 눈으로 다가간 나는 이제 더욱 길어지고 푸른빛이 더욱 짙어진 오러검을 들고 놈의 검은 눈동자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다시 찔러 박고 더욱 커진 검강을 마구 쏘아냈다.
쿠아아아.. 카오오오오오..!
한쪽 눈은 이미 실명됐고 다른 쪽 눈마저도 계속되는 검강에 실명되자 놈이 이제는 본능적으로 암흑 물질로 후퇴하려 했다.
놈이 암흑 물질 안으로 들어간다면 다시 상처가 회복되는 것은 불문가지.
헌데 놈이 암흑 물질 쪽으로 다가서자 나는 왠지 모르게 암흑 물질이 친숙한 느낌이 들어 이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헌데 바로 그때 거대한 흰 빛이 아래에 번득이듯 하더니 내 몸이 검자루를 움켜진 채 둥실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어떻데 된 상황인지 몰라 나는 재빨리 오러검을 눈동자에서 빼내고 놈에게서 멀어지려 몸을 재빨리 뒤쪽으로 날려 보냈다.
몸이 놈에게서 멀어지자 나는 그제서야 지금 상황을 알게 됐다.
마스터들의 거대 검이 내가 두 눈을 실명시킨 순간 놈에게 가까이 접근해 놈의 목을 내리쳐 목을 몸체에서 분리시켜 놓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몸체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암흑물질 마저도 서서히 줄어들더니 끝내는 작은 점과 같이 작아지며 우주공간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와아, 놈을 처치했다..!
“와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살아남은 용병들이 각자의 무기들을 높이 쳐들며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이어돈이 소멸되자 수백 명의 마스터들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곧바로 엘버트의 흥분된 음성이 우주복을 통해 들려왔다.
“자네 지구인인가? 아니 내 음성이 들리니 당연히 지구인이겠지. 자네 때문에 우리 희생이 이 정도로 그쳤네. 정말 잘해 주었네!”
내가 놈의 두 눈을 실명시켰기 때문에 마스터들의 검이 놈의 목을 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만약 눈이 실명되지 않았다면 놈 근처로 다가가고 또 놈이 자신의 목을 그렇게 내리 치도록 가만히 있을리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터다.
수백의 마스터들과 용병들이 나를 에워싸자 조금은 기분이 묘해졌다.
‘이런 것이 스타병이라는 건가? 별로 나쁘지는 않군.’
엘버트가 계속 통신을 통해 나를 칭찬하며 다른 마스터들도 말은 하지 못했지만 나를 보며 연신 웃는 모습을 보이며 어떤 마스터는 엄지를 치켜세워주니 지금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얼마간 그렇게 우주 공간에 머물러있자 잠시 후 사라졌던 우주선 수백 대가 다시 날아와 각 행성의 용병들이 각자의 우주선에 탑승했다.
지구의 용병들 또한 지구 소속의 우주선에 탑승하자 마스터 세 명이 내게 다가오고 살아남은 600여명의 용병들이 그제서야 환호성을 질러댔다.
“자네 어디 소속인가? 그리고 이름은 무엇인가?
곧바로 엘버트가 다가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지금은 대륙에 구분 없이 모든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황인종이라고 해도 어느 대륙 소속인지를 알지 못했다.
“아시아 대륙 소속입니다. 그리고 이름은 최 준수라고 합니다.”
“아시아 대륙이라..? 아시아라면 5 대륙중 상위 티어의 분포도가 가장 낮은 지역인데 자네같은 인재가 아시아 대륙에 있었다니, 아시아 대륙의 챌린저님께서 상당히 기뻐하시겠군. 보아하니 골드티어 같은데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네. 그리고 난 아메리카 대륙 소속이라네.”
내 싹수를 알아본 것일까, 엘버트는 묻지도 않은 자신의 소속까지 말해주며 내게 악수를 청한 채 친근함을 보이고 있었다.
헌데 악수를 하며 그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헌데 놈의 눈을 공격하려는 시도는 많이 해보았고 또 아주 가끔이지만 성공한 적도 몇번 있었네. 하지만 놈의 눈도 막강한 공격력은 먹히지 않았다네. 그런데 보아하니 자네는 오러의 검으로 놈의 눈을 찔렀는데 그게 먹혀들었네. 그것도 골드 티어인 자네가 말일세. 자네에게 어떤 특별한 비장의 한수가 있었던 것인가?”
“그건 모르겠습니다.”
내가 정말 나도 모르겠다는 투로 말하자 그가 허허 웃으며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정신 좀 보게, 자신만의 비장의 한 수를 가르쳐 달라는 내가 잘못이지. 아무튼 자네가 이번에 큰 공을 세운 것만은 확실하니 내가 아시아 지역 챌린저님에게 보고는 해 놓겠네. 헌데 자네 아시아 지역에서 살면서 불만인 점은 없나? 만약 우리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만 해온다면 내가 우리 챌린저님께 말씀드려 자네를 특별대우해 줄 수도 있네만.”
“다크 사이어돈을 처치했다는 공이라면 그건 정말 우연히 그런 것입니다.”
“다이아나 심지어 우리 마스터들까지도 놈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네. 하지만 자넨 골드 티어이면서도 그 일을 해냈지. 내가 보는 눈이 그렇게 없지는 않네.”
엡버트의 말에 다른 두 마스터가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엘버트님, 그런 제의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정식으로 최 준수군에게 제의를 하겠습니다.”
우측에 있던 백인 마스터가 곧바로 나를 돌아보며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최 준수군, 만약 우리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이주해 온다면 다른 어떤 곳보다 더욱 나은 특별대우를 해 주겠다고 내가 약속하겠네.”
“그건 우리 유럽대륙으로 이주해 와도 마찬가지일세.”
좌측에 있는 마스터도 질 수 없다는 듯 이리 말하자 엘버트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두 분 앞에서 추태를 보인 것 같습니다.”
엘버트가 두 마스터에게 한마디 하고 이내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아시아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결심하는 것은 본인 의사이니 만약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 오고 싶다면 우선 내게 연락을 주게.”
엘버트가 그래도 미련이 남는지 내게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두 마스터도 내게 전번을 입력하게 했다.
어차피 나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전번을 받아놓지 않으면 계속 귀찮게 굴 것 같아 할 수 없이 전번은 그대로 받아 두었다.
그때 엘버트가 다시 나를 보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원래 용병으로 차출되면 상당히 많은 생명 수당이 지급되네. 물론 살아 돌아가는 경우에 한해서지. 하지만 자네는 마스터들이 인정한 이번 전투의 공훈자네. 우리 마스터들이 합의한 것은 아시아 대륙 챌린저님에게 전해질 것이고 자네는 생명수당 외에 이번 전투의 공훈자로서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될 걸세.”
“그렇다면 저로서는 좋은 일이군요.”
나는 굳이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헌데 이들 세 마스터가 나를 자신들 대륙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이들에게도 자질이 있어 보이는듯해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시 웜홀을 통과해 지구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지구로 돌아가는 잠깐사이 방금 전 엘버트가 말한 마스터들마저도 사이어돈에게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접근했다손 치더라도 나처럼 놈에게 혼자 힘으로 치명상을 입히는 일은 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놈의 기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크 사이어돈 기의 원천은 누가 뭐래도 암흑 물질에 있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기정사실이다.
헌데 그런 암흑 물질의 기를 흡수한 놈의 기를 내가 다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놈이 두 눈이 먼 후에 암흑 물질로 숨어들려고 다가섰을 때 그 암흑 물질이 낮설지가 않고 마치 원래의 내 도력인양 아주 친숙한 느낌이 들었었다.
지금 도력이 올라 있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어 나는 급히 혹시나 해서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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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골드
레벨 : 28
경험 : 290/2800
능력 (도력) : Lv 31
특수능력(도술) : Lv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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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하고 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능력치와 특수 능력이 29레벨이었는데 놈의 암흑 물질을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최고치까지 빨아들이고 나자 두 레벨이 더 올라 있었다.
게임에서 1등을 먹어야 도력과 도술이 한 레벨 상승하는데 암흑 물질로 인해 한꺼번에 무려 두 레벨이 올랐다는 것은 게임과는 별개로 암흑 물질로도 내 능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정체가 뭐지..?’
문득 내가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해졌다.
암흑 물질은 분명 다크 사이어돈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와 같은 일종의 에너지원으로 다른 생명체가 암흑 물질로 인해 능력이 상숭했다는 말은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내가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참을 생각해 보아도 내 정체에 대해서 나도 모르겠다는 결론만이 지어졌다.
‘이 일은 당분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자.’
누구도 거쳐본 적이 없는 이런 일을 남들이 알아서 좋을 것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도사라는 능력이 모든 능력을 다룰 수 있는 직업이니 암흑물질까지도 다룰 수 있어서 그런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서는 이 도사란 직업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결론이 제일 타당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그것에 대해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또 한 가지는 왜 다크 사이어돈이 나를 보고 두려움을 느꼈느냐는 것이었다.
비록 내 직감이었지만 놈의 눈빛은 분명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암흑 물질을 내 기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놈이 알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놈이 날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암흑 물질을 흡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놈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하거나 이해할 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