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용병 차출
엘버트의 손에서는 거대한 흰빛이 둥근 에너지파가 생성되었는데 그 지름이 최소 500여 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
문득 생각하기에 저 정도 능력이라면 작은 소행성 하나쯤은 충분히 박살낼 수도 있는 파워라 생각했다.
헌데 흰빛이 날아가 사이어돈의 몸체에 맞았지만 놈은 한번 움찔했을 뿐 그 두꺼운 가죽에는 아무 영향력이 없었다.
수백 명의 마스터들이 선두에서 엄청난 공격력으로 놈을 몰아붙였지만 놈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헌데 공격을 받던 놈이 돌연 몸체를 한 바퀴 급회전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때를 기해.
휘리리릿!
“모두 피해랏!”
엘버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의 외침 소리와 함께 수키로 길이의 거대한 꼬리가 한 순간 눈앞으로 다가왔다.
거대하다고 해서 결코 느리다거나 파괴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무중력상태인 우주 공간이었기에 한번 휘둘러진 놈의 꼬리는 마치 화살과 같은 빠르기로 모여 있는 용병들에게 들이 닥쳤다.
“카아아앗.. 크아아아악.. 커흐흐흑..!
당연히 비명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입 모양을 보니 비명성을 지르며 거대 꼬리가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수천 명의 용병들 시체가 짓이겨지고 찢겨진 채 우주 저 멀리 사라져 갔다.
단 한번의 공격에 거대 사이어돈에게 있어서는 마치 개미와도 같은 존재인 용병들이 이처럼 몇 천명이 소멸해 버린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꼬리의 아랫부분에 있어서 살아남을 수는 있었다.
헌데 꼬리를 휘젓고 몸체를 바로 세운 놈이 갑자기 또 다른 공격을 가할 듯 입을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입이 벌어지자 나는 놈이 아레스가 말한 블랙홀 같은 공격을 가한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 놈의 거대한 입속 깊숙한 곳에서 시뻘건 무엇인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재빨리 모든 기를 모아 몸을 최대한 옆으로 이동시켰다.
화라라라락..!
놈의 입속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거대한 화염이었다.
놈은 마치 용과 같은 브래스를 토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수 키로에 달하는 화염덩어리를 연신 토해내며 용병들을 살상하고 있었다.
카아아악.. 크어어억.. 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듯 화염에 노출된 수천 명의 용병들이 한순간에 숫덩이가 되며 다시 우주 저편을 스러져갔다.
처음 이곳에 오기전에 수십만 명의 용병 중 70%가 전멸했다고 해서 나는 솔직히 반신반의 했었다.
다크 사이어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였다는 말을 믿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 번의 공격에 거의 만여 명의 용병들이 소멸한 것을 보니 이제는 그 말을 믿는다는 것을 떠나 마치 진리처럼 느껴졌다.
언뜻 보니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용병들은 다이아 티어 이상이었고 골드는 말할 것도 없이 플레티넘까지도 허다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볼 때 한편으로는 용병으로 차출되지 않는 브론즈나 실버가 부럽다는 생각까지 문득 들었다.
‘이래서 골드와 플레티넘의 숫자가 그렇게 넘쳐나지 않는 것이로군.’
C급 사이어돈이니 천여 명만 차출된 것이지 B 급만 되도 최소 2-3천명은 차출됐을 것이다.
아니, 첫 번째 차출된 용병들이 거의 소멸했으니 이번에도 이천 명의 용병들이 차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스터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수십만 용병들은 진작에 벌써 버티지 못하고 모두 소멸했을 정도였다.
헌데 놈의 꼬리 공격과 입에서 쏘아내는 화염 공격에 연신 수천 명씩 죽어나가자 수백 명의 마스터들이 마치 어떤 진을 형성하듯 사이어돈 앞에 한데 뭉쳐 섰다.
‘저렇게 몰려 있으면 놈의 밥이 되기 쉽상인데..?’
내가 의아해하며 그들을 잠시 쳐다보는 사이 통신으로 다시한번 엘버트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시한번 모든 용병들은 자신 최대의 공격력으로 놈을 공격하랏!”
음성이 들려오자 나도 부적 하나를 생성해 놈에게 날려 보내며 주문을 외쳤다.
그리고 그때를 기해 수십만의 용병들이 다시 한꺼번에 놈의 몸체를 향해 각자의 필살기를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헌데 그때 모여 있던 수백 명의 마스터들 손이 허공으로 치켜 올라가며 수백 미터 아니 1키로는 족히 넘는 거대한 빛이 우주공간에 생성됐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온몸에 전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거대한 검이었다.
수백 명의 마스터들이 기를 하나로 모아 만든 흰빛은 정말 거대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수백 명의 마스터들 중에서 최고 레벨의 마스터인 듯한 외계 용병이 모두를 지휘하고 있는 듯 그의 행동에 따라 모든 마스터들이 곧바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사이어돈은 계속되는 수십만의 용병들 공격에 이제는 조금이나마 타격을 입는 듯 그 두꺼운 껍질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는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 정도로 놈을 처치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용병들이 공격하는 사이 한순간 진을 유지한 채 마스터들 전체가 놈에게로 쏘아져가더니 거대한 검이 쏜살같이 놈에게로 날아가 놈의 옆구리를 길게 그어 내렸다.
슈아아아앗!
카아아아앙..!
거대 검이 옆구리를 훑고 지나가자 한순간 놈은 마치 비명을 지르듯 입을 크게 벌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헌데 옆구리가 길게 그어지며 치명상을 입은 놈의 입이 크게 벌어지자 마치 시커먼 입속이 회오리치듯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를 기해 다시 엘버트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모두 놈의 입이 향한 방향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라, 빨려 들어가면 소멸이닷!”
드디어 놈의 최고 공격력인 블랙홀 공격이 가해진 것이다.
벌어진 놈의 입은 마치 아시아지역 한 대륙의 크기와 맞먹을 것 같았다.
헌데 놈의 입이 향한 곳이 재수 없게 하필이면 내가 있는 곳이었다.
휘류류류류..!
무중력의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 공간이었지만 마치 소리가 들려오는 듯 놈의 입속에서 아지랑이같은 것이 회오리치며 돌아가는 모습에 나는 이번에는 몸을 최대한 위로 솟구치며 놈의 블랙홀 영역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중력이 없는 곳이라고 해도 한순간 블랙홀의 영역에서 빠져나가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 내 위치가 놈의 입 거의 위쪽에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는 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기를 온몸에 불어넣은 채 몸을 솟구치고 있었지만 이 정도 속도로는 놈의 흡입력 영양권내에서 벗어나기는 어림없어 보였다.
나는 순간 이곳에서도 통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급히 부적을 하나 생성해 내 발에 붙였다.
‘축지술!’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도 축지술이 먹히는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헌데 주문을 외치자마자 지구에서처럼 내가 향하고자 하는 공간이 일렁이며 마치 공간이 접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된다!’
우주공간에서도 축지술은 먹혀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도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수하며 최대한 솟구치던 몸을 접혀지는 공간을 따라 이동했다.
쉬쉬쉬쉭.. 쉬리리리릭..!
순간 내 몸이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위쪽으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엄청난 용병들의 숫자를 보며 나는 도력을 더욱 높여 위쪽으로 이동해갔다.
하지만 위쪽으로 이동해가는 중에도 내 몸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놈의 입속으로 다가가기 시작해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의 중심을 잡은 채 더욱 속도를 올렸다.
허나 놈의 흡입력은 엄청나 내 몸은 결국 입의 쪽으로 날아가는 꼴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끝인가.’
이대로라면 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 놈의 윗이빨에 부딪쳐 죽을 판이다.
헌데 내 몸이 엄청난 속도로 거의 놈의 윗이빨 가까이 다가갔을 때 놈이 괴성과 같은 비명성을 지르며 흡입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문득 보니 마스터들의 거대 검이 다시한번 몸의 배에 강타하며 놈의 블랙홀 기능이 저하된 것이었다.
한순간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다시 온 힘을 다해 놈에게서 벗어나고자 모든 도력을 다리에 불어 넣어 마치 허공을 밟듯 위쪽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리고 드디어는 놈의 윗이빨을 지나 콧등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에 내 몸이 널부러졌다.
놈의 콧등에 내려선 나는 이내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한데 돌아서려던 내 눈앞에 거대한 호수같은 무엇인가가 보여 나도 모르게 그곳을 쳐다보았다.
거대한 호수같은 것은 온통 시커먼 색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은 다크 사이어돈의 눈망울이었다.
콧등이라 해도 놈 눈과의 거리는 족히 몇백 미터는 될듯했다.
헌데 눈동자로 짐작되는 검은 호수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나도 놈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헌데 어느 순간 마치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지듯 놈의 눈동자가 일렁이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얼마 전 느꼈던 놈이 겁나지 않는다는 감정을 다시한번 느끼고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다.
헌데 이상한 일이 다시 벌어졌다.
놈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나는 왠지 모르게 놈이 나를 두려워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렁이듯 흔들리는 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직감이나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놈과 마주한 시간은 잠시다.
순간 나는 놈이 만약 날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면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 해답은 찾을 수가 없었고 나는 흔들리는 놈의 눈빛을 보며 이내 오러검을 최대한 길게 내뿜어 놈의 눈동자로 나는 듯 달려 나갔다.
순간 놈의 흔들리던 눈빛이 더욱 일렁이며 정말 겁을 먹은 듯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갑자기 괴성을 질러댔다.
지금 내 몸의 도력은 축지술로 인해 많이 소모된 상태라 오러검의 푸른 빛 또한 조금은 회미해진 상태다.
내가 이런 상태에서도 오러검을 들고 놈의 눈동자로 향하는 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놈이 두렵지 않고 내가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
물론 이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나 역시 몰랐다.
한순간 검은 눈동자로 달려간 나는 거침없이 그 눈동자로 뛰어 오르며 오러검을 놈의 눈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그리고 모든 도력을 검 끝에 집중해 검강을 연신 발사했다.
크아아아앙..!
놈이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발악을 했지만 나는 박아 넣은 검을 꽉 움켜쥔 채 연신 검강만 내 쏘고 있었다.
헌데 이때 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이미 축지술로 인해 상당한 도력이 소모된 상태고 또 검강을 이처럼 남발해 도력이 바닥을 쳐야 할 텐데, 느낌이지만 놈의 눈에 찔러 넣은 오러검을 통해 도력이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것이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내게는 좋은 현상이라 나는 검강을 계속 놈의 눈동자 안에 내쏘며 빨려드는 기를 흡수해갔다.
그러던 한 순간 도력이 더 이상 충만할 수 없게 온몸에 가득 차며 내 몸이 전보다 더욱 활기차진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정말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