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용병 차출
지금 암흑 물질이 있는 우주공간에는 다른 정찰 우주선이 감시를 하고 있어 그곳에서 연락이 오기전까지는 우주선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용병들을 잠시 흝어보니 남자반 여자반에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이 골고루 섞여 있어 지구 전체에서 랜덤으로 뽑혀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천만 명중 천명 안에 뽑혀오다니 정말 재수 더럽게 없군.’
25살 이전의 교육생 그리고 브론즈 실버가 모두 합쳐 수십억 명에 달한다면 골드는 지구에 적어도 5천만명 이상은 될 터다.
헌데 그중 천명 안에 내가 들었다는 것은 교육원을 수석 졸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가능성이었다.
헌데 이렇게 당당히 그 천명 안에 뽑혀진 것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지역을 제외하고 우주선 안을 돌아다닐 수 있어 여기저기 구경삼아 돌아다니고 있는 데 갑자기 비상벨과 함께 멘트가 흘러나왔다.
[차출된 모든 용병들은 처음 위치했던 대기실로 모두 모여주기 바랍니다. 다크 사이어돈이 출현할 기미가 보인다고 합니다. 모두 신속히 움직여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사이어돈과 조우하게 될 시기가 왔다.
막상 말로만 듣던 사이어돈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한다고 생각하자 나는 소멸과는 다른 어떤 긴장감과 함께 한편으로는 기대감마저 들기도 했다.
확실히 나는 내가 생각해도 이상했다.
다른 용병들은, 심지어 플레티넘은 물론 다이아 티어들까지도 긴장감이 역력해 표정이 모두 굳어 있었는데, 나는 왜 소멸이라는 긴장감보다는 다크 사이어돈을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나 설레임이라는 감정이 드는 것인지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곧바로 드넓은 광장같은 대기실로 가자 우주선은 어느새 자그만 행성에서 날아올라 우주공간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지구 시간으로 2-3분 정도 날아가자 우주 공간 저 멀리 거대한 푸른빛이 마치 파도처처 일렁이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암흑 물질이다!”
누군가 경험자인 듯한 용병이 소리쳤지만 그 전에 나 뿐 아니라 모든 용병들은 그것이 암흑 물질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그때 다시 우주선 안에서 멘트가 흘러 나왔다.
[모든 용병들은 지금 즉시 우주복을 착용하고 입구가 열리면 세분의 마스터님 중 제일 지위가 높으신 엘버튼 마스터님의 지휘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맨 앞에 언제 나타났는지 세 명의 인물들이 따로 나란히 서 있었고 그중 제일 가운데 있는 노랑머리의 백인이 장중을 향해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내가 엘버튼이다! 이제부터 지구의 용병들은 모두 내 지시에 따르기 바란다. 지금 즉시 우주복을 착용하고 입구가 열리면 놈이 있는 곳으로 출정한다!”
엘버튼이라는 자가 마스터 중에서도 레벨이 제일 높거나 또는 순위가 제일 위쪽인 마스터일터다.
그는 방금 나온 멘트를 다시한번 반복하며 자신이 엘버튼임을 알려주었다.
곧바로 모든 용병들이 반투명한 막과 같은 우주복을 착용하자 우주선 입구가 열렸다.
맨 앞에서 엘버튼과 두 명의 마스터들이 날아올라 우주로 나가자 그 뒤를 다이아와 플레티넘 용병들이 나가고, 골드 중에 처음 차출된 자들은 주춤거리며 망설이는 자들도 있었지만 곧바로 다른 용병들이 나가자 기어이 굳은 표정으로 이내 우주선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고 보니 우주선 밖으로 나가자 이미 수백 대의 거대 우주선이 여기저기 포진한 채 각 우주선에서 천명씩의 용병들이 날아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수십만 명은 되어 보여 한순간 우주 공간에는 개미떼 같은 생명체들이 한데 뒤섞이게 됐다.
엘버튼과 두 명의 지구 마스터가 한쪽으로 이동해 이미 모여 있는 수백명의 인물들과 합류해 뭔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한눈에 보아도 그들 수 백명은 각 행성에서 차출된 마스터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병들이 모두 내리자 우주선은 다시 전투가 끝나면 오려는지 다시 저 멀리 사라져 갔다.
아마도 방금 대기했던 자그만 행성에서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려는 모양이다.
얼마 후 마스터들이 상의가 끝났는지 엘버튼이 다시 지구 용병들 앞으로 다가오더니 각 우주복에 작용된 통신장비를 통해 조금은 흥분된 음성으로 말했다.
“모두 암흑물질로 전진한다!”
엘버튼의 명령에 지구 용병들이 암흑 물질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다른 수십만의 외계 용병들도 푸른빛이 일렁이는 곳으로 이동해갔다.
눈앞에 암흑 물질이 다가오자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척 흥분되어 가슴이 쿵쾅거렸다.
‘왜 이렇게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는 것일까?’
암흑 물질은 마치 거대한 양의 검은 바닷물이 우주 공간에 뭉쳐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헌데 그 물질의 외형은 청룡의 몸 전체에 흐르는 전류막과 같은 거대한 푸른빛으로 감싸여 일렁이고 있었다.
언뜻 아레스가 했던 말 중에 우주선의 레이저포나 플라즈마 포로는 놈을 처치할 수 없고 오직 기력을 지닌 공격력으로만 놈을 처치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놈이 그 전류막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놈도 우리를 공격할 수 없고 우리 쪽도 아무리 공격해도 그 전류막과 같은 방어막이 가로막아 놈은 물론 암흑물질에 타격을 줄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암흑 물질을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하나.
그것은 그 곳에서 생성된 다크 사이어돈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방법뿐이었다.
한마디로 암흑 물질에서 탄생한 사이어돈을 처치해야만 암흑 물질 또한 소멸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암흑 물질을 없앤다 해도 언제 또 암흑 물질이 우주 공간 어디서 생성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이 전투는 끊임없이 행해야한다는 말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다크 사이어돈의 왕격인 로드 사이어돈을 처치하면 암흑 물질은 영원히 사라진다는 말이 있으나, 그런 놈의 능력은 가히 신과 같은 능력일테고 또 그런 놈이 존재하는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전류막 같은 것이 크게 출렁거리며 마치 지지직 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다.
그때 통신을 통해 엘버트의 다급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놈이 나오려고 한다! 모두 각자 전투준비를 하도록!”
엘버트의 말이 없었어도 내 오른 손에는 오러검이 쥐어져 있었고 왼손 또한 이미 품속에 들어가 부적을 생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순간 암흑 물질의 정 가운데가 조그맣게 회오리치듯 돌아가더니 이내 그 속도를 더하며 회오리에 의해 가운데에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간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대단해!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머리부터 나오는 놈의 형체를 보며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단하다는 말만 속으로 연발했다.
놈의 모습은 오래전 사라진 공룡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형체는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보통 놈들의 형태는 공룡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다른 놈은 거대 사자나 호랑이 또는 머리가 몇 개 달린 괴수의 모습도 있다고 했다.
놈들의 공격 수법도 생긴 그 형태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단 하나 공통점은 바로 어떤 놈이든 입을 벌리고 공격하는, 마치 블랙홀 같은 공격 수법 하나만은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달과 같이 거대한 놈이 입을 벌려 숨을 빨아들이면 엄청난 중력과 같은 흡인력이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머리부터 어두운 공간에서 나오고 곧바로 몸체가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백 키로나 될 듯한 길이의 꼬리가 나오자 처음 참가한 용병들은 물론 경험이 있는 용병들조차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놈이 그리 강하지 않은 C급 사이어돈이라고..!?’
등급을 매긴 존재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됐지만 그것은 오래전부터 경험자들의 기준을 통해 매겨진 등급이었기 때문에 잘못됐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암흑 물질에서 온 몸이 빠져나오자 놈이 전류막과 같은 푸른 막을 통화해 서서히 암흑 물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푸른 전류막에서 몸을 완전히 빼낸 놈이 마치 괴성을 지르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어마어마하다!’
달과 같은 크기의 괴수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해보라.
모든 용병들의 모습에서는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다크 사이어돈이 뭐랄까?
그리 겁나지가 않고 조금은 우습게 여겨졌다.
그 이유는 정말 나도 모른다.
놈이 푸른 전류막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고 괴성을 지른 후 곧바로 눈앞에 모래알과 같이 흩어져 있는 우리들에게 마치 날듯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를 기해 엘버튼의 명령이 다시 들려왔다.
“모두 흩어져 놈을 포위 공격한다!”
이런 거대한 놈 앞에서는 전술이고 뭐고 있을 턱이 없었다.
놈이 소멸될 때까지 무조건 공격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달아난다면 근처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행성에 놈이 들이닥쳐 한 행성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그 많은 행성에 챌린저들이 모두 있는 것은 아니었고 마스터도 몇 명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작은 행성들도 무수히 많았다.
만약 놈이 그런 행성에 난입하게 된다면 그 행성의 멸망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끔 행성간에도 전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한 은하에 속한 곳에 사이어돈이 출현했을 때는 그 전쟁도 잠시 멈추고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은 이미 각 행성간의 불문율과도 같은 일이다.
지구의 용병들이 뛰쳐나온 놈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다른 모든 용병들도 놈을 향해 각자의 공격력을 쏘아내며 놈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파라라랏.. 파파파팟..!
수십만의 플레이어들이 뿜어내는 공격력은 정말 어마무시했다.
그중에는 염력으로 우주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수백키로 또는 수천키로의 소행성과 같은 돌무더기를 놈에게 날려 보내는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물론 그 정도 능력을 발휘하려면 최소 다이아 티어는 되어야 한다.
보통 대기가 있는 곳에서는 공격력에 제한이 있었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는 내 오러검에서 내뿜어지는 검기마저도 수백 수천 키로는 날아간다.
당연히 공기의 저항이 없어 더욱 빠르고 위력적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놈과의 거리가 지금 수키로였지만 이것은 대기가 있는 행성에서 몇십 미터 이내에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나도 검기와 부적을 날리며 놈에게 쏘아져 가며 아레스 교관이 될 수 있으면 뒤로 빠져 있으라는 말을 상기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도 없었다.
모든 용병들이 저처럼 열심 싸우는데 나만 그럴 수는 없는 일.
문득 차출된 지구의 용병 중 제일 강한 엘버트의 공격력을 한번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눈이 크게 띄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