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용병 차출
“안만들었다기 보다는 만들 시간이 없었지. 낮에는 교육원에서 생활하며 생도들 가르치고 수련도 하니 시간이 없었고, 또 밤에는 집에만 있는데 언제 남자친구 만들 시간이 있겠니. 그리고 지금껏 맘이 맞는 남자도 없었고.”
“그 동안 무척 심심하셨겠네요. 그럼 제가 가끔 남자친구 해 드릴까요?”
내가 은근히 진담반 농담반으로 말을 하자 아레스가 빙긋 미소지은 채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얘가 정말인가보네?”
“그럼요,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농담하겠어요.”
“그런 소리 하지 말어.”
죽음이라는 말에 그녀가 다시한번 흘겨보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했다.
“네가 살아 돌아오면 한번 생각해볼게, 그러니 꼭 살아서 와야 돼.”
“알겠습니다, 교관님 남친 되기 위해서라도 꼭 살아 돌아오겠습니다.”
“생각해보겠다고 했지 결정 내린건 아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그건 너와 나만의 비밀이야, 물론 이런 말이 오간 것도 비밀이고.”
“당연한 말씀입니다.”
아레스는 위험한 곳으로 가는 나를 위로하려는 듯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말을 했다.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저 멀리 넓은 광장에 크고 작은 우주선이 수십대 늘어선 것이 보여 이제서야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레스가 내 손을 꼭 쥐어주며 당부하듯 말했다.
“준수야 아까 내가 한 말 잊지마, 절대 전면에 나서면 안돼. 놈이 입을 벌리면 그때는 무조건 최대한 뒤쪽으로 피하거나 그게 안된다면 옆으로 피해야 하고.”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그 말씀 하셨잖아요.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믿을게.”
아레스가 날 이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자신의 제자로서 또는 자질이 뛰어나 코레일 교육원이 배출한 인재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런 것으로는 조금 오버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교육장이 아레스가 내 직접적인 스승이었으니 부탁한 면도 있었을 것이지만 역시 아레스가 조금은 더 깊이 나를 생각해주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차에서 내리고 아레스는 집합장소까지 같이 따라오며 내 손을 끝까지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은 평소 교육원에서 보던 엄격하고 절제력 있는 코레일 교육원의 여신인 아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레스는 용병들이 사이어돈을 처치하고 우주선을 타고 귀환할 때 교육장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하며, 그때 내가 꼭 우주선에서 내려야 한다면 다시한번 당부하고 자리를 떠나셨다.
광장에는 적어도 1천여 명의 차출된 용병들이 모여 있었다.
처음 차출된 용병이 1천여 명이라 했는데 추가로 또다시 1천여 명이 또 차출된 것이다.
우리 은하 내에 속한 모든 행성에서 또다시 각기 1천여 명이 차출되고 이들과 사이어돈에게서 아직 살아남은 30여%의 잔여병력이 합쳐진다면 그 숫자는 엄청날 터다.
용병들은 모두 무리를 지어 각자가 따로 떨어져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그들의 레벨은 알아볼 수 있었다.
용병으로 차출되는 티어는 골드부터이니 우선 무더기로 모여 있거나 흩어져 있는 용병들은 내게도 기가 무한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골드 티어다.
그리고 한쪽에 80여명이 플레티넘이고 또 다른 한쪽에 20여명이 다이아.
마스터 티어는 몇 명 되지 않겠지만 최상위 귀족이니 차출된 마스터들은 이미 우주선 특별석에 있을 터다.
잠시 후 4시가 되자 손등에 있는 칩에서 진동이 울려와 터치를 해보니 메시지가 한통 올라와 있었다.
[용병 참가가 확인됐습니다. 우주선으로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뿐 아니라 도착한 모든 용병들에게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는지 모두 손등위의 홀로그램 메시지를 확인한 후 앞에 있는 거대 우주선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골드티어 중에는 나와 같이 처음 차출된 플레이어들이 무척 많은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물론 그들은 대부분 골드티어 중에서도 하위 플레이어들이었다.
1천여 명이 탑승하고도 남을 듯한 엄청난 크기의 우주선이 잠시 후 하늘로 떠오르자 창밖으로 지구의 건물들이 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워프와 함께 웸홈을 통과하는지 수많은 빛들이 창문 밖으로 무수히 스치듯 지나가고 있었다.
예전 티르얀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알타우리안 성운에 위치한 고향별 플러니아 행성에서 2천 광년이 더 떨어져 있는 지구까지 무척 빨리 올수 있다고 했다.
지금 지구의 우주선이 이처럼 빠른데도 그녀는 지구보다 훨씬 발전된 과학력으로 지구의 우주선보다 훨씬 바르게 우주를 통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이 우주선보다 더 빠르게 우주를 통과할 수 있고 또 그 먼거리에서도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 행성의 과학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크 사이어돈이 출현한 곳이 우리 은하 내에 있는 곳이라 그런지 워프를 한 후 5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창밖에 스치듯 지나가던 빛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우주선은 평소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고 있었다.
헌데 그 사이 우주선 한쪽에서 문이 열리며 한 인영이 나타났다.
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최소 플레티넘 이상인 것은 확실했다.
“이제 우주복을 일인당 각기 5개씩 나눠드릴 겁니다. 혹시 전투를 벌이다가도 우주복에 이상이 있을시 바로 교체하면 됩니다. 우주복은 칩에 내장이 될 것이며 사용 방법은 내장되는 순간 자연히 알게 될 것입니다. 각자 앉아 있는 자리 우측에 위치한 스캐너에 칩이 내장된 손등을 올려놓으면 우주복이 자동 지급되니 지금 즉시 지급받기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말대로 각자 앉아있는 등뒤 우측에 스캐너박스가 하나씩 있었다.
그의 말대로 왼손 등에 박혀 있는 칩을 스캐너에 갖다 대자 도태자 어플 옆에 우주복이라는 어플이 어느새 하나 더 첨가되어 있었다.
두고 볼 것도 없이 어플을 터치하자 ‘착용’ ‘탈의’ 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데 앞에선 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문구가 떴을 겁니다. 시험 삼아 한번 입어보도록 할 테니 모두 착용이라는 문구를 터치하시 바랍니다.”
그의 말대로 곧바로 착용을 터치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경험자들 외에 나 같은 초짜들이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가 빙그레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착용을 터치하신 분은 지금 우주복을 착용하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 몸이 아마 투명한 막에 감싸여 있을 겁니다. 이 막은 검을 쓰거나 어떤 공격을 상대에게 가해도 곧바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물을 검으로 가른다면 바로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그런 이치라고 보면 됩니다. 우주에서 몸이 노출된다고 해도 바로 죽지 않는 다는 원리도 적용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가며 그런 원리까지 자세히 설명을 해 줄 필요는 없는데 아마 입이 심심한 모양이었다.
그의 말대로 몸을 자세히 보니 정말 비눗방울과 같이 투명한 막이 온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막은 입은 옷에서 약 1센티 정도 위로 전체를 감싸고 있었는데 몸이 움직이는 대로 자연스럽게 막도 따라 움직이며 외부공기와 차단시켜주고 있었다.
머리도 분명 막이 감싸고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니 정말 희한하기는 했다.
우주에서 몸을 움직이는 방식은 학원에서 기본적으로 배운바 있었다.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우주공간에서도 각자의 기력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기가 더 강력한 플레이어가 그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 어플의 ‘탈의’를 터치하자 우주복은 감쪽같이 칩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사용방법이랄 것도 없이 우주복 착용법을 확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선이 한 행성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우주선에서 곧바로 뛰쳐나가 다크사이어돈과 싸우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내 궁금증을 풀어주듯 앞에 서 있는 자가 또다시 그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다크 사이어돈은 지금 암흑물질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70%의 희생을 치뤘든 놈 역시 부상을 입고 암흑물질 안으로 도망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놈은 그 안에서 자체치료를 하고 다시 나타날 겁니다. 암흑 물질은 놈에게 생명수와도 같은 것이니 조만간 완치하고 분명 다시 나타날 것이 확실합니다.”
그는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듯 다크 사이어돈이 다시 나타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 처음 참가하는 듯한 한 용병이 용감하게 질문을 했다.
“그럼 그 암흑 물질인가를 저희가 먼저 부셔버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가 질문을 하는 골드 레벨자를 힐끔 쳐다보며 귀찮다는 표정은 지었지만 이내 그것에 대해서 대답을 해주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런 질문을 수도 없이 들은 모양이었다.
“그 시도를 왜 안해 보았겠는가. 하지만 암흑물질이라는 것은 눈에는 보이지만 마치 거대한 연기와 같아 물리력으로는 부술 수가 없는 것이었다네. 그리고 암흑물질 주위에는 엄청난 에너지막 같은 것이 생성되어 있어 어떠한 공격을 가해도 무용지물이었네. 방법은 놈이 그 안에서 나왔을 때 공격하는 것뿐이라네.”
설명을 듣고 대충 이해는 갔지만 역시 눈으로 직접 봐야 암흑 물질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헌데 그의 설명이 끝나자 골드 레벨자가 더 궁금한게 있는 듯 또 다시 끊질기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놈이 암흑 물질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또 다른 질문에 그가 역시 귀찮은 표정을 지우지 않았지만 일리 있는 질문인 듯 다시 답해주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놈은 반드시 암흑 물질 안에서 다시 나온다네. 지금까지 항상 그러했고.. 암흑 물질이 생성된 곳에는 놈이 항상 있어왔고 또 놈은 어쩐 일인지 자신 외에는 다른 생명체를 죽이는 일이 마치 자신이 꼭 해야 되는 일인 양 어김없이 그 일을 행하고 있네. 만약 우리가 여기서 놈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놈은 아마도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행성으로 가서 수많은 생명체를 살상할 것이네. 물론 우리가 패한다면 다른 용병들이 차출되어 막겠지만 말일세.”
그의 말을 들어보면 다크 사이어돈의 지상 목표는 마치 우주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말살 시키는 것이 최대 목적이라는 말처럼 들려왔다.
마치 이 드넓은 우주 공간에 사이어돈 자신 외에는 살아가는 생명체가 없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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