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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화 〉용병 차출 (125/207)



〈 125화 〉용병 차출
며칠 전 아레스에게서 그리 강하지 않은 달의 반만한 다크 사이어돈이 출현했다는 소식을 들은바 있었다.
추가 차출이라면 그 놈을 처치하지 못해 다시 플레이어들을 차출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다크 사이어돈의 등급은 C급이 제일 약한 놈이었고 B, A 그리고 S급이 최고 강한 놈이었다. 그 S급이 태양과 같은 크기의 놈이었고  다음 그 S급이 점점 모든 에너지를 응축해서 인간만한 완전체가 된 놈이 바로 일명 ‘로드 사이어돈’ 이었다.
헌데 제일 약한 놈으로 분류된 C급 사이어돈에게 우리 우주내 행성에서 차출된 십여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중 70%가 소멸 당했다는 것이다.

C급 사이어돈이 나타났다면 그에 걸맞는 전력을 보냈을 것인데 70%가 놈에게 당했다는 것이 어딘가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걸 따질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참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수도  없었다.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메시지에 나와 있는대로 나는 특급 도태자라는 범죄자가 되어 평생을 쫒겨다니게 된다.
물론 이것은 게임 도태자와는 또 다른 특별 도태자로, 나보다 레벨이 높은 키르맨들이 날 평생 쫒아다닐 것이고 그것은 내가 죽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터다.


게임 도태자는 숨어 지내다가 게임에 참가해 실버티어만 넘어선다면 도태자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지만, 이 특급 도태자는 소멸되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최악의 도태자인 것이다.

그 많은 골드티어 중에 내가 차출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서 있는데 다시 손등에서 진동음이 울려왔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레스 교관이다.


[준수야, 혹시 무슨 메시지 받은 것 없지?]


“받았습니다. 추가 차출한다고, 내가 차출됐다고 4시까지 아시아 우주 선착장으로 집합하랍니다.”


아레스는 당연히 내가 메시지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했지만 내가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할 말을 잊은 듯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급히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니?]


“집입니다.”

[그럼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올수 있니? 어차피 우주 선착장으로 가려면 우리 집쪽으로 와야 하니 잠깐 둘렀다 가거라.]

“알겠습니다.”


지금이 10시니 아직 시간은 있었다.
아레스는 자신이 참가했던 경험을 되살려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방법이라는게 별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차를 끌고 아레스 집으로 가는 도중 국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국장이야 중앙기관의 정보 담당 수장이니 당연히  터였다.


[이런 젠장! 자네 메시지 받았지?]

“네 받았습니다.”


“정말 미치겠구만, 그 많은 플레이어중에 하필 자네가 렌덤에 걸리다니.. 이건 누구도 빼줄 수 없는 것이네, 설사 내가 걸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그래서 기관에 들면 내가 조금이라도 보호를 해 줄 수 있다고 들라고 하지 않았나.]

“됐습니다. 용병에 차출된다고 전부 죽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모르는 소리 말게, 놈들이 어쩐 일인지 전보다 더 강력해 졌다네. 전에는 C급 사이어돈을 첫 번째 전력으로 처치했는데 이번에는 덩치가 C급이지만 더욱 강력하다네. 다른 은하계에서도 요즘 그런 것으로 보아 아마도 놈들이 점점 더 진화를 하는 것 같단 말일세.]

“헌데 기관에 들어도 어차피 렌덤은 피할 수 없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래도 자네가 요원에 들었더라면 차출된 요원들에게 자네를 보호하게 해줄 수는 있지 않았겠나.]


“제가 뭐라고 다른 요원들을 희생을 감수받으며 그러겠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나? 전에도 말했지만 저네는 특출난 자질이란 말일세.]


“그 말씀은 그만 하십시오. 제가 비록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조금 빠르지만  순진이나 내가 알고 있는 몇 명도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크 사이어돈이 진화를 하는 것에 걸맞게 빠른 진전을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했네. 그렇다면 그게 다크 사이어돈과 관련이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자네가 그런 것도 그렇고,. 아무튼 내가 조금이라도 조치를 취해 놓을 테니까 그리 알게. 자네는 그래도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는 플레이어이니 이대로 잘못되게 놔둘수는 없네, 첼린저님께서도 이번에 그걸 아시고 특별히 자네를 보호하라고 하셨다네.]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국장과 전화를 끊고 나자 곧바로 지아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그녀도 국장에게서 들었는지 나를 걱정하며 국장이 차출된 요원들에게 나를 보호하려는 것에 대해 얘기하며 조심할 것을 신신당부했다.

지아와 통화가 끝나자 나는 내가 뭐라고 저리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긴 아시아 지역에서 마스터급을 한명 더 배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만큼 다이아 이상되는 플레이어가 한명 배출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내가 이래서 기관에 들기 싫다니까.’

국장이나 지아의 말대로라면 이번 용병으로 차출된 요원들은 아마도  보호하라는 밀명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요원에 소속되면 그 후로는 기관에서 명령하면 그것이 설사 죽음이라도 그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했다.


만약 나도 기관에 소속되면 나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다이아나 마스터가 됐을때 챌린저가 죽을 위기에 처해 나더러 대신 죽으라면 어쩌겠는가.


‘당연히 그럴 수는 없지.’

헌데 국장이 했던  중에  가지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희한한 게 있었다.
처음에 나는 나만이 급 승급을 하는 줄 알았는데 가만보니 내 주위에도 나만은 못하지만 어느 정도 꾸역꾸역 빠른 승급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국장의 말로는 요즘 들어 그런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그건 지구뿐만 그런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티르얀도 그렇고 체르미안만 봐도 그랫다.
체르미안은 우리 은하에 속해 있지만 티르얀은 지구와는 엄청 먼 은하계에 속해있는 플레이어였다.
그런데 그녀들도 자질이 괜찮은 것인지 급승급을 했다.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자질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요즘 모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어쩌면 다크 사이어돈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은 국장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사이어돈이 전 우주에서 진화를 하며 강해지는 때부터 플레이어들도 급 승급을 하는 자들이 늘어난다는 말에서 기인한 생각이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알 수 없는 존재가 혹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헌데 아레스에게 들은 다크 사이어돈에 관련된 부분 중에 한 가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그것은 집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얼마 후 집에 도착하니 아레스가 급히 문을 열어주며 내 손을 꼭 잡고 소파에 앉혔다.

“준수야, 조심해야 한다. 방금 교육장님과 통화했는데 놈이 C급이지만 전보다 더 강력하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했어.”


“알고 있습니다. 중앙기관 국장님과 오는 중에 통화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더욱 조심해야 되는 것은 알고 있겠지? 괜히 전면에 나서지 말고 눈치껏 뒤쪽으로 빠져 있어야 해. 내가 해줄 말은 사실 그것밖에 없어.”


“그게 말처럼 쉽겠습니까. 다들 싸우는데 저만 뒤로 빠진다는게.”

“지금은 비겁해도 어쩔 수 없어. 나중에 네가 다이아, 아니 마스터급만 되도 그때는 네 목숨은 네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너 이번에 28레벨로 승급했다지? 그럼 다음에는 분명 플레티넘으로 승급될 거잖니.”

“별일이 없다면 그렇게 되겠죠.”

“그래, 넌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 할 수 있는데 괜한 혈기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교관님 말씀대로   있으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아레스의 모습이 막내 동생 같은데 마치 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손을 꼭 잡고 신신당부하는 것이 우스워 분위기에 맞지 않게 내가 피식 웃었다.


“왜 웃니, 남은 심각해 죽겠는데.”


“그냥 교관님이 제 여자 친구같이 이렇게 걱정해주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 고마워서요.”

 말에 그녀가 나를 살짝 흘겨보며 장단을 맞춰주려는  농담을 했다.

“지금 시대에 나이는 상관이 없으니 내가  여자 친구가 못될 것도 없지.”


“와! 교관님 많이 변하셨네요. 교육원에서의 모습과 이렇게 다를 수가..”

“교육원 내에서는 교관이지만 밖에 나와서 졸업한 생도에게 교관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하긴 그건 교관인 말씀이 맞네요. 그런데 다크 사이어돈에 관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그게 뭐니?”


“앞으로 3일후면 제가 게임에 참가하는데 만약 놈과 싸우는 도중에 지구 시간으로 수요일 정오가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 말에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나도 그것은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교육장님께 들은 말로는 놈과 싸우는 도중 게임 시간이 되면 그때에도 시간이 멈춘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본체가 그곳에 있으니 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싸움이 이어지는 것이고.”

“그럼 다크 사이어돈도 알 수 없는 존재가 정해놓은 시간의 틀에는 구속이 되는 것이군요.”

“그렇다고 봐야하겠지. 다크 사이어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알 수 없는 존재의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지 않겠니.”


아시아지역 우주 선착장은 이곳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내가 나가려고 하자 그녀도 나를 따라 나오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데려다 줄게 가자.”

“아니에요, 저도 어제   대 구입했어요.”

“그래? 잘했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 혼자 보내려니 아무래도 안되겠어. 네가 놈을 처치하고 돌아 올 때도 내가 마중 나갈 테니 걱정 말고.”

아레스는 내가 당연히 살아 돌아오는 것으로 믿고 싶었던 모양이다.
굳이 마다할 필요 없어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밖으로 나와 그녀의 차에 올라타고 곧바로 집합장소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 나는 문득 얼마 전 아레스가 장난으로 했던 말을 상기하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교관님 아까 집에서 하셨던 말씀 있잖아요..?”

“뭐..?”


“지금 시대에 나이는 상관이 없으니 내 여자 친구가 못될 것도 없다고 하셨던 말씀이요.”

“아, 그거.. 그건 네가  여자친구 같다니까 농담으로 해본 소리지.”


“그때 교관님은 절 진심으로 걱정해 주셔서 정말 여자 친구인줄 착각했다니까요. 그리고 교관님 말씀에 정말 그래볼까도 생각했었는데..”

“얘가 제법 심각한 표정 짓네.”


“전 농담이 아니니 당연히 심각하죠, 그런데 교관님은 남자 친구 왜  만드시는 겁니까?”


농담이 아니라는 내 말에 그녀가 귀엽게 나를 한번 흘겨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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