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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화 〉용병 차출 (124/207)



〈 124화 〉용병 차출
지아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빛이  눈에도 역력히 엿보였다.
하지만 한순간 얼굴빛을 바꾸더니 피식 웃으며, 노려보듯 쳐다보고 있는 나를 보며 허무할 정도의 말을 했다.

“나를 챌린저로 생각했다니 그건 나를 너무 높이 평가해 주는 거예요.  나도 챌린저가 되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높게 평가해 준 것은 정말 고마워요.”

그녀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직감으로는 그녀가 분명 챌린저와 어떤 연관은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가 챌린저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잠깐이었지만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는 빛은 띠지 않았을 터다.

그녀에게  이상 말해봐야 다른 말은 듣지 못할 것 같아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가지 소득이라면 분명 그녀가 어떠한 식으로든 챌린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짐작이지만 알아냈다는 것은  소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때 순진이가 지아를 보던 눈길을 내게 돌리며 차갑게 한마디 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 지아씨가 정말 챌린저님이라면 너와 나하고 지금 이렇게 술을 드실 이유가 없어? 그것도 집으로 초대해서 말야. 그건 네가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순진이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한 대륙을 다스리는 챌린저가 아무리 내 자질이 우수하다고 해도 직접 나서서 나를 기관에 들게 하려고 내가 사는 지역까지 손수 찾아와 술친구를 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아와 챌린저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더 두고 보면 언젠간 알 수 있겠지.’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었다.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퍼즐이 맞춰질 거라 생각했다.

순진이의 말대로 오늘은 여기서 그 생각은 접고 술이나 진탕 마시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요. 어차피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잖아요.”


 시간 정도 더 지나 모두 취한 것 같아 지아가 그런 말을 하자 순진이가 곧바로 답했다.

“아닙니다, 전 그냥 집에 가겠습니다.”

순진이가 이리 말하자 나 또한 혼자 자고 간다고 할 수 없어 집에 간다고 하자 지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준수씨도 지아씨 차타고 같이 가면 되겠네요. 순진씨 집이 준수씨 집 방향이 아니었나요?

지아의 말에 순진의 인상이 살짝 구겨져 나는 됐다고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 상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에 간다는 것은 그랬고  혼자 남아 자고 간다고도  수 없어 그냥 모른 척 술잔만 기울였다.

순진이도 딱히 지아의 말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는지 그러마고 대답했다.
이제 시간은 10시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술이 모두 취해 있어 얼마 후 순진이 간다고 하자 나도 따라 일어섰다.

지아는 한잔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순진이가 간다고 하니 나만 붙잡을 수 없었는지 그대로 우리를 보내주었다.


“편하게 마시다가 취하면 자고 갈수도 있지 술이 취해서 꼭 집에서 자야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혹시 집에 애인이라도 놔두고 온거 아냐?”

차를 타고 가는 도중 내가 비꼬듯 말하자 그녀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거 안 키워, 너같이 쫀쫀한 자식 만날까봐.”


“내가 너한테 쫀쫀하게 군게 뭐가 있었지?”

“사내자식이 게임에서 있었던 일로 그렇게 속 좁게 꽁하고 있으니 그게 속 좁은거 아닌가?”

“내가 그런게 아니라 그때 내가  복면 찢어서 얼굴보고 네 정체를 알았다고 네가 꽁 한거 아니었어?”

“그래, 사실 난 누구에게 내 본 모습 보이는게 싫어서 조금 그런 면은 있었어, 하지만 너도 나한테 죽임을 당해 꽁한 것도 사실이잖아.”

“그건 부인 못하겠군.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것은 잊기로 했으니까 너도  정체 들킨 것 같고 그만 성질부려, 누가 계집애 아니랄까봐.. 별로 잘나지도 않은 정체 들켰다고 생지랄하기는.”


“너 여기서 그만 내리고 싶어? 말조심해.”


“이런 씨발, 이깟  하나 있다고 유세 떨기는! 그래 내릴 테니까 빨리 세워!”


“그래? 그럼 알았어.”

순진이는 홧김에 내가  말을 그대로 믿었는지 자동주행하는 차를 정말 세우려 했다.


‘어..? 이게 아닌데.’


지금 이곳은 한적한 도로고 우리 집까지 가려면 아직 150여 키로는  가야했다.
만약 이곳에서 차를 세운다면  정말 무척 난처해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음침한 미소를 짓더니 정말로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

“네 입으로 내린다고 했으니 내려!”

그녀가 정말 차를 세우자 나 또한 정말 화가 나서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밖으로 나왔다.
물론 설마 하면서.
하지만 내가 내리자 그녀는 정말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더니 휭 하니 가버리는 것이었다.

“저 씨발! 진짜 가버리네..?”

나는 그녀가 날 놀리려고 그러는 줄로만 알았다.

‘다시 돌아오겠지. 설마 이 한적한 곳에 떨어뜨리고 그냥 갔을라고..’

헌데 그 설마가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자 이제  상황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지아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올수 없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집을 나와서 이렇게 버림받고 길거리에 혼자 있는 것을 안다면 정말 좃팔릴 것 같아 그래도 제일 만만한 은지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헌데 혹시나 했던 은지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제 게임이 끝났으니 오늘은  먹고 뻗어 있는게 확실해.’


몇 번을 걸어보았지만 역시 받지 않아 할  아레스 교관에게 걸어보았다.
하지만 그녀도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혼자 집에서 술을 즐긴다고 했으니 그녀 또한 혼자 술을 마시고 뻗어 있는 모양이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지금 거의가 술고래들이었다.
그것은 게임을 치루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 때문이었다.

“아 씨발! 정말 나쁜 년이네, 홧김에 한말인 걸 뻔히 알면서..”

순진이는 어쩌면 지아 집에서 간다고 했을 때 내가 자기 차를 타고 간다고 할 때부터 이런 계획을 세운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내린다고 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문을 열고 나를 쫒아낼 수는 없었다.
분명 이건 계획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워서 차 한대 사야지 안되겠군.’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차  대부터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골드티어에 28레벨이니 다음 게임에서는 플레티넘까지 승급할 자신도 있었다.
그렇다면 차  대 굴리는 것도 이제 어렵지 않은 경제 사정이다.

1시간 이상을 도로 옆으로 걸으며 다른 차를 얻어 타려고 손을 흔들어보았지만 요즘 세상에 차를 얻어 탄다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한편으로는 백호를 소환해 타고 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덩치로 인해 차들이 다니는 도로까지 몸체가 닿아 차들과 부딪칠 염려가 있어 그러지도 못했다.

‘씨발! 그래.. 수련한다고 생각하자. 걷기 수련..’

속으로는 이름과 성격이 완전히 딴판인 나 순진을 계속 욕하며 한편으로는 마음을 삭히려고 긍정적으로 수련을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몰라 가끔 뒤를 돌아보았지만  년은 정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개같은 년! 이 씨발 년! 어디 두고 보자.”

긍정적 마인드와 걷기수련으로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열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크게 쌍욕을 내질렀다.

그렇게 뛰다가 걷다가 쉬었다가 하다가 20여 키로가 남아 있자 나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품속에서 부적하나를 꺼내 들었다.


“28레벨이면 20여 키로까지  수 있으려나..?”

곧바로 꺼내든 부적을 내 발에 딱 붙이고 주문을 외웠다.


‘축지!’

순간 눈앞의 도로가 아지랑이가 피워오르듯 흐물거리며 굽이치더니 저 멀리 있는 바닥이  앞으로 다가왔다.

사사삭.. 휘리리릿..!


순식간에 땅바닥이 접혀지며 내 앞으로 다가와 한발 디딜 때마다 백여 미터씩 쭉쭉 나아갔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나는 그렇게 집 근처까지 다가올 때까지 축지술을 펼쳤다.
그리고 순진이의 차에서 내리고 만 하루만에 집에 돌아와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축지술로 인해 집에 도착했을 때는 도력과 체력이 완전 바닥이었다.
28레벨로도 축지술을 계속 시전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하지만 어찌됐든 집까지 오기는 왔으니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나 순진만을 되뇌인  이를 부드득 갈며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어느새 다시 초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지려하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두고볼 것도 없이 중고차 사이트로 들어가 3천 셀링을 주고 차를  대 구입했다.
얼마 후 흰색의 차가 한 대 도착하자 나는 그나마 마음이 놓이고 비록 중고지만 차를 한 대 소유했다는 마음에 뿌듯하기까지 했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서 잠시 생각하던 나는 곧바로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수군 웬일인가? 나에게 전화를  주고.]

“다른게 아니고 나 순진 전화 번호 좀 알려주십시오.”


[오 그래. 어제 같이 술 마셨을텐데 전번 하나 못땄나? 그 애가 비록 성격은 차가운 것 같지만 마음만은 참 따뜻한 애라네. 남자끼리 하는 말인데 솔직히 얼굴도 그만하면 괜찮지 않은가?]

“네, 마음이 참 따뜻하더군요. 그래서 전 어제 너무 따뜻해서 발바닥하고 온몸에 열이 났을 지경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아무것도 아니고요,  순진 전번좀 알려주십시오.”


[알겠네, 그런 것쯤이야.]

사실 처음에는 그녀의 전번을 알아내 전화를 걸어 욕이나 실컷 해주려 했었다.
하지만 막상 전번을 알고 전화를 걸려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 걸려던 전화를 멈추었다.

‘욕 몇마디 해주고 끝난다면 내가 너무 손해막심이지.’

이것은 욕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전화로 욕을 한다고 가만히 있을  순진이 아니다.
결국에는 쌍방이 서로 전화로만 욕하다가 끝나고 전화가 끊어지면  화가 풀리기는커녕 더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 있을 것은 눈에 안봐도 훤했다.

우선은 참기로 하고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언젠가 이 복수를 해줄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손등에서 진동음이 울려와 보니 메시지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무심결에 메시지를 읽어본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이 잔뜩 일그러졌다.


[며칠 전 우리 은하계에 C급 다크 사이어돈 출현. 우리 은하계에 속한 모든 행성에서 차출된 용병들 70% 소멸. 추가 차출로 골드티어 28레벨인 최준수씨가 렌덤으로 용병에 차출되었습니다. 아시아지역 우주 선착장 5구역에서 4시에 출발할 예정이니 반드시 집합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참석하지 않을시 특급 도태자 취급을 받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하자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다크사이어돈을 처치하는 용병에 차출되다니.

헌데 추가차출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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