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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화 〉나순진 (122/207)



〈 122화 〉나순진

‘사람 잘못 봤어 국장. 내가 아무리 미인을 좋아한다지만 그것도 여자 나름이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어차피 온 것이니 지아가 따라주는 술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한잔을 비워버렸다.
헌데 그녀도 속이 탔는지 내가 마시자마자 지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나를 따라 완샷을 해버렸다.
우리  사람이 마시자 지아도 바로 한잔을 비우더니 나와 그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아시아 대륙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이잖아요, 요원이든 아니든 아무튼 같은 편이니 서로 인사나 해요. 내가 소개시켜주는 것보다 직접 인사들 나누는게 낫겠어요. 서로 말이라도 해야 이 삭막한 분위가 깨지지 이거야 원..?”

어차피 나는 술을 마시러 이곳에 왔고 그림자 술사와도 같이 마셔야 될 분위기인지라 그래도 남자인 내가 먼저 말하기로 했다.

마법옷의 서인도 그렇고 티르얀이나 어제 게임에서 헤어진 체르미안도 그림자 술사와 다를 바 없었다.
솔직히 나도 나보다 약한 플레이어들을 깔보고 무시하며 죽인 것은 당연했고 랭크게임에서 그것은 무척 평범한 일이었다.
그  여자를 겪어보니 이런 일은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곧바로 무심한 표정으로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향해 내가 약간은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난 최 준수라고 해.”

내가 그녀를 힐끔 보며 말하자 그녀가 냉막한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여전히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아가 그녀를 보며 빙긋 미소 지은  약간은 보채  말했다.


“준수씨가 그래도 남자라고 먼저 인사를 하네요. 그쪽도 답을 해줘요, 이거 분위가 영 아니잖아요.”

지아가 그녀에게 존대를 하며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같아 두 여자는 역시 친구가 아니라 국장의 의견에 따라 지아를 지원 나온 것이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국장이 어떤 작전을 구사한다 해도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기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 다시한번 다짐했다.


솔직히 내가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나도 국장이나 지아와의 이런 게임같은 일이 재미있기는 했다.
그리고 이 게임같은 일을 즐기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 일로 지아같은 여자와 술자리를 갖는 것이 나쁘지도 않아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아의 말에 그녀는 마지못한  전청만 바라보다가 잠시 후 나를 힐끔거리며 웬일인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 순진이야.”

그녀가 이름을 대자 내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나 순진이라고..? 그러니까 너가 순진하다고..??”

“나 순진이라고, 성이 나 씨고 이름이 순진!”

그녀의 말에 순간 분위기에 맞지 않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졌다.

“크큭! 나.. 순진..? 이름 한번 재미있군. 나 순진이라 크크큭..!”

나 순진이라는 이름은 정말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나 냉막이나 나 무정이라면 모를까.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나 순진이 천정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홱 돌려 무섭게 나를 쏘아보았다.
순간 지아는 다시 분위기가 더욱 삭막해 질까봐 나를 나무라듯 말했다.


“이름 예쁘고 괜찮은데 왜 웃고 그래요.”

“아 예, 이름 귀엽고 괜찮죠. 하지만 저 여자 표정과 영 어울리지 않아서 말입니다. 차라리 나 냉막이 낫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내 말에 나 순진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부라린 채 입을 열려하자 지아가 재빨리 먼저 입을 열었다.

“준수씨 이름 갖고 그러지 말아요. 전  이름 너무 좋은데.. 자, 서로 통성명도 했으니 우리 건배 한번 해요. 이제 술친구도 한명 더 늘었으니 전 지금 기분 최고에요.”


지아가 잔을 치켜들자 나도 그녀와 잔을 부딪쳤고 나 순진도 어쩔 수 없다는  잠시 후 잔을 부딪쳐왔다.


확실히 술이 해결책이라고 1시간 정도 지나자 순진이도 이제 천정만 바라보고 있던 고개가 어느덧 술상으로 옮겨지며 조금은 보조를 맞추는 듯 했다.
아니 술이 들어가며 마음이 헤이해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자 지아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후우, 처음에  분이 만났을 때 얼마나 분위기가 그랬을 줄 알아요?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네. 그런데 준수씨도 눈치 챘겠지만 순진씨는 저도 오늘 기관 국장님 사무실에 갔을 때 처음 만난거예요. 두 분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서로 앙숙이 되신 거죠?”


“별거 아닙니다, 게임에 참가해서 일어난 일이니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조금 마음이 좁았다고 해야겠죠.”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지아도 그런 일은 많이 겪어봤었기에 나와 순진이 사이에 일어난 일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을 한듯 빙긋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충 짐작이 가네요. 분명 준수씨가 랭크게임에서 순진씨에게 소멸되고 두 분은 우연히 다시 재회하고 그것 때문에 그렇게 사이가 살벌해졌고... 내 말이 맞죠? 그게 아니면 준수씨가 지금 레벨까지 승급된  무척 단시간인데 순진씨보다 레벨이 높을 때 만나서 혹시.. 순진씨에게 나쁜 짓이라도..?”


지아가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눈치챈 나는 순진을 힐끔 보며 순간적으로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아무렇지 않은 듯 한마디 했다.

“만약 내가 레벨이 높았을 때 만났다면 가만 놔두지 않았겠죠, 확 그냥..!”


지아가 말하는 내가 나쁜짓을 했다는 것은 순진이를 맵에서 강간했냐는 것이었는데 내가 반장난식으로 순진을 보며 말하자 지아가 그런 나를 슬며시 흘겨보았다.

“준수씨 말을 들어보니 다행이 준수씨가 순진씨보다 낮은 레벨일  만나 그런 짓은 저지른게 아니었네요, 헌데 만약 나중에 정말 나중 나중에 나보다 레벨이 높아져 혹시 나를 맵에서 만나면 나에게도 응큼한 마음을 갖는건 아니겠죠?”


“그야 모르죠, 시간만 되고 위험한 상황만 아니라면 장담 못하죠.”


내가 다시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순진이는 물론 지아 역시 나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쏘아보는 중에도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혹시 예전에 술이 떡이 되어 준수와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준수가 자신의 가슴을 조물락거리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두 여자의 눈길에 내가 급히 두 손을 가로 저으며 반색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이 여자같이 냉막하고 얼음같은 여자는 질색이고요, 지아씨 같이 친구같은 여자를 혹시 나중에 내가 레벨이 높아 졌을 때 만난다고해도 제가 감히 그런 마음이나 품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럴  알았어요. 헌데 순진씨가 아무리 성격과 얼굴이 조금 차가워 보이지만 그렇게 여자로서 매력이 없을라고요?”


“전 이런 여자 한차 싣고와도 싫습니다. 잘못하면 바로 옆구리에 칼을 들이댈 여자 같은데 어디 무서워서 여자로 보겠습니까?”

내가 짐짓 겁난다는 듯이 다시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순진이 나를 노려보며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나도 너 같은 자식 한 트럭 줘도 싫어.  정말 재수 없거든.”


“이게 정말! 그런 너는 재수 있는 줄 아냐? 생긴건 얼음 조각처럼 아무 표정 없고 성깔마저도 저렇게 지랄 맞은데 누가 너 같은걸 여자로 좋아하겠냐!”


“너 같은 새끼한테 여자로 봐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어.”


말끝마다  새끼 저 새끼하면서 욕을 해대기도 하고 또 그녀의 인상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지아가 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


“술들 잘 마시다가 갑자기 왜들 그래요, 그리고 준수씨 그렇다고 일어나면 어떻게 해요. 이렇게 바로 집에 가버리면 나는 뭐가 되라고..!.”

사실 집에 가려 했지만 지아가 팔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통에 내가 순진이를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화장실 가려고 하는 겁니다. 잠시 마음을 추슬러야지 이대로는 안되겠어요.”


“그래요 그럼 빨리 화장실 가셔서 마음 좀 추스르고 오세요.”


지아가 팔을 놓자 나는 순진이를 무섭게 쏘아보았지만 그녀도 지지 않고 나를 마주 노려보았다.


“흥!”


“풋!”

서로 한마디씩 콧방귀를 뀌고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 씨발, 괜히 왔네. 저년이 있는 줄 알았으면 오지 않는 건데. 정말 재수 더럽게 없다니까.”

화장실에서 투덜대며 그냥 집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역시 그냥 이렇게 가면 지아가 중간에서 난처해질까봐 조금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지아의 입장을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그녀가 날 초대했고 난 이렇게 그 초대에 응해 온 것이니 그녀 입장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었다.

얼마 후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지아가 그래도 순진이를 조금 다독여 놓았는지 나를 보지는 않고 있었지만 둘이 건배를 하며 한잔 마시고 있었다.


그때 지아가 카이스주 한잔을 들이키더니 한숨을 한번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가 괜히 그런 말을 꺼내서 이런 사단이 일어났네요. 앞으로는 두 사람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겠어요. 자.. 자, 사소한 일은 잊고 다시 건배 한번 해요. 두 사람 인상 좀 펴고 싸우지 좀 말고요.”

국장과 지아는 순진이의 지원을 받아 날 기관에 소속되게 꼬드리려 했겠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를 몰랐던게 결정적 실수였다.
국장도 아마 그런 관계를 알았다면 결코 순진이를 이처럼 지원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순진이와 아무 억하심정이 없었다고 해도 지원이 오나 안오나 내겐 마찬가지였겠지만.


한동안 순진이와는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술을 마시고 있다가 답답해 세수나 한번 하고 오려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굴에 물을 뿌리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두 여자의 대화소리가 귓가에 은은히 들려왔다.


“순진씨,  도와주려고 오신거 아니었어요? 자꾸 그러면 어떻게 해요. 남자들이란 원래 좀 이기적인 동물이잖아요. 그러니 순진씨가 참고 절 좀 지원해 주세요. 국장님 말씀처럼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준수씨와 친해져 나중에 언제라도 부담 없이 요원에 대한 말을 할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늘 같으면 다음부터 순진씨가 있다고 하면 준수씨가 오기나 하겠어요?”

“...........,”


“나로는 미인계가 통하지 않겠지만 순진씨 정도면 미인계는 통할 거예요. 그래서 국장님께서도 순진씨를 투입한 것이고요.”


“제 얼굴에 무슨 미인계입니까? 아, 저 자식 말 못 들으셨어요? 난 한 트럭 갖다 줘도 싫다잖아요. 정말 재수 없게..,”


순진의 말에 지아가 빙긋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마치 큰언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귀찮으시더라도 추천 한번만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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