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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화 〉나순진 (121/207)



〈 121화 〉나순진

놈이 신수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는 사이 나또한 놈에게 다시 접근해 놈의 30미터 근처까지 접근했다.
한순간 나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  신수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물론 내가 두 신수에게 내릴  있는 마지막 명령이라는 것은 자살 공격이었다.

 신수가 내 명령에 불과 번개의 공격을 멈추고 놈에게 쏘아져 나갈 기세를 취하자 놈의 표정에 비웃음이 서렸다.

마치 두 신수가 내게 날아와도 난 피할 자신이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만큼 놈의 움직임은 무척 빠르고 민첩했다.
하지만 내게는 비장의 한수가 있었다.

나 또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급히 왼손을 인벤토리에 넣고 순간 이동 돌을 꺼내들어 힘차게 움켜잡았다
이제 마지막 한번 사용할 수 있는 돌을 움켜쥐고 놈이 지금 서있는 장소를 마음속으로 생각하자  몸이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순간 놈이 깜짝 놀랐지만 내가 갑자기 오러검을 든 채 자신의 앞에 나타나자 더욱 놀란 표정으로 몸이 굳은 듯 한순간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순간.

푸욱!

 검이 제일 가까운 급소인 놈의 심장을 힘차게 찔러갔다.
그리고 놈의 움직임이 멈추자  신수가 놈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 또한 그 와중에도 한손을 들어 올려 나를 향해 흰빛을 쏘아내 내 배를 꿰뚫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지금 놈의 체력과 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순간이라 고작  개의 흰빛만 생성해 낼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체력이 19%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두 신수가 놈에게 부딪쳐 소멸하게 되면  신수당 15%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 할 때 나 또한 자연히 소멸하게 된다.
그 사이 나는 놈이 몸을 뺄  없도록 왼쪽 손으로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감싸안듯 허리를 꽉 움켜잡은 채 내 몸에 밀착시킨  심장에 쑤셔 박은 검을 아래로 급격히 내리 그었다.

크아악! 끄르르르릇..!

순간 심장 부위부터 배 밑까지 놈의 몸이 갈라지며 내장과 핏덩이가 튀어나왔지만 나는 그래도 놈의 몸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를 기해 두 신수의 거대한 몸이 놈의 양옆으로 날아들며 몸속에서 기를 모두 폭발시켜 자폭했다.

쿠아아앙!

한순간 정신이 잠깐 끊어지고 다시 돌아왔을 때 내 몸은 이미 소멸되어 허공의 흰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와 놈 중 누가먼저 소멸했는지는 지구로 귀환해서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놈만 처치했다면 한 레벨  승급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빨리 귀환해서 상태창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잠시 후 작은 구멍마저 통과하고 지구의 본체로 귀환하자 제일 먼저 상태창부터 열어 보았다.
원래 체르미안까지 죽였을 때가 27레벨에 한계 경험치까지도 꽤 근접해 있을 터다.
그리고 놈마저 죽였다면 당연히 28레벨까지는 무난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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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골드
레벨 : 28
경험 : 290/2800
능력 (도력) : Lv 29
특수능력(도술) : Lv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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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을 처치했다!”

상태창을 확인하고 나도 모르게 절로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실 놈을 소멸시키는 중에도 그 사이 다른 곳에서  두 놈이 더 죽어 있지는 않을까하는 기대도 했었지만,  놈을 죽인 8위의 경험치만으로 이번 게임은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어디인가.

이제 다음 게임에서 최대한 경험치를 획득해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생각한 대로 깔끔하게 게임을 치르고 귀환하자 마음이 편하기는 했다.

책상에서 일어나 나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 지친 정신을 쉬어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맵에서 며칠을 묵으며 전투를 치러서인지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하기는 했다.

‘골드 맵부터는 시간이 흘러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이거지?’

이제 맵도 넓어지고 아이템도 꼭 필요한 것 말고는 많이 나오지 않으니 본신의 능력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간간히 아다만티움 같은 특수하게 강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만 있다면 그건 정말  행운이다.
하지만 그건 우주선 지급으로만 출현하니 내 차지가 될 확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지, 다음 맵에서는 내가 28로 상위 레벨이니 혹시 그런 강력한 아이템을 하나 획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

정신은 피곤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침대를 뒹굴다가 초저녁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이른 새벽이라 산책 겸 대공원을 한바퀴 돌고 집에 들어와 오전 내내 뒹굴거리는데 정오쯤에 전화벨이 울려왔다.

오랜만에 지아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그동안 서인과 숲에서 지내다가 돌아오고 나서는 아레스 교관과 만나느라고 그녀를 만난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어 있었다.

[준수씨, 이번에도 일이 있는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볼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도태자 사냥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돈과 수련이 목적이었지만 이제 월급도 어느 정도 넉넉해지고 또 실버 티어가 고작인 도태자로는 수련도 되지 않는다.

[잘 됐네요, 그럼 한잔 마실 수 있겠네요.]

“네, 오늘은 괜찮습니다.”

[그럼 죄송한데 오늘은 제가 사는 지역으로 오시면 안될까요? 저도 얼마 전에 새로 사귄 친구가 있어 오늘 한잔하기로 했거든요.]

“그럼 두 분이서 마시면 되지 않습니까?”

지아가 날 만나려고 하는 이유가 날 꼬드겨 어떻게 해서든지 기관 사람으로 만들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비록 내가 그것에 대해 못을 박아 두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 부담이 되기는 했다.

더군다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친구란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친구란 사람과 같이 나오려는 것은 그 사람의 지원을 받아 내 마음을 돌리려 한다는 것은 눈에 안봐도 뻔한 노릇이다.

내가 조금은 냉정하게 말하자 그녀가 약간 뽀로통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난 그래도 준수씨와 그동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서운한데요.]

“지아씨 같은 마스터와 제가 가까워질  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그런 말씀 마십시오, 괜히 부담됩니다.”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지금은 제 티어가  높지만 언젠간 뒤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라고요. 아무튼 약속이 없다고 하셨으니 조금 귀찮더라도 오늘은 제가 사는 지역으로 넘어오세요. 그 동안 제가 그쪽으로 갔으니까 이번 한번만 봐주세요.]

그녀가 한번만 봐달라는 말을  때는 조금 애교를 떨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하고  그녀 말대로 계속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내가 넘어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장소나  칩으로 보내주십시오.”

[고마워요.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만날 장소는 제 집이에요.]

전화를 끊고 나자 주소가 곧바로 전송되어 왔다.
예전에 술집보다는 집에서 편히 마시는게 더 좋다고 하더니 집에서 마실 모양이었다.
나도 술집보다는 집이 편했고 또 마스터의 집은 얼마나  꾸며놨는지 한번 구경해 보고 싶기는 했다.

반중력 전절을 타고 간다면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아 나는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그녀의 집은 중앙 기관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그녀가 중앙 요원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녀와 국장의 말로는 분명 요원이 아니라고 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녀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지만 물어도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니 계속 묻기도 난감했다.
궁금증이 생기면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어 오늘은 어떻게 해서라도 한번 꼬드겨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요원도 아니면서 왜 날 이렇게 끌어들이지 못해서 안달인지 모르겠군.’

그녀가 날 만나려는 것이 내가 잘나고 잘생겨 그녀가 반해 만나는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편안한 술친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것 또한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지 조그만 단서라도 잡아내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얼마 후 5시가 거의 되어갈 즈음에 그녀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갔다.

‘마스터답게 정말 좋은데 사는군.’

그녀의 집은 한눈에 봐도 100층이 넘는 건물에 외형도 다른 서민 주택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초호화에 초고층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누르니 87층까지 초고속으로 올라가 한순간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 앞에 다가서니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문이 열리며 지아의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이 나타나며 빙긋 웃고 있었다.

“어서 와요, 먼데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고마울 것까지요. 지아씨가 제가 사는 곳으로 계속 오셨으니 저도 한번쯤 오는게 당연하죠.”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안으로 들어선 나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 모습을 보고 지아가 조금은 애교스럽게 내 팔을 잡아끌며 거실에 이미 한상 가득 차려진 탁자에 나를 억지로 앉혔다.

탁자 한쪽에 앉아 있는 지아의 친구란 사람은 여자였다.
그것도 나와 앙숙이랄 수 있는 무척 냉정한 표정의 그림자 술사였다.
그녀는 그림자술사답게 입고 있는 상하의는 물론 머리까지 모두 검은색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모는 결코 지아에 못지않게 매력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표정이 너무 냉막하다는 것뿐.


그림자 술사는 내가 올  미리 알고 있었는지 냉막한 표정을 지은 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았다.

‘그럼 그렇지.’

그림자술사가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요원으로서 지아를 지원하려한다는 것을 한순간 느낄 수 있었다.

‘미인계를 쓸 셈인가..?’

확실히 두 여자가 다른 보통 여자들에 비해 미인은 미인이었다.
그것도 엄청난 미인.

나는 나대로 인상을 쓰고 있고 그녀도 살짝 콧방귀를 뀌며 냉막한 표정을 짓고 있자 지아가 그런 나와 그녀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했다.

“자.. 자, 두  그렇게 서로 썰렁한 표정 짓지 마시고 인상 좀 푸세요. 저녁은 안주로 드시면 되니 우선 제 잔 한잔씩 받으세요.”

그녀는 마스터답지 않게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하려했다.
한순간 나는 국장의 머리가 무척 나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미인이라지만 그림자 술사로 나를 꼬드기려 한다는 것은 나와 그녀 사이의 일을 모르거나, 혹은 내가 미인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줄 알고 그녀를 지아에게 지원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사람 잘못 봤어 국장. 내가 아무리 미인을 좋아한다지만 그것도 여자 나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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