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빨리 죽여! 지금 10명 남았어. 난 이미 목적을 이루었어.”
그러고 보니 그 사이 한명이 죽어 생존자수가 어느덧 10명이 되어 있었다.
마음속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는 곧바로 그녀의 심장에 오러검을 쑤셔 넣으며 급히 골렘을 돌아보았다.
놈이 쿵쿵거리며 다가오자 나는 그녀를 안고 다른 곳으로 달려가며 쑤셔 박은 검을 좌우로 비틀었다.
“아흑! 크르르륵!”
“씨발, 왜 빨리 죽지 않는 거야!”
그녀의 허리를 왼손으로 안고 오른손으로는 계속 검을 비틀어 댔지만 그녀는 심장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아직 죽지 않고 있었다.
“하으으윽.. 아직 체력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래, 목을 찔러.”
그녀가 힘겹게 말하자 나는 재빨리 심장에서 검을 뽑아내 그녀의 목을 찌르려 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힘겹게 한마디 했다.
“지구에.. 한번.. 놀러.. 가도 돼? 흐으윽..!”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검을 목에 쑤셔 박으며 한마디 해주었다.
“그래 놀러와.”
“고마.. 끄르르륵!”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가 검을 목에 쑤셔 박자 목에서 피가 확 뿜어지며 내 얼굴에 튀며 그녀가 목을 밑으로 꺾었다.
‘정말 되게 끈질기네.’
목에 검이 박혀도 그녀의 몸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자 나는 쑤셔 넣은 검을 좌우로 연신 비틀어댔다.
순간.
번쩍!
마침내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알림음이 전해져 왔다.
[체력이 100%로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한계치인 100%로 상승했다는 것은 레벨이 승급했다는 뜻이다.
생각대로라면 내가 지금 9위이니 보너스 경험치와 체르미안의 경험치까지 합쳐 2710점을 획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27레벨로 올라선 것이다.
비록 1레벨이었지만 골드 티어답게 오러의 푸른색이 한층 짙어지며 이제 오러의 길이 또한 조금은 더 길어져 있었다.
레벨이 승급되자 사신수의 덩치들이 조금 더 커지고 공격력이 한층 더 강력해졌지만, 주인 놈 또한 순위 안에 들어 레벨이 승급했는지 체르미안이 빠진 전투는 사신수가 밀리고 있었다.
역시 내가 빨리 골렘을 처치하고 합류하는 수밖에 없었다.
골렘을 죽이고 주인 놈만 처치한다면 다시 한 레벨이 승급되지만 내가 오르는 만큼 놈 또한 순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역시 그대로 2레벨 차이가 나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신수만 무사하다면 안될 것도 없었다.
잠시 후 역시 사신수가 밀린다는 것을 증명하듯 바로 알림음이 전해져왔다.
[체력이 97%로 떨어졌습니다.]
[체력이 94%로 떨어졌습니다.]
체력이 3%씩 두 번 떨어졌다는 것은 구렁이 두 마리가 소멸됐다는 뜻이다.
시간이 없었다.
저대로라며 사신수 모두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한번 해보자!’
그쪽은 우선 신경을 끊고 골렘부터 처치해야 해결책이 나온다.
체르미안을 안고 도망만 치던 나는 그녀가 사라지자 곧바로 몸을 돌려 다가오는 골렘을 향해 나는 듯 달려 나갔다.
휘웅.. 휘아아앙!
놈이 두 주먹을 번갈아 휘둘러 왔지만 놈은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전투력이 그대로인 반면 나는 더 강해져 있었다.
브론즈나 실버와는 달리 골드에서 한 레벨 승급은 민첩이나 파워 등 모든 면에서 그 두 티어의 승급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전과는 다르게 나는 더욱 재빠른 움직임으로 놈의 공격을 피한 뒤 다시 놈이 뻗어낸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안착한 후 앞가슴을 타고 미끄러지며 가슴 중앙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가슴 한 가데운데 도착하자 도력을 최대한 검 끝에 주입해 힘껏 붉은 빛이 아른거리는 가슴을 향해 찔러 넣었다.
쩌정!
검 끝 푸른 오러가 가슴을 파고드는 순간 그곳이 마치 유리 깨지듯 쫙 갈라져 나갔다.
하지만 금만 갔을 뿐 끝내 아다만티움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나는 대만족이었다.
그렇게 철옹성 같은 아다만티움을 이제 기스가 아닌 쪼갤 수도 있다는 것에 우선은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바로 그때.
캬아아앙!
퍼펑.
“크윽!”
내가 검을 빼내고 땅으로 내려서려는 찰나 놈이 휘두른 주먹에 옆구리가 스치며 나또한 저 멀리 나가 떨어져야 했다.
[체력이 84%로 떨어졌습니다.]
내가 부상을 당했지만 놈은 가슴에 금이 가자 나를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연신 뒤로 물러서며 괴성만을 질러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약간 겁먹은 모습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옆구리가 약간이나마 회복되자 나는 여전히 물러나는 놈에게 다시 달려 나가며 점프를 해, 무릎을 발판삼아 박차고 뛰어올라 가슴께로 날아오른 채 얼마 전 찍었던 가슴 가장자리에 정확하게 다시한번 검 끝을 쑤셔 박았다.
쩌저저저쩡!
캬아아앗.. 크워워워억!
검 끝은 놈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 마치 심장같이 벌렁거리는 시뻘건 물체를 정확히 꿰뚫어 버렸다.
순간 놈이 괴성을 질러대며 비칠거린 채 두 주먹으로 나를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나는 놈의 주먹에 한방 맞더라도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틀어박힌 검 끝에 도력을 다시 모아 오러 덩어리를 놈의 핵에 힘껏 밀어 넣었다.
이른바 검강이 놈의 몸속 핵에 쏘아져 나가며 폭발을 일으키자 놈이 다시한번 괴성을 내지르더니 이내 온몸이 한순간 멈춰졌다.
하지만 놈의 주먹이 멈추어지기 전에 나 또한 등짝이 묵직해지며 고통이 전해져와 치명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체력이 79%로 떨어졌습니다.]
큰 부상이 아닌게 천만다행이다.
만약 놈의 주먹이 멈추어지지 않았다면 내 몸은 납작하게 변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등에 식은땀이 절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놈의 가슴과 주먹사이에 낑겨 있던 나는 곧바로 검을 빼내고 몸을 비틀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놈은 끝이라고 생각하며 놈에게서 멀찍이 물러났다.
순간.
번쩍!
놈의 몸이 한순간 하얀 빛으로 변하더니 기어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씻은 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후우!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놈을 해치웠다!’
헌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때 느닷없이 알림음이 전해져왔다.
[체력이 64%로 떨어졌습니다.]
재빨리 사신수를 돌아보니 어느새 백호가 놈의 공격을 받고 허공중에 사라져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헌데 그때 현무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동료의 복수를 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땅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놈의 다리를 공격하려다가, 오히려 놈이 뿌려대는 십여개의 단도와도 같은 흰빛에 온몸이 꿰뚫리며 다시 번쩍하며 소멸해 버렸다.
[체력이 49%로 떨어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신수 모두가 소멸할 것은 뻔해 나는 숨도 제대로 고를 새 없이 다시 오러검을 내뻗어 다시 청룡을 공격하려는 놈에게 검강을 날려 보냈다.
놈은 내가 골렘을 처치한 것을 알고 무척 화가 난 듯 내가 공격해오자 다시 두 손을 번갈아가며 앞으로 내뻗어, 작지만 무척 강력해 보이는 마치 흰빛의 단도와도 같은 물체를 다시 십여개 내쏘았다.
퍼퍼퍼펑!
그중 몇 개가 내가 쏘아낸 검강에 부딪치고 나머지 6개가 나를 향해 날아오자 나는 점프를 해 그것이 지나치도록 하려 했다.
헌데 놈이 내쏜 흰빛은 날아오른 나를 향해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한순간 방향을 선회해 허공에 떠있는 내게 계속 쏘아져 오는 것이었다.
‘이런.. 레벨은 거저 먹은게 아니군!’
놈의 능력 또한 상위 플레이어답게 대단했다.
나는 허공에서 몸을 틀며 쏘아져 오는 6개의 흰빛을 향해 오러검을 힘껏 휘둘러 다시한번 검강을 뿌려낸 후 파괴되지 않고 계속 날아드는 4개의 흰빛을 검으로 직접 쳐내었다.
헌데 그 중 3개를 쳐내는 사이 한 개가 갑자기 방향을 다시한번 살짝 틀며 내 옆구리에 그대로 박혀버렸다.
“큭!”
[체력이 39%로 떨어졌습니다.]
방심한 것도 아닌데 너무 쉽게 당했다.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고통을 참고 간신히 착지하는 사이 주작과 청룡이 불과 번개를 쏘아냈지만 놈의 흰빛이 다시 양손에서 연신 발사되며 그 공격을 무마시키고 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놈의 공격력은 의외로 무척 강력했다.
땅에 떨어지자마자 나는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뒤로 하고 도력을 다리에 모아 쏜살같이 놈에게 달려가며 부적 하나를 날려 보내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을 쏘아 보냈다.
쏴아앗!
파팟!
놈이 흰빛을 날려 내 공격을 막는 사이 나는 어느덧 놈에게 접근해 검강을 두 번 연속 날려 보내며 주작과 청룡에게도 불과 번개를 내쏘도록 했다.
슈라라랏.. 화라라락!
내 검강은 다른 공격력에 비해 더욱 강력했기에 놈은 내 검강에만 5개의 흰빛을 쏘아내고 주작과 청룡에게는 각각 2개씩의 흰빛만을 쏘아냈다.
퍼퍼펑!
곧바로 검강과 흰빛이 허공에 부딪쳐 폭발하자 나는 하나 남은 흰빛을 오러검으로 쳐낸 후 곧바로 놈에게 짓쳐 들어가며, 이제 검의 범위 안에 들어온 놈의 정수리를 향해 오러검을 힘껏 내리쳤다.
사사삭..
하지만 놈의 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한순간 놈의 몸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언제 다가왔는지 한 손이 내 가슴에 거의 닿아 있었다.
츠츠츳.
놈의 손바닥이 번쩍하며 빛나자 나는 재빨리 몸을 빙그르르 돌며 회전했지만 놈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끝내는 오른쪽 가슴을 흰빛에 꿰뚫리고 말았다.
[체력이 24%로 떨어졌습니다.]
“크흑!”
“으윽!”
헌데 내 신음성 외에도 놈의 입에서도 단말마의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고통 중에도 고개를 드니 주작의 불덩이 하나와 청룡의 길쭉한 번개 하나가 놈의 등짝을 가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원래 놈의 이 정도 공격에 이렇게 쉽게 당할 내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도력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도력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마나나 내공과 같은 기력이다.
도력이 골렘과 싸우고 또 지금껏 주인 놈과 싸우며 너무 소모된 탓에 제대로 겨룰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놈을 이기기가 쉽지 않겠어.’
체력이 24%에 도력도 이제 많이 소모되어 어쩌면 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골렘도 처치한 마당에 놈을 못잡는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놈도 그 동안 사신수와 싸우며 많은 체력 소모가 있을 터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죽으나 사나 총공세뿐이었다.
두 신수에게 허공에서 계속 불꽃과 번개를 쏘아내게 하자 놈이 내게서 떨어져 우선 몸부터 피하려했다.
불꽃은 그렇다 쳐도 번개는 순식간에 날아오는 것인데 놈은 청룡이 번개를 쏘아내기 전 온몸에 에너지를 앞발로 모아 발사하는 모양새를 보고 미리 번개가 떨어질 방향을 예측하며 잘도 피해내고 있었다.
두 신수의 공격이 비록 놈에게 적중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두 신수도 이제 내가 도력이 많이 소모되자 움직임이나 공격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신수를 소멸시킨다면 나는 혼자 버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