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순간 나도 불의 구를 이동시켜 놈에게로 같이 쏘아져 나가며 다시 부적 하나를 놈에게 집어 던졌다.
‘파탄격!’
순간 날아가던 부적이 불타오르며 머리통만한 불꽃이 생성돼 놈의 본체로 그대로 날아갔다.
화라라랏.
퍼퍼퍼펑!
놈의 본체와 파격탄이 부딪치며 불꽃덩어리가 마치 수류탄 터지듯 폭발해 버렸다.
그 순간.
“크어어어억.. 카으으읏..!
시커먼 사람 형체의 독안개가 입모양처럼 크게 벌어지며 괴성이 울려 퍼졌다.
이때 나는 불꽃구 안에서 쏘아져가던 것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불꽃구 자체를 놈의 형체와 부딪쳤다.
화르르르륵!
한순간 구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열기에 놈의 형체가 사그라들며 놈은 괴성을 더욱 크게 지른 채 검은 형체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검은 독안개가 모두 사라지자 나는 재빨리 불꽃구를 소멸시킨 후 땅바닥에 급히 주저앉아 버렸다.
도력 소모가 너무 심했다.
나는 재빨리 가부좌를 틀고 앉아 도력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운공을 하기 시작했다.
운공을 한다해도 도력이 한계치에서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레벨과 특수 능력치에 걸맞는 도력까지는 되찾을 수 있었다.
그것이 비록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하지만 지금 도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만난다면 어차피 소멸은 피할 수 없어 모험을 하더라도 당장 어느 정도 도력은 되찾아야 했다.
내가 정자세를 취하자 주작과 청룡이 급히 내 머리위로 날아와 나를 호위해 주었다.
언뜻 저 멀리서 체르미안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두 눈을 꼭 감은 채 운공에 들어갔다.
이때 체르미안은 눈앞에서 운공을 하고 있는 준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한순간 숨을 한번 크게 내쉬더니 이내 마치 그를 호위하듯 뒤돌아서서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녀가 준수를 공격하려 했다면 그는 당장 주작과 청룡에게 죽음을 면치 못했을 터였다.
그녀가 마음을 달리 먹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살린 셈이었다.
오늘 사냥은 첫 싸움부터 정말 녹록치 않은 놈을 만났다.
운공을 하면서도 앞으로 만날 놈들이 나보다 레벨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자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무겁기는 했다.
하지만 골드 맵에 처음 떨어져 24레벨에서 26레벨까지 승급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었지만 왜 그런지 나는 항상 뭔가 모자라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무척 빠른 승급을 하고 있으면서도 왜 나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대한 해답은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내가 욕심을 너무 과하게 부리는 것인가?’
내 자신에게 자문해보니 역시 해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단시간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승급을 하면서도 왜 그 욕심이 양에 차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역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두 시간 가량을 그렇게 운공하고 나니 도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에게 등을 보이며 경계서고 있는 체르미안을 보며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의외인걸, 나를 위해 이렇게 경계까지 서주다니 말야. 난 또 내가 운공할 때 날 공격하면 어쩌나 했었거든.”
내 말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다시 깊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더니 대꾸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럴까도 생각했는데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지금은 네 말대로 내 순위를 올려 경험치 삭감을 최대로 줄이는게 나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마음먹었다니 다행이네.”
나는 만약 네가 날 공격하려 했다면 넌 주작과 청룡에게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곧바로 독술사가 어느 정도 레벨인지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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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골드
레벨 : 26
경험 : 990/2600
능력 (도력) : Lv 27
특수능력(도술) : Lv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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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술사는 28레벨이었다.
하긴 1레벨차이였다면 내가 그렇게 고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다시 주작을 날려 보내고 그녀와 함께 백호의 등에 올라타 사냥을 시작했다.
두 시간 운공을 했지만 아직 날은 새벽이라 모든 플레이어들은 한참 꿀잠에 빠져 있을 터다.
백호의 등에서 그녀가 내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내가 그녀를 이렇게 데리고 다니는 것이 과연 그녀에게 전에 당했던 모욕을 앙갚음 해주기 위해 그러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솔직히 체르미안은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전 독술사와 전투를 했을 때에도 그녀는 끼어들 처지가 되지 못했다.
만약 전투에 참가했다면 아마 채 몇분 버티지 못하고 소멸됐을 것은 뻔한 노릇이다.
‘그래, 짐이 되지만 않는다면 상관은 없겠지. 적어도 며칠 맵에 있으면서 예전 복수도 할 수 있고 그녀로 인해 따분하지는 않으니까 그거면 된 거지.’
그래도 밤사이 두 번 잠자리를 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모양이다.
방금 생각했던 대로 내게 짐만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데리고 다니며 내 정액받이로 끌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거추장스러우면 그때 죽여 버리면 되겠지.’
사실 체르미안은 나중에 내가 소멸되기 전 경험치를 올릴 내 귀중한 사냥감이다.
그 사이 그녀를 즐기는 것은 강자인 나의 권리라 생각하고 있었고.
얼마 후 주작이 다시 한 놈을 발견해 싸워보니 놈은 27레벨로 나보다 한 레벨 높았다.
이제 사신수가 아니더라도 나보다 1레벨 상위자는 나 혼자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27레벨자와 다시 28레벨자를 어렵게 한 놈 더 처치하고 나니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두 놈 모두에게서 보물 상자가 나왔지만 켄만 모두 합쳐 7개가 나왔을 뿐이다.
‘티어가 올라갈수록 아이템이 잘 나오지 않는다더니 정말 그렇군.’
이제 아이템은 기본 아이템과 특별나게 강한 아이템만 나오는 모양이다.
경험치는 이제 1540/2600.
생존자수를 보니 18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앞으로 안전지대까지의 거리는 132키로 남아있어 오늘 밤까지 잘 버티고 내일 저녁 안전지대로 들어설 즈음에는 잘하면 10위권 안에 들 수도 있을 터다.
‘그사이 몇 놈을 죽이느냐에 따라 27레벨인지 28레벨인지 대충 윤곽을 알 수 있겠지.’
이번 맵에서 1등을 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기회가 있다면 다음 맵에서 해야 한다.
이번 맵에서 최대한 경험치를 올려 30레벨로 최대한 가까워져 다음 맵에서 1등을 먹고 능력치와 특수 능력 또한 한 레벨 더 올리는게 최고의 시나리오였지만 그것은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모든게 내 생각대로 됐다면 실버티어에서도 1등을 먹었겠지.
날이 밝아오면 이제 플레이어들이 모두 안전지대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제 자기장이 다른 때와는 달리 점점 더 빨라지고 지고 있었다.
물론 날이 밝으니 빨라졌고 저녁에 날이 어두워지면 다시 서서히 좁혀져 올 터다.
이것은 이제 안전지대가 가까워졌으니 낮에는 빨리 움직이라는 뜻이었고 또 랭크게임이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낮에는 역시 암습의 위험이 있어 이제 너무나 거대해진 백호를 타고 간다면 눈에 쉽게 띠일 것 같아 그녀와 걸어서 이동했다.
반나절이 지날 동안 다른 놈들은 한명도 만나지 못해 새벽에 세 명을 사냥해 놓은 것이 역시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자위했다.
켄을 따먹으며 끼니를 때우고 오후에도 한 놈 만나지 못해 낙담하고 있던 찰라 드디어 한 놈을 발견했다.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2명만이 소멸돼 16명이 남았는데 이놈을 죽이면 이제 15명만이 남게 된다.
다행히 놈은 27레벨로 나보다 한 레벨 상위일 뿐이었다.
사신수를 소환할 필요도 없이 놈과 싸우고 있은데 돌연 한쪽에 서 있던 체르미안의 손에서 빛과 같은 물체가 번쩍하고 나타나더니 놈에게 쏘아져갔다.
저 공격은 예전에 나를 죽일 때 사용하던 공격과 똑같은 수법이었다.
놈은 한창 나와 싸우다가 그녀가 쏘아낸 공격에 아무 방비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옆구리에 빛의 창과 같은 길쭉한 것에 꿰뚫려 휘청거렸다.
사실 놈이 나와 한참 겨루고 있는 중에 그녀가 순간적으로 암습을 해서 성공한 것이지 정상적이었다면 그 공격으로 놈이 부상을 입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녀의 암습이 성공해 나는 전보다 비교적 쉽게 놈을 제압할 수 있었다.
녀석이 소멸되고 나자 이제 경험치는 1810/2600까지 올라와 있었다.
10등 안에만 들면 27 레벨까지는 무난했고 그 전에 몇 놈만 더 죽일 수 있다면 28레벨까지도 가능했다.
브론즈와 실버를 거치며 보너스 경험치를 계산해보니 브론즈 10등은 1000점 9등이 1500점으로 500점씩 추가 됐었다.
그리고 실버는 10등이 1500부터 시작해 9등이 2000점.
두 티어를 생각해보면 골드는 10등이 2000점부터 시작해 9등이 2500점이 될 것이 확실했다.
이번 맵에서 최대한 경험치를 획득해 레벨을 승급해놔야 다음 맵에서 1등을 차지할 확률이 그만큼 높았다.
체르미안도 생존자수를 확인해보고 자신의 현재 경험치를 확인해 봤는지 표정이 전보다는 많이 좋아보였다.
아니 긴장한 빛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이제 실버 티어로 떨어질 순위는 지났나보지?”
내 말에 그녀가 예전과는 다르게 빙긋 웃으며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이제 지금 죽어도 실버로 떨어지지는 않아.”
“그래? 그럼 지금 죽어도 되겠네. 나도 조금이라도 더 경험치를 획득해야 하거든.”
내가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말하자 그녀의 표정이 다시 싹 바뀌며 나를 살짝 쏘아보며 대꾸했다.
“나중에 너한테 죽을 테니까 그 걱정은 하지 마. 물론 네가 먼저 죽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나도 네가 정말 위급하다고 생각되면 너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어차피 네가 죽으면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나도 널 최대한 보호해 줄게.”
“보호란 말이 거슬리네.”
“아니, 보호가 아니라 호위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너한테 손해는 끼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어. 나도 너로 인해서 이번에 10등 안에 한번 들어보자.”
“숨기지 않고 화끈하게 말해서 그건 마음에 드네. 아무튼 넌 내 마지막 경험치니까 그거만 잘 기억해둬. 자 오늘은 날이 저물었으니 그만 쉬자.”
내가 동굴을 찾으려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이 조금은 붉게 물들었다.
숲으로 된 맵에는 원래 동굴이 많았는지 얼마가지 않아 은밀한 동굴을 하나 발견해 그곳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파 캔을 하나씩 먹고 나자 켄이 아직도 많이 남아 하나씩 더 따먹었다.
이제 내일 저녁이면 안전지대로 진입할 것이고 그곳에서 10위안에 들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난다.
혹시라도 5위안에만 들 수 있다면 그건 더 대박인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