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놈의 말에 내가 콧방귀를 뀌며 부적을 꺼내 곧바로 현무만을 소환 시켜 놈의 능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채찍의 공격에 내가 세 번 스친다면 소멸이라는 말에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괜히 꺼림직 했기 때문이다.
이 맵 안에서 앞으로 싸워야 할 상대가 이놈 한 놈뿐이 아닌데 혹시라도 사신수 모두 소환했다가 잘못된다면 내겐 큰 타격이다.
몰론 현무의 독성은 내가 믿고 있었기에 놈에게 한순간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 그래도 독 공격에 제일 무난할 것 같은 현무로 놈의 능력부터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곧바로 황소 세 배만해진 거대한 덩치에 등껍질에는 8마리의 구렁이가 머리를 하늘로 쳐든 채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현무가 나타나자 놈이 잠깐 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코웃음을 치고 있는 놈이었다.
놈의 채찍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저 혼자 허공에서 춤을 추고 있는 가운데 구렁이 8마리가 등껍질에서 떨어지고 현무 또한 놈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스스슷.. 쓰쓰씃..
현무가 정 가운데에 위치하고 8마리가 좌우로 도열한 채 접근해가자 한순간 놈의 두 눈썹이 꿈틀했다.
구렁이의 빠름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무 또한 일반 거북이와는 달리 구렁이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땅을 파기 좋게 뾰족하지만 넓적한 앞발은 뒷발이 밀어주는 힘에 의해마치 풀밭 위를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비록 8마리뿐이었지만 마치 좌우에 병사들을 잔뜩 거느린 장군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현무와 구렁이가 20여 미터 앞으로 접근해자 드디어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헌데 앞으로 달려 나오던 놈이 돌연 긴 채찍 끝을 바닥에 대자 채찍이 반동을 주듯 놈의 몸을 밀어냈다.
부우웅..
놈의 몸이 그 반동에 의해 현무쪽으로 쏘아져가며 곧이어 검은 아지랑이를 휘날리는 채찍이 앞으로 뻗어와 현무에게 날아갔다.
휘라라랏!
순간 현무가 재빨리 몸을 옆으로 이동시키자 채찍이 한쪽에 있는 나무를 그대로 휩쓸고 지나갔는데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야 했다.
우지끈.. 쿠쿠쿵!
채찍이 나무 밑둥을 휩쓸자 그 큰 나무가 마치 예리한 검에 잘린 듯 싹뚝 잘려지며 한쪽으로 쓰러졌다.
헌데 나무가 잘린 것은 둘째치고 잘린 나무와 남아있던 밑둥이 한순간 시커멓게 변색되며 검은 물이 되어 녹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정말 대단한 독성이다, 놈이 큰소리 칠만 했군.’
지금도 이 정도 독성인데 앞으로 레벨이 더 승급된다면 놈의 독술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곧바로 구렁이와 현무의 반격이 시작됐다.
구렁이도 놈에게 꿈틀거리며 다가가다가 꼬리가 바닥을 찍으려 놈의 채찍과 같이 반동을 이용해 놈에게로 그 큰 아가리를 벌리며 쏘아져 나갔다.
“흥!”
놈이 코웃음을 치며 손목을 살짝 비틀자 들고 있던 채찍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쏘아져나가는 구렁이의 벌린 입으로 마주쳐갔다.
촤라랏!
한순간 허공에서 쏘아져가던 채찍이 구렁이의 입을 강타했다.
츠르르릇.. 츠츠츠츳..!
헌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구렁이가 단 한방의 채찍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져 널부러진 채 온몸을 연신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곧바로 채찍에 맞은 구렁이의 머리가 검게 변색되더니 차츰 온몸으로 번지며 검게 변하더니 한줌 독수로 흐물흐물 녹아내려 끝내는 번쩍하며 소멸해 버렸다.
[체력이 105%로 떨어졌습니다.]
현무가 죽는다면 15%의 체력이 떨어지는 반면 구렁이가 소멸되면 3%의 체력이 떨어진다.
현무와 구렁이가 한 몸인데도 체력이 따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 구렁이도 아마 각자가 고유 생명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차치하고 구렁이가 놈의 채찍에 단숨에 녹아내리자 다른 구렁이들이 놈을 공격하려 다가서는 모습을 보며 나는 급히 구렁이와 현무마저도 소멸시켰다.
상황을 보니 현무와 구렁이들로서는 아직 놈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같은 독성이라도 현재로서는 놈과 차이가 너무 심했다.
놈이 27-8레벨이라면 나는 플레티넘인 31-2레벨은 되어야 현무와 구렁이의 독성이 놈과 비슷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내가 오러검을 생성시켜 놈에게 날아들자 놈의 채찍이 멀리서 내 검을 맞아왔다.
촤르르륵.. 츠리리릿.. 츳.. 츠츠츳..!
채찍과 오러검이 몇 차례 부딪치자 오러검마저도 약간 변색되는 듯했지만 다행히 오러가 독성을 제어할 수 있는지, 검게 변색된 검신에서 매캐하고 비릿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나며 독성이 제거됐다.
놈이 그 모습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원거리에서 계속 채찍을 휘둘러 내가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나는 검강과 부적술로 원거리 공격을 가해 보았지만 그 공격은 놈의 채찍에 의해 모두 무산도 말았다.
한동안 놈과 나의 싸움은 지루한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헌데 어느 순간 놈이 오른손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왼손을 내게 쭉 뻗어냈다.
그러자 놈의 왼손바닥에서 시커먼 연기같은 것은 스멀스멀 기어 나오더니 앞이 뾰족한 마치 화살과 같은 모양으로 변하며 내개 3발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빙벽!’
쩌저정!
급히 부적을 하나 꺼내 내 앞에 얼음벽을 생성하자 독화살이 얼음에 부딪치며 소멸해 버렸다.
놈이 독채찍을 다루는 능력 외에 독화살을 쏘아내는 다른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능력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헌데 채찍과 독화살에 맞서 한참 싸우고 있는 중에 놈의 입꼬리가 묘하게 말려 올라갔다.
이제 놈은 채찍으로는 나와 결판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순간 채찍을 거두어들이며 소멸시켜 버렸다.
그 틈에 내가 놈에게로 거리를 좁히려 쏘아져 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놈이 두 손을 허공으로 치켜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리 위 30여 미터 높이에 검은 연기가 생성되며 검은 독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두두.. 두두두두..!
[체력이 95%로 떨어졌습니다.]
몇 방울 맞지 않았는데 한순간 10%의 체력이 떨어져 버렸다.
‘열화벽!’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시뻘건 불길이 이글거리는 방원 3미터 넓이의 불꽃 벽을 머리 위에 마치 우산처럼 생성시켰다.
치지지직.. 치치치칙!
독비가 불꽃에 닿자마자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그대로 수증기로 화하자 한순간 내 눈빛이 반짝 빛났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독의 극성이 불이라는 것을 ..!’
놈의 약점을 찾은 듯해 이제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내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한동안 독비를 쏘아내던 놈의 인상이 전과는 다르게 더욱 일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고 단정을 내리게 됐다.
헌데 그것도 잠시.
독비가 이내 멈추더니 놈이 음산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한소리 지껄였다.
“대단하구나, 내 공격을 모두 무마시키다니.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마지막 필살기라고 하면 맞겠지.”
필살기라는 말에 나는 조금 긴장하며 오러검을 치켜든 채 단단히 준비를 했다.
필살기라면 보통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붇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최고의 공격 수법을 말한다.
놈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보통 공격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곧바로 놈이 다시 두 손을 치켜들자 이번에는 놈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놈의 몸이 흐릿해지며 그곳에 검은 안개? 아니 검은 안개같은 물이 놈이 있던 자리에 생성되며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1미터.. 2미터.. 5미터.. 10미터.. 20미터..
끝내 내 앞에는 넓이 50여 미터가 넘는 검은 독안개와 같은 것이 온 하늘과 지상을 뒤덮었다.
그러자 한순간 어디로 피할 수도 없이 내 앞쪽은 온통 검은 물결로 일렁이고 있었다.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저 독안개에 휩싸이면 얼마가지 못해 체력이 바닥날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하다해도 저것 또한 독이었다.
문제라면 저것이 안개이니만큼 열화벽으로 앞을 막는다 해도 옆쪽으로 퍼져오면 소용없을 터였다.
순간 나는 재빨리 부적 두장을 꺼내 주작과 청룡을 소환했다.
주작이라면 불의 속성을 지닌 불사조로 독성과는 극성일 터였고 청룡 또한 번개를 다룰 줄 아니 독과도 어느 정도는 상극일 것이라 생각했다.
두 신수를 소환한 나는 이제 오러검은 소멸시키고 다시 부적 두 장을 꺼내들었다.
‘진공 화염구!’
두 장을 한손가락에 겹쳐서 도력을 더욱 강력하게 일으켜 주문을 외우자 내 앞에 방원 2미터가 넘는, 마치 비눗방울과 같이 안이 텅빈 불꽃구가 생성됐다.
헌데 내가 불꽃구를 생성시키자마자 안개가 마치 파도치듯, 아니 마치 작은 해일이 밀려오듯 내게로 넘실대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나는 재빨리 불꽃구의 한쪽 불꽃을 잠시 사라지게 하고 구 안으로 몸을 집어넣은 후 다시 전체를 불꽃에 휩싸이게 했다.
쿠르르르릉.. 촤라라라랏..
독안개는 소리마저도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오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놈이 독안개로 화해 펼치는 필살기이니만치 이 안개만 없앨 수 있다면 놈 또한 소멸시킬 수 있으리라 여겼다.
불꽃구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나는 밖의 광경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안개가 넘실거리며 20여 미터 앞으로 다가오자 나는 주작과 청룡에게 불과 번개를 계속 쏘아댈 것을 명령한 후, 나는 도력이 많이 소모되어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술법을 펼치기로 했다.
곧바로 이번에는 부적을 세장 겹쳐 쥐고 앞으로 다가오는 해일 같은 독안개를 향해 날리자, 부적이 불꽃구를 뚫고 지나가 거센 안개가 다가오는 땅바닥에 제각각 30여 미터가량 거리를 두고 삼각형으로 꽂혀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연옥 화염진!’
내가 주문을 외우자 30여 미터씩 벌어진 정삼각형 내부가 한순간 불타오르며 대지가 시뻘겋게 물들더니 이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차르르륵.. 츠츠츠츳..
한순간 삼각형 안의 대지가 시뻘겋게 녹아 용암으로 변하며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삼각형은 안개가 다가오는 바로 앞에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안개와 대지의 용암이 맞닥뜨렸다.
쓰쓰쓰.. 화라라락..
용암이 출렁일 때마다 불길이 일어나며 물기와 같은 독안개가 타들어가 매캐한 수증기를 연신 뿜어대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엄청난 열기의 용암과 공중에서는 주작과 청룡이 연신 독안개를 공격하자 검은 독안개가 조금씩 타들어가며 줄어들기 시작했다.
헌데 자세히 보니 유독 안개의 한가운데가 시커먼 사람 형상을 하고 있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 형상이 놈의 본체임을 알 수 있어 내가 놈을 향해 무리를 하더라도 다시 불의 공격을 가하려는 그때, 이제 주위의 안개가 거의 수중기로 화해 본체만이 간신히 용암 구역에서 빠져나온 놈이 내게로 쏘아져 오려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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