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1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111/207)



〈 111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싸움터 밖에서 플레이어들의 전투를 지켜보며 죽을 놈이 누가 있나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얼마 후 두 놈이 비슷한 레벨인 듯 힘겨운 싸움 끝에 양패구상을 할 위기에 처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제대로 걸렸군.’

두 놈은 서로에게 각자 한번씩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붓고 뒤로  발자국씩 쿵쿵거리며 물러난 채 온몸을 휘청거리고 있었다.
헌데 한 놈은 잠시 버티다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 않았고 나머지 한 놈은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었다.

‘두  모두 체력과 기력이 바닥이다.’


두 놈의 레벨은 나보다 1-2레벨은 상위 같았지만 지금 상태에서 두 놈을 처치하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다른 플레이어들이 싸우는 곳을 한번  둘러보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상대와 싸우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을 보고 또다시 현무에게 급히 명령을 내렸다.


스스스스.. 스스슷..

곧바로 땅속에서 구렁이 두 마리가 슬금슬금 기어 나오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두 놈에게 접근해가자, 나는 인벤토리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30미터까지 이동 가능한 순간이동 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두 놈에게 달려가며 얼추 30여 미터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돌을 움켜쥔 후 두 놈이 있는 장소를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두 구렁이는 각각 두 놈에게 거의 다가가 꼬리를 이용해 다시한번 그  입을 쩍 벌려 머리통을 한꺼번에 집어삼켜 이빨로 덥석 물어버렸다.


츠츳.


두 놈의 몸이 한순간 검게 변하며 온몸을 연신 부르르 떨고 있는 찰라  몸이 한  앞에 마치 홀로그램의 모습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슈각!


두고 볼 것도 없이 이미 들고 있던 오러검으로 놈의 심장에 찔러 넣자 놈의 몸이 반짝하며 사라졌다.

‘한 놈 추가요!’


마음속으로 그리 외치며 근처에 다시 구렁이에게 머리가 물려 있는 다른 놈에게 다가가니, 구렁이의 독성도 레벨업이 됨에 따라 더 강해졌는지 아직까지 놈의 몸체는 시커먼 상태로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츠릿.


놈 또한 볼  없이 다시 심장에 검을 꽂아 넣자 바로 맵에서 사라져 버렸다.


‘또 한 놈 추가요!’


순간이동 돌은 모두 세번 사용 가능했는데 두 번을 사용했으니 이제 한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소멸하게 되면 아까워 나머지 한번도 어디든 사용할까 했지만 혹시나 몰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돌아보고 있는데, 내게 경험치를 빼앗기고 보물 상자를 연 놈이 손에 둥그런 은빛 덩어리를 쥐고 싸울 상대를 찾고 있어 나는 재빨리 숲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놈의 레벨은 27레벨로 놈과 싸우자면 설사 이기더라도 이만저만 시간을 잡아먹는게 아니라 지금  놈 죽이자고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현무도 다시 땅속으로 숨어들게 하고 숲에 들어서 다시 정세를 관망하려는데 문득 기가 근방에서 느껴져 이상하다 생각하고 기가 느껴지는 방향을 주시하니, 풀숲이 나부끼며 한 인영이 나머지 하나 남은 보물 상자 쪽으로 다가가려는지 그쪽을 주시하며 살금살금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 나가면 죽는다는걸 모르는군.’

상위 아이템 하나를 차지하고 호시탐탐 싸울 상대를 찾으며 다시 보물 상자로 다가서는 상위 플레이어가 있는데,  여자는 최하위 레벨로 겁도 없이 언제 나무에서 내려왔는지 전장터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나무 위에 그대로 있으라니까 내려와서 귀찮게 하고 있네.’

여자는 아무래도 내가 이제 주변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여자가 나무사이를 오가며 보물 상자 쪽으로 다가가자 나는 슬며시 그녀의 뒤쪽으로 돌아 10여 미터 근처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한순간 점프를 해 그녀의 등 뒤로 떨어져 내리며 주먹으로 뒤통수를 힘껏 내리쳤다.

팍!

“아흑!”

뒤통수에 무지막지한 주먹이 작렬하자 그녀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얼굴이 바닥에 쳐박혔다.

나는 재빨리 현무에게 명령해 구렁이 한 마리를 내 쪽으로 보내게 했다.
그리고 그녀가 쓰러진  몸을 뒤집으며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는 것을 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지? 내가 처음 참가한 게임에서 네년에게 죽으며 많이 기가 꺾였었지. 이제부터 내가 죽기 전까지 네년에게 그 빚을 톡톡히 받아낼 생각이니까 단단히 준비하고 있으라고.”

내 말에 그녀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대꾸했다.

“랭크게임에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차라리 고문을 하면 괜찮은데 널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날 벌레보 듯 했어. 아무튼 난 그때 기억이 생생해서 네년을 그냥은 못 죽이겠다.”

말하는 사이 3미터 길이의 구렁이가 다가오자 그녀가 뱀은 무서워하는지 두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두 손을 뒤로 짚은 채 물러서며 소리쳤다.


“뱀, 뱀이다!”

“내 친구니까 서로 인사나 하라고. 그리고 잠시 이 녀석이 널 돌봐줄 테니까 얌전히 있는게 좋을 거야.”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녀가 나와 뱀을 번갈아 쳐다보는 사이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뒤로 땅을 짚고 있는  팔을 오러검으로 어깨부터 싹둑 잘라냈다.


“아흑!”

 팔이 잘려나가자 그녀의 몸통이 바닥으로 엎어지며 고통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팔은 나중에 다시 붙여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곧바로 한쪽에서 기다란 혀를 낼름거리며 구경을 하고 있는 구렁이에게 명령을 내리자, 녀석이 몸체를 움직여 그녀의 몸을 스르르 휘감고 두 팔마저 감싸며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녀는 두 팔이 없어 발버둥도 치지 못한 채 머리위에 입을 쫙 벌리고 언제라도 머리를 집어 삼킬 자세를 취하고 있는 구렁이를 보며 공포에 입술이 새파래지기까지 했다.

사실 팔을 자르지 않아도 21레벨인 그녀가  상태라면 구렁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몰라 아예 반항할 요소를 애초에 없애버린 것이었다.

구렁이와 그녀가 나무 잎사귀 사이로 사라지자 나는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다가가 장내를 돌아보았다.


헌데 그때 믿기지 않는 광경이 내 두 눈을 사로잡았다.

쿵쿵쿵.. 파아아앙..!


카아아앙!

둥그런 은빛 돌멩이 같은 아이템을 획득한 놈이 그것을 앞에 집어던지자 은빛 물체가 번쩍 빛나며 엄청난 괴수가 그 자리에 나타났다.


괴수의 몸통은 나도 예전에 한번 우주선 보급으로 지급된 아다만티움 방탄복과도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놈의 몸체가 햇빛에 연신 반짝이고 있었다.
헌데 그것도 그것이지만 놈의 덩치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키가 자그마치 30여 미터는 될듯했다.
얼마 전 싸웠던 바위 괴수보다 반은 더 커보였고 한눈에 보기에도 그 놈보다 더 강력해 보였다.

“아다만티움 골렘이다! 후..! 골드 맵이라 그런지 확실히 다르군.”


티어의 맵이 올라갈수록 아이템 역시 더욱 강력해 진다더니 역시 골드맵의 아이템은 브론즈나 실버 맵의 아이템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곧바로 골렘이 여기저기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원래 아무리 상위 아이템이라도 최상위 플레이어,  29-30레벨의 플레이어가 있다면 아무리 아다만티움 골렘이라도 그들의 상대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최상위 플레이어는 다른 지역에 있는지 골렘이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자 플레이어들은 놈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때 그래도 상위인 듯한 몇 명의 플레이어가 골렘에게 반격을 가해 덤벼들고 있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보물 상자도 물론 중요했지만 역시 경험치를 획득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다른 곳으로 도망친다면 다시 플레이어들을 찾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경험치를 쌓고 싶어 했다.
나 또한 그래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었고.


헌데 골렘과 싸우고 있는 중에 조금 낮은 레벨자 두 명이 보물 상자를 차지하려 은근슬쩍 그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내 눈에 띄었다.


‘그건 내가 차지 좀 하자.’


어떤 아이템이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주선에서 보급되는 아이템이라면 내게 큰 도움이  것은 당연했다.
나는 곧바로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놈을 급히 쫒아가기 시작했다.

달려가며 골렘과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힐끔 보니 그들의 공격은 골렘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어떤 공격이던 몸체에 맞으면 그대로 소멸되거나 튕겨져 나오고 있었다.

신의 물질이라는 아다만티움은 역시 무척 강력했다.
심지어는 오러가 입혀진 발톱이나 검으로 가격을 해도 기스만 살짝 남을 뿐 놈은 끄떡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골렘을 획득한 놈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격하려 했지만 놈 또한 27레벨로 만만치 않은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골렘까지 엄호하고 나서니 놈을 한동안은 처치할  없는 지경이었다.

그쪽은 그쪽이고 나는 우선 보물 상자부터 차지하기 위해 두 놈이 달려 나가는 곳을 향해 나아가다가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손으로 한대 칠 뻔했다.

‘나도  멍청한 놈일세!’


보물 상자와의 거리는 내가 아직 50여 미터가 남았고 두 놈은 각자 반대 방향에서 뛰어오고 있는데 보물 상자와의 거리는 30여 미터 정도다.


이대로라면 당연히 내가 늦을 터다.
나는 곧바로 땅속에 대기하고 있던 현무에게 명령해 구렁이를 한 마리 내보내 보물 상자를 내게 가져오게 했다.

지금은 설사 구렁이가  마리 희생당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곧바로 보물 상자가 들썩이며 그 밑에서 구렁이 한 마리가 기어 나와 상자를 돌돌 감아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이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만무했다.
 놈이 양쪽에서 곧바로 상자를 감고 있는 구렁이를 향해 원거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슈슈슛.. 퍼퍼펑!

구렁이는 상자를 감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이 그리 빠르지 않았다.
연속되는 공격에 몸체  곳에 부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구렁이는 상자를 최대한  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었다.

나는 두 놈이 다시 구렁이를 공격하려하자 급히 부적  장을 꺼내 가장 빨리 발현되는 불덩어리 두개를 놈들에게 각각 내쏘며 구렁이를 엄호해주었다.
갑작스런 내 공격에 두 놈은 구렁이를 공격하려던 것을 멈추고 어쩔 수 없이 내 공격을 방어해야 했다.


두 놈의 레벨을 얼핏 짐작해 보니 희미하게 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모두 나와 비슷한 레벨이었다.


이제 사신수 모두를 불러낼 차례였다.
지금 사신수 한 녀석의 능력은 내가 25레벨이니 거의 22-3레벨은  터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면 불러내지 않았겠지만 25레벨 두 놈이라면 두 신수가 각각  놈씩 맞고 내가 지원해 준다면 이길 가능성은 다분했다.


곧바로 부적 세 개를 꺼내 허공과 지상으로 날리며 주문을 외치자 주작과 청룡 백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땅속에 있던 현무까지 지상으로 튀어 나와 두 놈을 맞아갔다.


이때 보물 상자를 감고 오던 구렁이가 무척 심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전력으로 내게 이동해 오자 나는 몸을 날려 녀석에게로 떨어져 내리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수고했다. 넌 그만 돌아가서 쉬고 이곳은 동료들에게 맡겨라.”

츠츠츳.. 치치칫..


녀석이 알았다는 듯 혀를 날름거리고 이내 번쩍하며 사라져 버렸다.
사신수가 두 놈을 맡아 싸우고 이제 6명 남은 플레이어들이 골렘과  주인 놈을 상대하는 사이 나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고 다소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건 뭐지..?’


상자는 사람 몸통만한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달랑 자그마한 반지 하나가 전부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곧바로 반지를 집어드니 알림음이 전해져 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