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얼마 후 내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은밀히 접근하려 했는데 50여 미터 정도 다가가자 놈이 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기척을 느꼈으리라 생각하니 나보다 상위 플레이어는 맞는 것 같았다.
문제는 놈이 어느 정도 레벨이냐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알 수 없으니 그것은 그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들킨 것, 굳이 은밀히 다가갈 필요 없어 곧바로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 당당히 걸어갔다.
놈은 분명 내가 자신보다 레벨이 낮다는 것을 기로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이리도 당당히 나오자 기가 막힌 듯 헛웃음과 함께 역시 강자들의 전매특허인 비웃음이 지어졌다.
“헛! 정말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 분명 내가 네놈보다 상위 레벨자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다니 용기 하나는 가상하구만.”
“누가 강한지 약한지는 싸워봐야 알겠지.”
일반적이라면 거의가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가 이기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간혹 직업의 특수성이나 또는 능력치와 특수 능력의 레벨업으로 인해 1-2레벨 차이는 극복하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했다.
바로 내 경우처럼 말이다.
하지만 놈은 지금껏 그런 상대를 만나보지 못해서인지 내말에 코웃음을 치며 기고만장해 하고 있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놈이군. 보아하니 골드 티어로 승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감 하나만 가지고 그러는 모양인데, 나도 오래전에는 네 놈 같은 때가 있었지. 하지만 골드 티어에서 20년 넘게 썩다보면 이젠 그런 용기와 자존심은 고사하고 경험치 삭감만 되지 않게 몸만 사리게 되더군. 네놈의 그런 자신감을 미리 꺾어 놓는게 안타깝지만 너도 내가 보기에는 골드에서 20년 이상 푹 썩을 것 같으니까 선배인 내가 미리 교육 좀 시켜주지.”
놈이 한말은 내게 최대한 모욕을 안겨준 것이며 욕 중에서도 가장 저질의 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보고 20년 이상 골드 티어에 썩을 거라니.
진짜 썩어죽을 놈이었다.
아레스 교관이 3년 정도 골드에서 탈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솔직히 기분을 맞춰주느라 슬럼프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줬는데, 여기 20년 넘게 골드 티어에서만 썩은 놈을 직접 보니 아레스는 정말 슬럼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고 했다.
혹시 아레스가 10년 이상 골드 티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 거기까지가 한계일지 모르겠으나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아레스와 한번 듀오게임에 참가해봐..?’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레스가 만약 계속 경험치가 삭감돼 실버로 떨어지게 된다면 교관으로서 자격은 자동 박탈이었다.
물론 2년만에 실버를 벗어나 골드 티어가 됐으니 다시 실버로 떨어진다면 2년의 시간부터 다시 도태자가 되기 위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다.
하지만 설사 골드가 다시 실버로 떨어졌다 해도 다시 골드로 승급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라 도태자가 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교관의 자격이 자동 박탈당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번 실버로 떨어진 플레이어는 다시 교관 자격증을 딸 수 없는게 현실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레스 혼자서 물론 잘 하겠지만 노파심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튼 그런 것은 나중 문제고 우선은 20년 넘게 골드에서 폭삭 삭은 걸어 다니는 새우젓 같이 생긴 외계 플레이어부터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놈과는 인사치레로 잠깐 얘기를 주고받았으니 이제 싸울 일만 남아있었다.
“20년 묵은 새우젓에게 교육 받을 일 없으니 잔말 말고 싸우기나 하지.”
내가 말하며 오러검을 생성시키자 놈이 고개를 갸웃했다.
“새우 젖..?”
“그래 지구에 너 닯은 오래 삭은 그런 놈들이 있어.”
“그런가! 그럼 꽤나 미남이겠군.”
“글쎄..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맛은 있으니 인간들에게 무척 도움은 되지.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말야.”
놈이 내 말을 알아 들을리 없어 놈도 고개를 갸웃하며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나는 놈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길래 20년 넘게 골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궁금해 놈이 하는 양을 잠깐 지켜보았다.
헌데 놈의 몸 전체가 한순간 파란 빛을 띠더니 온 몸을 감쌌던 그 파란 빛이 순식간에 오른 주먹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오른손 전체가 마치 쇠와 같이 단단해지며 검게 변하더니 갑자기 오른 손의 크기만 방금 전의 다섯배 이상 커지는 것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푸른빛이 감싸고 도는 오른 주먹은 무척 단단하고 거대해져 무척 위력적으로 보였다.
“원 펀치 술사라고 들어 봤는지 모르겠군, 애송이.”
놈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스스로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놈이 그 직업에 대해 무척이나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년 넘게 골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해준 직업인데도 말이다.
물론 내가 그런 직업에 대해 들어 봤을 리가 없어 고개를 젓자 놈이 거대해진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원 펀치를 경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꼬맹아. 나를 골드까지 오게 만든 대단한 주먹이니까.”
20년 동안 골드에서 썩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골드까지 오게한 것만 생각하고 있는 놈을 보며 조금 모자란 놈은 아닌가 생각했다.
놈의 말대로 원 펀치 스킬이 대단한지는 겪어보면 알 일이다.
더 이상 시간 끌 것도 없어 내가 선제공격을 하려 하는데 놈이 한순간 잔인한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들고 있던 오른 주먹으로 자신 앞의 땅을 힘껏 내리 찍는 것이 아닌가.
쿠쿠쿵.. 꽈꽈꽈꽝..!
순간 나는 놈이 왜 자신의 스킬에 대해 그토록 자신만만했고 거만했는지를 알게 됐다.
놈이 내리친 땅이 한순간에 갈라지는가 싶더니 그 갈라진 땅이 허공으로 비산하며 길게 일직선을 그리며 나를 향해 뻗어 오는 것이었다.
말은 놈이 땅을 내리찍고 내게 뻗어온다고 했지만 실상은 30여 미터 떨어진 내가 서있는 곳과 놈이 내리친 땅은 거의 동시에 땅거죽이 쩍 갈라지며 그 사이에 있던 흙은 물론 돌이나 조금 큰 바위 심지어는 거대한 나무까지도 뿌리째 뽑혀져 나가며 나를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내 발밑의 흙들도 비산하며 나를 덮치려하자 나는 재빨리 허공으로 20여 미터나 점프해 날아올라 피하려 했다.
하지만 땅이 길게 갈라지며 솟아오른 무수한 돌과 나무 흙들은 엄청난 속도로 지상에서 그대로 나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져 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오라검에 도력을 잔뜩 주입한 후 놈을 향해 검강을 한방 날려 보낸 후, 품속에서도 부적 두 개를 꺼내 내 발밑에 얼음의 장벽과 불의 장벽을 연속으로 생성시켜 날아오르는 물체들을 막으려 했다.
츠리릿!
쏘아져오는 검강을 보며 놈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다.
놈은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검강이 눈앞에 다가오자 거대해진 시커먼 주먹으로 날아드는 검강을 향해 힘껏 휘저었다.
쿠쿵!
순간 검강과 놈의 주먹이 부딪치며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잠시 후 드러난 모습에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강이라는 에너지 응축기와 부딪친 놈이 뒤로 주춤 몇 발자국 물러났을 뿐 놈의 주먹은 그대로였다.
아무리 초보단계의 소드 마스터라지만 지금 내쏜 검강의 위력이라면 바위도 너끈하게 벨 수 있었고 강철이라 해도 어느 정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헌데 놈은 몇 발자국 물러난데 그치고 주먹에는 살짝 흠집만 났을 뿐이었다.
놈의 말대로 원 펀치 스킬은 정말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지상에서 쏘아져 오던 무수한 돌과 나무들은 얼음의 장벽을 거치고 불의 장벽과 부딪치며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놈의 공격이 단 한번 뿐이었지만 나는 놈의 스킬을 무시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보다 상위 레벨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 놈의 직업이 뭐 그리 대단할까 하며 마음속으로는 조금 무시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한번 겪어보니 놈이 골드까지 온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 정도 능력으로도 더 이상 승급이 되지 않고 20년을 골드 티어에서 삭았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 또한 문득 들기도 했다.
곧바로 내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데 놈이 30여 미터나 떨어진 나를 향해 웬일인지 허공에 대고 다시 오른 주먹을 힘껏 내 뻗는 것이 아닌가.
“.....뭔 미친 짓?”
놈의 희한한 행동에 내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또다시 놈의 스킬에 다시한번 놀라야 했다.
촤라라랏.. 츠르르릇..!
놈의 내뻗은 주먹 끝에서 갑자기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이 들려오며 마치 아지랑이가 피워 오르듯 하더니 그 아지랑이가 파도가 치듯 내게로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한눈에 보기에도 반투명한 파도와 같이 밀려드는 폭이 넓은 굽이치는 아지랑이에 맞는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 같아, 나도 곧바로 부작을 한 장 꺼내 도력을 최대한 주입해 밀려드는 파도와 같은 아지랑이에 날려 보냈다.
‘산광탄!’
순간 부적이 불타오르며 그곳에 수백 개의 주먹만한 불꽃덩어리가 생성되어 파도치듯 날아오는 아지랑이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공기의 파장 공격인 아지랑이와 도술의 불꽃이 허공에서 부딪치자 수백개의 불꽃덩어리 만큼 연속해서 폭발음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퍼퍼펑.. 파파팡..!
다행히 놈의 이번 공격은 산광탄으로 막아 낼 수 있었다.
만약 실버 티어였다면 이런 술법을 쓸 수 없어 고스란히 죽음을 맞아야 했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때 사신수를 소환해 내서 협공을 가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놈의 레벨은 나보다 1-2레벨 높은 수준이라 사신수 없이 한번 놈을 상대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정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소환해 내면 그만이었으니까.
놈의 공격이 무효화 되자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였다.
30여 미터를 한순간에 박차고 나아가자 놈이 나를 맞아 무지막지하게 주먹을 휘둘러대며 맞아왔다.
파파팟.. 차차차차창..!
오러검과 주먹이 한순간 십여 차례 부딪치자 쇳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으로 보아 놈의 주먹은 아마 강철과 같은 속성으로 변한 것 같았다.
헌데 파란 빛을 띤 오른 팔은 강력한 오러가 입혀진 내 검과 부딪치고도 역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놈의 팔이 거대하다고 느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놈의 휘둘러지는 주먹의 속도는 결코 내 검의 속도에 밀리지 않고 있었다.
휘아악.. 파아앙..!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파공성과 그 주변 공기가 요동치며 그 잔결이 나를 위협하기도 했다.
놈의 주먹 자체도 위력적이지만 휘두르고 난 다음 공기의 잔결은 마치 칼날과 같이 날카로워 쉽게 놈에게 다가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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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