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사막이라면 당장 알 수 없었지만 숲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은 노멀 맵이 확실했다.
노멀 맵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 실망감은 들었지만 매번 하드맵에 떨어질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실망감을 접어버렸다.
헌데 앞을 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 나는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이게 뭐야! 이런 맵이 있다는게 현실이야!?”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이런 종류의 맵은 미천한 내 경험으로는 당연히 처음이었고 그 누구에게 듣지도 못했다.
먼저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었던 흰 구름이 내 눈앞 정면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혹시 높은 산봉우리라 운무가 끼어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파란 하늘까지 정면으로 보이니 그건 아니었다.
뒤돌아서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니 그리 멀지 않은 곳이 내가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는 땅 끝이었고, 저 아래는 온통 구름과 위로는 끝없는 하늘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로 구름 위 하늘을 떠다니는 거대한 섬이었던 것이다.
놀람도 잠시 나는 곧바로 날아다니는 섬의 땅 끝에 서서 맵을 열어 보았다.
헌데 놀랍게도 맵은 하늘에 떠있는 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크기의 세배에 달해 있었다.
안전지대까지의 거리만도 자그마치 342키로나 되었다.
그리고 자기장은 섬의 맨 끝에 서 있었는데도 저 멀리 파란 막이 일렁이는 것이 무척 멀게만 느껴지듯 내게서 10여키로나 떨어져 있었다.
한마디로 떠다니는 거대 섬은 마치 비눗방울과 같은 둥근 자기장 안에 갇혀있는 형국이었다.
“맵의 종류도 정말 가지각색이군. 하지만 어떤 맵이든 상관은 없겠지.”
어떤 맵이든 그저 싸워서 경험치만 획득하면 되는 것이다.
문득 또다시 어제 아레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로는 골드 티어의 공격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그만큼 맵의 면적도 넓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실버 티어 상위 플레이어의 최상 공격력이 방원 10여 미터 면적을 날려 버릴 수 있다면, 골드 티어는 그보다 최소 세배의 공격력이 생성되기 때문에 그만큼 맵이 넓다는 것이었다.
하긴 공격력이 강해진 만큼 싸울 수 있는 공간 역시 넓어져야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했다.
곧바로 나는 뒤돌아서서 바닥에 홀로그램으로 표시된 안전지대를 가리키는 붉은 화살표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백호를 타고 갈까도 생각했지만 자기장이 10여 키로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굳이 도력을 조금이라도 소모 할 필요가 없어 다급한 경우가 아니면 소환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곳은 숲이라 사막과는 달리 은신할 곳이 많아 혹시 나보다 조금이라도 상위 플레이어가 나무 위나 풀숲에 숨어 있다가 암습이라도 한다면 거대한 백호가 먼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터였다.
헌데 맵의 끝에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문득 갑자기 희미한 기 하나가 느껴지며 한쪽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생각하자마자 암습이군!’
슈슈슉..!
쉬리릭.
꽈꽈꽝!
무안가 날아오고 내가 몸을 허공으로 띄어 날아올라 피하고 내가 서있던 자리가 움푹 패이며 폭발음이 들려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역시 백호를 소환하지 않기를 잘했어.’
땅으로 내려서며 이런 생각을 했다.
물론 백호도 이제 이 정도 암습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몸이 워낙 거대하다보니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땅에 착지하고 무언가 날아온 방향을 보니 한 외계 생명체가 두 손을 붉게 물들인 채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놈은 내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자 눈썹을 꿈틀하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놈의 기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기가 더욱 또렷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놈은 나에 비해 최소 한 레벨 낮은 놈이었다.
맵에서 최초의 전투가 이런 놈이라면 나로서는 운이 있는 것이지만 놈으로서는 정말 최악의 운인 셈이다.
‘안타깝지만 바로 귀환해야겠군.’
놈에게는 내 기가 느껴지지 않아 자신보다 내가 상위 레벨자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마치 내가 자신감이 넘쳐흐르듯 놈에게도 그런 표정과 기운이 엿보였다.
‘희한한 놈이군.’
저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놈이 입을 여는 순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놈이 30여 미터 거리에서 멈춰서더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웃듯 입을 열었다.
“나보다 레벨이 조금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너는 날 이기지 못해.”
“...... 왜 그렇지?”
희한한 논리에 내가 대꾸해 줬다.
그러자 놈이 콧방귀를 뀌며 다시 예의 그 비웃음과 나를 무시하는 말투로 내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 이유를 알려주면 넌 아마 깜짝 놀랄걸.”
“...........?”
놈이 뜸을 들이며 시간 끄는 말에 내가 인상을 살짝 쓰자 놈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무척 여유 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 표정을 보니 성격이 조금 급한 것 같군. 내가 그 이유를 말해주는 순간 아마 너는 내 공격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귀환해야 할 거야.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시간을 끌어주는게 네놈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니 귀환하고 나서도 감사하게 될 걸.”
경험치 삭감이 있으니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감사가 아니라 엎드려 절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놈이 나보다 1-2레벨 낮은 놈인데 왜 저런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니 자못 궁금하기도 해 우선 장단에 맞춰주었다.
“날 이길 수 있다는 이유가 뭐지?”
“그래그래, 그렇게 관심을 보여야 내개 지루하지 않지. 그럼 말해줄까.”
“.........?”
“난 말야 골드로 넘어오며 1등을 한번 먹어서 능력치와 특수 능력이 한 레벨 레벨업 됐지. 그래서 네놈이 비록 나보다 1-2레벨 정도 높다고 해도 내가 이렇게 자신 있어 하는 거야. 넌 1들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능력치와 특수 능력이 1레벨 업된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를 거야.”
‘그거였었군.’
놈의 말대로라면 나도 브론즈에서 실버로 넘어올 때 1등을 한번 먹어 도력과 도술이 한 레벨 승급했었다.
‘그래서 소드 마스터와 그렇게 레벨 차이가 났는데도 버틸 수 있었던 건가? 비록 사신수가 큰 몫을 해주긴 했었지만.’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난 후 놈을 쳐다보니 놈이 마음껏 나를 비웃으며 한쪽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놈의 표정은 내 말 한마디에 싹 변하며 깜짝 놀란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뀌었다.
“나도 1등을 한번 먹었는데..?”
내 말 한마디는 놈에게 상당한 충격인 모양이었다.
“그, 그럴 리가..? 1등을 하고 올라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정말 네가 일등을 한번 먹었다고..?”
“그래, 내가 네놈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놈이 뒷걸음질 치려고 하자 내가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니 놈이 입술을 한번 짓깨물고는 인상이 조금 변했다.
“네가 네놈의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믿던 말던 그건 내 상관할 바 아니다.”
내가 말하며 곧바로 오로검을 생성 시키자 놈은 인상을 굳힌 채 결심이 섰는지 이내 붉게 물들인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어차피 도망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한판 붙어보면 네놈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있겠지.”
“그래, 잘 생각했다.”
주먹을 말아 쥔 놈의 두 손이 한순간 더욱 새빨개지더니 이내 두 주먹에서 불꽃이 아닌 새빨간 색의 둥근 에너지 덩어리 같은 것이 쏟아져 나왔다.
슈슈슉!
쿠쿵!
다시한번 내가 날아오르며 오로검을 허공 높이 치켜든 채 30여 미터 거리를 단숨에 좁혀가자, 놈이 놀라며 오른손에 다시 둥근 빛 에너지를 생성 시키더니 다시한번 쏘아내며 재빨리 내가 서 있던 자리로 이동해 갔다.
순간 머리통만한 에너지 덩어리가 날아오자 내가 오러검으로 일도양단하니 새빨간 빛 에너지는 허공에서 두 쪽으로 갈라지며 바로 폭발해 버렸다.
어느새 나와 놈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었다.
놈은 무심결에 그런 행동을 취한 것이었지만 이제 놈이 도망갈 길은 막혀버린 셈이다.
뒤쪽은 허공이요 앞에는 내가 버티고 있으니 놈으로서는 진퇴양난이었다.
하지만 놈은 그것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듯 뒤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혹시 놈은 이 맵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섬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앞으로 다가가며 부적을 두 장 꺼내들며 가장 기본적인 공격인 불과 바람의 창을 날려 또다시 점프를 하자, 놈의 두 손에서도 에너지 덩어리가 날아와 허공에서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쿠아아앙.. 꽈꽈꽝!
하지만 아무리 기본적인 공격이라지만 내 공격력은 이미 예전 실버 때와는 파괴력에 있어 비할 바가 아니었다.
허공에서 터져버린 줄 알았던 불과 바람의 창은 폭발을 뚫고 여전히 놈에게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크! 정말이었군!”
놈은 그제서야 내가 1등을 먹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날아오는 내 공격을 피해 급히 한쪽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두 공격을 쏘아내며 놈에게로 달려가고 있던 터라 놈이 피하려는 장소에 이미 거의 도착해 있던 터였다.
곧바로 내가 오러검으로 공격을 가하자 이번에는 놈도 오른 손에 생성시킨 둥근 에너지를 길게 변형시켜 검과 같이 사용하며 내 공격을 막아냈다.
츠츳.. 츠릿.. 파파파팟..!
연속되는 내 공격을 놈이 감당하지 못한 채 계속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놈의 검술 실력 역시 골드 티어답게 뛰어났지만 도사의 직업인 내 검술 능력은 이제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돼 있었다.
26레벨의 소드 마스터와도 직접 겨뤄본 나다.
비록 검신에 맺힌 오러의 양이 적어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놈과 겨루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네 그 당시에는 21레벨이었기 때문에 24레벨인 지금과는 천지차이 실력이었다.
하물며 지금 이놈의 검술 실력은 소드 마스터에 비해 한참 아래였다.
슈슈슛.. 사사삭..!
“크흑!”
연속되는 공격에 마침내 놈이 뒤로 밀리며 어깨와 우측 가슴에 내 검이 스쳐지나갔다.
한순간 검에 맞은 두 곳에서 피가 푸확 뻗어 나오며 허공에 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놈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검 끝에도 이제 푸른 오러가 70센티 정도 뻗쳐 나와 있어 나도 어느덧 소드 마스터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놈이 검술로 대적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라 시간이 지날수록 놈의 몸에는 상처가 더욱 늘어날 뿐이었다.
헌데 놈도 골드 티어답게 기본 검술은 지니고 있어 치명상은 입지 않은 채 계속 뒷발짓만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두 눈빛이 반짝 하고 빛났다.
이런 좋은 기회에 나는 한 가지 시험을 해볼 참이었다.
나는 도력을 검신에 주입하며 검을 놈에게 휘두른 채 한순간 주입하던 도력을 검 끝으로 힘차게 더욱 밀어 넣었다.
순간.
츠릿!
검 끝에서 전에 소드 마스터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푸른 검강이 놈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것이었다.
“크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