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실버티어 맵
내가 공격을 시작하자 놈은 그래도 내 검을 방어는 해야 했기에 삼신수에게 공격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곧바로 지상에서 백호가 합류하고 허공에서는 주작이 불새가 되어 날개를 퍼득이며 불덩어리를 연속 쏘아냈다.
헌데 청룡이 푸른 번개까지 쏘아대자 놈이 조금은 당황한 듯 얼굴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확실히 혼자 싸울 때 보다는 놈과 대적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나와 삼신수가 협공을 하자 놈도 이제는 처음 여유로웠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이 정신을 집중해서 우리의 협공에 대응하고 있었다.
놈은 허공에서 연신 불덩이와 비록 아직은 완전한 모양은 아니지만 길쭉하고 푸른, 마치 전기 막대같은 번개를 청룡이 내 쏘자 무척 신경이 쓰였는지 허공으로 검을 휘저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와 백호가 달려드니 놈도 어쩔 수 없이 허공에 신경을 쓰면서도 공격을 하지 못하고 지상의 공격을 막아야 했다.
헌데 놈이 갑자기 검을 가로로 힘차게 한번 휘저어 나와 백호를 물러나게 한 후 돌연 허공을 향해 다시 일검을 휘둘러 댔다..
그때 청룡은 번개를 쏘아내고 발톱으로 놈의 머리를 공격하려고 아래로 바람같은 속도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츠릿!
헌데 놈이 허공으로 휘저은 검 끝에서 순간 푸른 오러가 분리되며 청룡에게 벼락같이 쏘아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검강이닷!”
나 또한 검을 사용하고 있으니 오러의 다른 말인 검기를 유영의 형태로 바꾸어 내 쏘는 검강을 알고 있었다.
이번 공격으로 놈이 소드 마스터라는게 확실하게 증명된 셈이다.
누구도 예상 못한 공격에 놀랐지만 청룡이 그나마 본능적으로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하는 바람에 제대로 맞지 않고 몸통에 스치기만 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놈이 또다시 검강을 뿌려댈까봐 급히 다시 달려 나가며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놈의 검강은 아직 미숙해서 그리 위력적이지 못한게 천만다행이었다.
저대로 놈의 레벨이 계속 승급된다면 나중에는 방금 내쏜 검강을 맞아 제대로 버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비슷한 레벨에 한해서겠지만.
내가 놈을 공격하자 백호도 놈의 뒤쪽으로 이동해 곧바로 협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백호의 몸집은 이제 황소의 세배 정도 될 정로로 엄청난 크기였지만 민첩성과 순발력은 마치 다람쥐와 같이 재빨랐다.
내가 앞에서 놈과 맞붙으면 뒤나 옆으로 돌아 놈의 근처를 배회하다가, 이제 오러 검과 맞짱 떠도 흠집하나 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워 마치 고양이와도 같은 빠름으로 놈을 괴롭히고 있었다.
더군다나 허공에서도 주작과 청룡이 계속해서 불덩이와 번개를 쏘아대면서 때로는 낮게 내려와, 역시 날카로운 발톱으로 놈의 머리통을 위협하고 있어 놈은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위협만 될 뿐 놈에게 치명상은 고사하고 경미한 부상조차 입힐 수 없어 조금씩 초조해져 가기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 신수가 협공을 하는 바람에 놈이 나에게만 모든 힘을 쏟을 수 없어 내 오러검이 처음처럼 튀겨져 나가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 순간 허공에서 불과 번개가 쏘아져 오자 놈이 바람같이 유연하게 움직여 두 공격을 피해내자, 백호가 어느새 놈의 뒤로 다가가 앞발을 세워 등짝을 할퀴고 있었다.
그러자 놈이 몸을 돌려 방어할 시간이 없어 다시 한쪽으로 물러나는 사이 나 또한 놈이 피한 곳으로 득달같이 다가가 목을 겨냥해 가장 빠른 직선거리로 검을 쭉 뻗어 냈다.
연속으로 공격을 피하는 바람에 마나 흐름이 끊길 법도 할 텐데, 놈은 역시 소드 마스터답게 마나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 곧바로 몸을 한바퀴 빙글 돌려 오히려 나를 역습해 왔다.
쉬리릿!
한순간 놈의 검이 내 가슴을 스치려는 찰나 내가 급히 뒷걸음질로 몸을 빼내자, 놈이 마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붙으며 이번에는 역으로 검을 뻗어 내 목을 찔러 들어왔다.
앞쪽에서 달려오며 2미터에 달하는 검이 갑자기 목을 향해 뻗어오자 한순간 나는 피할 곳이 없어졌다.
이때는 놈이 앞으로 다가오는 상태였고 나는 뒷걸음질로 물러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좌우 어느 쪽으로 피하든 모두 놈의 손아귀 안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목까지 접근해온 검을 내 검으로 쳐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갑작스런 반격에 나는 놈의 공격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해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을 수밖에 없어, 상체를 우측으로 급히 기울이며 몸을 빙글 돌려 어깨를 놈의 검에 디밀었다.
순간 찔러오던 검은 내가 생각한 대로 기울어지는 내 몸을 따라 훑듯이 내리 그어왔다.
‘어깨가 뭉텅이로 잘려나가겠군.’
나는 고통을 감수할 각오를 하며 한순간 입을 앙 다물었다.
물론 놈이 나보다 훨씬 상위 레벨이니 체력 또한 급속히 떨어져 내릴 것은 당연했다.
헌데 두 눈을 부릅뜨고 검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 최대한 정신집중을 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내 몸이 무언가에 부딪치며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크아아앙!
그리고 그 순간 백호의 괴성이 허공을 길게 찢어놓았다.
“백호야!”
그랬다.
나를 밀쳐내고 백호가 대신 놈의 일검을 받아낸 것이었다.
재빨리 쳐다본 백호의 옆구리는 길게 갈라져 갈비뼈가 드러나 붉은 피를 모래바닥에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호는 놈이 지나쳐간 검이 다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고통을 참아내며 거대한 앞발로 몸의 앞가슴을 쳐내고 있었다.
“크으윽!”
마치 고양이가 먹이를 낚아채는 듯한 재빠른 공격에 한순간 놈의 가슴 또한 길게 찢겨져 나가며 피가 뭉클뭉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놈 역시 아픔을 참아내며 다시 검을 휘둘러 백호가 할퀸 앞다리 하나를 검으로 쓸어 기어이 백호의 앞다리가 중간에서 뭉텅 잘려나갔다.
“크아아아아앙..!
백호는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는지 다시한번 크게 괴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백호는 그 순간 두 뒷다리에 반동을 주어 놈을 향해 힘차게 점프하며 온몸을 덮쳐가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푹!
쏴아악!
놈의 2미터 길이의 검이 백호의 목 한가운데 꽂히고 백호의 남은 앞발이 다시 휘저어지며 놈의 가슴을 길게 그어 놓았다.
놈이 비칠대며 목에 박힌 검을 뽑아내자 백호의 몸이 한순간 반짝하며 소멸해 버렸다.
[체력이 85%로 떨어졌습니다.]
레벨이 오르니 백호가 소멸됐는데도 체력이 15%밖에 감소되지 않았다.
이제 백호는 2시간 정도 지나야 다시 소환해 낼 수 있을 터였다.
이때 백호가 소멸되며 또다시 일격을 가한 덕에 놈이 비칠대며 물러나자,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도력 소모를 줄이고자 나머지 분신은 소멸시키고 휘청거리고 있는 놈에게 쏜살같이 달려 나가며 가슴에 일검을 그어댔다.
"크억!"
다시 상처를 입은 놈이 그 와중에도 재빨리 뒤로 도망가듯 후퇴했다.
하지만 그 사이 주작과 청룡이 놈에게로 불과 번개를 쏘아오자 놈이 모래바닥을 데구르르 굴러 번개는 피해냈다.
하지만 주작이 쏘아낸 불덩이는 피하지 못하고 기어이 다시한번 가슴에 일격을 가격당해야 했다.
“크으억!”
놈은 그 와중에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한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마치 도망치듯 나와 주작 청룡이 있는 곳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금 놈이 멀어진다면 상처는 금방 회복될 것이기에 나는 주작과 청룡에게 더 가까이 내려와 공격할 것을 공명으로 명령하고 나 또한 놈에게로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리고 품속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 내 가슴에 재빨리 갖다 붙였다.
순간.
쓰쓰쓰쓰..
달려 나가던 내 몸에서 마치 그림자가 빠져 나가듯 나와 똑같은 두 명의 내가 더 나타나며, 총 3명의 내가 동시에 놈에게로 쏘아져갔다.
물론 분신들은 아직까지 물리력은 거의 없고 상대의 주위만 분산시킬 수 있는 정도였다.
한순간 3명으로 늘어난 나를 보며 놈이 당황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 됐는지 가운데에 있는 나를 향해 검을 앞으로 쭉 뻗어내 검강을 날려 보냈다.
쏴아앗!
검강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중간에 있는 내게 어김없이 적중했다.
하지만.
츠츳..!
처음 생성될 때 나는 이미 맨 좌측으로 이동해 있었기 때문에 놈의 검강에 맞은 가짜 나는 단 한번의 공격을 맞고 곧바로 소멸해 버렸다.
하지만 그 사이 나와 가짜가 놈에게 거의 접근한 상태였고, 이제 놈에게 더 가까이 날아온 주작과 청룡이 다시 불덩이와 번개를 쏘아대며 더 가까이 내려와 머리를 뽑아내려는 듯하자, 놈이 몹시 당황하다가 이번에는 마나의 소모를 생각하지 않고 검강을 사방으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이 검강을 뿌려대는 동시에 번개와 불덩이가 놈에게 날아들었고, 나 또한 손에 쥐고 있던 오러검을 도력이 소모되는 것을 감수하며 집어 던지고 난 후였다.
쿠워우억.. 쿠르르릉..!
놈이 뿌려댄 5개의 검강 중 두개는 정확히 주작과 청룡의 몸에 적중했고 나 또한 가슴에 정통으로 적중 당했다.
“크윽!”
[체력이 80%로 떨어졌습니다.]
내가 오러의 검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체력이 떨어지지 않은 것을 보니 주작과 청룡은 아직 소멸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쳐다본 주작은 검강에 맞아 불새인 몸이 불가루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비칠거리며 날고 있었고, 청룡 또한 등짝이 길게 갈라져 청록색 피를 모래에 뿌리며 하늘을 나는 중에도 휘청거리고 있었다.
‘부탁한다 주작! 청룡!’
공명으로 두 신수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린 후 나도 검강에 맞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며 도력을 최대한 다리에 끌어모아 나는 듯 놈에게 달려 나갔다.
놈 또한 불과 번개 그리고 날아간 내 검에 맞아 마나와 체력의 소모가 상당했는지 인상이 잔득 일그러져 있었다.
꾸워워워워웍! 쿠우우우우아아..!
명령을 받은 주작과 청룡이 이제 온몸의 모든 힘을 짜내 놈에게 쏘아져가며 불과 번개를 끊임없이 쏟아 붓고 있었다.
일명 자살특공대.
수없이 퍼부어지는 공격에 놈의 몸에 몇 개의 불과 번개가 작렬했다.
하지만 그 공격을 고스란히 맞고만 있을 놈이 결코 아니었다.
놈이 고통 중에도 몸을 이리저리 피하며 다시 검강을 두 신수를 향해 날려 보내자, 다시한번 주작의 몸에 검강이 작렬해 이제 주작의 몸에서 불꽃은 거의 사라져 갔다.
주작은 길게 늘어지는 슬픈 괴성을 지르며 그 와중에도 놈을 향해 어떻게든 자폭을 하려했다.
하지만 놈이 다시 날려 보낸 검강에 의해 주작은 끝내 놈 근처에는 다가가지도 못한 채 허공에서 반짝하고 소멸해 버렸다.
이때 청룡이 주작의 몫까지 대신하려는 듯 마지막 힘을 더욱 짜내 무수한 번개를 쏘아낸 덕분에 그 중 하나가 놈의 몸에 적중됐다.
한순간 마나와 체력이 많이 소모된 놈의 몸이 잠깐 움찔하는 사이 청룡이 길게 괴성을 토해내며 그 거대한 몸을 놈에게 부딪쳐 갔다.
쿠우우웅!
순간 모래바닥이 깊이 패여지며 거대한 청룡의 몸에 깔린 놈의 몸이 보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청룡의 몸이 사라짐과 동시에 놈이 신음을 흘리며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 역시 보통 강자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주작과 청룡이 소멸해 버리자 이제 체력도 50%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나도 이제 그런 놈에게 거의 접근해 가 부적을 꺼내 바람의 화살을 쏘아내고 오러검을 허공 높이 치켜들며 높게 점프를 했다.
놈이 더욱 강력해진 바람의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고 비실거리면서도 급히 한쪽으로 물러섰지만 이미 내 몸은 놈이 물러선 곳으로 다가와 있었다.
쉬잇!
“크억!”
헌데 놈의 목을 베려 했지만 놈이 상체를 한순간 비트는 바람에 어깨와 가슴을 스치는 정도로 끝나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