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77/207)



〈 77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해장국을 모두 먹고 나자 그녀는 역시 맛있다며 엄지를 척 세워주며 연신 칭찬을 해주었다.
하긴 내가 먹어봐도 맛은 있었으니까 칭찬은 받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헌데 식사를 마치자 이제 그녀는 자연스럽게 마치 제 집처럼 내가 말리는데도 굳이 설거지까지 하려했다.
몇 번을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고 우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먹고 해장국까지 얻어먹었는데 설거지라도 해줘야죠. 앞으로 해장국 먹으면 설거지는 제가  거예요.”


“그럼 다음에도 또 제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겁니까?”


“술집보다는 집이 편하지 않겠어요?”

“그건 좋도록 하십시오, 저야 상관없으니까요. 헌데 제가 기관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도 계속 절 찾아오실 겁니까?”


“왜, 제가 귀찮으세요?”

“뭐 귀찮은 것은 아니고 저야 솔직히 지아씨 같은 분과 술친구가 돼서 좋기는 하지만, 지아씨가 아무 이득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아서 그럽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나도 준수씨 같은 술친구가 한명쯤 있다고 나쁠건 없잖아요.”

“저 같은 천민 말고도 지아씨 정도면 마스터 급에 친구들이 많이 있을  아닙니까. 특히 남자들이 무척 쫒아 다닐  같은데..?”

“말도 마세요, 귀찮아 죽겠어요, 하지만 하나같이 싸움질만 잘했지 모두 골빈 놈들뿐이라서  싫어요.”


“마스터까지 승급된 플레이어들이라면 골빈게 아니라 모두들 특출 난 인재들인데, 그렇게 말하면 그 밑에 다이아나 플레티넘은 고사하고 저 같은 실버나 브론즈 티어에 머문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겁니까?”


“전 티어의 높고 낮음을 두고 말하는게 아니예요. 준수씨는  몰라서 그렇겠지만 제가 겪어본 바로는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무척 거만하고 괜한 자존심만 강해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죠. 물론 자신보다 하위 레벨자들을 인간 이하로 깔보는 것은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것이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 온 현실인걸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아니꼬우면 강해지라는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뿐이면 다행이게요. 그들은 자신보다 강한 플레이어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아부를 하죠. 저는 그런게 싫다는 거예요.”

지아가 말한대로 고작 브론즈 티어 내에서도 상위 플레이어가 하위 플레이어를 멸시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내가 직접 겪어봤었기에 그녀의 그 말에는 공감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물며 최하급인 브론즈 티어 내에서도 그러한데 그 위로 올라갈수록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니 하위 레벨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감내를 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아는 그런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면이 있는  같아 다른건 모두 제쳐두고 그  가지 부분에서만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지아씨와 같은 마음이라면 아마 지금 귀족이니 천민이니 하는 계급도 없었을 겁니다. 언젠간 그런 날이 올 때가 있을지도 모르죠.”

내가 지나가는 말로 푸념하듯 얘기하자 그녀가 설거지를 하다말고 뒤돌아서 나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방법은 있어요.”

“........?”


“실상 그 귀족이니 천민이니 하는 계급은 알  없는 존재가 만든게 아니고 지구의 5첼린저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에요. 다시 말해 그 법은 지구 내에서 상위 레벨자들만을 위해 만든 법인 거죠.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어요.”


“그게 뭡니까?”


“5챌린저를 모두 이길  있는 절대 강자가 나타나는 거예요.  5명의 챌린저가 한꺼번에 덤벼도 이길 수 있는 강자가 출현해 지구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법을 새로 만드는 거죠. 아,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챌린저님은 지금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니 그분은 제와하고요.”

“허 참! 그게 말이 됩니까. 듣기로 챌린저 한분이 100명의 마스터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챌린저 5명, 아니 아시아 지역은 제외한다고 해도 4명의 챌린저를 동시에 상대해서 이길  있는 강자가 지구에서 나타나야 한다는건 아예 방법이 없다는 말과 같은 것 아닙니까.”


“100년 동안 챌린저 1위를 꾸준히 유지한 플레이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그럼 우주의 법칙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그깟 지구의 법하나 바꾸는 것은 우습겠죠.”

“점점 더 꿈같은 얘기만 하는군요.”


“꿈은 언젠간 이루어지라고 있는 겁니다. 아무튼 그런 존재가 언젠간 출현하리라고 난 믿고 있어요.”


“그런 얘기 그만 하시고 이제 그만 가 보십시오,  오늘부터 또 할 일이 있습니다.”

“알았어요, 내 쫒지 않아도 가보려던 참이었어요. 그  일이란거 할 때 조심은 해야 되요.”

“제가 해야  일이 뭔지도 모르잖아요.”


“아무튼 뭐든지 조심해서 나쁠건 없잖아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그리고 또 한잔 마시고 싶으면 연락할게요. 혹시 준수씨가 마시고 싶을 때도 언제든 연락주세요, 준수씨를 낚으려면 그 정도 고생은 마다하지 않을 테니까요.”


“제가 먼저 연락할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마스터들보다 더 자존심이 센 것 같아요.”


“제가요..?”


“네. 아니지 마스터는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간이라도 빼줄려 하니까 그건 아니네요. 암튼 전 이만 갑니다.”

지아는 빙긋 웃으며 인사를 하곤 곧바로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지금부터  일인 도태자를 사냥하는 일을 그녀가 마치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자 그것이 못내 꺼림직 했다.

‘혹시 나한테 미행이라도 붙였나..?’

잠시 그런 생각을 스치듯 해보았지만 그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이제 실버티어인 내가 기관에서 그렇게 지켜봐야할 정도로 중요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가고 나자 나도 곧바로 옷을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15레벨로 승급했으니 도태자를 사냥할 폭이 더 넓어진 셈이다.
15레벨까지는 자신이 있으니 15레벨 도태자 한명만 사냥해도 15,000 셀링이다.
두 명만 잡아도 30,000셀링.
브론즈 월급의 열배나 되는 돈이었다.


‘이러다 금방 부자가 되겠는걸.’

마음 같아서는 금방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도태자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 고개를 이내 가로저었다.


‘그 많다던 도태자들은 전부 어디 있는 걸까?’

물론 키르맨들이 도태가가  위험성이 있는 플레이어들 집에서 미리 잠복해 있다가 도태자가 되는 순간 바로 처치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키르맨의 숫자가 한정돼 있어 모든 도태자를 처치할 수는 없었다.

그중에 키르맨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간 도태자들은 자신만의 도피처로 피신해 후일을 기약하는 자들도 무척 많다고 들었다.
그 기약이란 것이 기관의 눈을 피해 은신해 있다가 랭크게임에 참가해 골드 티어로 승급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남 사정을 봐줄 처지가 아니었기에 마음을 모질게 먹고 다시 렌트카를 빌려 이번에는 조금  멀리 나가보기로 마음먹었다.

*


서인은 이제 14레벨로 승급해 다음 게임부터는 실버티어 맵에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이번 게임에서 3위를 차지해 보너스 경험치를 무려 4500점이나 획득해 단숨에 14레벨로 승급한 터다.

아까운 점은 역시 1등을 먹지 못해 능력치나 특수 능력의 레벨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좋게도 그나마 3위를 차지해 10레벨에서 단숨에 14레벨까지 승급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 코레일 출신 사내놈만 아니었어도 전전번 게임 때 벌써 실버티어로 승급했을 텐데.’

생각할수록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났다.
더군다나 그놈에게 가슴까지 훤히 내보이는 수모까지 당했었다.
그때 놈은 도사라는 직업을 지니고 있었고 불덩어리 새로 자신의 머리를 들이받게 해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게 했었다.
그래서 가슴이 노출된 후 놈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난 후 운이 더럽게 없어 바로 10레벨자를 만나 싸우다가 그 놈에게 죽임을 당했었다.
만약 불새가 자신을 들이받지 않았다면 10레벨자와 싸우다가 간만의 차이로 자신이 먼저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웬수같은 놈! 죽을려면 곱게 죽기나 할 것이지 아무리 키엘렌 교육원과는 앙숙인 코레일 출신이라지만 그런 무식한 방법을 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더군다나 가슴까지 그 자식에게 훤히 내보이고.

놈에 대해 생각해 보았자 소용없어 다시 숲을 헤매기 시작했다.


‘도태자들은 전부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이제 14레벨로 승급해 조금 더 생활에 보탬이 되려나 했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도태자 사냥은 2년 전부터 해오던 부업으로 비록 소멸의 위험이 있었지만, 지점에서 내준 칩으로 상대를 먼저 알  있어 상위 레벨자는 절대 건들지 않았다.
아니, 혹시나 몰라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레벨자를 발견해도 그냥 발길을 돌렸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안전한 상태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려 이제는 재미까지 붙인 상태였고.


한참 깊은 숲을 헤매고 있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뭔가 반짝이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잎에 가려 확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형상이  같기도 했다.
높이는 그리 높아 새의 형상인 듯한 물체가 붉은 색이었다는 것만 망막에 인식되어 있었다.


‘거대하면서도 온 몸이 붉은색 새가 뭐가 있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새빨간 색의 몸체를 지닌 거대한 새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에게 자살 공격을 해온 불새가 생각났다.


‘설마 아니겠지, 몸집도 더  것 같았는데.’

당연히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때 그 도사란 놈이 소환해낸 새가 여기 나타날리는 없을 것이라 단정 지었다.
더군다나 언 듯 본 것이었지만 그 때 자살을 했던 새는 방금 지나쳐간 새에 비해  정도 작았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사람 몸집만한 지금 목격한 거대한 새는 온 놈이 새빨간 색인 반면, 그 때 자살한 새는 머리와 꼬리 그리고 발만 새빨간 불덩이였고 몸체는 깃털이 달린 검불은 색이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시  깊은 숲으로 이동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굽이치는 산등성을 몇 굽이나 뚫고 들어갔지만 50미터 내에서 반응하는 칩으로부터는 신호가 오지 않고 있었다.

‘이 산에는 도태자들이 없나?’


한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 많은 도태자들이 이런 산속이 아니면 어디로 숨어들겠는가.
헌데 약 30분 정도를 더 헤맨 끝에 마침내 손등에 이식된 칩에서 전화와는 다른 떨림이 전해져왔다.

“드디어 찾았다!”


서인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환해져 살며시 소리까지 쳤다.
우선은 발견한 도태자의 정보부터 확인해 보는게 순서.
만약 자신보다 높은 14레벨 이상이라면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본 서인의 얼굴에 약간의 고민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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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자

이름 :  영민

LV 14 (실버티어)


도태자 경과 날짜 : 1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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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평소대로라면 이대로 물러나 다른 사냥감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한 놈을 찾아내기 위해 이 거친 숲속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던가.
이제 이 놈을 그냥 지나친다면 언제 또다시 사냥감을 만날지 모를 일이었다.
한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드디어 결정을 내린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설마 나보다 강하기야 하겠어..?”

결정을 내린 그녀가 곧바로 놈이 있는 위치가 표시된 장소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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