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76/207)



〈 76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보통 수요일 하루는 사람들이 집에서 쉬다가 다음날이 되어야 나오기 때문에 거리는 오늘 하루 한산할 터였다.


“이렇게 한산한 거리를 산책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네요.”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은 텅빈 도시 같아서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수요일에 게임이 끝나면 이렇게 한번쯤 여유를 즐겨야겠어요. 준수씨 말대로 정말 운치가 있네요.”


헌데 한동안 그녀와 나란히 걷다보니 가는 방향이 내가 살고 있는  방향이라 혹시나 해서 그녀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 길로 가면 제 집인데 알고 이쪽 방향으로 가는 겁니까?”


“아니요. 저번에 준수씨가  업고  때 전 정신이 없었어요.”


“그럼 다시 돌아가죠.”

어느 정도 걷다가 내가 걸음을 멈추자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빙긋 웃으며 내 팔을 가던 방향 그대로 잡아끌며 입을 열었다.


“그럼 차라리 잘됐네요, 아직 초저녁이고 술도 양이 차지 않았는데 준수씨 집에 가서 한잔 더 해요.”


 여자는 나를 아예 남자로 생각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집에 가서 한잔 마시자는 것이 마치 동성 친구 집에서 마시자는 말투였다.
하긴 그녀가  한번만 잘못 놀려도 나는 바로 골로 가는 수가 있어 그녀에게 허튼 짓을  생각은 꿈에도 할  없었다.

나도 이대로 끝내기에는 마시던 술이 멈춘 것 같아 조금 아쉬웠는데, 그녀가 먼저 이런 제안을 하자 그러자고 답하고 우리는 카이스 주를 한아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역시 분위기가 딱딱한 술집보다는 아늑하고 편안한 것 같아요.”

내가 안주를 챙기는 동안 그녀가 정장 마이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혼자 자작주 한잔을 들이키고 마치 자기 집처럼 편안한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

“편하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제 집에 지아씨가 처음이라는 것만 알아두십시오.”

“그런가요? 이거 영광인데요. 가만..? 그런데 준수씨 교육원 졸업한지 이제 한 달 밖에 안된거잖아요. 그리고 집을 지급받은 지도 한달이고요.  사이 여자는 제가 처음인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아, 그러고 보니 말이 그렇게 되나요, 아무튼 지아씨가 최초인 것만은 사실이니 그렇게 꼬투리 잡지 마십시오.”

“훗.. 알았어요. 그 말은 준수씨 말이 맞네요.”

간단하게 안주를 준비해 자리에 앉아 다시 술판이 벌어지자 집이라 편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마시다 만 술이 더욱 당겨 나는 물론 그녀 또한 거침없이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시원하면서도  쏘는 맛이 일품인 카이스주는 정말 내 입맛에도 잘 맞았지만 지아 역시 무척이나 잘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시간은 아직 9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우리  사람은 벌써 술이 떡이 되어  다 혀가 한껏 꼬부라져 있었다.

“준수씨..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거니까 아침에 저번에 먹은 해장국 끓여줘야 돼요. 알았쥐요?”

“알겠슴다, 마스터님의 명령이신데 당연히 대령해야죠, 걱정하지 마십쇼.”


“역시 준수씨는 귀여워 죽겠단 말야.”

이제 술이 술을 먹는 지경을 넘어서 술이 사람까지 먹어버릴 정도가 되어 얼마  더는 마시지 못할 지경까지 되어 버렸다.
헌데 잠깐 사이 그녀가 자리에서 비실대며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심결에 잠깐 누워 있으려고 침대로 가서 그대로 누워 버렸다.
그리고 잠시  이불속을 파고 들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어 버렸다.

“어.. 준수씨가 어디  거지..?”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지아가 비틀거린 채 탁자를 보며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술을 더 사러간 모양이네.”

그러고 보니 그 많던 카이스주도 3병만 남아 있어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지아는 한동안 자작으로 술을 따라 마시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탁자에 두 팔을 겹치고 팔위에 머리를 포개 엎드려 잠이  듯 했다.
헌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부스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무심결에 두 눈이 거의 감긴 채 침대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침대 구석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이미 누군가 잠들어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지아는 곧바로 이불 속을 파고들어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

꿈속에서 팔과 다리를 한쪽으로 뻗었는데 무언가 길쭉하고 말캉한 물체가 만져졌다.
곧바로 팔과 다리를  말캉한 물체에 얹어놓고 껴안다시피 하니 몸이 무척 편했다.
하지만  물체가 꿈틀거리는 것 같아 움직이지 못하게 더욱 세게 끌어안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과연 그 물체는 잠시 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말캉한 물체는 꿈속인데도 무척이나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어 나는 무심결에 그 냄새를 더욱 음미하려 얼굴을 더욱 가까이 갖다 댔다.
헌데 향기가 나는 그것은 마치 머리카락처럼 무척 부드럽고 코끝을 간질이고 있다.

잠시  향기를 풍기는 부드러운 물체가 조금 멀어진 듯하자 나는 손을 들어올려 끌어당겨 내 코 끝에 갖다 대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잠시 그렇게 있자 물체는 이제 움직이지 않아 손을 아래로 내리는데 문득 불룩 튀어나온 무언가가 손바닥에 잡이는 것이었다.


마치 고무공과도 같은 것이 손바닥에 잡히자 눌러보니 무척 탄력이 넘쳐, 들어갔다가 곧바로 튕기듯 다시 튀어 오른다.
그것이 재미있어 나는 잠결에도 계속 그 탱탱한 무언가를 주무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


지아는 자는 중에 두 물체가 각각 다리와 허리 쪽으로 올라오자 답답함에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두 물체는 곧바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옥죄어와 가만히 있으니 그제서야 죄었던 몸을 다시 풀어주었다.

귀찮은 마음에 몸을 그대로 있으니 두 물체 또한  몸 위에 얹어진 채 가만히 있었다.
헌데 어느 정도 잠이 들어있을  문득 또 다른 물체가 머리 쪽으로 다가와 계속 킁킁거리는 듯 했다.


무심결에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니 이번에는 허리에 있던 물체가 올라와 머리를 감싸더니 끌어당겨 원래 있던 자리로 이동시켰다.
역시 이번에도 몸이 천근만근이라 귀찮아서 그대로 있으니 머리를 감쌌던 물체가 떨어져 나갔다.


꿈속에서도 참으로 요상한 꿈이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있는데 머리를 감싸고 있던 물체가 다시 허리로 가려는 듯 몸의 굴곡을 따라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헌데 아래로 내려가던 물체가 가슴에서 멈춰지더니 갑자기 가슴을 주물러오는 것이 아닌가.
꿈이 참으로 요상스러우면서도 야하다고 생각하며 몸을 뒤척이려는데 역시 몸이 무거워 귀찮은 마음에 그대로 있었다.

잠결이었고 분명 꿈이라고 생각해 가슴을 주물러오는 물체를 그대로 둔 채 지아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깊은 잠에 빠져 오래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잔것 같았다.

눈을 뜨려는데 다리 쪽에 꿈속에서처럼 어떤 물체가 올라와 있는 것이 느껴졌다.
헌데 역시나 가슴에도 어떤 물체가 올라와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느낌이 아닌가.

번쩍!


순간 지아의 두 눈이 번쩍 떠지며 정신이 든 듯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누군가의 다리가 자신의 허벅지에 올라와 있고 손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고 한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히..!”

한순간 두 눈에 살기가 피어오르며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다리와 손이 연결된 무언가가 이불속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있었다.


바로 그때 지아는 어제 술을 먹고 뻗기  희미하지만 잘린 필름처럼 조각난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술을 먹고 완전히 취해 침대로 올라가 잠이 들었었지.. 그리고 술을 먹은 장소는 최준수씨 집이었고.. 그렇다면..?’

이불을 혼자 끌어다가 푹 뒤집어쓰고 있는 물체를 보며 슬쩍 들추어보니 준수씨가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은 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헌데 아직 가슴을 움켜쥔 채 조물락거리고 있는 것이 느껴지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이내 가슴을 움켜진 그의 손을 잡아 살며시 떼어 놓았다.
그리고 올려진 다리도 살며시 내려놓고 숨죽여 침대에서 내려왔다.

만약 최준수가 여기서 깨어나 한 침대에서 잠잔 것은 물론 자신의 가슴까지 주무르고 있었다는 것이 틀통 난다면 그건 정말 개망신이 아닐 수 없었다.


여자가 아무 거리낌 없이 남자와  침대에서 자고 게다가 가슴까지 주무르고 있는데 태평하게 잠을 잘 수 있느냐고 말은 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 뻔 할 터다.
비록 술이 취했다고는 하나 어찌됐든 그것은 자신이 부주의해서 생겨난 일임은 부정할  없을 터였다.

예전 최준수가 방바닥에서 자고  이불을 집어넣은 걸 생각하고는 곧바로 벽장에서 이불을 살며시 꺼내 방바닥에 펴고 다시 그 안으로 쏙 들어갔다.

한참을 기다려도 최준수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확실한 알리바이를 만들려면 그대로 있어야 했다.
약 30분이 지나자 과연 최준수가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아도 같이 기지개를 펴며 방금 일어난 척을 했다.

“어..? 지아씨 방바닥에서 주무셨어요? 이를 어쩌나.. 내가 바닥에서 자고 지아씨가 침대에서 잤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아무데서나 자면 어때요. 그나저나 속 쓰려 죽겠는데 해장국 좀 만들어 주세요.”


“당연히 끊여 드려야죠. 헌데 밤새 요상한 꿈을 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꿈이 꼭 현실같이 생생한 것 같아서 정말 희한하지 뭡니까.

“어떤 꿈이었는데요..?”

“아 글쎄 내가 자고 있는데 옆에 물컹거리는 물체가 하나 있지 뭡니까. 그래서 다리하고 팔을 올려놓으니 무척 편해서 그렇게 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 듯 무슨 향기로운 냄새가 난 것 같기도 했고... 아! 그리고 내가 마치 고무공 같은 무언가를 계속 주무르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말캉한 것이 꿈속에서도 기분이 좋은 느낌이었는데.., 그게 뭔지 다음에도 또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 죽겠습니다.”


“그래요..?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꿈이니 그만 잊고 빨리 해장국이나  끊여주세요. 정말 속이 많이 쓰려요.”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준수가 주방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지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채 가슴을 쓸어 내렸다.


*


이번에도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있는 지아를 보며 마스터씩이나 돼서 술을 이기지 못해 저렇게 쩔쩔매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헌데 손님을 바닥에 재우고 내가 침대에서  것이 못내 미안해 거듭 사과하자, 웬일인지 그녀의 얼굴이 그때마다 홍당무가 되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술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