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75/207)



〈 75화 〉티르얀과의 듀오게임

[저도 게임에 참가하고 얼마 전에 귀환했는데 바로 국장님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15레벨로 승급하셨다면서요? 정말 축하드려요.]

“축하는요 뭘.. 지아씨에 비하면 아직 까마득합니다.”

[저와 비교하지 마세요, 준수씨는 준수씨 티어에서만큼은 독보적으로 승급하고 있잖아요.]

“그런가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말로만 그럴게 아니라 축하주라도 한잔 해야겠어요. 저도 지금껏 전투를 하고 왔더니 시원한 카이스 주 한잔이 땡기네요.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저도 땡기기는 한데 이거 자꾸 얻어먹으려니 좀 미안해서 말이죠.”

[저 월급 많이 나오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나중에 준수씨 월급이 많아지면 그때 사면  되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빛진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대낮부터 먹자고요?”

[뭐 어때요, 차라리 게임이 끝나고 한가한 도시에서 한잔 하는 것도 북적거리지 않고 좋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번에 그 술집에서 3시에 만나는 걸로 하죠.”

[알았어요, 그럼 바로 출발합니다.]


“네.”

게임이 끝나고 나면 모두들 정신적으로 힘겨웠기 때문에 그 날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대부분 쉬어 주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 1등을 먹고 15레벨로 승급까지 해서인지 정신적인 피로감은 없이 오히려 기분이 더 상쾌해 정말 누구에게라도 축하를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오늘 기분은 최고조였다.

집에 있기도 답답해서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와 괜히 여기저기 도시를 돌아다녀보았다.
역시 게임이 끝나고 나서인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물론 자동차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산한 도시를 이렇게 혼자 걸어 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

무엇보다 사람들에 치이지 않아서 좋았고 또 이런 거대한 도시가 마치 나 혼자만의 산책로나 놀이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마치 인류가 멸종하고 혼자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동안 거리를 하염없이 거닐다가 3시가 되기 전에 술집에 들어가니 지아가 어느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도착하셨네요.”

“차들이 없어서 오랜만에 수동으로 조작하고 실컷 밟고 왔어요. 가끔은 게임이 끝난  뻥 뚫린 거리를 드라이브라도 해야 할까 봐요. 생각보다 괜찮은걸요.”


“저도 혼자 거리를 거닐어 봤는데 운치가 있고 좋더군요. 앞으로는 저도 종종 게임이 끝나고 나면 아무도 없는 거리를 배회해야할까 봅니다.”


그녀와는 이제 세 번째 만남이었지만 어느새 마치 오랜 친구라도 된 것인  마음이 편안했다.


곧바로 카이스주와 안주를 시켜 먹으며 니는 그녀의 신상 대해 혹시나 해서 넌지시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지아씨는 마스터 티어 안에서 순위가 어떻게 됩니까? 국장님께서는 90만 위에 간신히 들었다고 하시던데요.”

“제가 당연히 높으니 국장님께서 대우해 주시는 거죠.”

“도대체 얼마나 높기에 그러십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냥 많이 높다고만 알고 계시면 되요. 저에 대해서 무척 궁금한 점이 많은가 봐요?”

“당연한거 아닙니까? 지아씨가 제게 관심을 이리 가져주시니 저 또한 관심이  수밖에요.”


“저에 대해서는 뭐 별거 없어요, 그냥 국장님보다 순위가 많이 높은 마스터 정도라고만 알고 계시면 돼요.”

“말을 하지 않을 모양이니 더 이상 묻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아씨는 저에 대해서 훤히 알고 있는데 저는 지아씨의 정체를 아예 모르고 있으니 제가 조금 밑지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없네요.”

“정체라고 말하니 제가 무슨 나쁜 여자라도 된 기분이에요. 아무튼 저는 준수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니 나쁜 쪽으로 의심은 삼가해 주셨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설마 중앙 기관의 국장님께서 보증하신 분인데 그럴리는 없겠지요.”

국장이 처음 나를 알게  것도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내가 빨리 승급된다는 이유로, 순전히 나를 기관에 스카웃하기 위해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특별히 나에 대해 나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녀 또한 같은 목적이라는 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문제라면 우선은 일단락 된 것이라 생각해 그녀 또한 내게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닌 국정과 같은 목적이려니 생각하고 그녀의 신분에 대해서는 이제 신경을 끊기로 했다.

물론 일단락 됐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고 그녀나 국장은 아직 포기를 하지 않아 이렇게 그녀가 날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장과 지아 입장일 뿐이고 나는 그들에게 확실한  의사를 전달했으니 나로서는 우선 일단락 된 것이라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낮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역시 게임이 바로 끝난 후라 술집 안은 우리와 다른 한 팀을 제외하고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 무척 한가했다.


한창 주거니 받거니 마시고 있는데 지아가 갑자기 한쪽 팔로 턱을   빙긋 미소 지으며 무엇인가 말할게 있다는 듯 나를 뻔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렇게 보니까 조금 거북합니다.”

“다른게 아니라 궁금한게 있어서 그래요.”

“.........?”

“별거는 아니고 9레벨에서 갑자기 15레벨로 승급했는데 그 비결  알려 주실  없나 해서요? 저도 예전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자질이 무척 우수하다고 평가받았는데 도저히 준수씨는 못당하겠단 말이죠. 정말 궁금해서 그러니 어떻게 그렇게 한 게임만에 6레벨을 승급할 수 있었는지 말해 주시면 안될까요?”

“뭐 비결이랄 것까지 있겠습니까.”

“..........?”


지아도 이미 모두 경험해 봤을 테고 또 굳이 숨길 이유도 없어 이번 듀오게임에 참가한 것에 대해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전에 솔로게임에서 봤었던 플레이어와 마음이 맞아 이번에 듀오게임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운이 좋아 그렇게 된 것 뿐입니다.”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단번에 6레벨 승급은 많이 오버인데.. 혹시 상위 등수 안에 들어간 건가요?”


“네, 그것도 운이 좋아 1등을 먹게 됐습니다.”


“대단하네요, 저도 지금까지 1위는 딱 한번밖에 차지하지 못했는데..., 사실 1등 먹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거든요.”

“......,”

“예를 들어 준수씨 경우처럼 9레벨로 브론즈 맵에 참가 한다면 다른 9레벨자나 10레벨자도 그 맵에서 경험치를 많이 획득해 11-12레벨 혹은 13레벨까지 승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면 그 레벨자들과 1위를 경쟁해야 하는데 그건 정말 운과 실력이 동시에 따라줘야 하거든요.”


“전 운이 좋았나 봅니다.”

“그거야  수 없죠, 헌데 파티원은 당연히 지구출신 플레이어였겠죠?”


“아닙니다, 다른 행성 출신입니다.”

“그게 말이 되나요..? 서로 잘 아는 플레이어끼리 같은 레벨이 참가하는게 일반적인데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면 레벨이 같은 줄도 모르잖아요. 솔로게임에서 자신의 정보를 상대에게 알려줄 플레이어는 없는 걸로 아는데..?”

티르얀과 솔로게임에서 티밍을 했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어 그것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됐습니다. 싸우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알게 됐고 또 막상 참가하고 보니 다행히 그 플레이어 또한 저와 같은 9레벨이었습니다. 뭐 아무튼 이런 저런 복잡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내가 얼버무리려하자 지아가 갑자기 나를 곱게 흘려보며 살짝 노려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혹시 그 플레이어가 여자 휴면 생명체이고 무척 미인이 아니었나요?”

“맞습니다. 꽤 미인입니다. 지아씨 자리 깔아도 되겠는데요.”


내가 조금은 장난스런 말투로 말하자 그녀가 다시한번 나를 흘겨보더니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긴 사내들이란 미인에게 약한 법이죠. 하지만 당분간은 듀오게임에 참가하지 않는게 좋을 거예요. 하위 레벨자들이 경험치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간혹 멋모르고 듀오게임에 참가를 하지만 그것은 일부분이고, 거의가 중상급은 돼야 참가하니 잘못하면 맵에 떨어지자마자 바로 귀환하는 수가 있거든요.”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솔로게임에만 참가할 예정입니다.”

“역시 준수씨는 공과 사를 잘 구분 짓는군요. 그런데.. 같이 듀오게임에 참가했던  여자분 혹시 저보다 미인인가요? 아.. 이건 그냥 아무 뜻 없이 물어보는 거예요. 순수한 여자의 마음으로 궁금해서요.”


그녀가 정말 아무 의미 없이 물어보는 것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조금은 오버를 했다.


“글쎄요..? 지아씨와 견주어도 그렇게 못난 얼굴은 아닙니다.”


“그래요? 이거 괜히 질투 나려고 하네요.”

“마스터님께서 저희 같은 브론즈.. 아니 실버 티어 같은 천민에게 질투씩이나 느끼신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너무 놀리지 마십시오.”

“내가 짐짓 장난을 섞어가며 말하자 지아가 술 한잔을 입에 털어 넣더니 또다시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예전에 브론브, 실버 티어를 모두 겪어봤고 저 또한 인간의 감정은 모두 지니고 있는 여자거든요.”


“물론 지아씨도 모두 경험해본 티어겠지만 지금 그래도 지아씨 입장에서 질투씩이나 한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이거 날 너무 높게 보네요, 저번에 못보셨어요.. 술먹고 기절해서 준수씨 집에서 잔거요. 저도 술 먹으면 취하고 실수하는 보통 사람 맞거든요.”

지아가 지금 하는 말들이 장난스럽기는 했지만 진지한 면이 없지않아 있어보여  여자가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스터인 최고 귀족이 천민인 나를 좋아해 다른 여자에게 질투가 난다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아 같은 미인이 그런 말을 하니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이 상태라면 준수씨도 귀족 반열에 드는 것은 머지않은 일이에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아씨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이유가 기관에 날 들이기 위한 것 아니었나요? 앞으로는 그런 부담스런 말은 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괜히 사나이 가슴에  지피지 마시고요.”

나도 조금은 장난스런 말로 자연스럽게 대꾸하며 넘어가려하자 그녀가 갑자기 키킥 대며 웃었다.


“후훗.. 내가 준수씨 마음에 불을 지폈다니, 그래도 준수씨 눈에 내가 밉게 보이지는 않았나 보내요.”

“지아씨는 예쁩니다, 뭐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겠죠.”

“고마운데요, 그렇게  잘 봐줬다니.”

한동안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주거니 받거니 마시는 사이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가 어느덧 6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탁자에는 술병이 벌써 20여병이나 쌓여 있었다.
그녀도 이제 조금 열이 오르는지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고  또한 조금은 술기운이 돌고 있었다.


헌데 잠시 후 한자리에 오래 있는 것이 답답했는지 그녀가 뜬금없이 다른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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